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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여자부, 한․중․일 삼국지를 기대하라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치러지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물론 중국이다. 순잉샤(세계1위), 왕이디(2위), 첸멍(3위), 왕만위(4위), 치엔티엔이(7위)로 구성된 멤버들은 빈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직 예선전도 치르기 전이지만, 중국 팬들은 이미 24일 열릴 결승전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 화려한 대관식을 치를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중국의 결승 상대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팀은 바로 일본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팀랭킹 2위에 랭크돼있는 일본은 자국에서 열렸던 2014년 도쿄 대회부터, 가장 최근 단체전 대회로 중국에서 열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에서 중국과 대적했던 강호다. 일본의 중흥을 주도하던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카스미 등은 코트를 떠났지만, 뒤를 이은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하야타 히나 등이 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세계 2강’의 위력을 유지해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부산 대회에서도 일본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5위까지 상승하며 중국 최강자들 틈바구니를 파고 든 하야타 히나와 함께 동갑내기 라이벌로 3총사를 이루는 이토 미마(10위), 히라노 미우(18위)가 건재하다. 게다가 하리모토 토모카즈의 동생이자 오빠 못지않은 천재성으로 주목받는 하리모토 미와(16위), 범실 없는 탁구를 구사하는 키하라 미유우(25위)가 가세해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스쿼드를 구축했다. 실제로 일본 주전들은 심심찮게 중국탁구를 넘어서곤 했다. 히라노 미우는 중국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4강, 결승에서 딩닝, 주위링, 첸멍을 모두 꺾고 우승한 적이 있다. 2020 도쿄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토 미마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 첫 매치에서 당시 최강자 중 하나였던 류스원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었다. 에이스 하야타 히나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식 4강전에서 이번 대회에도 중국 주전으로 뛰는 왕이디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최종전에서 순잉샤에게 패했지만, 하야타 히나의 결승 진출은 비 중국출신으로는 무려 57년 만의 일이었다. 단체전 승리 경험은 없으나 중국탁구를 마냥 두려워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본 여자대표팀의 최대 강점이다.일본은 1950~60년대 세계탁구 최강국이었다. 당시 작성한 여자단체전 우승 기록만도 8회나 된다. 그리고 일본 여자탁구의 전성기를 끝낸 상대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1965년 유고 류블랴나 대회에서 당시 5연패를 노리던 일본을 꺾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이후 줄곧 세계 정상을 지켜왔다. 지금까지 기록한 단체전 우승 횟수가 무려 22회다. 중국의 최고 전성기에 어쩌면 시대를 잘못타고 난 최근 일본의 ‘황금세대’에게 주어진 최고의 목표는 과거의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해냈던 ‘역전’이다.그리고 여자단체전 우승에 관해서라면 한국 여자탁구도 할 말이 있다. 1973년 사라예보에서 당시 가장 강력했던 우승후보 일본을 꺾으면서 한국 구기스포츠 사상 최초 세계제패의 신화를 썼고, 1991년 일본 지바에서는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당시 9연패를 자신했던 최강팀 중국을 꺾으면서 세계를 감동시켰다. 한국 여자탁구가 올해 연이어진 국제무대에서 보내온 승전보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희망의 조짐으로 삼을 만하다. 지난해 말 ITTF 혼성월드컵에서 준우승으로 선전한 대표팀은 쌍두마차 신유빈(대한항공, 세계8위)과 전지희(미래에셋증권, 23위)와 신유빈(대한항공)이 올해 카타르 도하와 인도 고아에서 치러진 WTT 컨텐더 시리즈에서 네 차례나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21년 만에 막혀있던 금맥도 뚫어냈다. 세계대회와 경기방식도 규모도 다르지만 승리의 기억을 축적하며 사기가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은경 기자 2024.02.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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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후 태권도 최고 성적…“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

