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화끈한 세리머니, 상대 견제에 미소까지...'신개념 리드오프' 이진영은 ENFP랍니다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이진영(25·한화 이글스)은 지난 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유명세를 탔다. 대타로 나서 쐐기 만루 홈런을 터뜨린 것. 끝이 아니었다. 홈런을 확신한 그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던진 후 오른손을 치켜들어 홈팬들 앞에서 자신의 홈런을 자축했다. 말 그대로 '역대급' 빠던(배트 플립)이었다.28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도 시원한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날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진영은 5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웨스 벤자민이 던진 초구 145㎞/h 직구를 공략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엔 던지지 않았다. 대신 방망이를 그대로 치켜세운 뒤 타구가 넘어가는 걸 바라봤고, 홈런을 확인하자 천천히 방망이를 놓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4일 만루포에 버금가는 임팩트와 세리머니였다.이진영의 홈런과 세리머니는 결과적으로 경기 분위기를 한화로 뒤바꾸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 1회 4실점하고 출발했던 한화는 이진영의 동점포로 완전히 기세를 가져왔고, 결국 7회 노시환의 결승포에 힘입어 6-4로 승리했다. 5연승이 끊길 위기였던 한화가 이진영의 스타성에 힘입어 6연승으로 분위기를 끌고간 거다. 전형적인 '되는 팀'의 흐름이다.
경기 후 만난 이진영에게 홈런의 비결을 묻자 "어제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4타수 무안타 1득점 3삼진)을 보였다. 내가 세웠던 타석에서의 계획이 잘 안 돼 오늘은 훈련을 받으면서 다르게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전에 타격감이 안 좋았으니 홈런 타구도 넘어갈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타구 지켜보기'가 의도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이진영은 "의식해서 한 행동은 아닌데 (세리머니가) 나왔다. 따로 연습했던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취재진이 MBTI를 묻자 그는 "ENFP"라고 답했다. 세리머니만 봐도 I(내향)가 아닌건 확실했다. 홈런을 친 덕일까. 이진영이 6회 다시 벤자민과 마주하자 KT는 6이닝을 채우지 않고 투수를 교체했다. 투구 수 여유가 있었지만, 이진영과 재대결을 노골적으로 피한 거다. 당시 중계 화면에 잡힌 이진영은 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진영은 "나까지 오면 투수 교체를 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체가 돼) 그랬다. 다음 투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자신 있게 맞이한 타석에서 해결사가 되진 못했다. 크게 헛스윙하다 삼진으로 물러났고 너무 스윙이 커 주저앉았다. 이진영은 "일단 제가 해결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다. 원하는 코스에 와 떨어지는 걸 노리자 생각했는데 직구로 들어왔다. 맞히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털어놨다.이진영은 한화 타순의 키 중 하나다. 한화는 4월 노시환과 채은성의 맹타에도 앞뒤 타자를 찾지 못해 곤경을 겪었다. 잘 치던 타자도 1·2번에 배치되면 부진했다. 노시환과 함께 타선을 이끌어야 할 정은원의 부진도 길어졌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부진 끝에 퇴출됐다.여러 후보군을 시험해 본 결과 최상의 결과가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전통적인 리드오프와 거리가 멀다. 올 시즌 타율이 0.230에 불과하고 161타석에서 기록한 삼진이 45개(타석당 삼진 비율 28%)나 된다. 대신 2루타 7개와 홈런 4개를 기록하는 장타력, 볼넷 28개와 출루율 0.371을 기록하는 선구안을 갖췄다. 고타율이 필요하다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충분히 훌륭한 리드오프다.이진영은 "최근 타격감이 좋고 출루를 많이 하고 있어서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시는 것 같다"며 "아직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 받고 우익수로 나가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수비에 대해서도 최원호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왔는데도 수비 중요도가 높은 우익수로 이진영을 고정했다. 송구는 이진영이 팀 내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해서다. 이진영은 "캐치볼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인이니 윌리엄스가 나보다 낫지 않을까"라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는 투수였다. 그래서 던지는 건 자신 있다"고 전했다.
2023.06.29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