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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연대 “CGV ‘컬처위크’ 환영…목소리 내 준 최민식에 감사”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가 CGV ‘컬처 위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영화인연대는 27일 “CGV가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사, 배급사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밝힌 점에서 CGV의 ‘컬처 위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CGV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 극장 티켓값의 절반 수준인 7000원에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컬처 데이)을 ‘컬처 위크’로 확대해 26일부터 나흘간 진행 중이다.영화인연대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산업의 성장이 맞물려 시너지를 보인 주요 국가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극장 시장 성장률이 90% 이상의 회복률을 보인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24년 8월 25일 기준, 극장 전체 관객수는 8540만 명으로 동 기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5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라고 짚었다.이어 “그동안 여러 차례 극장이 팬데믹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의 티켓값 인상을 한 것이 영화산업 침체 및 관객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했다”며 “최민식은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서 극장 티켓값이 급격히 오른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화인연대는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아울러 지난달 발표한 영화인연대 성명서를 언급, “극장 3사가 계열사 밀어주기, 스크린 독과점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이윤압착을 통해 중소배급사와 제작사 및 창작자의 몫을 줄이고 있다고 밝히고, 불공정·불투명한 ‘깜깜이 정산’과 관련해 극장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였다. 불공정 분배는 창작·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영화의 성장동력을 무너트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끝으로 영화인연대는 “이번 CGV ‘컬쳐 위크’와 관련, 해당 제작사·배급사의 부당한 권리 침해가 없었기를 바란다”며 “이런 이벤트는 단발성일 뿐 영화계와의 근본적 합의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CGV 측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CGV를 포함한 극장 3사가 티켓값 인하, 불공정 정산 문제, 점점 심해지는 스크린독과점 해결을 위한 전향적 논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인연대에는 부산영화인연대, 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여성영화인모임, 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촬영감독조합(CGK) 등이 소속돼 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8.27 18:19
영화

[오동진 영화만사] 천만 신화, 이제 한국영화 역사에서 지워야 할 때

이제 ‘천만 신화’ 따위는 잊어야 한다. 천만 관객 시대는 끝났으며, 다시는 오지 않거나, 다소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다시는 오지도 말아야 한다. 일본의 버블경제처럼 천만 관객 판타지는 한국 영화계의 거품 현상이었다. 기이하게도 천만이 넘은 영화들은 대체로 스크린을 독점한 결과였다. 전체 3500개 스크린에서 최소 2900개까지 가져 가서는 ‘날개를 최대한 펼치고’ 배급 공세를 펼쳤다. 특정 영화가 천만을 모으기 전까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그렇게나 비판을 하던 언론, 평론가, 영화 단체들도 일단 천만 영화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 이율배반의 역사도 이제 끝났다.한국 영화계에서 더 이상 천만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산업 환경이 변했다. 관객들이 OTT로 급격하게 넘어 간 지 오래며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르게 인식하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기 보다는 다른 플랫폼에 해당 작품이 나오기까지 그 ‘홀드 백’을 기다리기까지 한다. 천만 관객은 아주 빠른 속도로 한번에 관객을 모을 때만이 가능한 수치이다. 관객의 변화는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관객들은 이제 극장을 자신들의 진정한 문화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고급스러운 문화 취향을 즐길 수 있거나 자신만의 마니아적 취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도 블록버스터급이 아니라 장르별로 다양하게 포진되기를 바란다. 역시 대중의 힘이 중요하다. 일반 관객들이 극장의 종(種)다양성을 요구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이런 변화에 극장들의 대응 태세는 명약관화하다. 영화 한 편으로 장외 홈런이라는 한 방을 기대하면 안된다. 번트, 도루, 내야 안타, 중견수 2루타 등등 할 건 다 해야 한다.다행스럽게도 그럴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한국영화가 위기라지만 아주 절망스러운 상황만은 아닌 것은 역시 대중의 힘, 이들이 갖고 있는 집단 지성이 놀랍기 때문이다. ‘핸섬 가이즈’가 지난 6일 기준 176만명을 모았다. BEP가 110만명 수준이었다. 작은 돈을 벌었다. 그 작은 돈을 잘 나누면 된다. 이제 영화로 떼돈을 벌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작은 돈을 비교적 균형 있게 잘 나누어서 생계를 이어 가고 다음 영화를 또 찍을 수 있으면 된다. 영화 ‘탈주’도 250만명을 모았다. 300만명을 넘을 태세다. BEP는 200만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예전의 수준으로 볼 때 아주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수십 억원의 수익금으로 극장과 배급사가 나누고, 배급사가 제작사가 나누고, 제작사의 수익금은 또 제작자와 감독이 나누면 그 절대 액수가 많이 줄을 것이다.그러나 그게 정상이다. 영화 한편으로 수십, 수백 억원을 벌겠다는 욕망을 이제 내려 놓아야 한다. 영화가 공적 산물이며 공적인 무엇이라고 그렇게나 주장들을 해 온 만큼 그걸 이제 실천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는 사적 욕망, 개인 수익의 극대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갖춰 나가는 것이다. 스크린을 독점하고 작품성 보다는 상업성과 대중성, 스타캐스팅으로 중무장한 채, 막대한 제작비를 때려 붓고,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머니 게임으로 크게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줄여야 한다. 그건 메이저급 대기업 영화사나 일개 한 명의 감독이나 제작자나, 그 모두에게 공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신기루에서 빠져나와야 한다.1990년대 후반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오기를 전후해서는 소위 대박 영화가 400만 수준이었다. 모두들 150만에서 200만 관객이 넘으면 희희낙락했다. 강제규 감독이 이름을 얻은 것은 ‘쉬리’가 200만을 넘기면서부터였다. 그러니 이제 ‘답정너’다. 관객 수 손익분기점 150만~250만명의 영화들을 만들어야 한다. 전체 제작비(순제작비 플러스 마케팅비)가 최소 5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 대의 영화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50억원대로 성공한 영화가 바로 ‘잠’이었다. 100억짜리 영화가 이번 ‘탈주’다. CG와 특수효과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무려 200억원까지 들여 만든 후 처참하게 실패한 영화가 바로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이다. 이 영화는 400만명을 모아야 했지만 60만명대에서 그쳤다. 이제 이렇게 판을 짜서는 안된다. 작품의 디자인 자체를 ‘다운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핸섬 가이즈’와 ‘탈주’의 선전이 반갑다. 한편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퍼펙트 데이즈’ ‘프렌치 수프’ 등 해외 예술영화의 성공도 기특하다. 아직 희망은 있다. 대중은 어려운 경제환경을 버텨내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도 긴축해서 만들어야 한다. 큰 영화를 작은 구조로 짜야 한다. 방법은 그 길 뿐이다. 천만 신화를 잊어야 한다. 천만이라는 단어 자체를 ‘영화 사전’에서 삭제해야 한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8.0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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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계 “‘슈퍼배드4’ 변칙 개봉, 시장 교란행위…즉각 중단하라” [전문]