우크라이나 태권도 선수단은 30일(현지시각)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힐스호텔 아레나에서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 주최로 열린 ‘사라예보 2023 WT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회 사흘 차에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두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전쟁 이후 피난을 가지 않고 현재까지 크고 작은 포탄이 수시로 터지는 수도 키우이에서 훈련을 해오고 있다. 이번 대회도 전쟁 포화를 뚫고 결전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왔다. 각국 강호를 호쾌한 발차기로 연이어 제치고 결승에 오른 남자 168cm 이하(43~59kg)급 키릴 쿠즈니에초프는 결승에서 지난 대회 -41kg급 우승자로 MVP까지 거머쥔 실력파인 멕시코 기예르모 마누엘 코르테스를 상대로 선전 했으나 라운드 점수 0-2(8-13, 9-13)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키릴은 “세계대회에 처음 출전해 좋은 경험을 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값진 은메달을 획득해 기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훈련과 대회 출전에 힘이 되어준 가족과 코치, 동료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승에 오른 여자 168cm 이하(43~59kg)급 폴리나 투프치는 결승에서 이란 로잔 소우피를 상대로 날카로운 머리 공격을 앞세워 금메달을 목전에 앞두고 역전패당해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승을 먼저 따낸 후 2회전을 연속 내주며 쓰라린 역전패 당한 아쉬움과 전쟁 중 고국에 금메달을 안겨주고자 했던 서운함에 한동안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기대 이상 선전한 그에게 코치와 관중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폴리나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쳐 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폴리나는 “금메달 못 딴 건 너무 아쉽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를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승리자이다. 앞으로 더 어려운 환경이 계속 이어지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쟁 이후 막대한 피해로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태권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인접국인 폴란드와 주변 제3국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직후 어려운 경제적인 여건 속에서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남녀 각 10체급 중 남자부는 10체급 전체, 여자부는 6체급 등 총 16명이 출전했다. 지도자 5명을 포함해 총 21명이 출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훈련하지만, 대부분 독일과 스페인,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개인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 나자리 코티아쉬 총감독은 “우리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대부분 위험 지역이라 대부분 유럽 여러 나라에 흩어져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쟁 이후 최고 성적을 낸 것에 대해 “우리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까지 왔다. 목표한 금메달은 아니지만 너무나 값진 두 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너무 행복하고 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우리 선수들이 정말 어려운 환경과 위험한 상황 속에서 훈련해 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자이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대회가 하루 더 남았다. 우리는 더 큰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긴장을 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단이 이곳까지 오기까지 많은 국가와 여러 사람들이 지원과 후원, 격려가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대회 폐막까지 하루를 남겨둔 우크라이나는 전쟁 직후 WT가 직접 주최한 세계선수권대회(유소년, 청소년, 성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소피아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65kg 이상급 데이비드 훌 리가 동메달을 획득하고, 연이어 열린 소피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서 남자 -45kg급 마넨코프 막심, 여자 -49kg급 예카테리나 코멘코, -63kg급 율리아나 쿠츠 등 남녀 3체급에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바 있다. 한편, 한국 유소년 선수단은 대회 이틀째까지 경량 체급에 강세를 나타 냈다. 남자부가 금1, 동2개로 카자흐스탄(금1,은2,동1)에 이어 2위, 여자부는 금2개 동2개로 종합 선두로 선전 중이었다. 하지만, 사흘 차 중량급으로 바뀌면서 남녀 5체급 모두 예선에서 져 추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김희웅 기자 2023.08.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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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탁구리그 우승컵 공개...한국 탁구 역사 다 담았다

