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84건
해외축구

한국이 놓친 마시 감독, 캐나다 이끌고 ‘67년 만에’ 미국 원정 승리

한때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도 선임이 무산된 제시 마시(미국) 감독이 캐나다 대표팀을 이끌고 미국 원정 승리를 이끌어냈다. 캐나다가 미국 원정에서 승리한 건 무려 67년 만의 일이다.캐나다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의 칠드런스 머시 파크에서 열린 A매치 친선경기에서 미국을 2-1로 제압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미국 원정 승리는 1957년 7월 스웨덴 월드컵 예선전 이후 처음이다.이날 캐나다는 전반 17분 제이컵 샤펠버그(내쉬빌)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린 뒤, 후반 13분 조너선 데이비드(릴)의 추가골까지 터져 승기를 잡았다. 후반 21분 루카 데라토레(셀타 비고)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캐나다는 1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적지에서 승전고를 울렸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40위인 캐나다는 미국(16위)보다 24계단이나 낮지만, 이날 슈팅 수에서는 오히려 17-8로 크게 우위를 점하는 등 우세한 경기를 치렀다. 여기에 67년 만에 원정 승리까지 따내면서 마시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경기 직후 마시 감독은 “선수들이 멘털적으로 성장한 게 보이고, 대표팀에서 뛰는 걸 좋아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서로를 위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를 걸고 대표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이번 미국 원정 승리뿐만 아니라 캐나다는 마시 감독이 부임한 뒤 참가한 지난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선 4강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원정 승리 등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확 달라진 캐나다 대표팀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마시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경질 이후 공석이던 한국 대표팀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사령탑이다. 실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1순위로 접촉했고, 마시 감독도 아시안컵 경기 분석 영상을 보여주는 등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호 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도 유튜브를 통해 “마시 감독이 현 대표팀에 가장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데도 있는데 나는 한국이다’라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서로의 접점을 잘 맞추면 될 줄 알았다”고 했다.그러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국내거주 요건과 세금문제였다. 화상면담 및 대면면담 후 전술적 플랜이나 지도 스타일, 경력 등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1순위 협상이 진행됐다. 협회는 해당 감독이 기술적 부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 상당히 부합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국내 거주 조건의 확인이 중요했다”면서 “해당 후보 에이전트 측은 협상 초반에는 연봉 규모나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소득세율 등 세금에 대한 다양한 질의와 협상이 수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상이 지연된 점이 있다. 협회 측의 요청시한이 지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고, 최종적으로 상대측에서는 ‘국내거주 문제와 세금문제로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는 회신이 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이후에도 좀처럼 새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던 한국은 결국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는 이른바 특혜 논란 등 각종 비판 여론이 일었다. 홍 감독이 이끈 한국은 지난 팔레스타인과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팔레스타인은 96위 팀이었다.김명석 기자 2024.09.08 10:08
해외축구

英 최초 외국인 사령탑 에릭손 감독 별세, 축구계 추모 물결…베컴 “당신의 주장이 돼 감사”

