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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FIFA는 왜 월드컵을 사우디에 갖다 바쳤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선정했다. 국내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도 같이 전했다.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스포츠를 통해 부정적 이미지 세탁)’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사우디는 열악한 여성 인권, 노동자 착취, 언론 탄압 문제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중동의 더위로 인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겨울 월드컵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게다가 사우디는 이미 2034년 아시안게임(11월 29일~12월 14일)을 유치했기 때문에, 월드컵은 2035년 1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추춘제 시스템을 갖춘 유럽 축구 리그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국내의 언론은 주로 스포츠워싱과 월드컵 개최 시기에만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에 반해 FIFA가 사우디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꼼수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사우디에 월드컵 개최권을 주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 축구계의 수장이 수년간 특정 국가를 대신한 비공식 홍보 대사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우디의 원래 목표는 2030 월드컵 개최였다. 이에 같은 아랍권인 이집트와 손을 잡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들에게는 유럽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인판티노가 총대를 맸다. 그는 2020년 가을 로마로 달려가,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3개국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하자는 깜짝 제안을 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이집트와 불편한 관계였다. 2016년 카이로에서 이탈리아의 대학원생이 잔인하게 살해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8년에 일어난 자말 카슈끄지(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이자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의 살해 사건에서 사우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유럽은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결국 이 제안을 거절했다.이후 인판티노는 사우디에게 그리스를 이어주기 위해, 2021년 9월 그리스 총리를 만나 공동 개최 건을 논의했다. 이때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2030 월드컵 유력 후보지로 부상했다. 그리스와의 파트너십으로는 사우디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었다. 이에 사우디는 전략적으로 2034 대회 유치로 방향을 틀었다. 대륙별 순환 개최 규정에 따라 2030 대회를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개최하면 유럽과 아프리카는 2034 월드컵에서 자동 제외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어서 FIFA의 깜짝 발표가 나왔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30년 월드컵의 첫 3경기는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열린다고 발표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2034 대회 개최지 후보에서 남미대륙은 자연스럽게 탈락했다. 게다가 2026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리는 관계로 북중미 역시 2034 대회를 개최할 자격이 없다.FIFA는 이렇게 2034 월드컵은 아시아 또는 오세아니아에서 개최하게 만들었다. 호주가 아시아축구연맹에 가입한 이후, 오세아니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나라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하지만 무려 48개국이 참가할 메가 축구 이벤트를 이 작은 섬나라에서 열 수는 없다. 따라서 2034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한편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공동으로 2034 월드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다시 한번 인판티노가 나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 관계자 정상 회의에서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향해 “2034 월드컵을 위해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비록 인판티노는 명확하게 그의 의도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는 회장의 의도를 파악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유치 의사가 있던 인도네시아가 갑작스럽게 유치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FIFA의 꼼수는 이어졌다. 이들은 2034 대회 입찰 일정을 최소 3년 이상 앞당겨 잠재적 후보국들의 입찰을 방해한 데 이어, 관심 있는 국가는 2023년 10월 6~31일 사이에 유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무리수까지 뒀다. 정부의 지원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는 데 불과 25일의 시간만 허락한 것이다. 이 기간 안에 입찰한 국가는 FIFA의 공고가 나온 지 3일 만에 입찰서를 제출한 사우디가 유일했다.또한 FIFA 규정에 의하면 2034 월드컵을 개최하려면 최소 14개의 축구장이 필요하다. 특히 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장 7개가 이미 있는 국가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월드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축구장이 대회 후 쓸모가 없어진 경우)’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FIFA는 슬쩍 이 기준을 7개에서 4개로 완화시켰다. 입찰 당시 사우디는 관중석 4만 개 이상의 축구장이 4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FIFA의 2030, 2034 월드컵 개최지 선정 절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유일한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독일과 스위스가 사우디의 변화 약속에 따라 신중한 찬성을 보였고,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2030, 2034 월드컵 개최국을 확정한 지난 11일 화상회의도 기이한 모습으로 진행되긴 마찬가지였다. 211개 회원국 대표들은 어떠한 토론도 없이, 박수로 투표를 대신한 것이다. 인판티노는 이를 두고 축구계가 “분열된 세계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화 자찬했으나, 토론이나 투표 없이 박수로 결정하는 형태는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비민주적 행위다.이렇게 2034 월드컵 선정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짜 맞추기로 진행됐다. 경쟁 없이 개최국이 된 사우디가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얼마나 느낄지 의문이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12.21 10:00
영화

‘언니 유정’ 기성 세대의 완벽한 부재 [오동진 영화만사]