한국 영화인들이 ‘슈퍼배드4’ 변칙 개봉에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 영화계가 한국영화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스크린독과점, 영화관 입장료 객단가 문제 등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UPI 코리아와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변칙 개봉을 시도하고 있다”며 “시장질서 교란하는 ‘슈퍼배드4’ 변칙 개봉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슈퍼배드4’는 오는 2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20일과 21일 전국 400여개 극장 80만석의 규모로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다. 영화인연대 측은 “국내 할리우드 직배사 중 하나인 UPI 코리아는 ‘슈퍼배드4’의 국내 개봉을 7월 24일로 정했다. 개봉일 사전 공지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것으로 경쟁사 간에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료 시사회를 빙자한 변칙 개봉을 강행하려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칙 개봉은 현재 개봉 중인 영화와 금주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축소, 박탈해 배급사, 제작사 및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라고 강조했다.아울러 “변칙 개봉이 계속될 경우, 시장질서는 파괴되고 공정한 경쟁환경은 요원하기만 하다. 따라서 우리는 배급사 UPI 코리아 및 극장 3사에 요구한다”며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공정한 상영환경을 저해하는 ‘슈퍼배드4’의 변칙 개봉을 즉각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에는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 조합 ,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부산영화인연대, 국제영화 비평가연맹 한국본부 등이 속해있다. 다음은 ‘슈퍼배드4’ 변칙 개봉 관련,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입장 전문이다.시장질서 교란하는 <슈퍼배드4> 변칙 개봉 즉각 중단하라! 국내 할리우드 직배사 중 하나인 UPI 코리아는 <슈퍼배드4>의 국내 개봉을 7월 24일로 정하였다.개봉일 사전 공지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것으로 경쟁사 간에 암묵적인 약속이기도 하다.우리 영화계가 한국영화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스크린독과점, 영화관 입장료 객단가 문제 등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UPI 코리아와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변칙 개봉을 시도하고 있다.<슈퍼배드4>를 7월 20일, 21일 한 주 앞당겨 전국 400여개 극장 80만석의 규모로 유료시사회를 빙자한 변칙 개봉을 강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변칙 개봉은 현재 개봉 중인 영화와 금주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축소, 박탈하여 배급사, 제작사 및 작품에 참여한 수많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이다.변칙 개봉이 계속될 경우, 시장질서는 파괴되고 공정한 경쟁환경은 요원하기만 하다. 따라서, 우리는 배급사 UPI 코리아 및 극장 3사에 요구한다.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공정한 상영환경을 저해하는 <슈퍼배드4>의 변칙 개봉을 즉각 중단하라.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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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담합” vs “1조 손실”…티켓값 인상에 영화인연대·상영발전협회 대립 ‘팽팽’ [종합]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와 한국상영발전협회가 티켓 가격 및 정산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인연대는 4일 오후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티켓 가격과 할인 판매 방식, 불공정한 정산에 대해 극장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극장 3사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수익 악화를 이유로 세 차례에 걸쳐 티켓가격을 급격히 인상했다”며 이것이 대작 영화 중심의 양극화와 스크린 독과점 심화를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각종 할인제도에 따른 거품현상이 관객 감소란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영화인연대는 또 “극장 3사가 티켓 매출을 투자·배급사와 분배하는 과정에서 깜깜이로 일관하며 불공정한 정산을 하고 있다”며 “통신사와의 할인에 대해 비밀 유지계약을 내세우며 상세부금정산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배포, “영화인연대가 제기한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영화 시장은 그 어느 업계보다도 투명한 시장이다. 고객이 영화관에서 발권하는 순간 발권가액이 영진위 통합전산망으로 넘어가며, 극장은 이 발권가액을 중심으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산하고 있다”며 영화인연대의 모든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받아쳤다. 아울러 “부금 정산 시 정산에 필요한 세부 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추가 내역 요청 시 통신사와 제휴사 등 타 계약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거나 영업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선에서 협조할 수 있다”고 했다. 할인마케팅 역시 배급사와 논의된 일이며 정산도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극장과 배급사 간의 정당한 영업 활동이 위축돼 할인 혜택이 줄어든다면, 그 불이익이 관객들에게 돌아가 관객 감소라는 부정적인 연쇄 영향을 미칠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극장 티켓 인상을 놓고는 현 극장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극장은 코로나19 기간 극심한 관객 감소로 1조원대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희망퇴직, 무급휴직, 영업시간 단축 등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어려움이 지속됐다”며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이자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영화인연대는 이날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도 피켓 시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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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넷플릭스, 자만하다 권불십년..‘존 오브 인터레스트’ 같은 예술혼 주목해야

글의 시작을 속된 말부터 해서 미안하지만 솔직히 ‘초 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최근 일련의 영화들, 특히 ‘존 오브 인터레스트’나 ‘스텔라’ 혹은 애플TV플러스의 8부작 드라마 ‘슈거’ 같은 작품을 보고 난 후, 극장가가 또 다른 흥행을 기대하며 잔뜩 흥분해 있는 ‘설계자’나 ‘원더랜드’ 같은 대형 작품, 넷플릭스의 ‘더 에이트 쇼’ 같은 드라마를 생각하니, 한국은 언제까지 이렇게 판타지의 세계,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만으로 작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적당히 방향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걱정의 마음이 든다. 넷플릭스의 젊은 군단(기획자들이 대체로 30대들이다)들은,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역사와 사회정치 현실에 관심이 없거나, 조금이라도 진지하거나 예술적이면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잘못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창기 넷플릭스는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만들고, 데이빗 핀처의 ‘맹크’를 만들었으며, 심지어 그렇게나 OTT문화를 비판했던 마틴 스코세이지와 ‘아이리쉬 맨’을 만들었다.현재 한국 넷플릭스는 이런 도전 정신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정신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는다. 넷플릭스는 오락용 아이템만을 계속 개발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줄곧 충고하고 있는 얘기이다. 권불십년은 정치권력에게만 적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게다가 ‘슈거’같은 작품으로 애플TV플러스 같은 OTT가 치고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HBO는 박찬욱의 ‘동조자’를 만들었고 파라마운트플러스는 ‘옐로우 스톤’ 같은 대서사의 대하 드라마를 아직도 만드는 중이다. ‘슈거’는 마치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 같은 1940년대 하드 보일드 문학을 읽는 느낌을 준다. ‘옐로우 스톤’을 보고 있으면 딱 미국 판 펄벅의 ‘대지’다. ‘동조자’는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모두들 문학과 역사, 정치를 아우르고 있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스스로가 만든 재미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혀 있다.6월 5일 개봉하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관사, 사택의 얘기이다. 