스웨덴 출신 사령탑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6세. 영국 축구대표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활약한 그가 별세하자, 축구계에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에릭손 감독은 26일 세상을 떠났다. 에릭손 감독은 지난 1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남은 수명이 1년 정도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가디언 등 매체에 따르면 에릭손 감독은 이날 아침 자택에서 가족들 앞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에릭손 감독은 지난 1977년 데게르포르스(스웨덴) 지휘봉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사령탑으로 활약한 장수 지도자다. 이 기간 벤피카(포르투갈) AS로마·피오렌티나·삼프도리아·라치오(이상 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레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등 유명 클럽들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멕시코·코트디부아르·필리핀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에릭손 감독은 벤피카 시절 리그 우승 3회를 거두며 이름을 날렸고, 라치오에선 리그 우승 1회·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우승 1회 등 다양한 트로피를 품었다. 2000년대엔 ‘축구 종가’ 잉글랜드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돼 이목을 끌었다. 에릭손 감독은 2001년 처음으로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은 뒤 2002 한일 월드컵, 2004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6 독일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이 기간 잉글랜드는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기간 에릭손 감독은 베컴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고, 루니의 대표팀 발탁을 이끄는 등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커리어 말년에는 광저우 부리·상하이 상강(이상 중국)을 이끌며 K리그 구단들과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하기도 했다. 이어 필리핀 대표팀을 이끈 당시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만나 승리를 거둔 기억도 있다.에릭손 감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잉글랜드 축구계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베컴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에릭손 감독과 함께한 영상을 게시했다. 이어 “우리는 웃고, 울었다. 작별인사를 하려는 걸 알았다. 항상 당신의 모습 그대로 열정적이고, 배려심 있고, 차분한 진정한 신사가 돼줘서 고맙다”며 “나는 항상 당신의 주장으로 만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할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과 함께 이날의 마지막 기억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루니 역시 같은 날 “정말 특별하신 분”이라며 “나를 도와주고 지도한 모든 기억에 감사한다”라고 적었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케인은 BBC를 통해 “그와 함께한 많은 사람이 그를 얼마나 존경하고 좋아했는지 안다”며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그의 사망 소식에 슬프다. 에릭손 감독은 위대한 혁신가이자, 아름다운 경기의 진정한 대표였다”라고 애도 메시지를 더 했다.벤피카 구단은 “에릭손 감독의 흔적은 시대를 앞선 코치이자 혁명자의 흔적이었다”며 “에릭손 감독의 이름은 벤피카 팬들을 하나로 묶어 결코 잊혀지지 않을 이름”이라고 칭송했다.김우중 기자 2024.08.27 08:20
해외축구

세계 최고 미녀 선수와 연애 썰 풀었다, “연예인 커플 같다고?…영어 실력 늘었다”

뭇 남성의 부러움을 사는 더글라스 루이스(애스턴 빌라)가 세계 최고의 미녀 축구선수로 꼽히는 알리샤 레만과의 연예 스토리를 공개했다.루이스는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을 통해 “사람들은 우리가 연예인 커플 같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저 평범하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볼링도 치고 쇼핑도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출신의 레만은 세계에서 인기 있는 여자 선수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675만명에 달한다. 루이스(115만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레만은 2021년 애스턴 빌라 WFC로 이적한 후 루이스와 교제를 시작했다. 연애 중 결별하기도 했지만, 재결합 후 연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출신인 루이스는 “레만 덕분에 내 영어 실력이 훨씬 좋아졌다. 처음 2년 동안 영어를 못했지만, 그를 만난 후부터 영어를 해야 했다. 내가 말을 못 하면 논쟁을 못 하지 않는가. 다툼이 생기면 이제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포르투갈어에서 영어로 모든 것을 번역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해야 했다. 처음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바뀌어야만 했다”면서 “레만은 정말 많은 언어를 구사한다. 5개 정도 된다.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유명인 커플이라 별다를 것 같지만, 평범한 연인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루이스는 “우리는 모든 일을 평범하게 한다. 원할 때 저녁을 먹으러 간다. 어쨌든 나는 집에 있는 편이다. 물론 레만과 사교적인 일도 하고 싶다”면서 “영국에서는 모든 것이 평온하다. 브라질에 있는 상점에 가면 정신이 없다. 여기에서는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만족을 드러냈다.2019년 애스턴 빌라에 입단한 루이스는 줄곧 주전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경기에 나서 9골 5도움을 기록, 애스턴 빌라의 4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애스턴 빌라에서 일과 사랑 모두 잡은 루이스다.김희웅 기자 2024.04.15 15:38
해외축구