영화 ‘언니 유정’에서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신생아, 즉 영아이다. 주인공 유정(박예영)은 3개월째 생리를 하지 않는다. 임신일 리 없다는 걸 스스로는 너무도 잘 알지만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는 동료 간호사로부터 이번 임신 차례는 자신이라며 비난 아닌 비난과 오해를 받는다. 유정이 맡은 환자는 임산부다. 이 임산부는 임신중독증을 앓고 있고 그는 늘 유정에게 자신이 낳을 아기의 상태를 걱정한다. 그런 유정의 동생 기정(이하은)이 어느 날 학교에서 아이를 낳고 화장실에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는 영아 살해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다. ‘언니 유정’ 이야기는 이렇게, 영아로 연결된다.‘언니 유정’은 이상한 미스터리다. 동생 기정이는 정말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았는가, 누구의 아이를 낳았는가, 왜 아이를 낳아서 버렸는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언니 유정은 어떻게 동생의 임신 사실을 몰랐는가, 기정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왜 경찰서에서 모든 사실을 시인하고 순순히 법의 심판을 받으려고 하는가. 언니 유정은 동생 기정에 대해서 대체 아는 것이 무엇인가, 언니는 동생에 대해 다 알아야 하는가, 사람들은 사람들에 대해 다 아는가,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언니 유정’이 궁극으로 질문하는 지점은 보통의 미스터리 영화와는 다른 궤도에 서 있다.유정과 기정 자매는 나이 차이가 8살이다. 유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는 기정이를 낳다가 죽었다. 둘은 고모 손에서 키워졌으며 성장한 후에는 유정이 기정을 돌봤다. 유정의 근무는 보통 야간이어서 둘은 집에서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유정이 기정의 여러 상황을 ‘캐치’하지 못한 이유는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상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진다. 기정에게는 친했던 친구 희진(김이경)이 있었으며 유정은 그 둘의 관계에 모종의 비밀이 있음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언니 유정’의 특징은 기성 세대가 완벽하게 부재하다는 것이다. 유정 기정 자매에게는 부모가 없다. 영화에는 부모 세대가 등장하지 않으며 기성의 존재는 (학교나 경찰)같은 위압적이거나 기계적인 시스템만으로 드러난다. 영화 속 인물들, 젊은이들은 철저하게 버려진 세대처럼 그려진다. 그들은 고립돼 있고 사회 밖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그래서인지 그들끼리도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미래 세대는 고립된 섬으로서 각자가 각자의 바다를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니 유정’은 철저하게 부유하고 방황하는 세대의 이야기로 점철된다. 영화가 시종일관 우울하고 불쌍하며 처절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건 그때문이다.중요한 것은 영화 속 사건이 해결되는 단초가 유정이 돌보는 임신중독증 환자의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영아 살해의 법적 시비는, 영아가 낳아서 죽었느냐 아니면 죽은 상태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영화는 이 아이를 과연 누가 낳았느냐, 그러니까 유정의 동생 기정인가, 아니면 기정의 친구 희진인가를 의도적으로 다소 모호하게 처리한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아주 분명하게 그게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두 아이 중 누군가가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는 장면 ’따위’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건 아이를 낳는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했고, 왜 이런 일이 있었으며, 이런 일을 우리사회는 어떻게 대하고 있고, 그런 잘잘못을 넘어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는 점이다.유정이 깨닫는 것은 자신이 기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인생의 잘잘못, 사회적 과오란, 그 원인을 알지 못하면 고쳐지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고쳐진다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언니 유정’은 웰메이드 독립영화다. 전체 분량 중 후반 1/3은 서사 구조를 다소 듬성듬성, 점프 컷으로 이어가느라 친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그점이 오히려 영화 전체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감독 정재일은 잠재력이 있는 연출 실력을 보여 준다. 박예영 이하은 김이경 등 성장 가능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 배우 모두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기자들이다. 요즘은 영화에서 드라마로 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에서 영화로 온다. TV드라마와 저예산독립영화가 만나는 방식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언니 유정’은 그 점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12.19 06:05
드라마

이민기, 성형외과 의사로 특별한 사건 추적 (‘페이스미’)

