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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타지엔 서현, 현실감은 이다윗…이유있는 ‘거룩한 밤’ 양날개 [무비로그③]

악마에도 통하는 마동석의 주먹에 서현과 이다윗이 가세해 완벽한 밸런스를 완성했다.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오컬트 액션이다. 임대희 감독이 첫 상업영화 메가폰을 잡았으며 마동석이 제작자로 참여했다.주인공 바우가 마동석의 시그니처인 타격감 좋은 액션을 담당한다면, ‘양날개’로 발탁된 서현과 이다윗도 작품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맡아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서현은 오컬트 장르 특유의 신비로움을, 이다윗은 그로 인해 붕 뜬 세계관을 다시 땅에 붙이는 현실감을 책임졌다. 먼저 서현이 연기한 퇴마사 샤론은 악마의 존재를 느끼고 찾아내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바우보다도 오컬트적 요소를 전면적으로 내세운다. 거울과 검 등 무구를 갖고 고대어로 주술을 외우며 악마가 들린 은서(정지소)와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서현은 하얀 브릿지 헤어에 짙은 화장, 동서양 요소가 공존하는 의상 등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만화같은 스타일링을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답게 제 것처럼 소화했다. 비주얼은 물론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완성시킨 건 연기에서도 ‘모범생’다운 서현의 노력 덕이다.자막으로 해석이 달려 나오는 서현의 고대어 주문은 감정까지 정확히 전달된다. 이와 관련 서현은 “고대어 주문에 뜻이 담긴 것도 있지만 없는 게 많았다. 자칫 잘못하면 생각 없이 외우는 것처럼 보일까 제가 뜻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극의 후반부 정지소와의 대결은 명실상부 하이라이트로 장식됐다.서현과 오컬트의 만남은 사실 캐스팅 소식부터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마동석은 같은 반응을 불렀던 ‘범죄도시1’의 윤계상 캐스팅을 예로 들어 “좋은 배우라면 다양한 캐릭터를 해낼 수 있다고 본다”며 “이번 작품에서 서현은 200% 해내줬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서현은 전에 없던 신선한 캐릭터를 소화해 연기 폭을 증명했다. 그런가 하면 샤론과 함께 바우에게 구해져 ‘거룩한 밤’의 정보원을 담당하는 김군은 이다윗이 감초로 빚었다. 극중 김군은 별다른 초능력은 없지만 멀티플레이어처럼 일감을 세팅하고, 악마 숭배자들의 정보를 캐내고, 퇴마 과정 전반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현장을 발 빠르게 뛰어다닌다.마동석과 서현이 초인다운 판타지를 도맡을 때 이다윗은 친근한 얼굴로 ‘거룩한 밤’ 고객은 물론,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을 한다. 팀의 분위기메이커답게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에서 ‘마동석표 개그’ 티키타카를 확실히 받아쳐 낸다.마동석 또한 “이다윗은 나이는 어리지만 직구를 던져도 변화구를 던져도 다 받아칠 수 있는 특기를 갖고 있다. 리허설 없이 촬영한 장면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다”고 칭찬했다. 촬영 현장에서 마동석이 복싱을 코칭해줬다는 이다윗의 액션도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CG(컴퓨터 그래픽)를 두른 두 팀원과 달리 김군의 움직임엔 보통 사람의 절박함이 담겨있다.최근 ‘오징어 게임2’ 민수 역으로 의미심장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다윗은 2003년 데뷔한 아역 출신이다. 앞서 장재현 감독 영화 ‘사바하’에 출연하고, 그 인연을 이어 ‘파묘’도 특별출연했던 ‘오컬트 수저’ 이력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이처럼 오른팔에 서현, 왼팔에 이다윗을 둔 마동석의 팀 ‘거룩한 밤’은 수상한 흥신소 같지만, 마치 히어로 물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를 통해 ‘오컬트 액션’다운 색깔을 완성한다. 마동석은 “영화에 나온 것보다도 실제 팀워크가 더 좋았다. 어떤 장르를 흉내 낸 것이 아닌 우리 영화에 가장 맞는 색채로 펼쳐나갔다”고 자신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24 06:00
영화

권유리, 어둡고 깊게 ‘침범’했다…연기철학 뚝심 입증 [IS포커스]