EPL에서 무연 담배가 인기라고? ⑤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글로벌 분석업체 ECA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207개 도시의 ‘생활비’를 매년 발표한다. 2023년 런던은 뉴욕, 홍콩, 제네바에 이어 4위였다. 서울은 9위, 도쿄는 10위로 조사됐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필자는 물가 정보 사이트 넘베오(Numbeo)를 통해 한국과 영국(UK)의 생활비를 비교해 봤다. 집세(rent, 영국이 106% 높음)를 제외한 소비자 가격은 영국이 한국보다 0.6% 높았다. 하지만 품목별로 가격을 비교하면 두 나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빵, 우유, 소고기, 과일, 야채 같은 식품 가격이 영국보다 훨씬 비싸다. 한국의 사과, 감자 가격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싸고, 소고기 가격은 두 번째로 높다. 이에 반해 영국은 집세, 외식, 교통비 등이 비싸다.주요 품목 중에서 영국이 한국보다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담배다. 말보로 한 갑이 한국에서 4500원(3.36달러, 66위)인데 반해, 영국은 2만2100원(16.52달러 4위)이다. 그나마 2015년 한국 담뱃값이 80% 오른 탓에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담배 한 갑의 세율은 영국과 한국이 각각 80%와 74%로 큰 차이는 없다. 담배가 제일 비싼 나라는 호주(27.85달러, 3만7200원)이고, 일본(4.05달러)과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에서 담배가 제일 싼 나라는 스페인(5.61달러)이다. 2006년 3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거쳐 2007년 7월 잉글랜드를 마지막으로 영국 내의 직장과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흡연은 불법이 됐다. 축구장도 이러한 대세를 따라갔다. 2005년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가 프리미어리그(EPL) 최초로 흡연을 금지했다. 다른 클럽들도 이를 따라 2007년부터 모든 EPL 구장은 금연 구역이 됐다.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을 영어로는 베이핑(vaping)이라고 한다. 베이핑 역시 모든 EPL 구장에서 불법이다. 만약 스모킹 혹은 베이핑을 축구장에서 시도하다 걸리면 어떻게 될까? 당사자는 경기장에서 당장 퇴출되고, 클럽에 따라서는 시즌 티켓도 취소된다.영국 정부는 흡연에 관한 더 강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2015년부터 영국 내의 모든 상점은 판매대에 담배를 진열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가 특정 상표의 담배를 주문하면, 점원이 숨겨진 곳에서 담배를 꺼내 주는 식으로 판매는 이루어진다. 2023년 10월 보수당 정부는 흡연 가능 연령을 현재의 18세에서 매년 1년씩 높일 계획을 밝혔다. 야당인 노동당도 이에 찬성한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2009년 1월 1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영국에서 평생 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다.영국의 흡연 인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현재 흡연자 비율은 12.9%(640만 명)이다. 하지만 일부 프로축구선수들은 여전히 담배를 즐긴다. 2000년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대표적인 흡연자는 피터 크라우치, 데이비드 제임스, 프랭크 램파드, 애쉴리 콜, 잭 윌셔, 라힘 스털링, 키에런 트리피어, 웨인 루니 등이다. 특히 루니는 2009년 아내 콜린이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1200파운드를 주고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당시 담배가 고팠던 루니는 호텔 리셉션에서 한 갑을 무려 200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29만원)에 샀다고 한다. ‘무연 담배(Smokeless tobacco)’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츄잉(chewing, 씹는), 디핑(dipping, 머금는) 담배와 스누스(snus)이다. 미국에서 유래한 츄잉과 디핑은 특히 야구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2015년 메이저리그(MLB) 선수와 지도자의 37%가 무연 담배를 애용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빅 리그에 올라온 모든 신인 선수들은 이러한 담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스누스는 스웨덴에서 유래했다. 스누스와 디핑 담배는 유사하지만, 제품을 입에 넣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스누스는 윗입술과 잇몸 사이에 위치하는 데 반해, 디핑은 주로 아랫입술이나 볼과 잇몸 사이에 놓는다. 또한 스누스는 씹을 필요가 없고, 침도 안 뱉는다. 디핑은 씹을 수도 있고 침을 뱉어야 한다. 영국에서 스누스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다.EPL 선수들이 스누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누스를 통해 니코틴을 흡수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방출되고, 이는 아드레날린의 급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스트레스는 감소되며 집중력이 증가되고, 신체적인 활력이 향상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바디는 자서전에서 “스누스는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축구 선수들이 스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선수는 심지어 경기 중에도 사용한다”고 밝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스누스를 감시 목록에 올렸지만, 금지한 적은 없다. 따라서 현재 선수들의 스누스 이용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스누스는 일반 담배보다 분명 덜 위험하지만, 높은 니코틴 함유량으로 인해 중독성이 강하다. 또한 스누스를 계속 이용하면 심장, 구강 질환 등을 유발하고, 식도암과 췌장암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일부 클럽은 스누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EPL 같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부, 명예,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최고 레벨의 선수와의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긴장감이 요구된다. 이러한 압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선수들은 스누스를 애용한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1.26 15:00
해외축구

