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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대량 예매 취소’ 등 논란 속 첫 주말 175만 모으며 화제
개봉전부터 '말 많던'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 18일 개봉)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완성도와 재미를 갖춘 영화'라는 호평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갖은 논란이 이어져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게 사실. 하지만 개봉후 첫 주말까지 누적관객수 175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란 기록을 세우며 2013년 연말 가장 '핫'한 영화로 떠올랐다. 주연배우 송강호는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변호인'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 해에만 2000만명의 관객을 모은 배우가 됐다. 역대 충무로에서 단 한번도 볼수 없었던 기록이다. 그 와중에 일각에서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변호인'의 흥행을 방해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적당한 논란거리까지 겹치면서 '변호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량예매 취소' '평점테러' 등 논란도 /'변호인'은 잘 알려진대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다. 1981년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제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초기에 통치기반 확보를 위해 일으킨 용공조작사건)을 보여주며 '속물' 변호사가 시국에 눈 뜨고 인권변호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송강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캐릭터 송우석을 연기했다. 소재와 주제, 내용 모두 민감해 개봉 전부터 잡음이 많을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의 '변호인' 게시판에 '평점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개봉도 되기 전 최저 평점을 주는 식으로 영화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한 매체는 ''설국열차' '관상' 이어 '변호인'까지, 송강호 연이어 영화출연 "급전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변호인'에 외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상황이 반전된건 '변호인'의 언론배급시사회 이후부터다. 배급사 측에서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개봉일이 보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일찍 영화를 공개했다. 이후 영화를 본 매체 담당기자들과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헌정영화'나 '사회고발성 영화'가 아니라 충분한 웃음과 감동을 갖춘, 매력적인 대중영화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제주도부터 시작해 전국을 돌면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시사회와 무대인사에 대한 반응 역시 열광적이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별점테러'가 무색해질만큼 높은 평점이 줄지어 올라왔다. 성공적인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나쁜 일'이 끝난건 아니다. 첫 주말의 성공적인 흥행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량예매 취소 사태'가 언급돼 논란이 됐다. 이 문제는 '서울의 한 영화관 매니저'라 밝힌 네티즌이 한 가수의 온라인 팬 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에 알려졌다. 이 네티즌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변호인'의 티켓을 대량 구매한 고객들이 상영 직전 환불하는 건수가 10여차례 발생했다. 한 건당 대략 100여장씩이었다'며 ''변호인'이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회 매진 혹은 95%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서 주말 성적이 하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배급사 NEW의 한 관계자는 "'대량예매 취소' 건과 관련해 전국 극장을 대상으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알아봤다. 좌석점유율이 워낙 높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아직까지 정확한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 국내 최초 연간 2000만 관객 동원 배우로 화제 송강호는 '변호인'의 흥행성공과 함께 '연간 2000만 관객 동원'이란 기록의 소유자가 됐다. 이미 지난 8월 개봉된 '설국열차'가 934만명, 9월 개봉된 '관상'이 913만명을 모았던 상황. 연말까지는 '변호인'이 150만명만 모아주면 2000만 배우가 될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봉 첫주에 이 기록을 달성할거란 건 쉽게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흥행파워 뿐만이 아니다. 송강호는 '변호인'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 공신으로 꼽힌다. 사실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기했는데도 관객이 특정 인물을 떠올리기보다 매력있는 영화적 캐릭터로 받아들이도록 만든건 결국 송강호의 연기력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작에서 주로 해학미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소시민적인 연기, 혹은 냉정하고 차가운 연기를 하던 송강호가 '변호인'에선 최민식이나 설경구가 주로 보여주던 불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전반부에 비해 격해지는 후반부의 감정변화는 자칫하면 '과했다'는 말을 들을수도 있을만한 설정. 하지만, 송강호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감정을 분출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던 곽도원(차동영 경감)과 법정에서 대치하는 신은 이 영화의 백미다. '변호인' 게시판에는 '곽도원과 맞붙어 '국가란 국민'이라 외치던 송강호의 대사에 눈물이 났다'는 감상평이 이어졌다. '내년도 영화상 시상식은 송강호가 휩쓸 것'이란 글도 끊이지않고 있다. ▶'부림사건' 새삼 화제, 야당의원 단체관람까지 '변호인'의 개봉뒤 '부림사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까지 올라가며 이 사건을 잘 알지 못하는 20대 초반 네티즌의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영화속에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해 송강호를 법정에 나서도록 만드는, 임시완(진우 역)의 실제 모델 송병곤씨는 한 시사주간지에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변호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다. 1981년 당시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노무현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글이다. 지난 19일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의원들이 '변호인'을 단체관람하기도 했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모임'에서 관람을 주도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를 비롯한 '친노'계 의원 상당수도 '변호인'을 관람할 예정인것으로 전해진다. 배급사 NEW는 '변호인'의 성공으로 또 한번 '선견지명이 있는 영화사'란 말을 듣고 있다. 대기업 계열 배급사들이 선뜻 손대지 못하는 작품을 과감하게 내놔 시장공략에 성공했다는 말이다. 올초 1280만명을 모은 '7번방의 선물'로 신명나게 한 해를 시작하더니 '변호인'으로 연말까지 뜨겁게 보내고 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2013.12.2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