“내​ 불행은 다 엄마 때문이니까.” (‘침범’ 중 김민)소녀시대 유리로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말을, 배우 권유리는 원래 그랬던 양 쏟아낸다. 본 적 없는 서늘함을 두른 새 주연 영화 ‘침범’에서다.오는 12일 개봉하는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로 인해 일상이 붕괴 중인 엄마 영은과 그로부터 20년 뒤 두 명의 고독사 현장 청소 업체 직원 민과 해영이 마주하며 생긴 균열을 그린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권유리는 어린 시절 기억이 없는 직원 김민을 연기했다.20년 전과 후, 두 시점과 네 명의 인물이 다뤄지는 다소 복잡한 구조가 미스터리의 틀을 형성한다면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며 관객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데는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권유리는 인물 표층의 성격이 아닌 내면인 심리 표현에 도전했다.극중 민은 어릴 적 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간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경계하는 인물로, 권유리는 누구에게나 건조하게 툭 내뱉는 듯한 말투로 이를 표현하다가도 트라우마의 중심에 자리한 그의 엄마를 언급하면 톤을 고조시켜 불안함을 표현한다. 특히 해맑은 어조로 “언니”라며 제 삶의 영역을 침범 해오는 신입 해영(이설)과는 아슬아슬하게 줄을 탄다. 해영이 거슬리면서도 비슷한 성장배경에서 오는 동질감도 느끼려던 찰나, 그에게 두려움과 적개심을 가질 순간을 계기로 권유리 또한 강렬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권유리는 “제 성격에서 교집합을 찾아 캐릭터를 구축하고자 했다”면서 “차갑고 이성적인 면을 극대화해 표현하려고 했고, 동시에 대중이 바라보는 기존의 제 이미지와 겹쳐 보이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연기했다”고 과정을 떠올렸다.실제로 민은 소녀시대 유리와도, 앞서 그가 드라마로 소화한 참하거나 정의로운 캐릭터들과는 외양 또한 다르다. 민낯에 가까운 얼굴에 거칠게 묶은 포니테일, 깊이 눌러쓴 모자, 무채색 의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둔 설정값을 표현했는데 권유리가 직접 실제 자신의 착장 중에서 준비해 왔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권유리의 작품 선택도 눈길이 간다. ‘노브레싱’(2013)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권유리는 9년 만인 지난해 ‘돌핀’(2024)으로 관객과 재회했다. 소규모 독립 영화이기에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만큼의 흥행이 따르진 않지만 뒤이어 선택한 ‘침범’까지 대중성보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필모그래피를 쌓겠다는 행보가 엿보인다.물론 드라마에서는 대중성도 갖췄다. 권유리의 본격 연기 데뷔작인 ‘패션왕’(2012)은 10.6%를 기록했고, 첫 사극 도전작인 ‘보쌈-운명을 훔치다’(2021)는 9.8%라는 최고 시청률(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을 거뒀다.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은 지난해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6.5%를 기록했고 권유리는 그 주역으로 우뚝 섰다.스크린에서는 글로벌 K팝 스타로 쌓아온 인기에 안주하지 않는 듯한 행보지만, 작품을 대하는 그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돌핀’ 촬영 당시에도 이번 작품처럼 메이크업은 덜어내고 직접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준비해 삶의 변화가 두렵지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30대 여성의 초상을 실감나게 표현했던 그다.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디테일한 외양으로 묘사했다면, 그 내면은 공감대를 형성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침범’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권유리는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모든 캐릭터에 공감이 갔다”면서 눈물을 보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당시 권유리는 “대본을 읽고 ‘침범’에 어떤 캐릭터로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캐릭터와 분위기의 영화여서 김민 역할에 저를 떠올려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작품을 향해 애정을 표했다.이처럼 스크린 속 권유리의 모습은 예능과 일상으로 보여준 그의 유쾌한 성격과도 대비를 이뤄낸다. 데뷔 18년 차에도 신선함과 꾸준함으로 자기 증명에 도전하니 그의 ‘다음’에 기대가 모인다.‘침범’의 이정찬 감독은 “민은 캐릭터의 내면에 있는 깊은 어둠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배우가 맡았으면 했고, 권유리가 바로 그런 배우였다”면서 “배우로서 표현하고 도전해 보고자 하는 열정이 강해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권유리의 많은 고민과 도전이 담겨 있다”고 극찬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3.06 05:44
영화

