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트로제나에서 경기를?' 2029 사우디 동계 AG, 기대와 우려 그 사이
차기 동계 아시안게임(AG) 개최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계 AG이 중동으로 불리는 서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사상 처음. 그간 동계 AG은 한국(강원) 일본(삿포로·아오모리) 중국(하얼빈·창춘) 카자흐스탄(아스타나·알마티) 4개국에서만 개최됐다. 하나 같이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이 낮은 지역이었다.국토 대부분이 건조한 사막 지형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동계 AG 개최권을 따낸 배경엔 초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있다. 네옴시티는 수도 리야드에서 1200㎞ 떨어진 타부크 지역에 서울시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2만6500㎢ 규모로 조성 중인 미래형 신도시. 크게 선형도시 더 라인, 부유형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고급 휴양지 신달라 등 4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나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로제나 중심으로 동계 AG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해발고도 1500m 이상에 건설 중인 트로제나는 겨울철 기온이 섭씨 0도 이하로 내려갈 전망이어서 대회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다. 부족한 눈은 인공 눈으로 대체할 전망. 다만 전례가 없던 대회 운영 방식인 만큼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금메달리스트 소피다 고지아(이탈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가 확정된 후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일"이라며 "할 말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복합 은메달리스트 알렉산데르 아모트 킬데(노르웨이)는 "눈을 생산하려면 물이 필요한데 물도 문제"라며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조 달러(1443조)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미 더 라인의 입주 인구를 축소하는 등 사업 조정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동계 스포츠와 거리가 먼 사우디아라비아는 하얼빈 AG에 2개 종목, 총 8명의 선수(남자 컬링 5명, 남녀 알파인스키 3명)를 파견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 컬링은 5경기 모두 큰 점수 차로 졌고 알파인스키 3명 중 2명은 기권했다. 인권 문제 등이 심각한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대회를 이른바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2.17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