야구
'0점 대 ERA' 배제성·구창모, 반가운 영건 선발 순항
20대 중반, 입단 5~6년 차 투수들이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T 우완 투수 배제성(24)은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6피안타·무실점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8-1 승리를 견인했다. 1회초 1사 2·3루 위기에서 한화 4·5번 타자를 내야 뜬공과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긴 뒤 순항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이 상대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흔들었다. 겨우내 연마한 체인지업도 효과를 보고 있다. 한화전 경기 뒤 만난 배제성은 "오히려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지 않은 편이어서 체인지업을 활용했다. 거의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갔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세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선 두 차례 등판도 내용이 좋았다. 7일 롯데전은 6⅓이닝 2실점, 14일 NC전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와 NC 모두 2연승 중이었고, 각각 5연승과 7연승까지 했다. 배제성은 컨디션이 최고조던 타선을 침묵시켰다. 세 경기 평균자책점은 0.89. 20일 현재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 가운데 유이하게0점대를 기록했다 2019시즌에 10승을 거뒀다. KT 창단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국내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2020시즌도 3선발을 예약했다. 자체 청백전, 연습경기에서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본 무대에 오르자 2년 차 징크스를 비웃었다. 배제성은 "등판하는 경기에 경중을 둬서는 안 되지만 아무래도 집중력 발휘가 다르기 때문에 연습경기보다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배제성이 첫 승을 거둔 20일에 NC 좌완 선발투수 구창모(23)도 날았다. 잠실 두산전에 등판해 8이닝 동안 2피안타·7탈삼진·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상대 선발 크리스 플렉센도 8이닝 1실점. 타고투저 추세가 강한 2020시즌 초반에 외인 투수와 투수전을 합작했다. 비록 NC가 연장 승부 끝에 패했지만, 구창모의 투구는 빛났다. 2020시즌 평균자책점은 0.41. 20일 현재 이 부분 1위다. 키움 외인 투수 에릭 요키시가 0.53으로 2위, 배제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앞선 등판한 7일 삼성전과 14일 KT전은 각각 6이닝과 8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을 하지 않았다. 승리도 챙겼다. 구창모도 2019시즌에 10승을 거두며 도약했다. 한때는 선발진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이다.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가세하며 진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욱 NC 감독은 "강약 조절을 하면서 이전보다 세밀한 투구를 하고 있다. 커브도 구속을 조절하며 맞춰서 잡는 투구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토론토),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가 잇고 있는 대형 좌완투수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선발진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투구를 하는 젊은 투수가 많다. 한화 우완 김민우(25)도 승리 투수는 한 번도 되지 못했지만 세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했다. 삼성 좌완 최채흥(25)은 등판한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평균자책점(2.65)도 준수하다. 정착 이미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두산 이영하(23)와 키움 최원태(23)는 다소 주춤하다. 나란히 최근 등판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영하의 포심 패스트볼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고, 최원태의 투심과 체인지업 조합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워 보인다. 컨디션 회복은 시간 문제. 신인 소형준(19·KT), 2년 차 김민(21·KT), 김이환(20·한화)도 세 번째 선발 등판을 치르며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대 초, 중반 선발투수들의 성장은 원활한 세대교체로 연결될 수 있다. 경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배제성은 "이영하, 최원준, 구창모 선수는 이미 꾸준하게 잘하던 투수들이다. 나는 따라가는 입장이다"고 했다. 팀 후배 소형준과김민의 호투에도 자극을 받는다고. 여러 요인으로 타자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젊은 투수들의 순항이 반갑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21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