이민기가 ‘페이스미’를 통해 성형외과 의사의 특별한 사건 해결 능력으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KBS2 수목드라마 ‘페이스미’(연출 조록환/ 극본 황예진/ 제작 웨스트월드스토리)는 차정우(이민기)가 본격 범죄 피해자 재건 수술을 하기 시작하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사건사고를 통해 극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던 정우가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지며 신선한 재미를 안기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정우는 사건사고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의사로서의 직감과 실력으로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이민형(한지현)과의 공조가 불을 붙기 시작했다.먼저 정우는 손님으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당한 PC방 알바생 윤민수(박주연)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자신을 찾아오자 의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정황상 민수의 범행이 확실시되는 듯했으나, 정우는 민수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흉기를 휘두른 사람의 키를 예상했고, 이 단서를 형사 서강호(이승우)에게 알리며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환자를 수술 상대로만 보던 냉정한 정우가 환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나서는 이 장면은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뭉클함을 안겼다.정우의 이웃집에서 발생한 배달원이 손님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 또한 정우가 투시 능력을 발휘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는 상황을 유발했다. 정우는 피해자 우민재(김민기) 얼굴에 박힌 유리 파편 중 유독 깊게 박힌 턱의 파편을 살폈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찌른 것 같다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형사 이민형에게 면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해 사건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상처의 형태만 보고도 사고 경위를 알아채는 정우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특히 지난 6회 방송에서는 피해자로 가장하고 도망가는 민재를 쫓아가며 사건에 직접 뛰어들었다. 또한 민재의 옷에서 범죄를 공모한 조수경(이서)의 블루투스 이어폰과 연결되어 있던 마이크를 발견하며 더 큰 피해를 막기도 했다. 정우가 진심으로 사건 해결에 몸을 담그면서 극은 더욱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이처럼 이민기는 사람들을 냉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사연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 서사를 유연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정우가 자신의 옛 여자친구를 살해한 이진석(윤정일)이 민형과 남매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감이 모인다.‘페이스미’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1.23 15:59
영화

‘아메바 소녀들’ 결단코 공포가 아니라 당연히 코미디인 영화 [오동진 영화만사]

수능이 끝나는 시점을 겨냥해 개봉한 청소년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 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은 뜻하지 않게 보게 되는 작품이다.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닌 탓에 이걸 꼭 봐야 하겠다는 ‘굳은 의지’같은 것이 작동할 리가 없다. 다만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 안에서 놀라게 되는 게 몇 가지는 있다. 첫째 의외로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 둘째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들도 가끔 낄낄거리거나 실소를 흘리는데 심지어 크게 웃기도 한다는 것, 셋째 영화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기는 지키고 있으며 무엇보다 귀엽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보면 정말로 제작자의 기획의도대로 수능을 끝낸 고3 아이들이 많이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그리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얼핏 아주 오래 전 영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된 여대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가 생각났다. 2001년작이고 전설의 감독 남기웅이 만들었다. ‘아메바 소녀들’을 보기 전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순전히 영화 제목의 길이 때문이다. ‘대학로에서..’는 29자이다. ‘아메바 소년들’은 17자이다. 턱도 없는 차이지만 이상하게도 두 작품이 같은 계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예산의 B급 영화라는 점 ▲‘영화판’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작품이라는 점 ▲이런 류의 다소 ‘사소한’ 영화들이 영화산업의 한 축을 지킬 수도 있다는 점 등등 때문이었다. ‘아메바 소녀들’에 나오는 귀신은 가끔 외계인 발음으로 말을 하는데 주인공 중 한명인 민주(정하담)가 귀신에게 왜 이런 짓을 하니?’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귀신은 이렇게 말한다. “재밌으니까!”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도 똑 같이 말할 것이다. 재밌으니까! 문제는 흥행에서 터지려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어마어마한 재미 수준까지는 아니다. 다만 귀엽기는 하다. 그 점이 장점인 영화다.‘아메바 소녀들’은 26컴퍼니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다. 회사 대표이자 제작자인 박세준은 2014년에 회사를 설립한 후 2015년 ‘약장수’를 시작으로 ‘그래, 가족’ ‘채비’ ‘다시, 봄’ ‘사범’ ‘나를 찾아 줘’ ‘테우리’ ‘턴 : 더 스트릿’ ‘새콤달콤’ ‘양관장이 간다’ ‘갓길로 달리는 코뿔소’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 ‘카운트’ ‘사채 소년’ ‘열 여덟 청춘’ 등 지난 7년간 무려 16편을 만들었다. 이영애 주연의 ‘나를 찾아줘’나 진선규 주연의 ‘카운트’, 이동휘와 정은채 주연의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1억~4억 짜리 영화이다. 저예산 상업영화는 오히려 제작비를 모으기가 쉽지가 않다. 2억짜리 영화보다 20억짜리가 더 쉽고 200억짜리가 훨씬 쉽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때문에 이쯤 되면 26컴퍼니는 제작사로서 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셈이다. 앞으로 작품을 얼마나 더, 무엇보다 작품마다 손익분기점을 맞추어 가며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한국의 로저 코먼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로저 코먼은 미국의 B급 무비 전문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으로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천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예산 혹은 B 무비 관련 제목들은 대체로 제목이 길다. 26컴퍼니가 로저 코먼처럼, 일본의 로망 포르노 계열의 영화사들처럼 감독과 배우의 양성소, 저수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켜볼 일이다.‘아메바 소녀들’은 수능을 앞둔 여고생 세 명과 2학년 학생 한명이 개교기념일 밤에 학교를 떠돌며 살고 있는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는 얘기다. 여기서 아이들이 살아 남으면 귀신이 수능 답을 다 가르쳐 주고 그러면 만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결단코’ 공포가 아니라 ‘당연히’ 코미디다. 김도연, 은서, 강신희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나온다. 와중에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하담의 출연이 눈에 띈다. ‘범죄도시3’에서 돋보였던 고규필도 선생 역으로 나온다. 26컴퍼니는 적은 예산으로 캐스팅 수준이 나쁘지 않다. 미스터리다. ‘아메바 소녀들’에도 좋은 배우들 때문에 청소년 관객들이 찾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불황기 극장가에 작은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게 되는 영화다. 그 기대 역시 뜻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다. 2024.11.14 06:05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 역지사지로 사이다 터트려