“이런 캐릭터가 있다니…” 봉 만난 로버트 패틴슨, ‘미키17’ 1인 2역

봉준호 감독이 포착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두 얼굴은 어떨까.10일 수입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미키17’의 로버트 패티슨이 분한 미키 캐릭터 스틸을 공개했다. 영화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공개된 캐릭터 스틸은 같은 얼굴, 다른 번호표를 단 ‘미키 17’과 ‘미키 18’을 보여준다. 미키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온갖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죽으면 기억과 생체 정보를 저장한 채 새로 프린트되는 소모품인 ‘익스펜더블’로, 지구에서는 이미 불법이다. 인류의 행성 개척을 위해, 한 행성 당 오직 1명의 익스펜더블만 허용되고 둘 이상이 공존할 수 없으며 적발될 시 영구 삭제된다. 그러나 ‘미키 17’이 임무 수행 중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며 두 명의 ‘미키’는 아슬아슬한 공존을 시작한다. 스틸 속 한 화면에 함께 담긴 ‘미키 17’과 ‘미키 18’의 모습은 같은 얼굴, 같은 이름, 같은 기억을 가진 두 명의 ‘미키’ 앞에 닥칠 운명을 궁금하게 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두 미키의 모습은 ‘미키 17’의 결정적 설정이자,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을 함께 찍는 촬영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도 궁금하게 한다.직업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어수룩하고 모든 것에 미안해하는 ‘미키 17’과, 반항적이고 직진하는 ‘미키 18’ 두 존재를 연기할 로버트 패틴슨은 영화 ‘더 배트맨’, ‘테넷’, ‘브레이킹 던’같은 핸섬한 캐릭터부터 ‘굿타임’, ‘하이 라이프’ 등 현실적이거나 개성 강한 캐릭터 등 상업영화와 인디영화를 종횡무진하며 넓은 장르 소화력을 선보여 온 배우다.로버트 패틴슨은 “‘미키’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영웅이다. 이런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키 17’과 ‘미키 18’로 1인 2역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목소리 실험을 거치고, 이빨과 볼에도 특수분장을 하고, 걸음걸이까지 연구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힌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역대급 연기 변신을 선보일 전망이다.‘미키 17’은 오는 28일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10 10:07
영화

[IS인터뷰] ‘브로큰’ 하정우, “‘신인 감독 콜렉터’? 우연일 뿐”

“신인 감독과 계속 작업하는 이유요? 우연이죠.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요. 시나리오도 좋았죠. 그것뿐이에요.”배우 하정우가 또 신인 감독을 택했다. ‘추격자’ 나홍진,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클로젯’ 김광빈, ‘하이재킹’ 김성한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에 함께 한 하정우가 김진황 감독의 ‘브로큰’을 선택하며 ‘신인 감독 콜렉터’ 면모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지난 5일 개봉한 ‘브로큰’은 민태(하정우)가 동생의 죽음 후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추적극으로,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은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브로큰’은 개봉 첫날 4만 2562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하정우는 “저 또한 처음부터 유명한 감독들한테 제안을 받아서 연기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신인 감독들이거나 이제 두 번째 작업을 시작하는 분들한테 제안을 받았다”며 “상업적으로 성공을 이루기 전 계산적으로 생각해서 신인 감독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기성 감독, 상업적인 감독, 신인 감독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단언했다. 하정우는 ‘브로큰’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를 길에서 만났고,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김진환 감독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가을쯤 청담동에서 일과를 마치고 동네를 걸어가고 있는데 한재덕 대표를 우연히 만났다”며 “길에서 한참을 대화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후 동네 호프집에 자리를 잡고 김진황 감독과 ‘브로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작으로 ‘수리남’ 촬영이 예정돼 있어서 그 빈 시간에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서 다음 날 시나리오를 받았고 빠르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브로큰’의 어떤 매력이 하정우를 ‘열일’하게 만들었을까. 하정우는 “이제 더 이상 드라마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힘들다”며 “그저 김진황 감독이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양치기들’을 왜 만들게 됐는지, 영화 감독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까 1983년 생이라는 나이에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이 많이 녹여져 있었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인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특별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자체는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한 특별한 사람이 새로운 것이 없는 드라마를 어떤 형식, 배경, 시간, 시대로 바꿔 표현하는 것인지가 중요하죠.” 극중 하정우는 주인공인 전직 조폭 민태를 맡았다. 그는 민태에 대해 “거친 느낌이다. 얌전하고 고분고분하고 젠틀한 느낌 속에 부글부글 끓으면서 분노의 에너지가 느껴졌다”며 “김 감독이 민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민태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의사소통을 할 때 도가 지나친 부분들이 있다. 동생의 죽음 아래에서 하는 행동들을 자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브로큰’을 만들어낸 것이 흥미로웠다. 최근 몇 년 동안 제가 관객들에게 보여드렸던 캐릭터와는 또 다른 모습을 봤다”고 덧붙였다.“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간 촬영한 작품 중에서 수염을 기르고 나온 것도 오랜만이죠. 최근 맡았던 캐릭터는 다 세팅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민태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첫 장면부터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심플하게 연기했어요.” 하정우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쫓아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SNS로 대중과 소통을 시작한 하정우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반년 정도 지났다. 꾸미고 멋진 사진보다 이상한 사진들에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달랐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며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진작 할 걸’이라고 생각했다. 저 역시도 그것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은 각자의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보게 되잖아요. 제 팬들에게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드려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이런 변화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2.07 06:05
영화

