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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의 야·생·화] 최저 연봉 300만원 오르는 데 6년 걸렸습니다

[배영은의 야野·생生·화話] 2010년,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이 2400만원으로 올랐다. 이 금액은 5년 뒤인 2015년에야 2700만원으로 인상됐다. 2020년이 된 올해, 최저 연봉은 여전히 그때와 같은 2700만원이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조금 더 많아진다. 3000만원이다. 최저 연봉 300만원을 올리는 데 6년이 필요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열심히 싸운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말 선수협에 '최저 연봉 인상'을 제안한 건, 놀랍게도 KBO리그 10개 구단이다. 선수협이 "자유계약선수(FA) 몸값 총액 상한제를 거부한다"고 맞서자 대안으로 내밀었다. 'FA 미아'를 방지하기 위한 FA 등급제, 선수들의 1군 등록일수를 보호할 수 있는 부상자 명단도 모두 구단이 먼저 꺼낸 카드다. 선수협은 그때 무엇을 위해 싸웠을까. 선수협은 오직 'FA 총액 제한'을 막기 위해 여러 개선책에 반기를 들었다. 선봉에 나선 건 이대호(38) 선수협 회장이었다. 그는 4년 전 롯데와 총액 150억원에 역대 FA 최고액 계약을 했다. 올해도 연봉 25억원을 받았다. 당시 선수협 사무총장이던 김선웅 변호사는 "KBO 개선안을 받아들이는 게 선수협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대호 회장을 비롯한 선수협 대의원들은 지난해 말 김 총장의 임기가 끝나자 연임 불가를 통보했다. 이 회장이 외부에서 직접 김태현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바로 그 김 총장이 1일 돌연 사퇴했다. 한 언론이 그의 판공비 사용 내역에 의문을 제기한 직후다. 그는 사무총장 월급 외에 매달 250만원, 1년 3000만원의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았다. 세금을 제해도 월 183만원, 1년 1900만원 규모다. 지난 7년간 총장 판공비는 법인카드로 지급됐지만, 김 총장은 지난 4월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용처를 알 수 없는 '총장 판공비'가 매달 200~300만원씩 사무총장 자택 인근 음식점과 편의점에서 쓰였다. 코로나19로 대외 활동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판공비 쓰임새는 줄어들지 않았다. 곧 이대호 회장도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 선수협회장 판공비는 2400만원. 한 달에 200만원꼴로 책정됐다. 이대호 회장은 6000만원을 받았다. 최저 연봉 600만원을 올리기까지 11년이 걸렸는데, 선수협 회장 판공비 3600만원은 5분 만에 올랐다. 이대호의 형이자 에이전트인 이차호 오투에스엔엠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판공비 인상은 이대호가 회장으로 뽑히기 전, 이사회에서 의결한 부분이다. (선수협 회장이 무보수 명예직이라) 사실상 월급으로 지급됐다. 선수협 회장 업무에 사비를 쓸 수는 없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취임 전 결정된 판공비'라는 해명은, 엄밀히 따지면 거짓말이 아니다. 그러나 "억울하다"는 호소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선수들이 새 회장으로 이대호를 추대하자, 그가 "판공비를 1억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맡을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고심 끝에 6000만원을 상한선으로 잡았다. 선수협 이사로 참석한 10개 구단 선수 30명은 과반 찬성으로 빠르게 의결했다. 2년간 공석이던 회장 자리를 채우는 게 먼저라고 여겨서다. 이대호는 그제야 회장직을 수락하고 정식 취임했다. 사정을 모르는 많은 선수는 이대호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무보수로 선수협 회장이란 짐을 떠안았다고 믿어서다. 한 선수는 "회장 판공비가 6000만원이나 되는지 몰랐다. 서울을 오갈 때 교통비와 숙박비, 식대 정도가 지급될 줄 알았다.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이 분노해도 되는 이유가 있다. 프로야구 선수 전원이 연봉의 1%를 선수협회비로 낸다. 그 돈으로 회장과 사무총장 판공비를 지급한다. 연봉 2700만원 선수가 낸 27만원들이 모여 연봉 25억원 선수의 개인 계좌로 들어간 셈이다. 2000년 1월, 선수협은 어렵게 출범했다. 많은 선배 선수가 트레이드나 연봉 삭감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켜낸 단체다. 그런 선수협이 2012년 큰 위기를 맞았다. 전 집행부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그때 선수협 회장을 맡게 된 박재홍(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내 회장 판공비를 2군 선수들 처우 개선을 위해 전액 기부하겠다"고 했다. 박충식 신임 사무총장도 전임 총장의 초봉에 못 미치는 급여를 스스로 더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판공비 사용 방식을 법인카드 결제로 바꾼 것도 바로 그 시점이다. 기존 집행부의 과오를 반성하고,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 후 8년이 지났다. 연봉 25억원을 받는 선수협 회장은 판공비 6000만원을 자청해서 받았다. 그러고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영입한 사무총장은 슬그머니 판공비를 현금으로 챙겨 알 수 없는 용도로 사용했다. 겨우 벗어난 과거의 그림자 속으로 뒷걸음질 친 모양새다. 다시 한번 근본적인 의문을 맞닥뜨린다. 선수협은 누구를 위한 단체인가. 그들이 보호하겠다는 '선수'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선수협 회장과 사무총장은 무엇을 위해 수천만 원의 판공비를 쓰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의문투성이다. 배영은 야구팀장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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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선수협 회장, 메리트 논란 책임 지고 사퇴

이호준(42·NC)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 회장이 자진 사퇴했다.선수협회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이 논란이 된 메리트(승리 수당)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장으로 선출됐다. 공식 임기는 2년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협회 사무국에 전화를 걸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1년 4개월 만에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이 회장은 협회를 통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야구팬들과 야구 관계자 분들을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실패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야구팬 여러분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선수협회는 최근 승리 수당, 일명 '메리트'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여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말 "선수협회 이사회가 '구단이 적절한 보상 없이는 팬사인회 등 구단 주최 행사를 거부하겠다'는 결의를 하고 이를 구단에 통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선수협회 반박 보도자료를 곧바로 내고 "메리트 부활을 요구한 적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이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팬을 볼모로 구단과 협상하지 않았다. 메리트나 보이콧이라는 단어는 우리 회의에서 나오지도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충수를 뒀다. "구단과 선수단 사이에 정이 사라졌다" "메리트 제도는 애초에 선수들이 원해서 만든 제도가 아니었다" "메리트 제도 폐지로 수입이 갑자기 줄어든 선수들이 있다. 선수들의 복지에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을 그저 '피해자'로 간주하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메리트 제도를 부활시키자고 주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리트를 대체할 만한 팬서비스 수당을 요구할 생각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여기에 일부 선수협회 대의원들이 실제로 금전적인 추가 보상을 구단에 요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가뜩이나 싸늘하게 식었던 팬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회장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었다.올해 KBO 리그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출발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안방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 탓에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협회가 야구규약이 금지하는 메리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KBO 리그 개막 3연전 평균 관중은 지난해 1만5536명에서 1만2996명으로 16.3% 감소했다.갑작스러운 이 회장의 사퇴로 선수협회는 아직 후임 회장을 정하지 못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선뜻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설 만한 인물을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배영은 기자 2017.04.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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