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LG에너지솔루션, ‘위기를 기회로’ 그룹 최대 계열사 도약 승부수 던졌다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늪에 빠진 형국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K배터리의 선두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창립 후 첫 비전을 발표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그룹 최대 규모의 계열사 도약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룹 최대 규모 LG전자 넘어서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에너지 순환 비즈니스’로 새로운 전환점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20년 말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구성원을 대상으로 비전 공유회를 열고 새 기업 비전을 발표했다. ‘에너지로 세상을 깨우다(Empower Every Possibility)’는 비전을 선포하며 배터리 제조를 넘어 ‘에너지 순환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선언했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건 실적이다. 김동명 사장은 새 비전을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2023년(33조7455억원) 대비 매출 2배 성장을 예고했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를 제외하고서도 10% 중반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달성해 안정적인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2028년 매출 2배 목표를 달성한다면 모회사인 LG화학은 LG그룹 최대 매출 계열사인 LG전자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계획대로 매출 2배 성장을 이룬다면 연간 매출 규모가 70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LG그룹에서 7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는 LG전자뿐이다. 3분기 최대 매출을 찍은 LG전자는 올해 매출 89조원이 전망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모회사 LG화학의 매출 규모는 아직 55조원 수준이다. 그렇지만 LG화학의 핵심인 LG에너지솔루션이 2배로 성장한다면 향후 LG전자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8년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70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내고, 석유화학 부문이 반등해 20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LG화학에서 이차전지 부문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첨단소재 부문이 10조원 매출만 올려도 100조원 매출 규모가 된다. 여기에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생명과학 부문까지 더해진다면 LG전자의 매출을 상회할 수도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을 3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3대 사업 영역 매출을 2030년 30조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전자도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부품) 부문이 성장하면서 매년 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매출 93조원에 이어 2028년에는 매출 100조원 규모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보다는 배터리나 이차전지 소재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캐즘이 해소되면 LG에너지솔루션을 품은 LG화학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주가에서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99조원)이 LG전자(16조원)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각편대’ 에너지 순환 비즈니스 구축 LG에너지솔루션은 4대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비전기차(Non-EV) 사업 확대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리튬인산철(LFP)·고전압 미드니켈(Mid-Ni)·46-시리즈 등 제품·고객 포트폴리오 다양화, 배터리 생애주기 서비스(BaaS)·에너지 서비스(EaaS) 등 소프트웨어·서비스 영역 사업 기반 확보, 전고체·건식전극 공정 등 차세대 전지 기술리더십 강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부별 미래 시장을 선도할 핵심 전략도 공개했다. 자동차전지사업부와 소형전지사업부, ESS전지사업부로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들 사업부의 균형 있는 ‘삼각편대’ 구축이 핵심 목표로 꼽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는 자동차전지사업부가 큰 부문을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이들 3개 사업부의 매출이 균형을 이루게 되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라며 “만약 이 삼각편대가 구축되면 캐즘과 같은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그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긍정적인 소식은 소형전지사업부의 성장이다. 이 사업부는 모빌리티 환경에 최적화된 46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양산, 다양한 차종에 대응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2028년까지 글로벌 시장 압도적 1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소형전지사업부의 매출은 주로 테슬라가 책임졌는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세했다. 테슬라 이외에 두 번째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이 부문의 매출이 급등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 10년간 총 50.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벤츠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수주 물량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는 46시리즈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벤츠에 납품하게 될 46시리즈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여기에 가장 파이가 작은 ESS전지사업부도 2028년 미국 ESS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ESS 시스템 통합 글로벌 톱3를 달성해 5배의 매출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동명 사장은 "우리는 더 이상 배터리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적극적으로 리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0.1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