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인터뷰②] '신과함께2' 하정우 "15년만 정통사극, 살쪄서 아가미 통통"
'하여간' 인터뷰만 하면 없던 호감도까지 치솟게 만드는 배우다. 작품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특유의 매력까지 철철 흘러 넘친다. 명절때마다 만나는 능구렁이 삼촌같은 느낌이랄까. 멀지만 가깝고, 왠지 모르게 혀를 차게 만들지만 본업 능력은 또 끝내주는. '매력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하정우'라는 팬들의 표현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유다. 온갖 TMI(Too Much Information·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나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쏟아내 흘깃 쳐다보면 슬쩍 눈치를 보는척 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호탕한 웃음으로 무마하기 마련이다. 사실 하정우가 전하는 TMI들은 영화 사정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고급 정보'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에 하정우는 어떤 질문도 막지 않고, 질문 받는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적당한 예의 속 계산없는 답변은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결정적 요소다. 지난 겨울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 '1987(장준환 감독)'을 통해 스크린을 장악했던 하정우가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약 7개월만에 2000만 배우가 돼 돌아왔다. '암살(최동훈 감독)', '신과함께-죄와 벌'에 이어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3000만 배우' 타이틀을 노린다. 타고난 운이 좋을 수도 있지만, 알고보면 끊임없이 제 복을 제가 만들고 있는 남자다. 남다른 의리에 열정도 넘친다. 이미 2019년 12월까지 꽉 들어찬 스케줄이다. 업계의 '하정우를 잡아라'는 여전하지만, 거리감 보다는 친근함이 더 가까운 배우. 연예계를 통틀어 독보적인 존재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정통사극은 사실상 처음 아닌가."KBS 대하드라마 '무인시대' 이후 처음이다. 아주 풋풋했다. 2003년 12월 첫 촬영을 시작해 2004년 6월까지 진행했다. 이덕화 선배님 셋째 아들 이지광 역할이었다. 문경에서 촬영했는데 그땐 매니저도 없었고 나 혼자 문경까지 달렸다. 한 4시간 걸렸던 것 같다." - tmi…."티엠아이? 그게 뭐… 아, 투머치토커? 으하하하. 갑자기 옛날 생각 하니까 아련해져서.(웃음) 그 이후 사극은 '군도'가 있었는데 '군도'는 좀 이상한 친구라 정통 사극은 처음이라 봐도 무방하다. 근데 사극 부분은 크게 할 이야기가 없다. 똑같이 (주)지훈이·(김)향기와 이야기 나누면서 맞춰 나갔던 것 같다. 오히려 1000년 전 전사를 알고 지금의 강림을 연기하는데 더 신경썼던 것 같다." - 1000년 전 강림은 지금의 강림과 비슷한 듯 하면서 사뭇 다르다."어떤 변주를 줬다기 보다는, 1000년 전 강림은 어떤 인물인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나. 아버지·동생과 갈등을 겪고 있고, 시기, 질투, '내 자리를 빼앗길까' 하는 좌불안석,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까지 연간 검색어들이 뚜렷했다. 그러다 어떤 사건과 마주하고, 어떤 사고가 나서, 어떤 제의를 받고 살아 온 인물이다. 신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리고 과거 장면 같은 경우는 나보다 어린 시절이 더 나오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적혀진 어린시절 드라마들을 보면서 감정을 잡아두려 했다." - 자주 못봐서 그런지 사극 비주얼이 멋지더라."사극 장면이 제일 마지막 촬영 시기였다. 2017년 2월, 3월, 4월이었다. 촬영을 하다 보면 체중 유지가 쉽지 않은데 내가 겨울철에는 특히 지방을 비축하는 스타일이라 사극신을 찍을 때쯤 살이 오르더라. 감독님이 '옛날에는 못 먹어서 말랐는데, 넌 어떻게 점점 볼 살이 올라오냐'고 할 정도로 현장만 가면 항상 놀림을 받았다. 지훈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는 살찌면 '아가미가 올라왔다'고 말한다. '아가미 좀 올라 오셨네요' 하기도 했다.(웃음) 결과적으로는 현재와 과거의 얼굴이 달라 보이게 됐다. 애초에 콘셉트가 달랐던 것처럼? 우연히 선물받은 것처럼?" - …."…좀 그런가요? 너무 갔네요. 프로답지 못했어. 하하하. 내가 살이 찌면 꼭 얼굴부터 찐다. 1~2kg만 쪄도 얼굴이 먼저 붓는다. 추우니까 움직임도 덜하고. 