“연기 총체 담겼다”…‘브로큰’ 멱살 쥔 하정우, 비수기 돌파 도전 [줌인]

배우 하정우가 2월 극장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5일 개봉한 그의 새 영화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은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브로큰’은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부터 20%가 넘는 수치로 전체 예매율 1위에 등극한 후 순위를 유지했다. 이는 팬덤이 탄탄한 도경수 주연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물론, 연휴 양강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을 제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암살’(2015)을 포함한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비롯해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한 ‘최연소 1억 관객 배우’ 수식어를 단 하정우를 향한 기대의 방증으로 읽힌다.양경미 영화평론가는 “하정우는 자신만의 연기 패턴이 있는 배우다. 범죄 액션물에서도 특유의 표정과 발성으로 캐릭터를 확립했다”며 “‘브로큰’에서도 몇몇 전작의 이미지가 비치는데 오히려 그것이 기대로 작용하면서 전반적으로 작품 수가 적은 상황 속 관객의 선택을 받고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를 세상에 각인시킨 영화가 나홍진 감독의 상업 데뷔작 ‘추격자’(2008)인 만큼, 범죄 스릴러 장르 속에서 빛나는 ‘날 것의 하정우’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브로큰’은 구미가 당길 작품이다. 목표를 쫓는 한편 쫓기기도 하며 긴장감을 갖고 노는 그의 장점이 담겨있다. 극중 하정우는 주인공인 전직 조폭 민태를 맡아 영화를 ‘멱살 캐리’ 한다. 자신을 따라 조폭이 돼 망가진 동생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 민태는 사라진 제수 문영(유다인), 그리고 동생 부부의 이야기와 닮은 베스트셀러 ‘야행’을 의심하게 되고, 소설가 호령(김남길)과 몸담았던 조직 보스(정만식) 그리고 경찰과 진실을 둘러싼 술래잡기를 시작한다.하정우는 극 초반부터 지난한 삶이 묻어나오는 거친 얼굴을 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낡은 골목 풍경에 녹아든다. 참치캔을 따서 고양이에게 내어주는 조금의 따뜻함도 보여주는 그지만,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는 다양한 온도의 분노를 스크린에 펼친다. 그의 행동은 군더더기가 없을 정도로 망설임이 없다. 동네에서 보일 법한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은 쇠파이프를 휘두를 땐 비정하게 돌변한다.마치 ‘황해’(2010)의 구남이 연상되기도 한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는 “누구를 쫓거나 자연스럽게 외모를 방치한 모습이 구남의 처음 상황과 비슷해 오버랩됐을 것”이라며 “‘브로큰’은 시나리오 자체가 꾸밈이나 화려함이 전혀 없이 하드보일드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있는 그대로’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날 것’을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 로케이션 촬영 현장에서의 매일매일 느낌을 연기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쇠파이프를 배낭에 넣어 소지하는 설정이나 하이라이트 항구 액션 신에서 얼린 생선을 무기로 사용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로 현장성을 높였다. 하정우는 “철저하게 제가 아닌 주변 상황을 보면서 했다. 그래서 뜻밖의 표정이나 표현이 나왔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진황 감독도 하정우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브로큰’에 녹이고자 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하정우와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민태 역은 과거 하정우가 참여한 작품의 역할을 모두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며 그 모습을 골고루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하정우의 연기 총체를 자신하는 ‘브로큰’이 흥행까지 거머쥘지 주목된다. 2월 극장가는 지난해 설 연휴를 빗겨 개봉한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충분히 입소문 흥행작이 나올 수 있는 시즌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하정우가 최근작에서 보여주진 않았던 캐릭터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결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 분위기가 우울하다 보니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화끈한 액션과 악을 처단하는 통쾌함도 관객들의 선택에 가산 요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05 14:10
영화

[IS리뷰] 하정우, 직진하다 ‘브로큰’