한국프로탁구리그(이하 KTTL)의 새 우승컵이 공개됐다.KTTL위원회는 21일 “프로탁구 두 번째 시즌인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를 맞아 우승컵을 새롭게 마련했다. 리그별 4개 제작됐고, 한국 탁구 100년사는 공통으로, 그리고 각각에 한국탁구의 기념비적 순간들을 담았다. 새 우승컵은 순회배인 까닭에 해당 시즌 우승팀은 1년간 트로피를 보관하고, 새로운 시즌 전에 반납하는 대신 모조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리그별 우승컵은 한국 탁구역사에 영원히 남을 단체전 쾌거가 하나씩 새겨졌다. 여자 코리아리그는 대한민국 건국 후 첫 구기종목 세계제패인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우승(1973년)’을 기념해 약칭 ‘사라예보컵’으로 정해졌다. 여자 내셔널리그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의 남북단일팀 우승을 기념해 ‘지바컵’이 됐다.남자의 경우 코리아리그는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을 상징하는 ‘서울컵’, 내셔널리그는 1990년 아시안게임을 나타내는 ‘베이징컵’으로 명명됐다. 각각 우승컵에는 해당 대회 우승장면이 새겨졌다.순회배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상단에 레이저 3D 프린팅으로 탁구선수와 KTTL이 입체감 있게 조각됐다. 또 트로피 중앙에는 남녀 한국탁구 100년사의 주요이력이 담겨있다. 일반적으로 1924년 경성일일신문사가 제1회 핑퐁대회를 연 것을 한국탁구의 효시로 본다. 또 하단 중앙에 들어간 ‘챔피언’ 글씨는 유명 수묵화가이자 탁구팬인 이광춘 화백(경기대 교수)이 특별히 쓴 붓글씨를 따왔다.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남녀 코리아리그의 챔피언을 결정한다. 또 남녀 내셔널리그는 5월10일까지 정규리그를 소화한 후 5월 11일~16일에 포스트시즌을 치른다.이은경 기자 2023.03.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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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 춘천서 열린다… 20년 만 한국 개최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조정원)은 현지시간 2월 1일 태국 방콕에서 임시 집행위원회를 열어 ‘2024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개최지와 ‘2024년 품새 세계선수권대회’ 개최지를 결정했다. 대한민국 춘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중국 홍콩이 유치 신청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춘천으로, 홍콩이 단독 입후보한 세계품새선수권대회는 홍콩으로 결정했다. 199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제1회 대회를 시작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04년 순천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2006년 세계품새선수권이 시작된 이래 홍콩에서 세계품새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99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홍콩에서 열린 이래 WT 주최 대회를 홍콩에서 개최하는 것은 27년 만이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오는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세계태권도비치선수권대회, 옥타곤 다이아몬드게임, 세계시범단선수권대회가 춘천에서 개최하는 것을 승인했다. 조정원 총재는 IOC의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지위’와 관련한 1월 25일자 성명이 발표되기 전, 이에 관한 IOC화상회의에 참석하였음을 집행위원들에게 설명하고 WT 공식 입장 정리를 위해 집행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집행위원회는 모든 선수의 권리를 차별 없이 존중하겠다는 IOC 입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2024년 파리 올림픽 선발전을 포함한 WT대회에 엄격한 조건하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국 선수 신분으로 참가할 수 있는 통로는 만드는데 IOC와 지속적으로 논의, 협력하기로 했다.집행위원회는 회의 직전 독일 현지시간 21일 별세한 고의민 대사범과 호주 현지시간 28일 별세한 필립 콜스 IOC 명예위원 겸 전 WT 부총재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1942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사범은 1978년 독일로 이주해 현지 태권도 보급은 물론 유럽과 세계 각국에 태권도 기술을 전수하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WT 기술 위원장을 역임했다. 91세 나이로 작고한 필립 콜스 IOC 명예위원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WT 부총재 및 2013년부터 2017년까지 WT 명예 부총재를 역임했다. 다음 집행위원회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개최되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5월 28일 열릴 예정이다. 김희웅 기자 2023.02.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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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성탄절 휴전에 벌어진 축구 경기

