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범삼성가 오너들의 희비 교차… 경영 복귀 이재현 '활짝', 재판받는 이재용 '울상'
17일 범삼성가 오너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이재현(57) CJ그룹 회장은 4년 만에 첫 공식 행보에 나서며 활짝 웃었다. 건강도 지난해보다 호전된 모습이었다. 반면 사촌지간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판정에 섰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지 3개월째로 운명을 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이재현 '함박웃음'이재현 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과 2017 온리원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지난 2013년 7월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그룹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 회장은 완쾌되진 않았지만 상당히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이 회장은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단상으로 오는 길에 취재진과 임직원 200여 명에게 손을 흔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단상에서는 두 발로 곧게 서며 인사말을 했고, 기념식수 때도 삽으로 두세 차례 손수 흙을 펐다.이 회장은 현재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고 신장 이식수술도 받은 상태다.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육체적으로 70%, 정신적으로는 90% 정도 회복됐다"며 "계속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경영 복귀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회장은 "그룹이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자리를 비워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오늘부터 경영에 정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이어 이 회장은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CJ그룹 관계자는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아야 해 당장 업무에 뛰어들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며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매우 강해 조만간 다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오너의 귀환에 따라 인수합병과 같은 굵직한 주요 경영 사항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J는 이미 올해 5조원을 포함해 2020년까지 물류·바이오·문화 콘텐트 등 분야의 인수합병을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구속 3개월째, 재판정 단골 손님… 이재용 부회장 '울상' 사촌 형인 이재현 회장이 웃던 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정에 섰다. 이 부회장은 이날 감색 정장을 입고 양팔에 포승줄이 묶인 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14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수갑이 채워진 양손에는 공판과 관련된 서류를 들고 있었다. 옷매무새는 정돈됐으나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298억원(약속 금액 포함 시 433억원)을 뇌물로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17일 구속 기소돼 옥중에서 아침을 맞은 지 3개월이 됐다.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 재벌 개혁을 외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 부회장의 가시밭길은 쉽게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특검은 이날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출석 거부로 특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뇌물수수 경위와 개별 면담 당시 상황 등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은애 기자
2017.05.1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