“동생은 사고치고, 형은 수습하고 멋지다 야.”하정우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직진극 ‘브로큰’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대사 한마디다. 시원하게 달리고 깨부수지만 ‘멋지다’라는 말이 진심이 될 수 없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주인공 민태(하정우)는 전 조직폭력배였지만 손을 씻고 건설 현장 일을 전전하며 건실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밤, 자신을 따라 조폭이 됐던 동생 석태가 약에 취해 사고를 쳤다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여느 날처럼 뒤처리를 도우려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주검이 된 동생이었다.열이 뻗친 민태는 그 전말을 파악하던 중 제수 문영(유다인)의 행적이 베스트셀러 소설 ‘야행’과 수상할 만큼 닮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민태는 사라진 문영을 ‘야행’의 작가 호령(김남길), 그리고 경찰보다도 빨리 찾으려 한다.하정우의 ‘추격자’, ‘황해’ 팬이라면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톤이다. ‘스타 하정우’를 지워내고 너저분한 몰골을 한 채 뒷골목에 녹아든 ‘날 것’의 하정우 얼굴은 관객을 가까이 끌어당긴다. 특유의 능글맞음은 덜어내 그만큼 서늘하다. 오직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간 민태는 배낭에 담긴 쇠 파이프를 꺼내 가로막는 자들을 전부 내리치고 나아간다. 단순한 구조에 미스터리를 더하는 건 호령과 문영의 서사다. 호령은 문화센터에서 수강생으로 만난 문영의 이야기로 ‘야행’을 썼다. 학대받던 여성이 가해자 남편에게 복수하는 플롯을 가진 소설이기에 민태는 더욱 둘을 공모관계로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이었는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두 사람의 전사와 그로 인해 도달한 사건의 빈약한 진실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리송해질 지점이다.직진하던 민태의 분노가 점점 이유 없는 폭주처럼 보이거나 조폭 누아르에 가까워지는 것도 그 까닭이다. 폭력조직을 소재로 영화 ‘신세계’, ‘아수라’ 등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여온 제작사 사나이픽처스다운 노선이지만, 쇠파이프 액션과 카체이싱 등 넘치는 액션에 비해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니 마치 급발진처럼 보인다.‘브로큰’은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하정우는 신인인 김 감독을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눈여겨보던 중 ‘브로큰’으로 손을 잡게 됐다. 하정우가 시나리오에서 발견했다는 ‘활어 같은 파닥거림’은 민태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현됐다. 다만 김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의 출발점이라고 밝힌 문영의 쓰임새가 물음표로 남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어야 할 문영이 주체적이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사용됐다’는 인상을 남길 뿐인 탓이다. 주인공 민태조차 선이라고 할 수 없는, 악이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기에 캐릭터를 공감하거나 응원하긴 어렵다. 이는 ‘브로큰’이 마냥 통쾌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인물들로 분한 배우들의 연기는 준수하다. 민태와 상반되게 정적으로 움직이는 호령 역 김남길과 생각지도 못한 임팩트를 남기는 민태의 동행인 병규 역 임성재는 재발견이다. 무엇보다 하정우가 말아주는 추격 스릴러의 팬이라면, 깨알 같은 먹방 신조차 반가울 작품이다. 5일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05 06:05
영화

‘브로큰’ 신인감독 컬렉터 하정우 픽, 이번에도 통할까 [줌인]

