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최강희 감독, 스타크래프트 좋아하는 괴짜 감독
'봉동이장' 최강희(52) 전북 감독은 그라운드에선 '포커 페이스'다. 골을 넣어도, 경기를 이겨도 좀처럼 웃지 않는다. 최 감독을 잘 모르는 팬들은 '무섭다'는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 감독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 유쾌하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쉴 새 없이 상대를 웃게 한다. 젊은이들의 감각이 궁금해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한때는 밤을 새기도 할 정도로 괴짜다. 그가 이끄는 전북 현대는 22일 대전 시티즌과 1-1로 비긴 후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결정지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을지닌 최감독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표팀에서는 찬밥신세지만 전북 현대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120% 발휘하는 이동국은 최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번 시즌 팀의 가장 잘 된 점은 무엇인가."시즌 초부터 선수들에게 올해는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가 목표라고 말했다. 나머지 대회는 생각이 없었다. 목표의식을 분명하게 심었다. 챔피언스리그 병행하면서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매경기 제 역할을 해줬다. 이동국이 경미한 부상이지만 선수들이 상승세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절대적으로 우승을 자신한다. 두 대회 모두 정상에 오르고 싶다."전북은 원정 경기로 치러진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3-2로 눌렀다.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에 오른다. 결승에 진출하면 수원-알사드의 승자와 격돌한다. 1차전에서는 수원이 0-2로 알사드에 패했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컴퓨터게임도 직접 한다고 들었다."수원 코치 시절부터 스타크래프트(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를 즐기다가 2009년 6월부터는 게임을 끊었다. 우승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뭐든지 한번 하게 되면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한번 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아마 내가 사춘기일 때 PC방이 생겼다면 가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젊은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를 알겠더라. 그런데 내가 직접 해보니 안 좋더라. 특히나 운동선수는 오랜 시간 앉아서 게임을 하면 근육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자제시키고 있다."최 감독의 주 종족은 수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테란이다.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하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는 "테란으로 해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걸 좋아한다"며 웃었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냥 친한 사람들과 즐기는 수준"이라며 겸손해했다.-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도 즐겨한다고 하는데."전에는 싸이월드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그런데 인원이 너무 많아져 감당이 안 돼 끊었다. 요즘 트위터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건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보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카카오톡은 살짝 한다."-'봉동이장'이라는 별명은 촌스러운데도 애착을 가지는 것 같다. '강희대제'라는 멋진 별명도 있는데."팬들이 만들어준 별명이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강희대제는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 때 중국 기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중국 팀들을 상대로 계속 역전승을 거뒀는데 중국 기자들이 청나라 황제와 이름이 같다고 해 그렇게 붙여줬다. 그런데 감독에게 '대제' '황제'라는 별명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장은 그냥 이장답게 살아야 한다."-'메시와 드로그바를 영입하고 싶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말 그대로 농담이다. 작년에 AFC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치를 때 중국 장춘공항에서 단장님께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단장님이 "자동차 5000대를 팔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더라.(웃음) 다만 우승을 하고 난 이후엔 큰 선수를 영입해 팀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선수들 간의 주전 경쟁으로 동기 유발이 됐다. 변화가 없으면 팀은 정체된다."-2대8 가르마를 탄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언제부터 그 머리를 고수했는지. 헤어스타일을 바꿔볼 생각은 없으신가."1986년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그렇게 했다. 결혼을 한 후 술·담배를 끊고 열심히 운동해 1년 만에 국가대표팀에도 들어갔다. 이후 모든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나에겐 소중한 헤어스타일이다. 안 그래도 팬들이 헤어스타일 바꿔 볼 생각 없냐고 묻기에 '가발이라 못 바꾼다'고 했다.(웃음)"-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지도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성공을 이뤄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은 벤치 선수들의 서러움을 잘 모른다. 나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경험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항상 벤치 선수들을 달래는데 신경쓴다. 선수와 감독이 서로를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오래 지속된다. 나름대로 그런 분위기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K-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6강행이 걸린 전남을 만난다. 어떻게 치를 생각인가."정해성 감독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웃음) 시간이 있으니 준비를 해봐야 알 것 같다. 여러 생각이 있지만 경기를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경기를 하겠다."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
2011.10.23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