배우 박신혜가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범죄자들에게 역지사지로 범죄를 돌려주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하고 있다.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범죄자들이 한 행동과 범죄들을 그대로 모방해서 되돌려 주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의 시청률은 6회에서 13.1%, 8회에서는 13.6%를 기록하는 등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급상승했는데, 에피소드가 시작하는 홀수 회차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짝수 회차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한 처단으로 카타르시스로 전환되며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6회에서는 강빛나가 온 가족을 살인한 가장 양승빈(양경원)에게, 8회에서는 노조위원장을 살해하고 갑질을 일삼아 하는 재벌 최원중(오의식)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특히 주 시청층으로 설정한 여성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 소재부터 풀어내는 방식까지 그들의 취향에 맞춰서 진행된다는 평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에 소재로 등장하는 범죄들은 교제 살인, 가정 폭력 등 주로 여성들이 현재 사회에서 겪는 일을 바탕으로 한다. 남자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반성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 강빛나에게 반항하며 달려들지만, 강빛나는 그들을 손쉽게 제압하며 무자비한 폭행으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강빛나가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개연성 없는 폭력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한 행동들을 그대로 돌려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통쾌한 감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옥에서 온 판사’는 타깃으로 하는 시청자의 성별을 확실하게 설정해 둔 작품”이라며 “특히 사법 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현재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젊은 층이 많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공포를 그대로 대변해 복수를 해주는 콘텐츠가 있다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페미니즘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인 미러링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또 강빛나는 악마로서 범인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판을 받고 잇는 범인을 풀어줘야 하는데 판사로서 범행에 대한 감형 사유를 말하며 무죄를 선고한다. 여기에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동종 범죄 초범 등의 사유를 활용한다. 이러한 사유는 현재 사회에서 범죄자들이 감형을 받는 이유들과 일맥상통해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배가하지만 범죄자들이 죗값을 치를 때는 더 큰 통쾌함을 느끼는 장치도 된다. 극본을 맡은 조이수 작가는 ‘지옥에서 온 판사’ 기획 의도에 대해 “범죄자들이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또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죄 지은 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과 결합해 강빛나가 악마로서의 능력을 활용해 죄인들이 저지른 죄를 그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방식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반면 박신혜가 모방 범죄를 그대로 행하는 과정이 지상파에서 방송되기에는 너무 잔인하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피가 나오는 장면과 칼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돼 시청자들에게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진은 “‘지옥에서 온 판사’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해당 방송에 맞는 심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0.18 06:25
영화

[29th BIFF]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장르영화, 판타지보단 현실감 추구…韓이면 가능할까”

