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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150만 돌파 ‘탈주’, 두 번째 여름 흥행작 될까 [줌인]

영화 ‘탈주’가 150만 고지를 넘어서며 올 여름 또 한 편의 흥행작 탄생을 예고했다. 1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탈주’는 전날 오후 누적관객수 150만명을 돌파했다.‘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 지난달 3일 개봉한 영화는 픽사 최고 흥행작 ‘인사이드 아웃2’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각축을 벌여왔다. 개봉 13일째인 지난 15일에는 ‘인사이드 아웃2’를 제치고 다시 한번 정상 탈환에 성공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손익분기점 돌파도 가능할 거로 기대된다. ‘탈주’의 순제작비는 80억원대로 손익분기점은 관객 약 200만명이다. 만약 ‘탈주’가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한다면 ‘핸섬가이즈’에 이어 올여름 수익 창출에 성공한 두 번째 작품이 된다.‘탈주’의 흥행을 이끈 건 2030 세대다. 실제 CGV에 따르면 ‘탈주’를 예매한 관객 중 27.3%가 20대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0대가 25.3%로 그 뒤를 이었다. 롯데시네마에서도 20대가 31.1%, 30대가 25.8%로 집계됐다. ‘탈주’가 20, 30대를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는 주연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을 향한 높은 호감도다. ‘탈주’에서 규남과 현상을 각각 연기한 이제훈, 구교환은 영화 속 케미스트리를 스크린 밖까지 끌고 가며 관객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여기에 ‘환불 이슈’를 홍보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등 재치 넘치는 마케팅을 이어가며 MZ세대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이스터에그(제작자가 재미를 위해 숨겨놓은 메시지) 찾기, BL(Boy’s Love) 코드도 흥행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탈주’에는 인물들 간 묘한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대표적인 게 현상과 우민(송강)의 사이다. 현상의 휴대전화 속 우민의 저장명 ‘Сукин сын, которого я любилэ’(내가 사랑했던 X자식)은 ‘밈’처럼 번졌고, 이는 현상과 규남의 관계 재해석으로 이어지며 N차 관람을 이끌었다. 여느 북한 소재 영화들과 다른 길을 갔다는 점 역시 입소문에 힘을 보냈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삼지만, 남북 분단이나 동족상잔의 비극을 말하는 애국주의 혹은 반공주의 영화가 아니다. 물론 이념과 환경의 대비는 보여주지만, 이것이 진영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저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너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는 청춘에 불과하다. 이러한 반전 대중 코드는 북한 소재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낮추고 공감도는 높였다.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탈주’의 흥행 요인에 대해 “무엇보다 북한을 다루는 방식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며 “물론 내부적인 갈등이 아예 그려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모습, 자기 스스로의 욕망 등에 더욱 집중한다. 이런 것들이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도 통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짚었다. 다만 경쟁작 등장이란 흥행 변수도 존재한다. 현재 개봉작 중 ‘탈주’의 경쟁 상대가 될 만한 작품은 없지만, 여름 성수기인 만큼 매주 기대작들이 줄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당장에 오는 24일 개봉하는 유니버설픽쳐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 반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배드4’는 이미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에서 개봉,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4억 4944만달러(약 6205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특히나 ‘슈퍼배드4’는 개봉 전주 주말인 20일과 21일 양일간 ‘변칙 개봉’에 가까운 대규모 유료시사를 계획하고 있다. ‘탈주’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말 관객 유입이 중요한데 ‘슈퍼배드4’의 대규모 유료시사가 진행되면 스크린수, 상영회차가 줄어 타격이 불가피하다.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슈퍼배드4’의 유료시사는 시장 교란 행위다. 특히 주말은 관객이 가장 많이 드는 시기다. 안 그래도 장마가 시작되면서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데 여기에 상영 기회까지 줄어든 것”이라며 “‘탈주’ 흥행세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19 06:06
영화

‘탈주’ 구교환 “정의하고 싶지 않은 현상, 그대로 봐주기를” [IS 인터뷰]