전 세계 충격에 빠트린 총격 테러…스웨덴 팬 2명 사망, ‘5㎞ 거리’ 유로 경기 중단

벨기에 브뤼셀 도심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해 스웨덴인 2명이 목숨을 잃고 또 다른 1명이 심하게 다치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테러 지점에서 불과 5㎞ 거리에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을 치르던 벨기에의 스웨덴의 경기도 전반만 치르고 중단됐다.17일(한국시간) 벨기에 당국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자신을 이슬람국가(IS) 출신으로 자처한 한 남성이 현지시간으로 오후 7시 15분께 브뤼셀 도심 생크테레트 광장 인근에서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벨기에와 스웨덴의 경기 킥오프를 45분여 앞둔 시점이다.스쿠터를 타고 광장을 찾은 범인은 건물로 뛰어 들어가 총격을 가하는 등 사람들에게 모두 8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던 2명이 사망하는 등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범인은 총격을 가하기 전 아랍어로 ‘신은 가장 위대하다’고 외쳤고, 범행 직후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을 자처한 이는 소셜 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에 “나는 IS에서 온 알라를 위한 전사다. 스웨덴인 3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범인이 아직 체포되지 않은 가운데 벨기에 당국은 테러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올렸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SNS를 통해 “스웨덴 총리에게 브뤼셀에서 일어난 스웨덴 시민들에 대한 참혹한 공격에 조의를 표했다. 긴밀한 동맹국으로서 테러리즘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적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브뤼셀에 거주하고 있던 튀니지 국적의 압데살렘 L.로 추정돼 경찰들이 추적하고 있다.충격 테러 여파로 이날 스타드 루아 보두앵(킹 보두앵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의 스웨덴의 유로 2024 예선 경기는 전반만 치른 뒤 중단됐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현장과 경기장은 불과 5㎞ 떨어져 있었다. 경기장은 5만석 규모다. 총격 테러 소식을 들은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유럽축구연맹(UEFA)도 양 팀과 경찰 등과 논의 끝에 경기 중단을 결정했다. UEFA는 연기 결정 직후 성명서를 통해 “브뤼셀에서 테러 공격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양 팀과 현지 경찰 당국 등과 협의한 결과 예선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안데르손 감독은 “전반을 마친 뒤 휴식을 위해 라커룸으로 향하는 도중 총격 사실을 접했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라커룸에 들어와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경기를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다만 경기 중단 이후 팬들은 경찰 통제 속 자정 무렵까지 경기장에 머물렀다. 큰 충격에 빠진 스웨덴 팬들은 관중석에 앉아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유니폼을 입고 있던 스웨덴 팬들은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뉴스는 “총격으로 인해 사망자가 2명이 발생하자 경찰은 용의자를 수색하는 동안 팬들이 경기장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며 “총격 사건은 5만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불과 3마일(5㎞)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이날 두 팀의 전반전은 1-1로 팽팽히 맞섰다. 스웨덴이 빅토르 요케레스(스포르팅 CP)의 선제골로 먼저 앞서갔지만, 벨기에도 로멜루 루카쿠(인터밀란)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이날 스웨덴은 데얀 쿨루셉스키(토트넘) 빅토르 린델뢰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출전했고, 벨기에도 유리 틸레만스(애스턴 빌라) 샤를 데 케텔라에르(AC 밀란) 등이 선발로 나섰다.중단된 두 팀의 남은 후반전의 재개 일정은 미정이다. 이 경기 전까지 벨기에는 승점 16(5승 1무)으로 본선행이 확정됐고, 반면 스웨덴은 승점 6(2승 3패)으로 본선 직행이 무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의미한 경기인 만큼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스웨덴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스웨덴 국민 2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또 다른 1명도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우리는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을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한다. 범인은 축구 경기를 보러 가던 무고한 사람들을 향해 역겨운 공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벨기에축구협회도 "오늘 밤 브뤼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김명석 기자 2023.10.17 10:09
프로축구

