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혼신의 PS 8연투' 마법의 가을 이끈 주역, 아직도 KS 영상을 못 보는 이유는? [IS 인터뷰]
“아직 한국시리즈 영상 못 보고 있어요. 홈런 맞은 영상 때문에..”KT 위즈 투수 손동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마법 군단의 히트 상품이었다.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출전해 7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역스윕을 이끈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2이닝 무실점 승리투수, 2차전 홀드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정규시즌에도 필승조 역할을 해왔지만, 가을야구에서까지 이렇게 잘해줄 줄은 몰랐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손동현이었다. 하지만 손동현은 아직 지난 가을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결과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8경기 연속 등판한 손동현은 힘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고, 결국 3차전 박동원에게 역전 2점포를 맞으며 팀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한 경기를 쉬고 등판한 5차전에선 다시 1이닝 무실점 호투했지만 팀은 준우승했다. 아쉬움이 짙게 남은 시리즈였기에 손동현은 아직 한국시리즈 영상을 보지 못했다. KT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부산 기장에서 만난 손동현은 “지난해 행복한 한 해를 보내긴 했는데, 영상을 찾아보려고 하면 LG 트윈스가 우승한 장면만 막 나오더라. LG에 홈런 맞은 장면만큼은 아직도 못 보고 있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올해는 안 그러도록(홈런을 안 맞도록) 해야죠”라며 각오를 다졌다.
가을야구에서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손동현은 새 시즌 연봉 인상으로 활약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손동현은 지난해 대비 140%가 오른 1억2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완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손동현은 “너무 만족한다. 한편으로는 금액을 보니까 더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올해 또 잘해서 더 많이 받고 싶다”라며 의욕을 다지기도 했다. 새 시즌 위상도 올랐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하면서 필승조 이동이 생겼고, 손동현은 새 마무리 박영현을 받치는 셋업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리가 어색하진 않다. 이미 지난해 15홀드 1세이브로 경험한 자리이기도 하고, 더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도 충실히 역할을 수행해 냈기에 이강철 KT 감독도 별다른 고민없이 그에게 중책을 맡길 수 있었다. 자신감은 넘친다. 손동현은 “아직 경기에 안 나가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준비하는 과정이나 기분은 남다르다”라면서 “셋업맨도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겠지만, 내 스스로에게 믿음이 많이 생겨서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이상동이나 이적생 문용익과 우규민, 기존 필승조 박시영, 김민수와의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경쟁을 하다보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투수들마다 장점이 다르고 나도 형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잘 경쟁해서 (셋업맨)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손동현은 64경기 8승 5패 1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2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원래도 구위와 재능이 좋았던 선수였다. 손동현이 군에 입대하기 전의 투구를 본 우규민은 당시 상대팀이자 LG 시절 동료였던 박경수에게 “저 친구 누구냐, 정말 잘 던진다”라며 점찍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엔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 현 2군 감독인 김태한 당시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서 하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성장했다. 골반을 찢는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해 호성적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손동현은 새 시즌 더 나은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동현은 “작년에 이닝 수에 비해 삼진(40개)이 많이 없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긴 했어도 삼진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캠프 시작 전에 제춘모 투수코치님과 이야기하면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가을야구에 감각이 좋았던 포크볼을 새 시즌 완성시키는 것도 그의 과제다.
손동현은 “새 시즌 구체적인 목표보단 비어있는 7, 8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라고 가까운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김)재윤이 형과 (고)영표 형이 FA에서 좋은 계약을 하는 것을 보고 형들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서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꾸준히 잘해서 인정받는 투수가 되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4.02.15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