“감독님도, 제훈 씨도 그렇고 영화와 인물을 잘 만났다는 느낌이에요.”배우 구교환이 이제훈의 러브콜에 화답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3일 개봉하는 ‘탈주’는 지난 2021년 이제훈이 구교환에게 ‘하트’를 날린 청룡영화제 이후 성사된 두 사람의 투톱 주연 영화다.개봉을 앞두고 만난 구교환은 “나도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제훈 씨도 그렇다고 하시니 기분이 좋았다. 저는 상대배역과의 호흡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탈주’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영화학도로서 이제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한 구교환은 이종필 감독 또한 2008년 작품부터 지켜본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세 사람이 의기투합한 ‘탈주’는 내일을 꿈꾸며 탈북을 감행하는 북한 병사와 그를 추격하는 보위부 장교의 이야기다. 목숨과 신념을 걸고 쫓고 쫓기는 관계 중 구교환은 추격자인 장교 리현상을 연기했다. 극 중 리현상은 북한 금수저 출신으로 러시아 피아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꿈을 뒤로하고 소좌를 맡아 임무에 충실 하려는 인물이다.앞서 ‘D.P.’, ‘모가디슈’에서 군인을 연기한 구교환이지만 이번 리현상은 또 새로운 얼굴이다. 우아하게 건반을 치던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가 하면, 어딘가 처연하기도 해 ‘새로운 추격자’라는 평을 들었다. 구교환은 “추격자의 이미지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톰과 제리’의 톰도 추격자”라며 “저는 제가 어떻게 비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정 이미지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극 중 살짝 다뤄지는 현상의 유학 시절 전사나 결말은 궁금증을 남긴다. 그만큼 인물을 두텁게 표현하는 구교환은 “항상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이것은 시리즈의 몇 번째의 상황’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그 인물을 가깝게 두게 된다. 특정 에피소드를 만들지는 않고 여러 유니버스를 상상한다”고 비결을 밝혔다.그 속내를 알 듯 말 듯 섬세하게 표현한 덕에 현상은 규남을 비롯해 배우 송강이 카메오 연기한 유학 시절 인연 선우민과 사랑인 듯 우정인 듯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넓게 생각했다. 그래야 현상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현상의 경우 ‘현상 그대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작품이 공개되면 감상은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제 의도는 드러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현상’을 던질 뿐 정의까지 내리는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관객분들에게 재밌는 소스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역할이죠.”그럼에도 연기 주안점으로 “강력한 추격자이면서 순간순간 18프레임 정도는 현상의 불안을 표현해 보려고 했다”는 구교환은 문득 자신과 현상의 비슷한 심경을 발견했다. “저도 지금 그렇네요. 용기 있고 호탕한 척하지만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싶어요.”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이 말 한마디로 한가지처럼 ‘박제’ 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그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이 받을 평가에 대해서는 당당하다. 구교환은 “평가에 두려움은 없다. 다 만들어서 스크린에 걸리거나 채널에 올라가면 온전히 관객들의 것이다. 그게 두려우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말보다는 연기와 연출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구교환은 앞으로 독립영화를 꾸준히 작업할 계획이다. 구교환은 “올해 안에 크랭크인 예정이다. 기존에 제가 해온 규모와 정서의 작업이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잘해보려 한다”고 귀띔했다.“영화는 항상 제 이야기예요. 규모나 관객 수를 떠나 언제나 많이 봤으면 좋겠죠. 언제나 제 마음에서는 천만 영화였고 작업물에 손익분기점은 존재하지 않지만, 제 ‘마음분기점’, ‘만남분기점’은 있었어요. 관객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태도는 변치 않습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3 06:05
연예일반

디즈니플러스, 송강호·이정재 앞세워 넷플릭스 공략…제2의 ‘무빙’ 기대 [줌인]