타고난 안목으로 ‘될성부른’ 감독들을 소개해 온 배우 하정우가 다시 한번 그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새로운 픽(PICK)은 ‘브로큰’ 김진황 감독이다.오는 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큰’은 민태(하정우)가 동생의 죽음 후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마주하면서 시작되는 추적극으로, 김진황 감독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다. 김 감독은 실력파 신예로, 독립영화 ‘양치기들’을 통해 인물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치밀한 심리 묘사를 보여준 바 있다.하정우 역시 일찌감치 김 감독을 눈여겨 봤다. “‘양치기들’를 인상 깊게 봤다”는 하정우는 “‘브로큰’ 역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활어 같은 날것의 파닥거림이 느껴졌고, 실제 감독님께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더 큰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하정우의 말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그는 연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이상을 표현하는 배우인 동시에 탁월한 ‘보는 눈’을 가진 배우다. 실제 하정우는 대학 동문인 윤종빈을 비롯해 나홍진, 김병우 등 현재 한국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감독들의 처음을 함께했다. 누구보다 먼저 그들의 재능을 알아본 셈이다. 물론 윤종빈 감독과의 첫 협업은 작품이나 연출에 대한 믿음이 선행된 케이스는 아니었다. 두 사람의 첫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영화 학도였던 윤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로 수작을 탄생시켰고 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영화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넷플릭스 ‘수리남’ 등을 내놓으며 동반 성장했다.나홍진 감독의 상업영화 출발에 동행한 이도 하정우다. 그는 나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에서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를 연기했다. 광기에 가까운 하정우의 연기는 나 감독의 탄탄한 글과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나 감독은 단숨에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하정우의 이러한 행보는 배우로서 인지도를 얻은 후에도 계속됐다. 대표적인 선례가 김병우 감독이다. 하정우는 연이은 흥행 홈런으로 몸값이 최고치를 찍을 때 차기작으로 김병우 감독의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를 선택했다. 그해 여름 빅4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영화는 공개 후 극장 흐름을 바꿨고, ‘감시자들’, ‘미스터고’ 등 경쟁작을 모두 제치고 558만명을 동원하는 이변을 썼다.숫자 외 성과도 괄목할 만했다. 하정우가 선택한 신예 감독들의 작품은 관객수를 차치하고 작품성, 실관람객 평가에서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작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이 그랬다. 어려운 극장 환경에 흥행작으로 남진 못했지만, 관객 호평 속 마지막까지 CGV 골든에그지수 95%을 유지했다. 이는 상영 종료 후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영화는 부가판권 등 수익으로 무난히 손익분기점까지 돌파했다.이번 ‘브로큰’ 역시 이들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 2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성실히 쫓아가며 서스펜스를 구축, 스릴러 영화의 묘미를 챙겼다. 아울러 얽히고설킨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쌓으며 풍부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진황 감독은 한층 더 노련하고 섬세해진 세공으로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며, 하정우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꿨다.이와 관련, 하정우는 “데뷔작, 신인 감독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뭐가 달라지거나 제가 더 크게 해야 할 건 없다. 다만 연륜과 경험 때문에 적응 시간에 차이는 있다. 그래서 영화 준비할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제가 막 던지는 아이디어나 의견 선택은 감독님 몫”이라며 “김진황 감독은 많은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서 유연하게 바라본다. 덕분에 기성 감독님 못지않게 편한 작업이었다”고 치켜세웠다.앞서 엿새 간 이어진 설 연휴로 극장가가 한껏 예열된 가운데 하정우의 ‘보는 눈’이 또 한 번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30 06:05
영화

“꾸밈없는 하드보일드” 눈 돌아간 하정우, 쇠 파이프 든 ‘브로큰’ [종합]

하정우에 범죄 추격 스릴러, 말이 필요 없는 조합이다. 잘하는 걸 잘한 하정우의 연기 총체가 담긴 ‘브로큰’이다.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브로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와 김진황 감독이 참석했다.‘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이날 김진황 감독은 “주인공 민태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는 정서로 선정된 제목”이라고 소개했다. 하정우는 “캐릭터들의 충돌이 재밌는 영화다. 민태의 동선을 따라가며 동생 석태의 죽음의 이유를 찾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충돌, 그 안에서 계속 나아가며 쌓이는 이야기가 관전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영화의 지배적인 톤은 마치 ‘황해’나 ‘추격자’처럼 직진하는 하정우 표 스릴러다. 그가 연기한 민태는 동생 석태의 죽음의 진상을 쫓아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 질주하는 인물이다. 이날 하정우는 “바뀌려고 노력한 게 하루아침 무너지고 깨졌다. 그래서 주저하거나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후반까지 전력 질주한다”며 “시나리오 자체가 꾸밈이나 화려함이 전혀 없이 하드보일드했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있는 그대로’ 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 강원도 춘천과 홍천, 강릉 등 로케이션 촬영지에서 당일 현장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반영해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하정우는 “철저하게 제가 아닌 주변 상황을 보면서 했다. 그래서 뜻밖의 표정이나 표현이 나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쇠 파이프를 들고 펼치는 잔혹한 액션에 대해서 하정우는 “민태의 폭력은 명분이 있어도 잘못이다. 악이 악을 심판하는 것이면서 조직원들에게 맞춰진 화법이라 일반적으로 보기엔 잔인하고 냉정하다”며 “감독님이 예전에 파이프 자르는 아르바이트를 하셨다고 한다. 액션에서 낯선 도구라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며 어떻게 지니고 다닐지 고민했다”고 말했다.석태의 죽음을 예견한 듯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호령은 김남길이 분했다. 김남길은 “정우형의 민태가 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라면, 저는 정적으로 임했다. 정우형과 부딪칠 때도 액션보단 이성적인 충돌을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정우와는 지난 2020년 ‘클로젯’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김남길은 “‘클로젯’ 때는 같은 목표를 위했지만 이번엔 같은 목표라도 방향이 달랐다”라며 “평소 정우 형의 ‘날 것 같은’ 이미지를 좋아하는데 관객이 아닌 배우 입장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고 재밌었다”고 떠올렸다.미스터리한 석태의 아내 문영 역 유다인과 민태의 전 보스 창모 역 정만식, 민태와 동행하는 조직원 병규 역 임성재도 풍성한 앙상블로 기능한다. 특히 다수의 작품에서 깡패를 연기했던 정만식은 “대사가 짧기에 표정이나 말의 토씨, 이런 게 세지면 뻔하고 재미없을 거 같아 편안하게 연기했다”며 “도망치는 자와 쫓는 자들 간 시각적 재미가 있다. 운전들도 잘해서 카체이싱 장면도 잘 찍혔다”고 추천했다. 김진황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양치기들’(2016)로 주목받고 이번 ‘브로큰’으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다. 그간 하정우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부터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 등 당시 신인이었던 감독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온 바 이번 두 사람의 작품에도 기대가 모인다.하정우는 “데뷔작, 신인 감독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뭐가 달라지거나 무언가를 제가 더 크게 해야 하는 부분은 없다. 연륜과 경험 때문에 적응 기간을 차이가 있어서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면서도 “김진황 감독은 많은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서 유연하게 바라본다. 덕분에 기성 감독님 못지않게 편한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한편 ‘브로큰’은 오는 2월 5일 개봉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23 17:31
영화

