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직원 격리' 청양 김치공장, 출하 김치 회수할 인력도 없다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으로 감염된 충남 청양의 김치공장에서 생산·출고된 김치를 회수하고 폐기하는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제품을 운반하고 처리해야 할 직원들이 모두 병원에 입원했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4일 충남도와 청양군에 따르면 김치를 생산하는 ㈜한울 직원 1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직원 가족 2명과 지인 1명 등 3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공장 발(發) 확진자는 모두 22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지난 2일 공장에서 첫 번째 확진자(네팔 국적 20대 여성·충남 348번)가 발생하자 업체 측에 출하 중단과 회수·폐기를 요청했다. 관련 법(식품위생법)에는 제품을 회수하거나 폐기를 강제할 규정이 없지만,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업체 측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방역 당국의 결정에 동의했다. 회수·폐기 대상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생산한 제품(김치) 50t이다. 현재 이 기간에 생산된 제품(김치) 50t 가운데 10t은 청양 공장에서 보관 중이다. 나머지 40t은 대전과 충남 천안, 제주도, 경기 화성 등 4개 물류센터에서 보관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유통된 물량은 없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방역당국은 당장은 해당 김치의 회수와 폐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직원 127명 가운데 1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서 치료 상태고, 나머지는 기숙사·자택 등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서다. 이 때문에 청양군은 지난 3일 현장을 방문한 양승조 충남지사에게 “인력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공장이 폐쇄된 상황에서 외부 인력을 공장 안으로 들여보내기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에서는 공장 내에서 자가 격리 중인 직원을 투입해 제품을 폐기하고 서류작성 같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현시점에선 회수와 폐기보다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도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해당 업체의 수출 중단과 소비감소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김치공장 감염 사례로 인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치 등 냉장 보관·유통하는 제품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유통된 제품을 섭취했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또한 지난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음식물을 통한 감염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오염된 음식에서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는 근거가 없다는 게 질본의 판단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설령 (음식물에서) 양성이 나오더라도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전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죽은 바이러스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김치공장에서의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지만, 음식을 통한 매개 감염위험은 없다”고 했다. 유성선병원 감염내과 장예슬 과장은 “음식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며 “다만 영상 4~5도의 냉장상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2020.09.04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