디즈니플러스가 다시 기지개를 켠다. 송강호, 이정재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을 내세운 다채로운 작품들로 OTT 시장에서 반등을 노린다. 디즈니플러스가 최근 공개한 2024년 라인업에는 어느 해보다 K콘텐츠와 한국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풍성하다.먼저 송강호의 연기 인생 첫 시리즈물로 화제를 모은 ‘삼식이 삼촌’이 오는 5월 공개된다. ‘삼식이 삼촌’은 혼돈의 1960년 대한민국,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는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만이 그릴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뜨거운 감정을 그릴 ‘삼식이 삼촌’에는 송강호를 비롯해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등이 출연한다. 영화 ‘동주’ ‘거미집’ 각본은 쓴 신연식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이정재가 출연한 첫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도 올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난다. ‘애콜라이트’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100년 전 이야기로,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은하계의 어두운 비밀과 새롭게 떠오르는 다크사이드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그간 국내에선 큰 화제를 얻진 못했지만 이번에는 이정재가 제다이 마스터로 등장하기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인공 배양육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물론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와 주지훈, 한효주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지배종’은 오는 4월 시청자들과 만난다. 여기에 김혜수가 검찰,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 팀장으로 출연하는 ‘트리거’도 대기 중이다. 김혜수는 ‘더 글로리’에서 활약한 정성일과 사활을 건 생존 취재기를 그린다. 완벽한 상류층을 꿈꾸는 여자 김하늘과 그를 보호하는 보디가드 정지훈이 만난 ‘화인가 스캔들’, 차승원 김선호 김강우가 호흡을 맞춘 ‘폭군’, 조우진과 지창욱이 강남의 화려한 밤을 장악한 어둠의 카르텔을 쫓는 ‘강남 비-사이드’도 공개 예정이다.‘무빙’ 신드롬을 일으킨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풀 작가가 ‘무빙’에 ‘조명가게’도 직접 대본을 썼다. 배우 김희원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기도 하다. 주지훈, 박보영, 배성우, 엄태구, 김설현,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으로 한국 진출 이래 처음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빙’은 공개된 지난해 8월부터 종영 전인 9월까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으며 4분기 신규 가입자 확보에 톡톡히 기여했다. 그러나 ‘무빙’ 공개가 끝난 뒤부터 지난달까지 월간활성이용자수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뚜렷한 K콘텐츠 대작이 없다는 게 꼽혔던 만큼,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매력적인 K콘텐츠로 넷플릭스 천하인 국내 OTT 시장에서 전기를 맞게 될지 주목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올해는 디즈니플러스에 기대작들이 많다. ‘애콜라이트’는 이정재 효과가 있을 것이고, ‘지배종’도 인공 배양육이라는 소재가 신선하고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기본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송강호 주연의 ‘삼식이 삼촌’, 주지훈 주연의 ‘조명가게’ 등도 디즈니플러스 기대작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정체성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콘텐츠에 있다. 이것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주목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2.23 06:05
연예일반