담장 바로 건너에서 사람들의 목을 매고, 가스실에서 한번에 400명, 500명 씩을 죽이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지만 담 안쪽 소장의 집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행복하다. 그 극단의 콘트라스트를 통해 역사의 비극이, 인간의 어떤 악마성에 의해 비롯됐는가를 역설한다. 지난 해 칸영화제의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었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탄 작품이다. 극장에서 조용히 상영 중인 ‘스텔라’는 자신의 입신을 위해 나치에 부역했던 여인 스텔라 골드슐락의 이야기이다. 역사는 평면적이지만 영화는 입체적이다. 역사의 관심은 이런 인물을 어떻게 정죄할 것인가에 모아지지만 영화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됐는지, 될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종종 국내 영화 현실을 두고 극장의 유통 시스템을 탓하곤 한다. 스크린 독과점이 너무 심하고, 티켓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둥 이런저런 지적을 많이 한다. 그에 앞서 작품을 조금 더 잘 만들어야 할 때다. 보다 적은 돈의 규모로, 보다 강한 예술혼으로, 돈 벌 욕심을 조금 줄이고,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깡패 얘기, 조폭 얘기, 형사 얘기, 킬러 얘기, 학교 일진 얘기, 상류층 아이들이 노는 얘기 만을 할 것인가. 실로 지루하도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5.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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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혼란한 극장가 구세주는 결국 관객

스크린 독과점 얘기가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고 넷플릭스 무한독주 시대란 말이 거의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법과 제도,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겠지만 결국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은 관객과 수용자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단 소비자들이 영화에 대한 감별 능력을 높이면 특정 사업자가 아무리 배급과 유통을 밀어 붙인들 그것 만이 능사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영화들, 의미 있는 영화들이 진열대 위에서 반짝반짝, 도드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영화에 대한 글쓰기, 리뷰, 비평 등 영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이유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극장가에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좋은 신호는 아니다. 5월의 텐트 폴 영화는 ‘스턴트맨’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 ‘쿵푸팬더4’였다. 유니버설,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등 모두 할리우드 메이저들이다. 메이저 영화라고 다 잘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적들이 기대에 너무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홍보마케팅에만 35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진 작품들이다. 이중에서 ‘스턴트맨’은 아주 된서리를 맞은 케이스인데, 현재 21만을 갓 넘긴 정도다. 이건 거의 재앙 급 수준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무엇보다 원작을 재창조해 내는 신선도가 약한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스턴트맨’의 흥행 나락은 할리우드 영화들에게도 적신호가 켜졌음을 시사한다. 국내 시장이 이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진단들이 속출하고 있다. ‘혹성탈출’ 시리즈가 아무리 한국에서는 안 먹히는 작품이고, 그래서 디즈니가 애를 쓰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100만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악마와의 토크 쇼’같은 작은 영화가 7만 8000여명의 관객을 모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작은 영화가 입소문을 탄 전형적인 사례인데 사람들이 시리즈물에 지쳐 있고 좀 더 새로운 얘기들을 원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한 ‘정말 괜찮은’ 영화 ‘챌린저스’가 여기에 비해 7만 5000여명을 모으는 데 그친 것은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다. 이건 도무지 관객들의 속마음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 관객들은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배급전문가들, 홍보마케팅 전문가들은 지난 시절의 매뉴얼이 전혀, 단 1도 안 먹히는 것이 요즘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어떤 마니아 급 영화 애호가가 ‘챌린저스’는 젠데이아 콜맨보다 조쉬 오코너를 더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을 때 다들 실소했지만 어쩌면 그게 맞는지도 몰랐을 얘기이다. 관객들의 생각과 영화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큰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한국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45만명을 넘기며 선전하고 있다지만 이건 그냥 기분만 좋은 수준이다.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150만의 관객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장 매출이 150억원이 나오고(티켓 1만 5000원 기준) 이걸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5:5로 나눈다는 원칙을 잘 지킬 때 75억원이 들어 올 수 있으며 그 때에야 비로소 총 제작비 70억원을 상회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주연배우와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무대 인사를 다니고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고 있을 때 무대 뒤 기획자와 제작자는 가슴이 타 들어 갈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이제 얼마나 손실분을 줄일 수 있을까에 모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화계는 더욱 숨통을 조이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영화계는 점점 더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수준을 넘어 아무도 영화를 만들지 않는 지경까지 이를 것이다. 지구가 망하기 전에 한국영화계가 먼저 망할 수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그녀가 죽었다’가 어느 정도 버텨야 7월의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러스’, 8월의 ‘행복의 나라’에도 그나마 기대를 모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이선균의 유작이다. 이미 완성됐던 작품들이고 자칫 극장 개봉이 어려울 뻔 했던 영화들이다. 이선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크지만 영화 흥행은 기본적으로 완성도와 재미가 결정할 것이다. 5월말 개봉하는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 6월 개봉하는 이성민 주연 ‘핸섬가이즈’도 마찬가지다. 현재 영화계는 극장가의 이상한 판을 누군가 뒤집어 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결국 관객 밖에 없다. 극장의 미래는 관객에게 있다. 관객의 눈이 더 밝아지도록,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진열대에 더 좋은 영화들이 보이도록 놓아야 한다. 속담과 구전에는 참고할 말이 많다. 늘 그런 법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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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고래 보호와 스크린 보호가 같은 맥락인 이유

