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주장의 품격’ 손흥민, 대인배답게 ‘후배’ 이강인 안아줬다…“성장하도록 보살피겠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결국 고개를 숙였고,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후배를 너그러이 품었다. 한동안 전국민적 관심을 받은 ‘탁구게이트’는 둘의 화해로 마침표를 찍었다.이강인과 손흥민은 이달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국 더 선이 대회 기간 둘이 준결승전 전날 저녁에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적 분노는 이강인에게 향했다. 이강인이 대표팀 화합의 장인 경기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찍이 밥을 먹고 동료들과 탁구를 했고,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려다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많은 팬의 기대와 사랑을 받던 이강인은 순식간에 ‘죄인’이 됐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이강인이 SNS(소셜미디어)에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성난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후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겠다던 대한축구협회(KFA)는 방관했고, 추측성 보도와 과거 이강인을 향한 동료들의 평가가 짜깁기된 악한 영상이 힘을 받았다.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이강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SNS에 욕설이 포함된 댓글이 달리는 등 세간의 분노가 들끓었다. 민심을 의식한 듯 이강인을 앞세운 기업들의 광고도 ‘이강인 지우기’에 나섰다.반성의 시간을 가진 이강인은 ‘선배’ 손흥민이 있는 런던으로 가 직접 사과했다. 손흥민은 대인배답게 실수한 ‘후배’ 이강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21일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린 이강인은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고 돌아본 이강인은 자신의 행실로 피해를 본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일일이 사과했다. 그간 열렬한 지지를 보낸 동료, 축구 팬들에게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약속의 말도 전했다.이강인은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 약속드렸다”면서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진심으로 반성한 이강인을 본 손흥민은 뒤이어 입장문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활짝 웃는 얼굴로 찍은 사진도 함께 공개하며 탁구 사건과 관련한 앙금이 해소됐음을 시사했다. 손흥민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잡아주겠다.)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했다.이번에도 리더다운 면모를 뽐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일로 큰 상처를 받은 이강인을 걱정한 것이다. 끝으로 손흥민은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김희웅 기자
2024.02.21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