[IS인터뷰] ‘스위트홈2’ 이진욱은 선배라서 싫은데 좋아

“‘스위트홈2’ 반응 봤냐고요? 사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은 얘기 밖에 안 해요.”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2’과 관련한 인터뷰 자리에서 본 이진욱은 말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공자가 70살이 되니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도 법도를 그르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었달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 같은데 선을 넘지 않는 여유.2003년 CF 출연으로 연예계에 등장, 데뷔 20년차를 넘긴 이진욱은 “이제야 지난 활동의 소회를 밝힐 수 있는 연차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이전과 다른 여유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송강, 고민시 등 라이징 스타들이 많았던 ‘스위트홈2’에서 이진욱은 선배 포지션이었다. 송강과 같은 후배들이 와서 이것저것 묻기도 했고, 연예계 선배로서 자신이 미리 겪고 깨달은 바를 조언하기도 했다.이진욱은 “내가 하면 잔소리가 되니까 웬만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조언을 하는 편은 아니고 물어오면 대답하는 정도”라면서 “‘스위트홈1’을 찍을 때만 해도 모두 신인들이었는데, 이제는 다들 잘돼서 활동하는 거 보면 흐뭇하다. 현장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병아리 같던 후배들이 이제 자기 것을 갖고 연기를 하더라. 신기하다”고 밝혔다. 그게 이진욱이 생각하는 선배로서의 장점이다. 먼 발치에서 후배들의 활동을 관망할 수 있고, 그들이 커나가는 걸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 송강에게는 시즌1 때 “인생이 달라질텐데 정말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잘 준비하라”는 조언을 해줬는데, 송강이 이후 “정말 형 말대로 그렇게 되더라”는 피드백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토대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선배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지금까지 배우로 살며 이진욱이 내내 마음 편히 활동해온 것은 아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가 어려운 얼굴”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잠깐 임팩트 있게 나올 때만 화제가 되는 걸 보며 ‘대중이 날 길게 보는 걸 싫어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스위트홈2’에서 연기한 편상욱, 혹은 정의명이란 캐릭터도 쉽지 않았다. 편상욱은 시즌1에서 죽었는데, 정의명의 몸에서 빠져나온 괴물이 편상욱의 몸에 들어갔다. 이 괴물에겐 또 하나의 비밀도 있다. 즉 이진욱이 연기한 캐릭터는 편상욱이자 정의명이자 또한 미스터리한 제3의 인물이기도 했던 셈이다.이진욱은 “스스로 당위성을 찾아야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받아들이려고 했다”면서 “내 생각으로 뭔가를 창조해내기보다는 감독님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그런 와중에도 서로 다른 인격이 충돌한다는 것에 착안, 한쪽 머리를 뒤로 당겨서 한쪽 눈매를 조금 더 매섭게 보이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진욱은 “화보 촬영할 때 종종 쓰는 방법이라고 들었고 할리우드 배우들도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면서 “다만 그걸 붙였다 뗐다 하기 어려워 계속 당기고 있다 보니 어쩔 땐 두통이 오더라”고 털어놨다. ‘스위트홈2’는 사실 호평보단 혹평을 많이 받았다. 지나치게 커진 세계관과 많아진 캐릭터, 복잡해진 설정이 산만했다는 평가다. 이진욱은 “시즌2에 캐릭터가 많이 나오다 보니 내 분량이 줄어든 건 아쉽다”면서도 “누구라도 괴물이 돼서 퇴장할 수 있는데 그래도 편상욱은 살아남아서 계속 등장하잖나.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웃었다.이진욱은 “연차가 쌓이다 보니 객관적인 평가를 듣기 어렵다. 좋은 얘기하는 사람밖에 없다는 게 오래 활동한 배우로서의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좋다. 나는 원래가 조금 건조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나이 들며 보완 된단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약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잘 살아남았구나 싶다.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토로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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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2’ 커진 스케일, 밋밋해진 스토리… 전편의 미덕 잃었다 [IS리뷰]