너무 심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이건 우리 스스로 따라 놓은 독배이다. ‘범죄도시4’가 개봉 13일 만에 800만을 돌파했다. 이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80%이다. 전국 약 3400개의 스크린 가운데 2780개가 이 영화를 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해서 단 기간에 800만명이 됐는지, 아니면 관객 800만명을 모을 만큼 인기가 높아서 자연스럽게 스크린을 독점하게 됐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그건 이해 관계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이런 상황은 결코 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독이다.코로나 이전 영화계는 스크린 독점 문제와 수직 계열화 문제로 들끓었었다. 코로나가 그 논쟁을 숨죽이게 했다. 극장이 모두 문을 닫을 판이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이르러서도 극장 영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反)독점주의자들은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입을 닫았다. 독점을 해서라도 일단 극장을 살려 내자는 암묵적 합의가 이어졌다. 극장은 극장 대로 티켓 가격을 2~3년 만에 50%나 올렸다. 티켓 가격은 1만원 수준에서 1만5000원이 됐다. 다들 생존이 화두였다. 모든 논쟁과 이슈를 다 덮었다. 그 결과가 스크린 점유율 80%대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스스로 헬 게이트를 열어 놓은 결과다. 자본주의 경제구조, 특히 양극화의 심화를 조성하는 신(新)자유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이나 특정 개인의 이윤 추구 행위를 법적으로나, 시스템상으로나, 무엇보다 도덕이나 윤리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아무리 도덕 연 한다 해도 모두들 자본의 이윤, 금융상의 이해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장들이 너도 나도 ‘범죄도시4’를 거는 것, 거의 모든 스크린을 영화 하나로 도배하는 것을 두고 다들 입으로 뭐라뭐라 해도 입장 바꿔서 극장 주가 되면 그 자신 역시 ‘이번 한번만’ 식으로 영화 한편으로 전체 스크린을 덧칠 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이건 ‘선진적 문화 의식’이나 예술혼을 앞세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돈 버는 일에 마다할 극장, 영화인은 아무도 없다. 내가 벌 기회가 생기면 그 누구도 눈에 아무 것도 안보이기 마련이다. 불매운동 같은 소비자 운동이란 것도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다. 시대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확 갈려 버렸다.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모두의 삶이 각자 화 됐고 개인, 파편화 됐다. 다들 각자도생에 바쁘다.그러니 무엇보다 디테일이 좋아야 한다.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2021년 제4회 부산국제해양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누구도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 ‘종의 보존 Vs 인류 보존’(Entangled)은 지금의 ‘범죄도시4’가 가져온 스크린 과다 점유 논쟁의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영어 제목으로 ‘인탱글드’는 ‘(그물에) 걸려든’이란 뜻이다. 미 동북부 최단 지역의 메인 주 포틀랜드의 한 어촌은 바닷가재를 잡아 부촌이 된 지역이다. 그런데 어느 날 환경운동가들의 압력을 받은 연방정부에서 가재 잡이를 금지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고래를 보호해야 하며 바닷가재 잡이가 고래를 죽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서는 통발을 내려야 하고 통발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부표를 띄워야 하는데 통발과 부표를 연결하는 밧줄이 일종의 강한 그물망을 형성해 지나던 고래가 거기에 걸려 죽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고래는 바다 속 산소량을 늘리고 탄소 량을 줄이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생물로 해양 환경에 필수적이다. 다큐멘터리 ‘종의 보존 Vs 인류 보전’은 고래 보호를 통한 해양환경 보호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다.그러나 정작 이 다큐가 뛰어난 것은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 선언적이고 교육적인 메시지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래 보호라는 ‘환경권’과 가재 잡이 라는 ‘생계권’에 대해 다큐 내내 줄기차게 토의하고 조정하고, 또 토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양측간에 의견을 좁히는 과정, 그리고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방법론을 찾는 과정을 보여 준다. 양측은 조업 시기의 한도를 분기별, 월별로 정하고 심지어 조업시간, 조업양까지 합의해 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 역시 ‘다양성 보호’와 ‘극장의 이윤추구’라는 양 측의 이슈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해 내는 세부 항목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영화 당 2000개면 2000개, 1500개면 1500개의 스크린 상한선을 정하되 그것을 계절별, 분기별, 월별로 달리 하고, 스크린 별 프라임 타임대 상영의 한도 폭도 조율해서 합의해 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제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운동이 아니라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화 운동가들은 계속해서 극장을 압박하되 연구자들은 합리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극장은 충돌과 갈등없이 자신들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절충안을 역제안 해야 할 일이다. 정책 당국은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해 나갈 일이다.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논의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모두가 좋자고 하는 일이다. 모두가 망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10년이 오랜 시간이라고 무서워서 해서는 안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5.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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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7’ 오프닝 23만명, ‘엘리멘탈’ 3배..스크린·횟차도 3배 [차트IS]

톰 크루즈 주연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20만명이 넘는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1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하 미션 임파서블7)은 개봉 첫날인 12일 22만 9764명을 동원해 1위를 기록했다. 유료시사회를 포함해 누적 관객 39만 6551명이다. ‘미션 임파서블7’의 이 같은 오프닝은 지난해 819만명을 동원하며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탑건:매버릭’ 오프닝 18만 8312명보다 앞선 기록이다. 그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왔던 ‘엘리멘탈’은 이날 6만 3830명을 동원해 2위로 한계단 하락했다. 3위 ‘범죄도시3’이 9001명을 동원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박스오피스는 ‘미션 임파서블7’이 독주하고 ‘엘리멘탈’이 꾸준한 뒷심을 보이는 형국이다.한편 ‘미션 임파서블7’은 이날 2437개 스크린에서 9565회 상영돼 극장가를 도배했다. ‘엘리멘탈’이 910개 스크린에서 3088번 상영된 것을 고려하면 3배 가량 차이가 난다. 최근 극장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팬데믹 이전에는 눈치를 봤던 대규모 유료시사회, 스크린독과점 등을 과감히 하는 경향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7’으로 시작한 올여름 극장가 대전을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7.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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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밝힌 ‘길복순’의 길고 긴 A to Z [IS인터뷰]