‘예의 갑’ 제주 외국인 3인방, 남기일 감독에게 큰절→세뱃돈 쾌척

검증된 경기력 뿐만 아니라 최적의 현지화까지. '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 트리오 헤이스-유리-링이 계묘년(癸卯年) 설을 맞아 세배까지 선보이며 남기일 감독과 제주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제주가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브라질 듀오 헤이스와 유리는 남다른 적응력으로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광주FC에서 지난 2시즌 동안 K리그1과 K리그2 무대에서 맹활약(16골 9도움)을 펼쳤던 '형님' 헤이스는 유리에게 한국 정서, 문화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동생' 유리는 헤이스의 조언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헤이스 영입 오피셜 과정에서도 이들의 케미는 돋보였다. 2023시즌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영입 선수들은 제주에서 미래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는 축구 꿈나무와 함께한다. 영입 발표에 앞서 해당 선수들은 제주도내 학교 축구부뿐만 아니라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축구 유망주들을 직접 찾아가 팀 훈련에 참여한다. 이른바 '꿈나무오피셜'. 헤이스는 제주 U-12 유소년팀을 찾아 '꿈나무오피셜'을 진행했는데 유리와 동행했다.헤이스와 유리는 "하자, 가자, 화이팅" 등 직접 한국어로 유소년 선수들을 독려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함께 즉석 팬 사인회도 열었다. 특히 코칭 스태프와 학부모들에게 깍듯하게 대하며 점수를 땄다. 유리는 열심히 사인을 해주던 헤이스 앞으로 다가가 한국어로 "사인 주세요"라며 존경심을 보여줬다. 이를 지켜보던 선수단과 부모님은 '동방예의지국'에 걸맞는 선수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태국 전지훈련에서도 빛나고 있다. K리그 2년차 스웨덴 출신 링 도령까지 합세했다. 설날을 맞이하여 한복을 차려 입고 제기차기를 즐기고 설날의 유래, 의미부터 세배 방법까지 전해들은 '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 트리오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스스로 기획하기 시작했다.서프라이즈 이벤트의 주인공은 바로 남기일 감독이었다. 설날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들은 남기일 감독이 머무르는 숙소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문이 열리자 남기일 감독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압도적인 피지컬(185cm, 88kg)로 종갓집 대감 포스를 풍긴 유리에 더 당황했다는 후문. '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 트리오는 곧바로 예절을 갖추며 세배를 했고, 당황했던 남기일 감독은 끝내 탈압박에 실패했다. 세뱃돈1000바트(약 4만원)을 직접 챙겨주며 "내가 느낀 당황함을 올 시즌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팀에게 선사해달라"고 주문했다.'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 트리오의 답변이 더 걸작이었다. 이들은 "남기일 감독님이 세뱃돈까지 주실지 몰랐다. 매년 세뱃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그리고 방을 돌며 세배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활약상은 1월 22일(일) 오전 설날을 맞아 구단 공식 SNS와 유튜브에도 영상으로 공개되자마자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주 팬들은 '동방예의지국형' 외국인 선수의 등장에 '역대 최고의 설날 선물 세트'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희웅 기자 2023.01.22 12:45
해외축구

인판티노 FIFA 회장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펠레' 이름 붙인 경기장 요청할 것"