제1차 세계대전(1914년 7월~1918년 11월)은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1917년 미국 가세)과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의 동맹국이 벌인 전쟁이다. 1차 대전 이전의 유럽은 벨 에포크(Belle Époque, 프랑스어로 좋은 시절을 의미)라고 불리는 태평시대였다.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의 종결부터 거의 백 년 동안 유럽에는 큰 전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와 문화가 발전한 유럽의 평화 시대였던 것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하면서 시작된 1차 대전은 발발 당시만 하더라도 길어야 두세 달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낭만주의 시대에 살고 있던 영국·프랑스·독일의 많은 젊은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고, 전쟁 영웅이 되기 위해 자원입대했다.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입대한 당시 젊은이들은 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오래 걸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전쟁은 주로 유럽의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에서 벌어졌다. 광범위하고 거대한 전선이 형성된 동부와는 달리 병력이 빽빽이 들어찬 서부 전선은 참호전(trench warfare)으로 이어졌다. 연합군과 독일군은 서로의 진격을 방지하기 위해 참호를 판 것이다. 참호 앞에는 말뚝에 맨 철조망을 겹겹이 배치했다. 이렇게 1차 대전의 참혹함을 대표하는 참호전이 시작된 것이다. 양측은 방어에 유리한 기관총이나 야포 등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참호 돌파를 위한 효과적인 무기가 없었다. 당시에는 참호 돌파가 가능한 기계화부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격하기 위해 보병이 앞장 섰고,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기관총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따라서 전투 한번 할 때마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참호 속에서 지내야 하는 군인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저지대에서 땅을 최소 2m 깊이로 판 참호에는 물이 자주 고였다. 보통 30㎝ 깊이의 물이 고인 참호에 비까지 자주 내려 병사들의 가슴까지 물이 가득 차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참호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적의 총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참호 안의 물은 오물과 시체 썩은 물로 뒤범벅되어 위생상태가 최악이었다. 여기다 시체를 먹고 크기가 고양이 만큼 커진 쥐떼까지 병사들을 공격했다. 또한 이런 위생 환경에서 발이 오랫동안 젖어 있으면 ‘참호족(trench foot)’에 걸려 썩게 되고 절단으로 이어졌다. 멋쟁이들에게 인기있는 트렌치 코트도 직역하면 ‘참호 코트’라는 의미다. 1차 세계대전 중 참호 속의 혹독한 날씨로부터 영국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트렌치 코트다. 영국 국방성의 승인을 받고 전쟁 중 영국의 토머스 버버리가 개발한 트렌치 코트는 종전 후 많은 이들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게 된다. 참호전이라는 끔찍한 전장 속에 갇혀 있던 병사들은 지쳐갔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14년에도 겨울이 왔다.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5세는 전쟁 중이던 양측에 “크리스마스 기간만이라도 총성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길게 참호가 구축된 당시 전선에는 “Live and let live(더불어 살다)”라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불과 수 십~수 백 m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던 양측 군인들은 종종 비공식적인 휴전을 감행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식사를 하거나 전사자의 시신을 치울 때는 서로 총격을 가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상호합의 하에 잠시 휴전이 이뤄지면 이들은 참호속의 물을 퍼냈고, 심지어 양측의 참호를 방문해 음식과 담배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선에도 크리스마스이브가 찾아왔다. 영국군과 독일군은 참호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고, 촛불을 밝혔다. 한쪽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자, 반대쪽에서 캐롤로 화답하기도 했다. 얼마 후 많은 병사가 참호에서 나왔다. 그렇게 참호 사이 무인지대(no-man's land)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며 크리스마스를 자축했다. 병사들은 과자, 초컬릿이나 배지 등 기념품을 교환하기도 했다. 입대전에 이발사였던 영국 군인이 독일군의 머리카락을 잘라 줬다는 기록도 있다. 이렇게 1914년 서부 전선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휴전(Christmas Truce)이 성사됐다. 일부 전선에서는 병사들이 무인지대를 급히 정리하고 축구 경기까지 벌였다. 스코틀랜드 군인으로 이루어진 팀이 독일팀을 만나 4-1로 이겼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독일군이 3-2로 이긴 경기에서 마지막 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로 영국군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축구 경기에 관한 소식은 영국군 군의관에 의해 1915년 1월 1일 ‘더 타임스’에 실린다. 양측 병사들이 크리스마스 휴전 중에 벌인 동화 같은 축구 경기 스토리는 그 후 계속해서 회자했다. 영국 작가로 당시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1962년 이 스토리를 재구성해 발표하기도 했다. 역사 학자들이 바라보는 축구 경기에 관한 진실은 엇갈린다. 당시 제대로 된 축구장이 없던 전선에서 했던 축구는 경기보다는 그저 공차기에 불과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전쟁 중이던 양측 병사들이 축구 대결을 한 것은 서너 번에 불구하고, 이날 벌어진 대부분의 축구는 영국군 내에서 벌어졌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전선에 있던 병사들이 휴전을 감행하자, 후방에 있던 양측 군 수뇌부는 격분했다고 한다. 