‘길복순’은 올 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 화제작이다. 비록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관객수나 매출액 집계는 없지만, 시청시간 만큼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공개하는 매주 콘텐츠 시청시간 집계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주차 시청시간은 2571만으로, 영어권 영화들과 비교해도 전세계 2위 기록이다. 변성현 감독과 전화와 만남을 통해 ‘길복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전도연을 놓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가 ‘길복순’을 만들었다던데. 왜 전도연, 왜 킬러 이야기였나.설경구가 영화 ‘생일’ 촬영 현장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전도연 팬이었던 터라 가긴 했는데 막상 가서는 촬영장 밖에 있었다. 팬이다보니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그런 것보다는, 왜 그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 있잖나. 결국 그날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열어서 전도연과 처음 인사했다. 그 뒤로는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가 ‘생일’ 시사회 때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그날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를 가야 했다. 꼭 ‘생일’ 보겠다고 답하고 난 뒤, ‘킹메이커’를 찍고 있을 때 전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매우 정중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찾아 뵀다. 시나리오를 주면서 읽어보고 연출을 검토해 볼 수 있냐고 하더라. 그건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깐. 그랬더니 전도연이 “감독님, 나랑 뭐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전도연이잖나. 너무 잘해야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쓰면 아무 것이라도 하실거에요?”라고 했다. 당연히 그건 책을 읽어보고 해야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래요”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전도연을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걸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를 액션으로 구상했다. 여러 작품들 속에서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전도연을 매우 잘 썼다는 점이었는데. 전도연과 현장에서 매우 치열했다. 전도연이 준비하는 것과 내가 생각한 게 아무래도 다를 수가 있으니깐. 일단 난 첫 테이크는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본다. 내 생각과 아주 다를 경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깐, 막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도연은 정말 대배우잖나. 내가 막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면서 내 의도대로 다 해줬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안 해준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이야기하는 걸 귀엽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번은 전도연이 CCTV에서 설경구를 보고 뒤도는 장면을 찍는데, 전도연이 어떻게 연기해요,라고 먼저 묻더라. 사실 어떻게 디렉션을 할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뒤를 돌 때 얼굴에서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을 한 번에 표현해달라고 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 번에. 그 말을 듣고 전도연이 “그게 뭐야”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모니터에 앉으면서 속으로 “난 최악의 감독이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기하더라. 그냥 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우다. -전도연과 작업이 사실 쉽지는 않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 하다보니 신을 잡아먹는 평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잡아먹힌 신을 배우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감독이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점에서 ‘길복순’은 전도연의 장점을 극도로 활용했고 그게 이 영화와 아주 잘 맞았는데.사실 엄청 쫄았다. 워낙 전도연이다. 하려면 진짜 내가 잘해야했다. 진짜로 미친듯이 준비해서 현장에 나왔다. ‘길복순’은 전도연이란 배우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로 출발했다. 그래서 직업을 킬러로 정하고, 그 다음에는 인간 전도연에게 가장 가까울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전도연은 딸에게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다. 싸우고 삐치고 어려워하고. 스태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완전히 우두머리인데, 딸에게 전화오면 조용히 받고 “나, 집에 가야해”라고 하고 간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좋고 멋있었다. 그렇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것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뼈대로 정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같은 킬러 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가 정한 규칙이 있고, 그게 이 영화에 주요한 설정으로 사용되는데.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나.일단 차민규(설경구)가 대표로 있는 킬러회사 MK. ent는 독과점이란 소리까지 듣는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킬러회사다. 사실 MK는 한국 엔터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킬러 일도 엔터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 속 세 가지 규칙은, 규칙을 깨도 아무 일도 벌어지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설정했다. -‘길복순’은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더 강하고 더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예컨대 보통 액션영화는 엔딩에서 액션이 가장 화려한데 비해 ‘길복순’은 그렇지 않은데.내가 ‘길복순’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하나는 길복순과 딸 길재영의 대화 장면이고, 하나는 엔딩이다. 딸과 대화 장면은, 난 이 영화가 딸이 엄마한테 문을 열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가장 힘든 하루를 겪은 다음에 딸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엔딩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이연결과 견자단이 아니지 않나. 액션영화지만, 결국은 감정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대화 장면에서 딸이 길복순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하자 길복순이 “밥 먹었니”라고 답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으로 길복순이 총리후보자 아들을 죽이라는 의뢰를 실패한 선택이 설명되기도 하고.사실 시나리오에는 길복순이 왜 의뢰를 실패하는지 이유를 구구절절 써놨었다. 그러다가 전도연의 표정이면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빼 버렸다. 왜 엄마가 아무리 화를 내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나.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고. -‘길복순’도 색 설계가 두드려진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 사과를 매우 인상적으로 사용했는데.길복순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기에 녹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빨간 사람이지만. 그래서 딸을 녹색으로 키우고 싶고 녹색의 공간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딸과 밥을 먹을 때 스팸보다는 녹색인 시금치를 딸 앞으로 둔다. 집 안의 중정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야말로 딸을 녹색으로 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딸이 커밍아웃을 하고, 받아들일 때도 녹색의 공간 속에 있다. 설경구가 연기한 차민규는, 파란 색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차갑고 냉철한. 사과는 선악과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사과가 세 번 등장한다. 처음 두 번은 딸이 사과를 먹고, 마지막에는 안 먹는다. 딸은 윤리를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를 먹으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딸이 마지막에 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넣고 싶었다. -동성애 코드와 근친 코드를 넣은 이유는? 세상의 규칙과 금기를 부셔버리고 싶었나.그런 의도는 아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비밀이 있길 바랐다. 엄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못 받아들일 딸의 비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동성애를 생각했다.근친은 처음부터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런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다. 금기를 깨야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금기를 깨는 게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난 그런 거장이 아니다. 그냥 이솜이 맡은 차민희는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아이처럼. 민규가 민희를 잘 못 키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태로 민희는 어른이 돼 버린 것이다. 