잔니 인판티노(53)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떠난 ‘축구 황제’ 펠레(1940~2022)를 전 세계가 애도하도록 각 나라에 펠레 이름을 딴 축구 경기장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3일(한국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산투스에서 진행된 펠레의 장례식에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 회장 등과 참석해 “펠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산투스에 왔으며 그를 위한 묵념의 순간을 위해 여러 축구연맹과 대화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축구장 한 곳은 펠레의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이야기가 오간 게 없다. 만약 오더라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서 공문이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공유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외신은 세계 축구를 이끄는 수장이 역대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펠레를 추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평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 펠레 이름을 붙인 경기장이 생긴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리우데자네이루주의회가 브라질 축구의 상징인 마라카낭 경기장을 ‘레이(rei·왕) 펠레’로 명명하려다 주지사가 승인하지 않은 바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경기장에 펠레의 이름을 붙인다면) 50년, 100년 후 어린아이가 ‘펠레가 누구였죠?’라고 묻는 거로 우리는 그를 기억할 수 있다. 그가 골을 넣었던 축구 경기장에서 우리는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라며 “사실 수백 만,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이 나처럼 펠레의 경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를 떠올리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판티노 회장은 “펠레는 신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지구에서 극소수만이 가진 선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그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운이 좋았지만, 그의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펠레의 경기에 대해 나에게 여러 차례 말해준 건 나의 아버지였다. 그의 유산이 독특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펠레는 지난해 암 투병으로 입원해 치료받던 중 지난달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82세를 일기로 운명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평가받은 펠레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세 차례(1958 스웨덴, 1962 칠레, 1970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A매치 92경기에 출전해 브라질 선수 역대 개인 최다 득점인 77골을 넣었다. 펠레가 18년 선수 생활을 보낸 산투스FC 홈 경기장에서 진행한 장례식에 수천 명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 BBC는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많은 이들이 펠레가 영면하는 순간을 기리기 위해 산투스를 찾았다”고 전했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등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은 화환을 보냈다. 인판티노 회장은 “펠레는 99%의 선수들이 꿈만 꿀 수 있는 많은 일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냈다. 축구계가 펠레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앞서 FIFA는 펠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스위스 취리히의 본부 건물에 조기를 게양해 애도를 표했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3.01.03 18:43
해외축구

희비 엇갈린 베일-케인, 웨일스의 64년 만 도전은 조기마감 [IS 리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전·현직 에이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웨일스 축구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이 대회 1무 2패(승점 1)가 된 웨일스는 B조 최하위를 기록,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승점 7(2승 1무)을 챙긴 잉글랜드는 B조 선두로 16강에 올랐다. 오는 5일 A조 2위 세네갈과 8강 진출을 다툰다. 영연방 팀끼리의 맞대결, 소위 ‘영국 대전’은 월드컵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웨일스는 1938 스웨덴 대회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에 나섰다. 다른 영국 연방인 스코틀랜드는 프랑스 대회 이후, 북아일랜드는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양 팀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킥오프되기 전 두 나라 서포터들은 이미 주먹다짐으로 한 차례 자존심 대결을 했다. 웨일스와 잉글랜드의 팬 수십 명이 경기를 앞두고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에 모여 술집 밖에서 격렬하게 충돌해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웨일스와 잉글랜드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축구 전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양 팀 주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웨일스 주장 가레스 베일(33·로스앤젤레스 FC)과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29·토트넘)은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둘은 킥오프 전 경기장 중앙에서 만나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기도 했다. 승부는 냉정했다. 베일은 웨일스를 16강으로 이끌기 위해서 3골 차 승리가 필요했다. 뒤집지 못하고 완패당했다. 베일의 월드컵 꿈도 끝났다. 64년 만에 얻은 월드컵 도전을 세 경기 만에 마쳤다. 그러나 월드컵 여정에서 베일의 활약은 상당했다. 웨일스는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벨기에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PO)로 향했다. PO에서 베일의 진가가 드러났다. 오스트리아와 PO 준결승에서 멀티 골(2-1 승)을 터뜨렸다. 우크라이나와 PO 결승에선 절묘한 킥으로 상대 자책골(1-0 승)을 끌어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빈약한 전력 탓에 베일은 이번 대회에서야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다. 베일은 미국과 1차전(1-1 무)에서 페널티킥 동점 골로 첫 월드컵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란전(0-2 패)과 잉글랜드전에서 모두 침묵했다. 베일의 기량이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웨일스 전력의 상당 부분을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쓸쓸함이 고스란히 보였다. 베일은 "(대표팀 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 원하는 만큼 계속할 것이다. 지금은 분명 힘든 순간이다. 하지만 웨일스 대표팀은 내년 3월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4 예선부터 다시 출발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청난 경험을 얻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노력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 2022.11.30 16:11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월드컵에 나서는 바이킹의 후예들