이들은 적과 친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참호에 있는 부대의 전환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비공식 휴전을 엄격히 금지했다. 따라서 1914년과 같은 대대적인 휴전은 그 후 벌어지지 않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자, 우크라이나도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1914년 영국군을 위시한 연합군과 독일군이 보여준 휴머니즘이 그리워지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인지 궁금하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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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크투어’ 최악의 ‘인종청소’ 발생한 보스니아 전쟁 재조명

사라예보 곳곳에서 발견된 붉은 얼룩 ‘사라예보의 장미’에 숨겨진 아픈 역사가 대방출 된다. 25일 방송되는 JTBC ‘세계 다크투어’에서는 다크투어리스트들이 최악의 인종 청소가 발생했던 보스니아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지옥 같았던 사라예보 봉쇄 기간 시민들을 살린 생존 비법이 공개된다. 이날 다크 투어리스트들은 김지윤 다크가이드와 함께 내전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보스니아로 떠난다. 마치 사냥감을 몰아넣듯 민간인들을 수도 사라예보에 가둬둔 채 무참히 학살하는 민병대의 만행을 지켜보던 장동민은 “도망가지 못하면 싸워야지”라며 저항심을 드러낸다. 가족과 친구, 삶의 터전까지 모두 잃어버린 보스니아 국민 역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을 터. “죽이려면 죽여라,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한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끔찍한 전쟁범죄에 대항하며 불의에 맞섰다고. 이렇게 참혹한 전쟁의 흔적이 아직까지 사라예보 곳곳에 남아있다고 해 의문을 남긴다. 도심 곳곳에서 새빨간 얼룩이 포착된 것. 일명 ‘사라예보의 장미’라고 불리는 이 흔적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도 발견됐다고. 이를 본 다크 투어리스트들도 “저게 말이 돼?”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토록 처참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전쟁 범죄자는 누구일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저런 사람들은 도망을 진짜 잘 간다”는 봉태규의 말처럼 어둠 속으로 감쪽같이 숨어버린 전쟁 범죄자의 행방은 본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빛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지옥 같던 전쟁 기간 보스니아 국민을 살린 생존의 원동력은 25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되는 JTBC ‘세계 다크투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08.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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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IS] '싱크홀', 개봉 6일만 100만 돌파…손글씨로 화답

영화 '싱크홀'이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싱크홀'이 올해 선보인 한국 영화 중 가장 빠르게 100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16일 오전 11시 19분) 관객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해 8월 개봉 4일째 100만 관객을 넘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 '싱크홀'은 개봉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공감과 만족도를 이끌어내며 휴가철을 맞이한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가로 향하게 하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유쾌함으로 조화를 이뤄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배우들은 100만 돌파에 감사함을 전했다.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권소현, 남다름은 "'싱크홀' 100만 관객 감사합니다"란 손글씨 메시지와 환한 미소가 담긴 사진으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영화 '타워'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고, 제74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27회 사라예보 영화제 등에 초청된 작품이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1.08.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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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IS] 차승원X이광수 '싱크홀', 오늘 개봉…재난 현실 잊게 만드는 재난 영화

