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의 대형 마트…신선식품, '품격(품질+가격)'으로 승부
대형 마트의 추락이 이어진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형 마트나 기업형슈퍼(SSM)가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혔지만,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제는 적자에 허덕이는 신세가 됐다. 위기에 놓인 대형 마트들은 올해 신선식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공산품에서는 온라인 몰에 비교 우위를 갖기가 어려운 만큼 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신선식품의 차별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온라인 몰에 치인 대형 마트, 나란히 실적 부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4893억원을 기록했다.이는 전년 대비 23.4%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620억원으로 43.5% 줄었다.지난해 4분기만 보면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9% 감소했다.대형 마트 기존점 신장률도 6.7% 역신장했다. 추석 시점이 달라 타격이 있었던 데다 연말에 영업 부진을 겪으면서 별도 기준 4분기 영업이익도 55% 줄었다.롯데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6조3170억원으로 0.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79% 급감했다. 지난 4분기는 8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홈플러스는 비상장사라 감사보고서 제출 이전에는 별도로 잠정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실적 부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형 마트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G마켓과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몰의 약진이 꼽힌다.주문한 다음 날 도착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 당일 배송,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에 도착하는 새벽 배송 등 최근 몇 년간 온라인 몰 업계에서는 배송 혁신이 이어졌다. 가격도 대형 마트보다 저렴하고 직접 물건을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되니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할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111조89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91조3000억원)보다 약 20%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또 온라인 쇼핑이 전체 소비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보다 5%포인트 증가한 26%를 기록했다. 신선식품 띄우는 대형 마트…공략법은 각양각색 위기감을 느낀 대형 마트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신선식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신선식품을 강화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심산이다.특히 직접 상품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본 뒤 고르는 신선식품의 특성상 대형 마트가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선식품마저 밀리면 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대형 마트 업체들의 신선식품 매출 비중은 2010년 52.3%에서 매년 1%가량 비중이 증가하면서 지난해는 59.7%에 육박했다. 반면 비식품군의 매출 비중은 2010년 47.8%에서 2018년 40.3%로 줄었다.다만 대형 마트들의 신선식품 공략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이마트는 '초저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해 첫 프로젝트로 신선식품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판매하는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이에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이마트는 지난달부터 매월 1·3주 차에 농·수·축산 식품을 중심으로 '국민가격' 상품을 선정해 일주일 동안 40∼50%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국민가격'을 붙이고 판매대에 놓인 삼겹살·목심, 전복, 계란 등이 잇달아 매진되고 있다.상품별로 보면 개당 990원에 선보인 '활전복'은 일주일간 74t이나 팔려 나가면서 이마트 전복 최단 기간 최대 물량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100g에 990원에 내놓은 '990 삼겹살·목심'과 알찬란(대란·30입) 역시 각각 300t·40만 판이 판매되며 6주 판매 물량이 단 일주일 만에 팔렸다. 생닭을 40%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두 마리 생닭(500gx2·700gx2)'도 일주일간 총 6만 개(12만 마리)가 판매되며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에 맞서 롯데마트는 "박리다매는 없다"며 단순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공략 포인트는 '품격(품질+가격)'이다.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당도 상위 10% 내외의 고당도 과일 브랜드, 산지 직거래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인 축산 상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이 품질에는 배송 등 서비스도 포함된다. 롯데마트는 모든 점포에서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모바일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면 3시간 내에 집으로 배송된다. 매장에서 구매하는 고객에게 우선 배송해, 매장을 직접 찾은 고객이라면 1~2시간 안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롯데마트는 여기에 '30분 배송'까지 계획하고 있다. 30분 배송은 고객이 점심 또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물건을 주문하면 30분 안에 도착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고른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 차량에 싣는 과정을 단축하고, 레일과 퀵서비스를 통해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중 육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충남 천안시 성남면 제5산업단지에 1만7242㎡ 규모의 육류 포장·가공 시설(미트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한 해 한우와 수입육·돈육 등을 1만2100톤 규모로 가공·포장할 수 있는 시설로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전국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의 육류 공급을 도맡겠다는 취지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산품의 경우 업태의 차이로 대형 마트가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 마트를 찾아 다른 제품들도 구매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2019.02.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