8세기 후반부터 300여년 동안 약탈을 저지른 북유럽의 게르만족을 바이킹이라고 부른다. 바이킹은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발판으로 전 유럽을 휩쓴 데 이어 북아프리카, 흑해, 페르시아, 그린란드, 북미지역에도 진출했다. 당시 유럽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이킹은 이교도이자 야만족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다르게 바이킹은 훌륭한 탐험가이자 상인이기도 했다. 또한 바이킹은 분쟁이 생기면 싸우지 않고, 회의와 표결을 걸쳐 의사를 결정하는 문화도 있었다. 현대 의회 민주주의의 시초인 영국의 의회제도도 이러한 바이킹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마초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바이킹 사회는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문화도 가졌다.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여한 쉴드 메이든(Shield-maiden, 방패의 처녀라는 뜻으로 바이킹 여전사를 의미)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바이킹 여성은 얼마든지 남편과 이혼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지저분했을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바이킹은 상당한 수준의 위생적인 문화도 가졌다고 한다. 이들은 정리정돈에도 능했고 현대의 사우나 같은 목욕 문화도 가지고 있었다. 면도도 했던 바이킹들은 현재의 투블럭과 같은 헤어스타일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킹은 오늘날의 노르웨이,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 출신으로 이루어졌다. 바이킹의 후손 중 축구를 가장 잘한 나라는 단연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12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무려 4번이나 4강에 들었다. 최고 성적은 자국에서 개최한 1958 월드컵에서 기록한 준우승이다. 4년 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스웨덴은 8강에 들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압도적으로 골을 많이 넣고 있는 엘링 홀란드를 보유한 노르웨이도 2022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사실 노르웨이는 역대 월드컵 진출이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전통적인 축구 강국은 아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세계 최강 브라질과 4번 맞붙어 2승 2무를 기록해, 축구에서 브라질에 패배한 적이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다. 본토 기준으로 현재의 덴마크는 바이킹 국가 중 영토가 가장 작다. 하지만 과거의 덴마크 왕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아이슬란드를 통치했을 정도로 북유럽의 맹주였다. 북유럽 국가들 국기에서 볼 수 있는 치우친 십자기인 노르딕 십자도 덴마크가 원조다. 덴마크는 이웃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날씨가 온화하다. 고지대도 없고 1월 평균 온도가 1.5°C에 불과해 눈도 별로 안 내린다. 따라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덴마크는 동계스포츠에서 별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이들이 현재까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은 컬링에서 기록한 은메달 1개가 전부다. 하계스포츠 중 덴마크는 핸드볼에서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2013년 자료에 의하면 덴마크는 전국에 1600개가 넘는 클럽이 있고 이곳에 등록된 축구 선수만 32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덴마크의 인구가 59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축구 인재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는 5번 본선에 진출했던 월드컵보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은 9번 유로 본선에 진출해 4번이나 4강에 들었다. 특히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92에서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신들린 선방을 보여주었고, 결승에서 독일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덴마크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이자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더불어 덴마크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의 나라이기도 하다. 낙농업도 발달해 있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품은 “Probably the best lager in the world(아마도 세계 최고의 라거일 것)”라는 슬로건으로도 유명한 칼스버그 맥주다.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 세계적인 맥주 회사들은 축구를 포함해 다양한 스포츠에 스폰서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칼스버그는 축구에 진심인 회사다. 칼스버그의 전통적인 목표 고객(target audience)은 축구 팬인 관계로, 그들의 스폰서십 투자는 대부분 축구에 집중됐다. 이 덴마크 맥주회사는 월드컵과 유로 대회를 비롯해 여러 축구 클럽을 후원했다. 특히 칼스버그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리버풀의 셔츠 스폰서였다. EPL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셔츠 스폰서였던 칼스버그는 단순히 후원자가 아니라, 리버풀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보낸 상징적인 존재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의 서포터들은 롤리건(Roligan)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Rolig’는 덴마크 언어로 평온(calm)을 뜻한다. 훌리건과 반대되는 개념의 이들은 스포츠맨 답지 않은 행동이나 폭력에 반대하고 차분하고 경쾌하게 대표팀을 응원한다. 