“현실 공간에서 시작해, 점점 영화의 세계로 이어지는 걸 추구합니다. 지금은 ‘닫힌 공간’이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살아가는 열린 곳에서 장르적인 무언가가 벌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 일본 장르영화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자신의 철학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구로사와 감독은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영화의 최전선’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구로사와 감독은 “젊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감격스럽다”며 “영화를 찍기 시작한 지 45년 정도 됐다. 일본에서는 행사를 보러오는 연령층이 높아진 분위기지만 부산에는 젊은 분들이 미래의 영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하다. 늘 새로운 관객과 만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구로사와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장르영화’에 대해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제게 있어서는 그것이 곧 ‘영화’다”라며 “작품을 만들 때는 제 안에서 샘 솟기보단 바깥의 역사 등 세상의 많은 것에서 발견한다. 영화 너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큰 덩어리 중 하나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장르영화’를 만든다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는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을 두 편을 선보였다. 먼저 ‘클라우드’의 탄생 배경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처음에는 액션영화를 찍고 싶단 단순한 욕망이 있었고, 프로듀서의 요청도 있었다”며 “일본 대부분의 액션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처럼 야쿠나와 경찰, 킬러 등이 등장한다. 그런 편리한 방식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고 짚었다.70년대 미국 액션영화 중 평범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이야기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현대 일본 이야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해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리셀러 청년 요시이(스다 마사키)가 구매자의 타깃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구로사와 감독은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평범한 이들이 등장해 문제에 부딪히는 모습”이라고 주안점을 밝혔다.구로사와 감독의 작업 과정은 일견 간단하다. 그는 “제가 찍기 위한 시나리오라서 최소한의 내용만을 적는다. 스스로 모르는 부분을 적어도 소용없기에 나머지는 촬영 현장에서 고민하고, 설명도 많지 않다”라며 “대사도 대체로 어떤 감정으로 말할지 배우에게 맡긴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닌 ‘어떤 곳’ 정도로 쓰는 식인데, 감독인 자신이 스스로 소화하지 않은 부분을 미리 행하지 않는 주의인 셈이다.그래서 주연 스다 마사키의 공이 컸다며 구로사와 감독은 “대본엔 캐릭터 설명이 거의 쓰여있지 않음에도 단번에 제 의도를 완벽히 이해했다. 연기를 보며 ‘이 인물이 이런 사람이구나’ 처음으로 실감했다”고 칭찬했다. 일례로 극 중 연인이 그에게 돈만 있으면 사도 되냐고 물을 때 “좋아”라고 말하는 대사를 들며 감독조차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몰랐던 그 대사를 긍정과 난처함, 그 중간을 표현한 점을 치켜세웠다. ‘클라우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그는 영화 전반부에서 주인공 요시이가 사는 아파트 창 밖으로 그가 그만둔 공장 사장이 찾아온 것을 보게되는 장면을 꼽았다. 컷을 나눠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어서 처리했기에 촬영 품도 많이 들었다. 그런 방식을 택한 이유를 밝히며 구로사와 감독은 “장면을 이어서 보여주면 일상의 공포로 와닿게 된다”며 “공포의 순간을 시간의 경과 속에서 느끼게 되기에 흐름이 중요하다”고 주안점을 밝혔다.‘뱀의 길’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이가 극한으로 치닫는, 어딘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감각으로 풀어낸다. 어린 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기자 알베르(다미엔 보나드)가 일본인 의사 사요코(시바사키 코우)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시작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이 같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일반 사회와 매우 멀지 않더라도 통용되는 규칙에서 벗어난 상황을 그려내고 싶어 그런 폐쇄적인 장소를 설정하게 된다”면서도 “일본에서는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찍으려면 엄청난 자금도 들고, 촬영 자체도 금지됐다”는 제작 현실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에서 열린 공간을 찍으려면 거대한 세트에 수많은 엑스트라가 필요한데 한국에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일상 공간 안에서 영화적이고 장르적인 요소가 들끓는 촬영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한편 구로사와 감독은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상업 영화 데뷔한 후 ‘큐어’, ‘회로’, ‘절규’ 등을 통해 장르의 대가로 입지를 굳혔다. 2008년에는 ‘도쿄 소나타’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이후 로카르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유수영화제 초청·수상했다.부산=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06 14:22
영화