스케일은 확실히 커졌지만 스토리의 밀도감은 시즌1에 비해 아쉽다. 시즌1의 대성공에 힘입어 시즌2, 3 제작을 한 번에 확정지은 게 ‘스위트홈’에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지켜볼 일이다.‘스위트홈’은 욕망이 괴물을 만드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 시즌1이 그린홈이라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수(송강)를 비롯한 주민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면, 시즌2는 그린홈 밖으로 나온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린홈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군대가 장악한 도시. 사람들이 언제 어떤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긴장감 있는 상황은 사람들의 심리를 극한으로 몰아간다. 자신도 괴물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옆에 있는 동료가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짓누른다. 그린홈 주민들은 이 같은 압박감 속에서 멀쩡한 사람들까지 살육하다시피 하는 군인들을 보곤 두려움을 느낀다. 한편 군 수뇌부들은 자신만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백신과 치료약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이 일을 맡고 있는 임박사(오정세)는 “인간이 바이러스고 괴물이 치료제일 수 있다”는 도발적 발언을 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박사의 연구를 위해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람의 형태와 이성을 간직한 현수 같은 일명 특수감염자들이 잡혀 들어온다.현수는 그린홈에서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다쳐도 금방 낫고 잘 죽지도 않는 자신이 잘했더라면 이웃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떨쳐지질 않는다. 만약 자신이 사람들의 괴물화를 막을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다면 실험에 자원하는 것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어떤 고통을 겪게 되더라도. 그러나 편상욱(이진욱)의 몸에 들어간 정의명(김성철)은 현수를 말리고자 한다. 실험실에서 얼마나 잔혹한 일이 벌어지는지 앞서 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정의명은 사람에 대한 큰 불신이 생겼다. 자신이 인간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믿는다.‘스위트홈2’에선 사람들은 낙엽처럼 우수수 죽고 괴물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이 이야기의 주요한 축으로 올라왔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두렵고 괴로운 와중에도 어떻게든 인간으로서 자신이 해야할 것을 하려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광기와 허무함만이 감돈다.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약자를 보호하고 두려워도 용기를 내려는 마음은 어떤 크고 거대한 이유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데, ‘스위트홈2’는 자꾸 더 그럴싸한 이유를 찾고, 더 큰 이야기를 하려는 것만 같다.시즌1의 현수는 학교폭력의 희생자로 이것이 그를 괴롭게 만든다. 타인에게 건넸던 선의가 무자비한 폭력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그린홈 주민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됐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상징성이었고, 여기에서 많은 감정과 고뇌가 엉길 수 있었다. 스케일 확대에 신경을 쓴 듯한 시즌2는 이 부분을 잊은 것 같다. 결국 시즌1이 가지고 있던 밀도들이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아직 ‘스위트홈’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은 시즌3이 있고, 여기서 또 어떤 이야기가 파생될지 모른다. 시즌2에서 새롭게 던진 질문들 역시 어떤 면에선 오래 고민할 만하다. 악역이 된 군인들, 이기심의 극대화, 공포와 절망만 남은 세계. 시즌3은 부디 이런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벗어나 그래도 인간이 인간으로 있고자 하는 마음, 그 처절한 삶을 다시 조명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8부작. 청소년관람불가.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02 11:17
영화

[IS신작] ‘스위트홈2’ 살짝 미리 봤는데요… #스케일 #능력치 #누가 괴물인가

넷플릭스의 K콘텐츠 신드롬의 시작. 시리즈 ‘스위트홈’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넷플릭스는 20일 언론에 ‘스위트홈2’의 에피소드 일부를 공개했다. ‘스위트홈2’는 모두 8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는데, 이날 공개된 회차는 1, 2, 3편이다. 살짝 맛만 본 ‘스위트홈2’는 초반부터 이전보다 한층 커진 스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즌1 말미 그린홈에 생존해 있던 주민들은 군인들에게 발견돼 대피소로 이송되고 있던 상황. 군인들의 작전이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 만큼 ‘스위트홈2’는 그 기대치에 걸맞은 스케일을 보여준다. 초반부터 군인들이 괴물과 총으로 대적하고, 이전 시즌보다 한층 자연스럽고 정교해진 크리처들이 등장한다. 폭탄까지 사용되는 전투에 교각이 붕괴되는 장면까지 나온다. 큰 화면으로만 본다면 블록버스터 영화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도착한 대피소에서 그린홈 생존자들이 본 건 또 다른 절망.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군인들은 점차 이성을 잃어가고, 괴물을 소탕하겠다는 명분 아래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다. “내가 괴물이라고 하면 괴물인 거야”라며 살상에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 하는 군인.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누가 진짜 괴물인가’라는 물음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결국 그린홈 생존자들은 대피소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곤 탈출을 도모한다.괴물들의 능력치 역시 대폭 상승됐다. 인간과 보다 닮은 괴물들과 그들의 번식 능력도 소개되고, 수류탄으로도 죽일 수 없는 강력한 괴물의 힘이 등장한다. 특수감염자들의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희망으로 부상한 특수감염자 차현수(송강). 연구실 직원들은 차현수의 능력치를 보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현수는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차현수를 더욱 어둠으로 몰아넣는 비극이 될지, 인류를 구원할 희망이 될지는 다음 달 1일 베일을 벗는 ‘스위트홈2’에서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0 13:59
영화