[IS리뷰] ‘검은 수녀들’ K오컬트에 녹인 여성 연대의 힘 [무비로그①]

예상치 못한 변주와 확장이다.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과 같은 듯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흡인한다. 송혜교라는 배우의 힘과 연대라는 메시지가 새로운 동력이 됐다.‘검은 수녀’로 불리는 유니아(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잡귀가 아닌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만을 기다리다가는 부마자가 희생될 상황. 이에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한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모두의 만류 속 구마를 부정하는 희준의 담당의 바오로(이진욱) 신부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방법을 찾던 유니아는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전여빈) 수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고민 끝에 힘을 보태기로 하고, 두 수녀는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연결된 이야기다. ‘검은 사제들’은 장르의 문법을 착실히 구현하며 오컬트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544만 관객을 동원, 한국 상업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검은 수녀들’은 전편의 핵심 소재였던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일), 부마자(사령이 깃든 사람), 12형상(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를 붙여 분류한 사령) 등으로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이어간다. 메가폰을 잡은 권혁재 감독은 소년의 몸에 깃든 악령 퇴치를 위해 구마 의식을 행하는 수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릴과 공포를 쌓아나간다. 전편과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극을 이끄는 두 인물이 신부에서 수녀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플롯 자체는 세상의 어둠마저 체화한 이와 삶의 혼란기에 있는 이가 갈등하다 교감하는 버디 무비 구조를 동일하게 따른다. 하지만 성별의 전환이 금기를 깬다는 설정으로 연결되면서 전에 없던 극적 긴장과 재미를 챙겼다. 물론 단순 재미를 좇는 데 그치는 작품은 아니다. 극중 두 수녀는 매 순간 자신의 파멸을 각오하고 악령에 맞선다. 오직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드는 두 수녀의 집요하고 대담한 모습은 일견 숭고하기까지 하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엔딩은 오컬트 영화에서 기대하기 힘든 묵직한 여운을 안긴다.천주교의 구마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무속신앙이란 또 다른 종교를 적극 침투시켰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가톨릭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년을 살리고자 제 발로 무녀를 찾아가고 굿까지 응하는 수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그린다. 이러한 방식은 종장의 구마 예식에서도 활용되며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과 믿음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송혜교란 배우의 스타성을 활용했다는 것 역시 ‘검은 수녀들’만의 강점이다. 카메라는 약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꽤 자주 송혜교 얼굴 가까이에 머문다. 오프닝부터 시작되는 잦은 클로즈업은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동시에 그 자체로서 특별한 볼거리를 만든다. 압권은 엔딩, 불과 맞서는 송혜교다.작품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미카엘라 수녀, 전여빈의 호연도 눈에 띈다. 전여빈은 미카엘라의 찰나의 감정 변화까지 포착해 내며 서사의 틈을 메운다. 선배 송혜교와 함께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좋다. 다만 유니아 외 캐릭터들에 부여한 다양한 사연이 밀도 높은 드라마로 연결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건 아쉽다. 또 종교 문외한에게는 친절하지 못한 설명이 진입 장벽이 되고,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사령이란 존재에서 나오는 시청각적 섬뜩함의 부재가 한계로 남는다.영화 ‘해결사’, ‘카운트’ 등을 연출한 권혁재 감독의 신작으로 ‘검은 사제들’을 만든 영화사 집에서 제작했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2 06:00
영화