[IS리뷰] ‘베테랑2’, 웰메이드 속편의 정석 [무비로그]①

류승완 감독이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는 자신과의 다짐을 ‘베테랑2’로 실현했다. 전작의 답습만으로 충분히 소구할 수 있는 시리즈의 쉬운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연속적인 시간선상 위에서 확연한 변화를 가하며 새로운 문을 열어젖혔다.이야기의 시작점은 ‘베테랑’ 그 이후다. 강력범죄수사대 서도철(황정민)은 여전히 밤낮없이 범죄와 싸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대학교수가 공개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서도철은 이것이 이전 사건들과 연결된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서도철은 팀원들과 단서를 추적해 나가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고, 연쇄살인범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진다. 추가 인력이 급급한 상황. 서도철은 사건 현장에서 우연히 박선우(정해인)를 마주한다. 이미 온라인상에서 ‘UFC 경찰’로 유명한 그는 단숨에 서도철의 눈에 들어 팀의 막내로 임시 합류한다. ‘베테랑2’는 지난 2019년 개봉한 ‘베테랑’의 속편이다. 전편은 경찰이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거대권력자 조태오(유아인)의 악행을 응징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베테랑’은 선악의 경계를 명확히 그어놓고 악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으며 오락영화로서 충실하게 기능했고, 그 결과 누적관객 1341만명이란 성과를 냈다.하지만 9년 만에 돌아온 ‘베테랑2’는 증명된 성공의 길을 완전히 비껴간다. 의도된 계산이다. 류 감독은 선과 악 대신 ‘정의와 신념’ 혹은 ‘정의와 정의’란 동일한 가치의 충돌이란 구조 아래서 사법 체계의 한계, 가짜뉴스의 이면과 여론의 가벼움, 경찰의 딜레마 등 사회적 이슈를 균형 있게 담아낸다.정석적인 빌런이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나마 빌런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인물은 ‘해치’ 정도다. 그조차 ‘해치’의 뜻(시비와 선악을 판단해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에서 알 수 있듯 순수 악이라기보다 사적 제재, 자력 구제를 위해 탄생한 악인이다. 정체도 처음부터 드러내고 시작한다. 약간의 트릭을 숨겨 놓긴 하지만, 대단한 혼선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범인 색출을 주된 재미로 삼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말인즉슨, ‘베테랑’ 시리즈의 동력이 빌런의 변화가 아닌 서도철 캐릭터의 진화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편의 가장 큰 특징 또한 서도철의 인간적 성장이다. 류 감독은 서도철의 서사에 가족 이야기를 심어두고, 경찰이기 이전에 아빠, 남편으로 살아가는 한 가장의 삶을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단편적으로 묘사됐던 전편과 달리, 삶의 복잡다단한 사연을 펼쳐놓고 살핀다.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은 전편 대비 축소된 웃음 포인트다. 타율이 높지 않다기보다는 의도된 웃음 자체가 많이 없다. 다만 이런 아쉬움은 길고 강력해진 액션 시퀀스가 충분히 상쇄한다. 오프닝 도박장, 남산 계단 추격신, 옥상 빗속과 터널 액션 등 생동감 넘치는 액션은 ‘베테랑2’를 특별한 오락영화이자 류승완만의 시리즈로 만든다.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적절히 재활용하거나 완전히 깨부순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처음부터 ‘서도철=황정민’이었다던 류 감독의 말처럼 황정민은 서도철 그 자체로 존재한다. 황정민과 서도철은 9년이란 세월을 보내며 함께 유약해졌고 함께 강인해졌다. 류승완 세계에 들어간 정해인은 본 적 없는 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그의 말간 얼굴과 맑은 눈동자가 이렇게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기분 좋은 배신이다.전작과 다른 길을 선택한 작품이지만, 시리즈 고유의 재미인 전편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 재미는 유효하다. 굉장히 직접적인 방식으로 흘리는데, 오프닝처럼 특정 사건이기도 하고, 어떤 배우의 대사이기도 하다. 전편을 놓친 게 2편 관람에 허들이 되진 않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재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류 감독의 전작 ‘밀수’와 이어지는 귀여운 세계관 대통합의 순간도 있다. 쿠키 영상은 총 한 개로, 엔딩크레딧 후 이어진다. 오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11 06:00
스타

‘스캔들’ 2주 만에 돌아왔다… 한채영 죽음 속 숨겨진 진실은?