[28th BIFF] 폐막 향해 달려가는 ‘부국제’ 후반부 기대 포인트

내홍을 딛고 어렵게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돌았다.첫 부산국제영화제 호스트를 맡은 송강호와 주윤발, 판빙빙 등 중국어권 톱스타들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들이 부산을 다녀갔다. 오는 13일까지 이어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후반부에는 또 어떤 스타와 행사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세계적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의 스페셜 토크지난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작품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을 휩쓸며 주목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토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후반부 가장 기대되는 행사다.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쿄 인근 미즈비키 마을에서 자연의 방식에 따라 살던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와 그의 딸 하나(니시카와 료)가 집 근처가 글램핑장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이 작품은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영화제 상영 이후 로튼토마토에서 무려 97% 신선도(100%에 가까울수록 높은 평가)를 기록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토크는 10일 오후 5시 30분 영화의전당에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영 이후 진행된다. ◇홍경&고민시, 충무로 샛별 나야 나!‘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세 배우로 거듭난 박은빈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면 영화제의 마무리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충무로 샛별 홍경, 고민시가 맡는다.홍경은 영화 ‘결백’, 드라마 ‘D.P.’, ‘약한영웅 클래스1’, ‘악귀’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섬세한 연기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내며 국내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약한영웅 클래스1’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그가 올해는 폐막식 사회자로서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하게 됐다.고민시는 영화 ‘마녀’, ‘봉오동전투’, ‘헤어질 결심’, 드라마 ‘스위트홈’, ‘지리산’으로 주목받은 배우다. 최근엔 영화 ‘밀수’에서 밀수판의 정보통 옥분 역을 맡아 김혜수, 염정아 등 대배우들 사이에서도 신스틸러로서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을 뽐냈다.홍경과 고민시의 신선한 케미스트리로 화려하게 장식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은 오는 13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다. 폐막식에서는 영화인들의 레드카펫 이후 뉴 커런츠상, 지석상, 올해의 배우상 등의 시상과 폐막작 상영이 진행된다. ◇후반부 주목할 작품은 이것!영화제 후반부 주목할 작품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를 빼놓을 수 없다. ‘브레이크업 버디즈’, ‘풍광적외성인’ 등을 통해 자신만의 코미디 세계를 다진 닝하오 감독이 내놓은 일종의 블랙코미디다.영화의 주인공은 홍콩 출신 배우 유덕화와 닝하오 감독 자신. 유덕화는 홍콩필름어워즈에서 또 남우주연상을 놓친 뒤 서구 영화제 수상을 노리고 린하오(닝하오) 감독에게 연락을 하는 웨이치를 연기했다. 중국 영화의 대명사나 마찬가지인 ‘솜 깔깔이’,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원활하지 않은 소통 등이 웃음 요소로 등장한다. 닝하오 감독은 ‘영화의 황제’를 통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홍콩과 중국 영화 산업 간의 미묘한 경계, 자본이 잠식한 영화 산업에 대한 갈등, 진정성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에 대한 성찰 등을 웃음 안에 날카롭게 담아냈다. 유덕화가 연기하는 톱스타 역시 볼거리다.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부문에선 손현록 감독의 ‘그 여름날의 거짓말’, 일본 감독 모리 다츠야의 ‘1923년 9월’ 등을 주목할 만하다. 뉴 커런츠는 아시아 신예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한 부문. 손현록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인 ‘그 여름날의 거짓말’에서 반성문이 영화로 펼쳐지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모리 다츠야 감독의 ‘1923년 9월’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발생한 비극을 들여다봤다. 99년이 지난 이후 관동대지진의 비극을 다시 되짚어 보며 망각을 경계하게 한다. 모리 다츠야 감독은 ‘에이’로 1998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1923년 9월’은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연출작이다.두, 세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한 아시아 중견 감독들에게 수여하는 지석상 부문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인도네시아영화의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가스퍼의 24시간’, 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의 현재를 무대로 시민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국가 권력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파라다이스’ 등 10편이 경합을 펼친다. 한국 영화 후보는 이상철 감독의 ‘그녀에게’와 안선경 감독의 ‘이 영화의 끝에서’ 등이다.부산=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10 05:50
영화