위키미키 김도연·우주소녀 손주연, 느낌 좋은 ‘연기돌’의 탄생 ‘아메바 소녀들’

그룹 위키미키 김도연과 우주소녀 손주연, K팝 계에서 활약하던 두 걸그룹 멤버가 무대를 극장으로 옮겨 느낌 좋은 출발을 맞았다.두 사람이 만난 작품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하 ‘아메바 소녀들’). 수능을 앞둔 개교기념일 밤에 학교에서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게 된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호러 코미디 영화다. 상업영화 대작이 아닌 저예산 독립영화에 스크린 200개 이하에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난 25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2만 7728명을 기록했다. 이는 ‘아메바 소녀들’로 본격 스크린 데뷔를 이룬 김도연과 손주연에게도 의미 있는 성적표다. ‘여고괴담’ 식 정통 호러와 B급 코미디를 조화롭게 섞은 이 작품 특성상 소동극을 벌이는 개성 뚜렷한 캐릭터와 그를 풋풋하고 능청스레 소화한 배우들의 공도 높게 평가되기 때문이다.각본을 쓰고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말대로 주인공 네 소녀는 만화 ‘짱구는 못 말려’ 속 떡잎마을 방범대의 앙상블처럼 조금 못난 ‘아메바’여도 서로 탓하지 않고 의지하며 귀신 숨바꼭질을 헤쳐 나간다. 김도연과 손주연은 그중 각각 방송부 리더인 영화감독 지망생 지연과 인서울 방송연예과 지망생 은별로 분해 활약했다.두 사람은 캐스팅부터 ‘찰떡’이라는 관객 평을 끌어냈다. 아이돌로서 가진 이미지와 어울리면서도 동시에 그를 깨부수는 작품만의 코믹함을 완벽히 소화해 낸 덕이다. 먼저 도도한 마스크로 일찍이 ‘리틀 전지현’ 수식어를 달았던 김도연은 극중 씩씩하고 터프한 FM리더 같은 모습 뒤 8등급 성적표에 고민하거나 친구들을 끌어들인 미안함에 ‘뿌엥’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지연의 반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우주소녀의 비주얼이자 ‘사랑둥이’ 은서로 활동한 손주연은 그 매력을 스크린에 엉뚱 발랄하게 이식했다. 현실은 8등급이지만 자기애 넘치는 은별은 꿈을 위해 어설프게나마 연기를 연습하거나 항상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은별이의 브이로그’를 촬영한다. 정석 공포영화처럼 한껏 긴장시키다가도 맞춤형 BGM과 함께 치고 들어오는 은별의 ‘푼수력’은 웃음 버튼을 누른다. 수상한 후배 민주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후 진심 어린 감동 신도 그의 몫이었다.스크린 데뷔작으로 호러 코미디라는 독특한 노선 작품을 선택했지만 “시나리오에 매료됐다”고 입을 모아 출연 계기를 밝힌 두 사람은 스스로의 모습과 극중 설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배역을 만들어 갔다고 떠올렸다. 김도연은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재미를 어떻게 하면 연기로 잘 살릴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김 감독의 ‘본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재미는 그냥 따라온다’는 조언을 따라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고 밝혔다.그런가 하면 손주연은 단체 활동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소 모범생 이미지였던 것과 달리 은별은 욕을 툭하고 뱉기도 하고, 훨씬 텐션이 높은 식이다. 손주연은 “은별이를 통해서 잘 가꿔나가면 저라는 사람의 무기가 더 단단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의 절반을 아이돌로 꾸리는 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바이기도 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김도연의 경우, 감독 자신이 아이오아이의 팬이었고 김도연 전작의 제작사와 인연으로 연이 닿았다. 손주연은 ‘아메바 소녀들’ 시나리오를 보고 먼저 오디션 의사를 전해왔으며 프로필 사진부터 ‘영화의 신이 주신 확신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았다.김 감독은 “김도연은 촬영할수록 영화의 가운데서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컷이 가장 많은데 한 테이크를 넘어간 적이 없다”고, 손주연에 대해서는 “정말 똑똑하게 준비해 왔고 다음 리딩까지도 더 많이 준비해오는 배우였다”고 극찬했다.‘아메바 소녀들’로 첫 단추를 잘 끼운 두 사람은 앞으로도 배우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갈 예정이다. 김도연은 올해 단편영화를 한 편 촬영한 상태이며, 손주연은 내년 상반기 OTT 드라마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공개를 앞두고 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1.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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