2주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스캔들’이 파격적인 전개를 본격 가동한다.KBS 2TV 일일드라마 ‘스캔들’은 세상을 가지고 싶었던 여자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또 한 명의 여자가 벌이는 미스터리 격정 멜로를 다룬 작품이다. 현재 30회까지 방송된 ‘스캔들’은 ‘포커페이스’ 제작사 대표 문정인(한채영)과 작가 박진경(한보름), 배우 정우진(최웅)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고 있다. 과거 백설아(한보름)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던 정인은 세월이 흘러 그의 딸 설아와 재회했다. 하지만 정인은 설아를 알아보지 못했고, 정인을 단번에 알아본 설아는 그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웠다. 뿐만 아니라 설아는 자신의 전부였던 서진호(최웅)가 정인의 딸 민주련(김규선)과 결혼을 약속한 것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졌다. 앞으로 설아의 행보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스캔들’의 주요 사건들을 되짚어본다. # 문정인을 살해한 범인의 정체는?첫 방송 시작부터 정인이 옥상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승승장구하는 제작사 대표 정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체가 누구일지 궁금증을 한껏 자극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또한 ‘포커페이스’ 종방연 자리에는 그에게 복수심을 품은 설아까지 자리하고 있었기에 정인의 죽음 속 숨겨진 진실이 시청자들의 추리력을 발동시켰다.# 문정인의 첫사랑과 똑 닮은 서진호는 누구?정인은 딸 주련으로부터 진호를 처음 마주하게 됐다. 처음 본 순간부터 정인은 자신의 첫사랑과 똑 닮은 진호를 보고 혼란을 겪었다. 이후 정인과 그녀의 첫사랑 사이에서 아이가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지며 진호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인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가 자신의 아들인지 확인에 나섰고, 친자 성립이 불일치하다는 결과를 받게 돼 시청자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과연 정인의 첫사랑을 쏙 빼닮은 진호의 정체는 누구일지 향후 전개가 더욱 쫄깃함을 선사했다. # 백설아의 존재를 알게 된 문정인설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불행으로 빠트린 정인에게 복수 하기 위해 그녀와 그녀의 남편 민태창(이병준)이 저지른 만행이 담긴 ‘포커페이스’를 세상에 꺼냈다. 드라마 작가인 설아는 정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진경으로 활동하는 설아를 알아보지 못한 정인은 드라마 ‘포커페이스’ 제작을 맡았다. 대본을 처음 본 정인과 태창은 자신들의 만행이 수면 위로 드러날까 불안에 떨었고, 설아의 행방을 추적했다. 마침내 진경이 설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인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 살벌한 대치를 벌인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긴장감을 더했다.# 기억을 되찾은 정우진, 주련과 예정대로 결혼할까?설아와 결혼을 앞둔 진호는 정인의 차에 치여 기억을 잃게 되며 그의 뜻대로 정우진이라는 예명으로 살게 됐다. 정인의 바람대로 스타가 되어야만 했던 그는 촬영장에서 의문의 사고로 머리를 다치게 됐고, 기억을 되찾게 됐다. 우진은 사고로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만, 설아에게 끝까지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하며 그를 배신하는 등 분노를 유발했다. 우진은 정인의 가족들에게까지 기억을 찾은 사실을 숨겼지만 곧 주련에게 들키게 되며 일촉즉발 상황을 마주했다. 결국 우진은 주련의 요구대로 설아에게 기억이 돌아왔다고 고백, 자신에게 매달리는 그를 매정하게 뿌리쳤다. 주련과 결혼을 약속한 우진이 끝까지 설아를 밀어낼 수 있을지, 버림받은 설아의 행보까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이렇듯 ‘스캔들’은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과 과감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정인을 죽음으로 몬 인물이 누군지 추리해 나가는 재미와 각 캐릭터의 관계성, 반전 요소들이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8.11 14:55
영화

“권력을 지켜라”…‘대권’ 김희애·‘재벌’ 김하늘, 여름 OTT 패권 누가 쥘까 [줌인]

