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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포커스] "고교 절반 이상 반대"…꼭 나무 배트가 문제일까

지난해 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전국대회 참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고교 리그에서 사용하는 배트를 나무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걸 찬성하느냐'는 내용이었다. KBS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설문을 했다. 패러다임의 큰 변화인 만큼 (협회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반대가 (절반 이상으로) 약간 더 많았다"고 말했다.최근 야구대표팀이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고교 리그 배트 교체가 떠올랐다. 고교 리그는 2004년 배트 제원이 알루미늄에서 나무로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무겁고 반발력이 약한 나무 배트를 사용하니 타자들이 힘껏 스윙하지 못하고 '투고타저' 분위기가 지속하면서 투수들의 개인 기량 발전이 정체됐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A 고교 감독은 "나무 배트 한 자루 가격이 15만원 정도인데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선수들이 배트가 부서지는 걸 걱정해 자기 스윙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A 고교 감독은 KBSA 설문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 반대'에 표를 던졌다. 그는 "나무 배트의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나무 배트를 쓰더라도 모두 단타 스윙을 하는 건 아니다. 알루미늄으로 배트를 바꿔 투수가 난타를 당하면 경기 시간이 늘어질 수 있다. (나무 배트를 미리 사용하면) 프로 적응도 수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B 고교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가 800g이면 나무 배트는 850g이다.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중학교에 가서 훈련하는 걸 봤는데 두 배트의 타구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보통 타구 속도(BBS·batted ball speed)를 결정하는 건 배트의 질량과 스윙 속도다.2009년 발표된 『야구 물리학:홈런 분석』이라는 글에 따르면 배트의 속도를 높이면 배트의 질량을 늘리는 것보다, BBS가 더 크게 향상한다. 배트 무게를 두 배 늘리면 BBS가 약 17%, 스윙 두 배 빠르게 하면 BBS가 35%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벼운 알루미늄 배트는 더 빠르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만큼 투수가 위험에 노출된다. 2003년 미국에서 만 18세 투수 브랜든 패치가 알루미늄 배트(루이빌 CB-13) 타구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유가족과 배트 회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C 고교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들이 못 버틴다. 타구가 강하다 보니까 투수나 야수들 부상 위험도 있다"며 "(고교 리그에 거포가 사라졌다는 건) 배트와는 큰 상관 없다고 본다. 거포 부재는 매년 달라지는 이야기다. 매년 좋은 선수가 나올 순 없다"고 했다. D 고교 감독은 "타자들이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장타에 부담이 줄어들었고 과감하게 투구하면서) 투수들의 구속이 향상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전 가능성이 높다. 에이스급 투수 1~2명만 보유해도 전국대회 우승 경쟁이 가능하다. 선수층이 두껍고 전력이 강한 팀이라면 굳이 알루미늄 배트를 선호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야구를 잘하면 대부분 (야수가 아닌) 투수를 한다. 알루미늄 배트로 바꾸면 투수 성적이 악화할텐데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꼬집었다. 무조건 알루미늄 배트를 선호할 게 아니라 배트 탄성을 줄이거나 공인구 반발 계수를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BSA 관계자는 "일본 대학야구에선 나무 배트를 고반발력, 알루미늄 배트를 저반발력으로 하는 등의 내용도 논의가 된 것으로 안다"며 "어떤 사안을 바꾸려면 (수정하는 게) 훨씬 장점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현장 지도자나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렵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17 07:00
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추신수의 경기 전 1㎏ 배트, 왜 특별한 걸까

추신수(39·SSG)의 훈련 전 '배트'는 왜 특별한 걸까. 20일 창원 NC파크에서 최고의 화제는 추신수의 방망이였다. NC와 시범경기가 비로 취소되기 전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가 훈련할 때 보면 생각보다 (스윙이) 무디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배트 무게가 1㎏(실제 992g)이었다. 처음엔 무게가 그 정도인지 몰랐다. (그 정도 무게 배트를 사용할 정도로) 아직 힘이 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배트가 무거울수록 장타 생산에 용이하다'고 생각해 하나같이 묵직한 배트를 손에 잡았다. 이후 배트 스피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더 빠른 스윙을 위해 배트 무게가 점점 줄어들었다. 가볍고 반발력이 좋은 단풍나무 배트가 나오기 전에는 1kg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도 있었지만, 현재 KBO리그 대부분의 타자는 900g 이하의 배트를 사용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도 마찬가지다. 1914년 데뷔해 MLB 통산 714홈런을 때려낸 베이브 루스는 무게가 무려 1.4㎏(50온스) 이상인 배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1939년 데뷔한 테드 윌리엄스 이후 무게가 992g(35온스) 이상인 배트가 거의 사라졌다. 1977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로드 커류, 통산 15회 올스타에 선정된 아지 스미스가 현역 때 사용한 배트 무게는 822g(29온스)이었다. 김원형 감독이 언급한 '추신수의 1㎏ 배트'가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유다. 그러나 추신수가 경기 중에도 1㎏ 배트를 휘두르는 건 아니다. 경기 때 사용하는 배트 제원은 87.63㎝(34.5인치), 893g(31.5온스)이다. 훈련 때와 비교하면 약 100g 정도 무게가 덜 나간다. 추신수는 학창 시절 팔·다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인데 경기 전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그는 "무거운 배트로 연습하다 경기에서 가벼운 것으로 때려내면 스윙 스피드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또한 KBO리그 내 많은 선수가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키움 박병호처럼 동일한 제원의 배트(33.5인치, 880g)를 쓰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훈련 때 무거운 걸 든다. NC 나성범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 배트를 사용한다. 스프링캠프 시작할 때는 34인치, 1㎏짜리 배트를 휘두른다. 보름 정도 후 30인치, 940g으로 줄인 뒤 정규시즌에는 34인치, 900g 배트를 장착한다. 삼성 김동엽은 "훈련 전 몸을 풀 때는 36인치에 1㎏이 넘는 배트를 몇 번 돌린다. 그다음 34.5인치에 960~70g 배트를 사용한다. 시즌 때 쓰는 배트는 34인치에 900g"이라고 밝혔다. 삼성 팀 동료 오재일은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선 34.5인치, 950g 배트, 시즌 때는 34인치, 890g 배트를 애용한다. 경기 전후로 사용하는 배트 제원이 추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길고 더 무거운 걸 드는 선수가 꽤 많다 하지만 거포 유형이 아니라면 1㎏ 배트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통산 타율이 0.330인 교타자 NC 박민우는 비시즌 때 920~30g, 시즌 때 860~70g 배트를 유지한다. 팀 동료인 이명기도 비슷하다. 비시즌 때 가장 무겁게 드는 배트 무게가 950g 정도로 1㎏에 미치지 못한다. A 구단 관계자는 "시즌 때 웬만한 무게의 배트를 들지 않는 이상 훈련 때 1㎏의 배트를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의 경기 전 1㎏ 배트가 대단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웬만한 거포들과 비슷한 배트로 훈련하는 셈이다. ‘에이징 커브’를 고려하면 배트 무게를 줄여 효율성을 키울 수 있지만, 추신수는 아니다. 미국에서 했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그만큼 신수는 몸 관리를 잘했고 힘이 대단한 선수라 볼 수 있다"라고 촌평했다. 창원=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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