[IS인터뷰] ‘거미집’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과 환멸

“영화를 보신 분들이 영화에 대한 꿈, 사랑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찾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저도 ‘거미집’을 만들면서 그랬거든요.”영화 ‘거미집’으로 돌아온 김지운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거미집’은 1970년대 삼엄한 검열 당국과 비협조적인 배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영화의 결말만 다시 찍고자 하는 김열(송강호) 감독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다. 꿈속에서 본 영감을 바탕으로 결말만 바꾸면 자신의 작품이 명작이 되리라 믿는 김열 감독. 김열 감독의 캐릭터에는 김지운 감독이 투영돼 있다.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자기 일이나 긍지, 자긍심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러다 환멸 같은 게 느껴지는 거죠. 자기 일에 대한 환멸,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환멸 같은 것들이요. ‘내가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건가, 이 일을’ 그렇게 자신을 의심하기도 하고요.”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찍으며 영화를 처음 사랑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 영화를 작업하며 자신이 했던 질문들, 영화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이다.김지운 감독은 ‘거미집’ VIP 시사회 이후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새삼 다시 느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면서 “(영화가) 좋았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거미집’ VIP 시사회에 참석했던 한 감독은 “왜 뒤풀이 자리에 안 왔느냐”고 하자 “영화가 너무 좋아서 얼른 집에 들어가서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뒤풀이에 가지 않았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취향이 안 맞으면 재미없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나는 영화가 너무 좋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평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작품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제 취향을 유지하되 대중성의 확장성은 고민해야겠죠.”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데뷔작 이후 평론가들로부터 이렇다 할 좋은 평을 받지 못 했던 김열 감독이 어떻게든 명작을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으로 만들어내는 상황들은 때로 우습고 때로는 광기 넘치게 보인다.사랑과 광기의 경계. 이것이야 말로 어떤 것에 극진하게 몰입하다 보면 나오는 감정의 파노라마 아닐까. 특히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바와 대중의 니즈 사이를 치열하게 조율해야 하는 대중예술 종사자라면 더욱.기대했던 여름 시장의 충격 이후 국내 영화계엔 위기론이 드리워 있다. 이런 시대에 흑백 영화를 영화 속 영화로 삽입한 ‘거미집’의 시도는 대담하고 과감하다. 한때 ‘이럴 줄 알았다’, ‘이런 걸 기대했다’는 류의 평론을 보면 의기소침하고 답답함도 느꼈다는 김지운 감독은 “지금은 그런 평들조차 소중한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영화가 정말 좋았을 때는 한 달에 영화 관련 잡지가 6~7개가 나왔어요. 어떤 잡지에도 제 이름이 안 올라간 적이 없었을 정도였죠. 지금은 평론 하나하나가 아주 소중한 시기예요. 작품이 나오고 평론이 나오고, 그런 것들이 부딪혀서 뿜어내는 에너지 같은 것들이 그립죠. ‘거미집’은 새로운 시도가 있는 작품이고, 그런 시도에 대한 유의미한 평들이 나오다 보면 그걸 지지하고 환호해 주는 목소리도 커지지 않을까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01 06:00
영화

[IS인터뷰] 오정세 “과거 ‘놈놈놈’ 오디션 떨어져… ‘거미집’ 신나서 작업”