배우 김희애와 김하늘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성 권력자의 모습으로 올여름 글로벌 OTT에서 맞붙는다. 넷플릭스 ‘돌풍’과 디즈니플러스 ‘화인가 스캔들’이 각각 두 배우를 내세워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선공에 나선 것은 넷플릭스의 김희애. 김희애는 오는 28일 공개되는 새 시리즈 ‘돌풍’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성 정치인으로 등장한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박경수 작가 7년 만의 신작이다. 김희애는 경제부총리 정수진 역을 맡아 남성 중심의 정치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청와대에 입성해 권력을 잡은 후 변질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미디어 속 여성 정치인을 재현하는 것과는 또 다른 여성상을 제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박동호와 대립하게 된 정수진은 “정치는 산수가 아니야. 변수도 있고 상대가 모르는 미지수도 있어”라고 차분히 단언하며 결코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뿜는다. 뚜렷한 신념을 말하는 김희애는 여느 때처럼 고상하고 우아하지만, 선하지만은 않은 의외성을 품고 있다. ‘돌풍’이 김희애의 세 번째 정치물이기에 기시감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희애는 지난해 넷플릭스 ‘퀸메이커’에 이어 지난 2월 영화 ‘데드맨’에서 정치 컨설턴트 역을 소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돌풍’ 제작발표회에서 “전작에서는 설계자 같은 인물이었다면 ‘돌풍’의 정수진은 3선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오른 정치인”이라고 소개하며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카리스마와 서사를 지닌 인물”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화인가 스캔들’의 김하늘은 내달 3일부터 역공에 나선다.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상위 1% 재벌 화인가의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그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하늘이 연기하는 극 중 오완수는 최정상 골프 선수 출신이면서 재벌 화인가에 며느리로 입성한 인물이다. 오완수는 재벌 후계자 안주인에 머물지 않고 자선 단체 나우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갖고 자선 활동하며 명성을 얻어 국제적 영향력을 갖게 된 인물이다. 그렇기에 오완수는 단지 재벌가 며느리가 아닌, 상속 경쟁 속 제거 대상이 되어 각종 테러와 살해 위협을 받는다. 그럼에도 오완수는 “좋은 세상을 위해 저는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며 단단한 의지를 빛낸다. 전복된 위계 구도지만 클래식한 로맨스도 펼칠 예정이다. 바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경호원 서도윤과의 케미스트리다.공개에 앞서 김하늘은 “화인가에서 이루어지는 스펙터클한 드라마 속에서 꼿꼿하게 서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선택했다”며 “오완수는 내면이 대나무처럼 꼿꼿하고 뚝심을 버리지 않고 부딪혀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연출을 맡은 박홍균 감독은 “오완수가 가진 순수한 의도가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는 선한 이미지의 배우를 찾았다. 김하늘과 처음부터 100% 만족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작업 소감을 전했다.김하늘은 앞서 KBS2 ‘멱살 한번 잡힙시다’, tvN ‘킬힐’에서 보여준 그간의 ‘로맨스 퀸’ 이미지를 내려두고 다른 얼굴로 시청자를 만났다. ‘킬힐’에서는 야망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쇼호스트를 선보였으며 ‘멱살 한번 잡힙시다’에서는 특종을 추구하다가 직접 살인 사건을 목격하며 휘말린 기자로 복잡한 내면 연기를 펼쳤다. 이번엔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면서도 정의로운 인물을 어떻게 소화할지 관심이 크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돌풍’의 정수진은 김희애가 늘 잘 연기해온 캐릭터면서 욕망을 드러내기도 하고, 악역의 모습도 품었다. 새롭기보다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톤”이라며 “김하늘은 최근 연기 변신을 하려 한다. 기존의 멜로 여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악하거나 강인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화인가 스캔들’도 그 일환일 것”이라고 짚었다.두 배우가 새 캐릭터로 선보일 진화된 연기 너머 각 플랫폼의 어깨도 비장하다. 앞서 선보인 넷플릭스 ‘하이라키’와 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이 국내에서 기대만큼의 화제성을 모으지 못했기에 이번 신작에서 두 플랫폼이 시청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정 평론가는 “글로벌 OTT의 시청패턴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을 맞게 됐다. 최근 두 플랫폼이 전작으로 거둔 성적보다는 tvN ‘눈물의 여왕’처럼 방송국과 협업으로 서비스 된 작품들이 훨씬 시너지를 낸 상황”이라며 “아직 두 작품이 공개된 것은 아니기에 속단은 어려우나 오리지널 시리즈가 배우 파워로 다시 선택받을 수 있을지 관전포인트”라고 내다봤다.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6.27 06:00
연예일반

프로 골퍼→재벌가 며느리…‘화인가스캔들’, 김하늘 캐릭터 스틸 공개

김하늘이 ‘화인가 스캔들’을 통해 골프 선수부터 재벌가 며느리까지 대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디즈니플러스 측은 12일 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 김하늘의 캐릭터 스틸을 공개했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정지훈)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을 담는다. 극 중 김하늘이 맡은 역할은 화인가의 며느리이자 자선 단체인 나우 재단의 이사장 완수. 골프 선수로 최정상의 위치까지 오른 후 화인가의 후계자 용국(정겨운)과 결혼하면서 자선 단체인 나우 재단의 이사장이 된 인물이다.완수는 자선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화인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다. 그는 화인가의 상속 전쟁에서 나우 재단을 지키기 위해 꿋꿋하게 맞서며, 거듭되는 살해 위협에도 자신의 이상을 당당하게 펼쳐 나간다. 이날 공개된 스틸은 골프 선수 시절 자랑스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부터 기품 있는 아우라를 뽐내며 화인가의 아이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완수의 모습을 담아냈다. 김하늘은 실제 상류층 며느리들의 패션과 자세, 표정 등에 대한 디테일한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1% 화인가의 며느리인 오완수를 완성했다. 또 운동과 골프 연습에 매진하며 전직 골프 선수 출신인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는 후문이다. 김하늘은 완수에 대해 “내면이 대나무처럼 엄청 꼿꼿하고 뚝심을 버리지 않고 부딪혀가는 인물”이라며 “화인가에서 이뤄지는 스펙터클한 드라마 속에서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박홍균 감독은 “완수가 가진 순수한 의도가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는 선한 이미지의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김하늘과 처음부터 100% 만족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화인가 스캔들’은 총 10부작으로, 오는 7월 3일부터 매주 수요일 2편씩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6.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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