근친이라면 서로 좋아해야 하는데, 이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솜에게 최대한 아이처럼 웃고, 최대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달라고 부탁했다. 내꺼를 빼앗겨서 질투하는 아이 같은. 바나나우유도 원래 없던 설정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이솜에게 마시도록 부탁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시작”이라고 이솜이 외치는 걸 현장에서 “요이, 땅”으로 바꿨다. 그저 아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민희가 마지막 길복순에게 죽기 전에 가장 환하게 웃길 바랐다. 영정 사진도 가장 웃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솜이 활짝 웃었는데 포토샵으로 더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솜이 흰 옷을 입는 것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기시 되는 걸 건드리겠다는 것보다는 ‘불한당’ ‘킹메이커’ 등 전작들처럼 무너져 내리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전도연과 황정민이 싸우는 장면, 상가식당에서 전도연과 킬러들이 싸우는 장면,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 장면, 설경구와 전도연의 엔딩 장면, 설경구의 러시아 바 장면 등 크게 다섯 번의 액션이 있다.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도연과 설경구가 이연걸과 견자단이 아닌데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액션도 감정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킬러영화들의 법칙을 깨고 싶었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명의 다수와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길복순은 꼭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들과만 싸우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톱 킬러인 길복순과 일본의 톱 야쿠자와 싸우는 것으로 열고자 했다. 사실은 야쿠자 역을 일본 톱배우를 섭외하려 했고, 실제로 진행도 됐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데, 며칠 촬영을 위해 일본 톱배우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고민하고 있는데 전도연이 황정민을 직접 섭외했다. 일본 배우 섭외가 안되면 재일교포로 가려고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써놓기는 했다. 황정민은 원래 관동의 호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배운 일본어가 관서쪽이라고 해서 관서의 호랑이로 바꿨다. 난 그 장면은 분위기와 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화려하게 가는 게 아니라 무드를 화려하게 가자,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빛이 마치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거기가 동호대교라는 설정이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 황당함과 뻔뻔함과 유치함을 시작부터 받아드려 달라는 액션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이연의 액션은 넓게 보여지게 설계했다. 전도연의 의상을 정해놓고 탱고 같은 액션으로 구상했다. 또 둘의 대결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이 맞붙기 전에 이연이 화장실에서 하는 액션은, 여느 다른 한국영화 액션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완전히 다른 액션영화처럼. 그런 액션을 보여주고, 탱고와 대전 게임 같은 액션을 붙여서 이 영화의 액션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가액션은, 설계부터 미술감독과 촬영감독,무술감독이 많은 회의를 했다. 박스로 일일이 테이블을 만들고 어떻게 동선을 짤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보통 액션영화에선 직사각형 같은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는데, ‘길복순’은 한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액션이 펼쳐지는 걸 의도했다. 미술감독이 공간을 그런 목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거의 모든 액션을 배우들이 다 소화해야 했고, 내가 컷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괴로운 것을 배우들에게 시키고 나는 너무 편하게 있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영화는 더 하기 싫어지더라. 전도연은 거의 모든 액션신에서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두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인이 다 했다. 상가액션에서 배우들의 무기도 캐릭터 별로 다 설계했다. 김기천이 쓰는 채찍 같은 경우, 소품팀이 채찍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가미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화 보면 채찍을 그렇게 쓰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만화 같은 거니 그냥 가자고 했다. 회사가방에서 꺼내는 삼단봉도 그렇고. 길복순과 싸우는 킬러들도 그냥 회사원들이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친하다가도 기회를 오면 잡으려 할 것 같았다. 다른 킬러영화들처럼 현상금 때문에 길복순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승진이나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라 설정했다. 그걸 길복순도 이해하고. 그게 사회생활이니깐.킬러들이 자기들끼리 A급, B급, C급 이야기를 하고 미션도 그렇게 나누는 건 스태프들과의 술자리에서 착안했다. 내가 배우들보다 스태프들과 술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제 B급이 됐네” “A급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아는 사회생활이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엔딩의 전도연과 설경구 액션에서 눈에 띄는 건 수싸움의 표현인데. 어떻게 찍었나.진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훨씬 화려하게 구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랬다가는 그 액션신 다음의 감정과 안 닿을 것 같아서 뺐다. 일단 그린 스크린을 세우고 로봇암으로 카메라를 고정한 다음 이쪽저쪽에서 다 찍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탁자에서 칼로 베는 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나도 해봤는데 잘 안된다. 다행인 것은 ‘길복순’은 액션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전도연이 그 때는 액션의 달인이 됐다. 전도연이 지금 황정민과 첫 장면을 찍으면 진짜 잘할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설경구가 전도연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장면도 둘이 다 실제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바랐다. 또한 이 엔딩 액션을 놓고 사실 제작진끼리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 나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볼 때 마지막 액션을 가장 기대하는 법인데 ‘길복순’은 그렇지 않으니깐. 반원창이 배경에 있으니 다른 액션영화라면 그걸 깨고 나가서 난간에서 싸우고 그럴 테니 우리도 그러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다른 액션영화들과 똑같으니깐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싸움으로 화려한 건 보여주고 실제 액션은 짧게 가는 걸로 정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차민규가 길복순 딸에게 전화하면 그걸 길복순이 이어 받는 것도 넣었는데 그렇게 찍지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둘이 대화를 오래하게 만들고 싶었다. 왜냐면 설경구에게 그 장면은 멜로신이기도 하니깐. 둘이 치열하고 우아하게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경구의 피도 꽃처럼 피어나길, 미술팀에 부탁했다. -러시아 바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 오마주 같기도 한데.그렇다기보다는 ‘올드보이’가 워낙 클래식이니 이제 그런 장면의 대명사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 액션신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원래는 러시아 액션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찍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일반 러시아 사람들을 액션 연습시켜서 찍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며칠 연습하다가 힘들면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끝까지 연습해서 찍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문제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니깐 액션을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액션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액션배우의 도움을 받기 마련인데, 그 장면에선 설경구가 제일 액션 전문가였다. 