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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정녕 문제작일까"…'82년생 김지영' 비난·테러 '타격감 제로'
이슈가 도와주는 화제성이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얻는데 이미 성공했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작품을 먹칠하고자하는 타격감은 '제로'에 가깝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이 30일 진행된 제작보고회를 통해 공식 홍보 일정을 시작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82년생 김지영'은 충무로 톱배우 정유미와 공유의 출연과 세번째 만남이라는 주목도도 있지만, 원작부터 뜨거웠던 '페미니즘 논란'의 최정점에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대외적인 논쟁을 이끌고 있다. 누군가는 이해하지만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공감하지만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한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은 '비난'과 '응원'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는 실정. 일각에서 평점테러와 의도적 악플로 작품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면, "개봉하면 무조건 찾아 보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관련 기사과 게시물의 댓글은 늘 만선이다. 그 중심에 선 '82년생 김지영'은 그저 단단하고 올곧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담아낸 작품에 다양한 시선이 쏠리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크게는 성별 전쟁으로 설명되지만 '82년생 김지영'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을 펑펑 흘린 공유 같은 남자도 분명 있다. 공유의 말처럼 관점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에 정답은 없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은 역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원작만큼 원색적 비난에 시달렸고, 현재도 시달리고 있다. 영화 제작이 확정되고 정유미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던 초기부터 이유없는 악플이 쏟아졌고, 크랭크업 후 개봉을 앞두고 홍보 프로모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움직임은 평점테러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 정유미의 SNS는 테러 수준의 댓글로 들끓었다. 때문에 '82년생 김지영'을 처음 소개하는 제작보고회는 다양한 이유로 관심도가 높았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관계자들과 감독, 배우들은 예상 질문지를 통해 만반의 준비 과정까지 거쳤다는 후문. 하지만 정유미와 공유의 깔끔한 답변과 쏟아낸 진심은 더 이상의 질문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 근데 큰 부담은 없었다. 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같이 만들고 싶은 마음들이 컸기 때문에 '잘 만들어서 결과물을 다르게 공유하자'는 목표도 뚜렸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걱정하지 않고 있다"(정유미) "선택에 특별한 고민은 없었다. 관련 기사들을 접했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자체가 결정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문제가 됐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좋은 책을 읽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들어가고 싶은 작품에 크게 방해가 될 문제는 아니었다. 관점의 차이는 늘 존재한다. 그것에 대해 맞고 틀리고는 내가 말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공유) 특히 3년만의 스크린 컴백으로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나선 공유는 작정한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 행사보다 유쾌했고, 말도 안되게 수다스러운 공유를 볼 수 있었던 이례적 현장이었다. 알아서 털어놓은 비하인드와 TMI가 가득해 질문도 대외적 논란과 관련된 단 하나로 끝났다. "내심 허무하고 허탈하다. 진짜 이대로 그냥 가요?"라며 미소짓는 공유의 시원스러운 인사에 웃음과 박수로 터진 취재진들의 화답은 '82년생 김지영'을 지지하는 또 한켠의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감독과 정유미, 공유 모두 '82년생 김지영'을 선택함에 있어 논란을 문제로 삼지는 않았다. 배우로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있었을지언정 장외 논쟁이 출연 결정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았던 것. 정유미는 지영을, 공유는 지영의 남편 대현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봤고, 내 주변을 떠올렸고, 가족을 생각했다는 정유미와 공유다.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을 마주하게 될 관객들이 느낄 감정이다. 이날 김도영 감독은 "실제 두 아이의 엄마고, 아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경험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했다.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진 만큼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이고, 해야 하는 이야기다. 상업영화 틀 안에서 제작이 된다는건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부족한대로 최선을 다해 연출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정유미는 "난 아직 결혼도 안했고 육아 경험도 없다. 하지만 김지영 캐릭터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났다. '바쁘다는 이유로 알지만 외면하지 않았나'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캐릭터를 통해서나마 직접 표현하면서 그 감정들을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100% 다 알 수는 없지만 연기하면서 나를 좀 더 돌아보게 됐고 부끄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공유는 "대현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대현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전 '혹여 내 말 때문에 상처받지 않을까' 고민한다. 소심할 수 있지만 배려심이 깔려있고, 이해할 자세가 돼 있는 인물이다. 그 점이 나와 닮기도 했다"며 "시나리오를 덮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꽤 많이 울었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평소 불효자고 까칠한 아들이지만 새삼 키워준 것이 고맙더라. 이전 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다 같이 보면 좋을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김지영의 옷을 오롯이 입고 대체불가한 매력을 뽐낸 정유미, 배려심 넘치고 섬세한 공유의 강점이 녹아든 '82년생 김지영'은 다양한 의견 속 당당히 개봉,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이제 '82년생 김지영'에게 남은 숙제는 작품의 완성도다. 지지와 응원이 퇴색되지 않을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면, '82년생 김지영'은 문제작 아닌 문제작으로 흥행 레이스를 펼치게 될 것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김진경 기자
2019.09.30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