그건 모든 포유류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 1부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자신감이 생겼다. K팝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지 않나. BTS 친구들이 큰 역할을 해줬고, 싸이 형도 마찬가지고. 드라마 역시 한류 열풍을 탔으니 이제는 영화 차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여전한 문제점은 있다. 장르의 단순화, 양극화 현상. 이건 내가 데뷔 했을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들인데 최근들어 정도가 심해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장점을 이야기 하자면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의 퀄리티나 스태프들의 수준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가능해진 것이다. '신과함께-죄와 벌'로 증명했다. 앞으로 이런 기획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해외 관객들과 만난다면 한국 영화 위상을 높이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기대감이 든다." - 아시아에서 왜 통했다고 생각하나."세계관과 그 속의 이야기가 통했다고 본다. 사후세계, 동양적 불교사상이라고 해야 할까?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함께-인과 연'은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 대만 현장에서 느끼게 될 것 같다." - 대형 프로젝트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허점을 가리기 급급해서 시간을 허비하느니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데 더 시간을 두고 노력하자'는 목표가 있었다. 그렇다고 허점을 마냥 방치해 둘 수는 없으니 1년 내내 다 까놓고 이야기 한 부분들이 많다.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고, 리드해준 김용화 감독이 대단하다. 연출부 막내 의견까지도 귀담아 들으려 했다. 어떤 영화보다 후반작업 스태프들의 역할도 큰 작품이다. 모두가 함께,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찾은 2부의 강점은 무엇인가."음…. 맞는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1부는 신파가 있었고 2부는 대서사다. 2부까지 신파 코드를 강하게 심어놨다면 분명 지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이 시리즈물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발전되길 바란다. 10부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드라마를 보면 에피소드가 인물 중심으로 흘러간다. 정말 정말 너무나 흥미롭게 봤다. 1부에 잠깐 나와 '단역인가?' 했는데 또 다른 회차에서는 주인공이더라. '신과함께' 역시 3·4부, 5·6부가 나온다면 1부 단역이 5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인물 이동만으로 재미있는 시리즈이자 브랜드를 갖는 것이다. 물론 낯설음 없이 잘 만들어야겠지만 대중이 신뢰감을 갖고 그 영화들을 기다리고 챙겨본다는 자체가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 3·4부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생각인가. "나는 이미 한다고 이야기는 했다. 만들어지면 1·2부처럼 두 작품씩 묶어 촬영하게 될텐데 속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한 적은 없다. 일단 감독님의 생각이 하루에도 12번씩 바뀌고 있고.(웃음) 각자의 길을 걷다 타이밍이 맞으면 다시 뭉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1부 개봉을 앞두고 상상 이상의 걱정을 했지만 촬영할 땐 매 순간 '느낌 괜찮은데?' 싶은 확신이 있었다. 1부가 성공하면서 '가능하구나. 갈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생겼다. 책임감·의무감이라기 보다는 3·4부가 정말 만들어진다면 원작 웹툰에서 벗어나 영화 '신과함께'만의 독자적인 길을 가게 되는 것 아닌가. 관객 입장에서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 영화에서 김수홍은 공룡을 무서워 했다. 하정우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나."악어. 최근 호주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악어에게 끌려 들어갔다는 기사를 봤다. 너무 무섭다. 죠스, 상어도 무섭다. 내가 하와이를 좋아하는데 바닷가에 들어간 적은 한번도 없다. 주구장창 걷기만 하지.(웃음)" >>③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2018.08.0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