러시아 배우들이 진짜로 힘을 쓰니 설경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러시아 바 액션도 로봇암을 이용해서 동선을 짜고 찍은 뒤 한 컷 한 컷 붙였다. 러시아 바 액션신은 민규가 복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우기에 짐승 같은 거친 것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불한당’에서의 설경구와 ‘길복순’에서의 설경구를 차별화 하기 위해서 준 설정이 안경이다. ‘불한당’에선 평소에는 껄렁 거리다가도 화가 나면 차가워지는데, ‘길복순’에서 설경구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 냉정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짐승처럼 분노가 표출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모두 길복순 때문에 안경을 벗는다. 길복순 때문에 야수성이 표출된다. 그래서 그 러시아 바 액션은 설경구의 꼬라지가 야수성으로 발현되는 게 목표였다.그 장면에서 싸우기 전에 안경을 벗는 건,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바에 앉으면 모자를 벗는 것도 연상되길 바랐다.또 그 장면은 보통 바에서 액션 장면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것들을 다 피하고 싶었다. 보통 바에서 액션을 하면, 주인공이 바 밑으로 숨는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바 대신 설경구가 난간에 숨는다. 다른 영화라면 바에서 싸우면 벽에 있는 술병들이 다 깨지고, 샹들리에를 꼭 쏴서 떨어뜨리는 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기껏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거기서 안싸운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전형적인 걸 피하다보니 난간에서 싸우고, 난간에서 싸우니 눈이 오게 하자고 해서 눈을 넣었다.-극 중 이름을 그냥 주위에서 착안해서 만드는데. 길복순은 전도연 이모 이름이고, 구교환이 맡은 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이기도 한데. 일단 길복순의 성인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킬 빌’의 킬에서 따왔다. 어차피 여자킬러 이야기면 ‘킬 빌’을 떠올릴 텐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길복순 이름은 길재영이었다. 재영은 전도연 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날 전도연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뜬 걸 보니 복순 이모더라. 굉장히 세련된 사람과 복순이란 이름을 붙이면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길복순이 완성됐고, 딸 이름이 길재영이 됐다.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에서 따온 게 맞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불한당’ 이후에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웬툰 스토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다가 친해졌다. -딸의 성을 엄마를 따라 길이라고 한 것도 인상 깊은데. 길복순 딸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과거에 어떤 관계였을까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일단 딸 성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누구인지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솜 대사에 일부러 “아빠가 누구래?”라는 걸 넣었다.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잠을 잤을까는 내 생각도 있지만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걸 얼아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결정할 테니. 일단 난 안 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경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둘 사이에 에로스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도연과 구교환의 베드신은, 여성상위와 함께 전도연 등의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나. 전도연이 끝나고 구교환에게 돈을 준 이유는. 여성상위도 맞지만, 그보다는 전도연 등근육과 등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킬러가 모델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등근육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도연에게 등근육 운동을 부탁했더니 3개월 동안 그 한 장면을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했더라. 현장에서 처음 그 등근육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사실 베드신은 대충 찍고 딸의 키스신에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전도연이 구교환에게 돈을 준 건,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카우보이들이 매춘부에게 무심하게 화대를 던지는 걸 반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김시아가 연기한 길복순의 딸 길재영도 나중에 킬러가 되나.복순은 딸이 자기 피를 많이 물려받아 자신과 비슷한 걸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마음을 연 재영이 마지막에는 엄마처럼 빨간 색 옷을 입고 학교로 간다. 김시아에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길재영’을 한 번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전도연을 조연으로 하고. -변성현 감독을 비주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건, 비주얼이 좋다는 뜻과 동시에 서사보다는 비주얼에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일단 난 비주얼리스트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길복순’도 서사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서사를 비트는 한편 또 뻔한 걸 즐기게 하고도 싶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내 영화의 비주얼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그간 계속 작품을 같이 해온 한아름 미술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럼 한 미감이 미술이 어느 정도 떠 있길 바라느냐, 땅에 붙어있길 바라느냐고 묻는다. 난 이번에는 ‘불한당’보다 더 가보자고 했다. 황당한 것과 현실적인 걸 섞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첫 장면은 동호대교지만, 평행서울 같은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이 영화 속 서울은 서울이되 평행서울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미술감독이 많이 참여해서 크레딧도 그 순서대로 갔다. 보통 크레딧에는 감독, 촬영감독 순으로 들어가는데 ‘길복순’은 감독, 미술감독 순으로 들어갔다. -딸의 키스 장면은 미성년자들의 연기 장면인 만큼, 넷플릭스 담당자와 변호인들과 같이 배우들의 부모님과 상의를 한 뒤 부모님 입회 하에 찍었다고 하던데.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이질적이어서 결정했는데 허가 받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찍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들이고 내가 성인 남성이다보니 그 장면을 직접 디렉션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전도연을 불러서 그에게 디렉션을 설명해주고, 전도연이 다시 김시아 등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달해줬다. 전도연이 정말 디렉션을 잘 해줬다.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그 후보자가 아들의 살해를 의뢰한다는 게 영화의 갈등 구조 중 하나인데. 특정 정치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어느 진영이나 어떤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딸을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려는 엄마와 자기 일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빠를 대비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설경구와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다음에도 같이 하나.설경구에게도 진짜로 이번만 같이 하고 한 텀 쉬고 다시 하든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둘이 그만 같이 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다만 다음 영화에 설경구와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꼬깃꼬깃하게 구겨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마치 ‘오아시스’의 설경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성오가 연기한 신상사는 너무 아쉽게 퇴장하는데. 