배우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을 통해 김지운 감독과 작업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오정세는 최근 ‘거미집’ 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실 전에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진 일이 있다”고 털어놨다.“김지운 감독님이 제안을 주셔서 신났죠. 사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때는 연출부 오디션에서 떨어졌거든요. 김지운 감독님 앞에서는 오디션도 못 본 거예요. 어떠한 여정 끝에 ‘거미집’까지 오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신나게 작업했어요.”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송강호) 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오정세는 이 영화에서 1970년대 스타 강호세를 연기했다.오정세는 앞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와 ‘스위치’ 등에서 톱스타 연기를 했던 바. ‘거미집’에서는 이때에 비해 한층 자연스럽게 스타 연기를 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남자사용설명서’ 때까지만 해도 나 스스로도 물음표가 많았다”고 털어놨다.“조연을 하던 친구가 갑자기 메인으로 등장했는데 그것도 톱스타 역이잖아요. 확신이 없었어요. 그때 제가 해변가를 걸어가면 보조 출연자 분들이 ‘멋있어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보조 출연자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은 거예요. (웃음) 지금은 여러 작품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확신과 믿음이 생겼고, 그걸 바탕으로 연기를 하고 있어요.”오정세는 ‘거미집’을 “부담감이 많이 없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지운 감독을 필두로 송강호, 임수정, 박정수, 전여빈, 정수정 등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초청을 받아 다녀왔을 때도 긴장감이 거의 없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오정세는 동료들을 ‘천군만마’라 표현했다.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의 구조를 하고 있다. 김열 감독이 영화 속에서 찍는 동명의 영화 ‘거미집’이 러닝타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970년대 스타인 강호세는 김열 감독의 영화 ‘거미집’에서 그 시절 스타일대로 연기를 해야 했다. 오정세로선 배우 강호세, 김열 감독의 영화 속 등장인물이라는 두 가지 연기를 해야 했던 셈이다.오정세는 1970년대 자료들을 찾아보며 연기를 주문했다. 1970년대 특유의 톤과 호흡을 체화하려 애썼다. 그는 “그 당시의 연기 자료를 보면 호흡이 지금보다 반템포씩 더 붙는 느낌이 있더라. 또 ‘아이쿠’, ‘저런저런’ 등 그때 자주 쓰이던 표현이 있었다”며 “그런 방법들을 조금 더 잘 살려서 작품 속에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악귀’에 이어 ‘거미집’으로 다시 한 번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세운 오정세. 그는 “주연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주연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책임감은 갖되 다른 생각은 안 하려고 한다. 매 작품 그냥 내가 해야되는 것들과 작품 자체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30 10:13
연예일반

여름 한국영화 4파전! ‘한산’ 웃고 ‘외계+인’ 울었다

올여름 한국영화들의 경쟁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연기해왔던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면서 대작과 대작이 맞붙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먼저 고개를 숙인 건 ‘외계+인’이다. 최근 개봉한 ‘외계+인’은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보유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인데다 한국형 창작 SF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실망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8일 오전 기준 ‘외계+인’의 평점은 6.92.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영화 ‘암살’의 관객 평점이 9.10인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수치다. “과거와 현재가 잘 섞이지 않는 느낌”, “이것저것 다 보여주려다 혼돈의 도가니로”, “길게 비판하기도 지친다. 투머치” 등의 평가가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한산: 용의 출현’은 개봉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27일 개봉한 이후 관람객 평점은 8.55.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한 사극 액션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27일까지 사전 예매량 30만장을 넘었다. 올해 개봉해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른 ‘범죄도시2’가 사전 예매량 20만장을 돌파한 시간보다 빨라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 다음 달 3일과 10일에는 각각 ‘비상선언’, ‘헌트’가 개봉한다. ‘비상선언’의 경우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신작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항공 재난물로 지상과 기내의 면면을 모두 섬세하게 담아 언론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다. ‘헌트’는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나선 작품이다. 막역한 동료이자 연예계 소문난 절친한 친구인 정우성과 공동 주연을 맡았다.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직원들의 심리전을 담았다. 해외 평론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55%로 다소 낮다. 하지만 1980년대의 국내 상황을 잘 알고 마피아 게임에도 친숙한 한국이라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의 경우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다. 여기에 ‘헌트’가 ‘제57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대돼 상영된 만큼 이 같은 좋은 분위기가 결과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7.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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