재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재난 영화다. '싱크홀(김지훈 감독)'이 싱크홀이라는 재난을 소재로 웃음과 희망을 전하며 코로나19의 현실을 잊게 한다. 11일 개봉하는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 '타워'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다. 제74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27회 사라예보 영화제 등에 초청된 작품.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이 싱크홀에 빠지는 영화다. 경험하기 힘든 엄청난 재난 상황을 그리는 작품이지만, 유쾌하고 희망적이다. 차승원과 이광수가 펼쳐 보이는 코믹 연기 덕분에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네 사람이 싱크홀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마치 히어로물 같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활약을 그리며 웃음과 희망을 전한다. 이에 김지훈 감독은 “'싱크홀'은 인간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유쾌함을 선사하려고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차승원이 생존본능 만렙, 쓰리잡 프로 참견러 401호 만수를 연기한다. 차승원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잘 살렸다. 김성균은 아내와 아들을 남겨둔 채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과 함께 싱크홀로 떨어진 생계형 가장 501호 동원 역을 맡았다. 이광수가 재난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김대리로, 김혜준이 회사보다는 지하에서 하드캐리하는 입사 3개월 차 인턴사원 은주로 분한다. 만수, 동원, 김대리, 은주처럼 네 배우는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다만, '싱크홀'은 세련된 작품은 아니다. 만수나 김대리 캐릭터가 오버스럽게 그려지는 등 유머 코드가 올드하다. 가족애를 그리는 과정 또한 많은 영화에서 본듯한 예상 가능한 전개로 펼쳐진다. 현재 극장가에서는 '모가디슈'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싱크홀'이 '모가디슈'의 질주를 막고 새롭게 흥행 왕관을 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1.08.11 08:04
연예

'벌거벗은 세계사' 규현 "살아있음에 감사함 느껴"

슈퍼주니어 규현이 ‘벌거벗은 세계사’ 시즌2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3일 tvN에서 방송된 ‘벌거벗은 세계사’ 역사 여행의 주제는 ‘제 1차 세계대전’으로, 31개국이 휘말린 세계 전쟁으로 번지게 만든 한 발의 총성 ‘사라예보의 총성’의 숨겨진 이야기, 동맹국과 연합국 간 갈등의 자세한 내막, 본격적으로 등장한 신무기에서부터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이후 세계 지도의 변화와 사회의 변동까지 알찬 내용으로 채워졌다. 규현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에 집중, 퀴즈에 참여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냉전 시대를 공부했을 때, 핵 발사 버튼을 마지막에 ‘이건 아니다’라고 누르지 않은 그 사람 (바실리 아르히포프)의 이야기를 듣자 소름이 쫙 돋으면서 그 이후로 그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프로그램을 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규현은 꾸준한 음악 활동은 물론, 뮤지컬 무대, 다채로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다방면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2021.08.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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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X이광수 '싱크홀', 사라예보 영화제 초청..해외서 잇단 러브콜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주연의 재난 버스터 '싱크홀'이 제27회 사라예보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싱크홀'이 오는 13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제27회 사라예보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 앞서 제74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이어 사라예보 영화제까지 초청되며 해외 영화제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라예보 영화제는 동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제 중 하나로, 한국 영화로는 2019년 '기생충', 2020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상영한 바 있다. '싱크홀'이 초청된 ‘키노스코프(Kinoscope) 섹션’은 미장센이 훌륭한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초청하는 섹션으로 지하 500m 아래 싱크홀 속에서 탄생한 역동적인 스펙터클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사라예보 영화제 키노스코프 섹션의 프로그래머 마틸드 앙로와 알레상드로 하자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재난 영화 '싱크홀'은 보기 드물게 높은 몰입도를 지니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맞닿아 있는 영화이며, 이 시대를 담고 있는 매력적인 영화”라는 극찬과 함께 초청 이유를 전했다. 제27회 사라예보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국내외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재난 버스터 '싱크홀'은 8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1.08.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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