롤리건은 최고의 국가대표팀 팬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덴마크는 2022 월드컵에서 프랑스, 호주, 튀니지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16강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덴마크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떤 스토리를 전해줄지 기대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11.09 07:00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스페인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이유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같은 메이저 대회는 평소 축구에 별 관심 없는 사람까지도 흥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기에 앞서 두 나라의 선수들이 일렬로 서고 국가(國歌)가 연주되면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그리고 TV 화면은 그라운드의의 선수들, 벤치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을 연달아 보여준다. 특히 국가가 연주될 때 그라운드에 있는 11명 선수의 표정을 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선수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결의를 다지기 때문이다. 눈을 감는 선수도 있다. 그에 반해 국가를 힘차게 혹은 나직하게 부르는 선수도 있고, 입을 다문 채 정면을 응시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같은 팀 내에서도 국가 연주 때 선수들의 반응은 다르다. 문화나 지역에 따라 선수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잉글랜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과 같이 북유럽으로 분류되는 국가 선수들은 주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국가를 따라 부른다. 그에 반해 남유럽 국가 선수들은 열정적으로 국가를 부른다. 비록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들을 볼 수 없지만,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축구선수들보다 럭비선수들이 감정을 더 담아 국가를 부른다는 것이다. 격렬한 몸싸움이 중요한 종목의 특성상 럭비는 큰 체구를 가진 선수들이 많다. 이렇게 덩치가 산처럼 크고 약간은 무섭게 생긴 이탈리아 럭비대표 선수들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실제로 우는 선수들도 있다) 감정을 힘껏 담아 국가를 따라 부르는 장관을 럭비 월드컵에서 연출하곤 한다. 같은 라틴계라도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완전히 다르다. 전통의 축구 강국으로 2008 유로, 2010 월드컵, 2012 유로를 연속 제패한 스페인 축구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도 꽤 많다. 혹시 여러분은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스페인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기억하나? 스페인 대표팀의 선수들은 국가 ‘La Marcha Real(왕의 행진곡, The Royal March)‘가 연주될 때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할 뿐, 아무도 이를 따라 부르지 않는다. 벤치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후보 선수들도 입조차 벙긋하지 않는다. 이를 보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020 유로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당시 국가를 열심히 따라 부르는 이탈리아 선수들에 비해 스페인 선수들의 닫힌 입을 보고, 영국 상원의원 존 테일러는 트위터에 스페인 선수들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애국심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국가는 따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스페인 국가에는 ‘가사’가 없다. 스페인 외에도 3개국이 국가에 가사가 없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와 인구 3만의 소국 산마리노가 바로 그들이다. 1761년 발표된 스페인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중 하나다. 당시 제목은 ‘La Marcha Granadera(척탄병 행진곡)’이었다. 근대 유럽 육군에서는 수류탄 던지는 것이 주 임무인 병사를 척탄병이라고 불렀다. 당시 수류탄은 크고 무거워서 이를 멀리 정확히 던지기 위해서 키가 크고 강인한 체격의 척탄병이 필요했다. 후에 척탄병이 사라진 후에도 이 용어는 정예부대의 대명사 같이 쓰인다. 스페인 사람들은 곧 척탄병 행진곡을 ‘왕의 행진곡’이라 부르게 된다. 왕실에서 열린 행사 때 이 곡이 주로 연주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가사는 없었다. 1936년 2월 총선거 결과로 공산당과 좌파가 연합한 인민전선 정권이 등장하자, 이에 반대한 우파인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반란을 일으킨다. 프랑코의 반정부군은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인민전선 정부군은 소련의 지지를 받았다. 1939년 3월 수도 마드리드를 함락하면서 스페인 내전을 끝낸 프랑코는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한다. 독재자로 스페인을 철권 통치했던 프랑코는 국가에 가사를 붙였다. 1975년 프랑코는 사망했고, 독재정권 잔재 청산을 이유로 스페인은 국가에서 가사를 없앤다. 한편 2007년 마드리드는 2016 하계올림픽 개최지 후보로 나서게 된다. 이에 스페인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가에 가사가 필요하다고 느껴 전국적인 공모전을 통해 가사를 선정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론의 강한 비판에 새 가사는 곧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은 공용어인 스페인어 외에도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를 쓰는 이들도 꽤 많다. 이렇게 지역색이 강하고 분리주의 운동도 종종 일어나는 스페인에서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가사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국가에 가사가 없는 것을 선호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E조에 속해 있다. 독일, 코스타리카와 일본이 이곳에 있어 국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조이기도 하다. 스페인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도 국가 연주 때 조용히 있겠지만,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은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의 침묵은 애국심이 없거나 귀찮은 게 아니라, 단지 국가에 가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8.31 07: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