신상사 스핀오프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아,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성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성오는 내가 가장 친한 배우다. 동네형 같은 사람이다. -길복순의 어린 시절, 얼굴이 마치 아수라 같이 그려지는데. 그 아수라 같은 모습이 전도연의 모습과 겹쳐지는데.킬러일 때 전도연은 왼쪽 얼굴을, 엄마일 때 전도연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이 일로 전화받을 때는 카메라가 오른쪽 얼굴을 비춘다. 설경구와 떡볶이를 먹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른쪽으로 받는다. 국무총리 후보 아들을 죽이려 할 때 딸에게 전화가 와서 받을 때 카메라가 이유 없이 돌아서 전도연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떡볶이집이 매우 유명한 맛집인 건 알고 있었나.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먹어보지도 못했다. ‘불한당’때는 떡볶이 장면을 찍으면서 먹었는데, ‘길복순’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설경구와 전도연 촬영 첫날이라 너무 긴장해서 못 먹었다. -설경구의 젊은 시절을 이재욱이 연기했는데. 도대체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연출부가 이재욱의 클립을 보여줘서 캐스팅할 때는 그가 그렇게 잘 생긴 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인지도 몰랐고. 그냥 내가 본 클립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라 만나서 오디션을 못 했다. 이재욱으로 결정하고 난 뒤 연락처를 받아서 설경구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영상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외모를 흉내낼 수는 없었는지 목소리를 닮도록 준비해 왔더라. -‘길복순’은 음악이 전작들과 달리 혼종 느낌인데.다른 작품들처럼 김홍집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짬뽕이었으면 했다. 테크노도 나오고 족보에 없는 듯한 음악.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왜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었나. 이 내용으로 다른 투자사에서 150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내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 배우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자가 안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차기작은.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써놓은 것도, 준비해놓은 것도 없다. -변성현은 성공한 덕후이자, 빻은 취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장인이라는 평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빻은 취향이란 게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빻았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인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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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내양 모욕” 상영 중단도…'뮬란' 계기로 본 영화 보이콧

숱한 논란 끝에 17일 국내 개봉하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국내외 안팎의 보이콧 운동을 뚫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2억 달러(약 2357억원) 제작비가 든 ‘뮬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등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는 지역에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그 외 지역에선 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10일 개봉한 중국에선 첫 주말(11~13일) 성적이 2320만 달러로 ‘테넷’의 첫 주말 기록(2980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수준. 앞서 엔드크레딧이 논란이 되면서 중국 정부가 보도통제에 나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뮬란'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촬영에 협조한 공안 당국에 감사한다고 엔드크레딧에 공개 거명해 중국의 인권탄압에 공조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뮬란’ 거부 운동은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맞물려 본격화됐다. 주연배우인 유역비가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고 SNS에 쓴 게 도화선이 돼 그 반발로 해시태그 보이콧뮬란(#boycottmulan)이 번졌다. 국내에서도 청년 중심 시민단체인 세계시민선언이 동참하고 있다. 이설아(26) 공동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이콧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횡포를 용인·묵인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극장 앞 1인 시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영화 뮬란 보이콧 왜 하냐고요? 홍콩 인권 무관심에 부끄러워” "위구르 공안 감사" 영화 뮬란 보이콧 확산시킨 엔딩크레딧 ━ 물리적 시위에서 SNS '댓글 테러'로 변천 국내 영화에서 물리적 보이콧의 대표 사례는 1981년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가 있다. 소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유지인‧금보라가 주연한 영화로, 도시화‧산업화 속 버스안내양이 된 여성들의 애환을 그렸다. 하지만 극중 ‘삥땅’(요금 횡령) 설정이 직업 비하라면서 안내양들이 극장 앞 시위를 벌였고 한국노총도 비난 성명을 내는 등 논란 끝에 일주일 만에 상영 중단됐다. 노광우 영화칼럼니스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해 단체들의 압력 속에 영화 상영은 물론 제작이 중단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돌아봤다.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1984)는 주연배우 강수연이 머리까지 깎았다가 불교계 반발로 촬영이 중단됐다. 요즘도 명예훼손 등 이유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종종 있지만 물리적 보이콧은 거의 없는 편. 대신 SNS를 중심으로 한 여론몰이가 활발하다. 특히 2018년 이후 활발해진 ‘미투’ 운동이 불을 지폈다. 관련기사 샬라메 파워? 코로나 도피? 감독 논란에도 6만명 본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수양딸을 성추행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보지 맙시다.” 지난 5월 티모시 샬라메 주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국내 개봉했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던 댓글이다. 실제로 ‘레이니…’는 앨런 감독의 추문 논란으로 미국에선 개봉조차 못 했다. 아동 성범죄 전력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역시 신작 발표 때마다 보이콧 운동에 직면한다. 올 초 그에게 감독상을 수여한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는 여성 영화인들의 퇴장 항의를 받기도 했다. ━ "페미라서 안봐" "미투 연루자 거부" 대립 반대로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영화들에 ‘꼴페미’라는 딱지를 붙이며 거부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지난해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전부터 소위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이에 맞서 10점 만점에 무조건 10점을 주는 ‘평점 조공’ 운동도 일었다. 평점 테러는 사회적 이슈를 환기하며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과 달리 영화 자체를 난도질한단 점에서 제작사 측에 큰 상처를 남긴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예컨대 ‘미투’를 이유로 한 보이콧은 주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란 측면에서 공감 지점이 있지만, 특정 영화에 대한 댓글 테러는 폭력적인 게 느껴진다”고 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보기도 전에 미리 딱지를 붙이면 그 프레임 속에 영화가 왜곡돼서 수용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전 평론가는 2017년 역사 왜곡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렀던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SNS에서 ‘악플’ 직격탄을 맞은 대표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나랏말싸미’도 세종대왕과 한글창제에 대한 역사왜곡 시비 속에 100만명도 끌지 못한 채 극장에서 내려졌다. ━ 흥행 일부 영향 있어도 ‘영화의 힘’에 달려 보이콧‧평점 테러가 실제 영화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은 영화의 힘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석 저널리스트는 “영화가 균형을 잡았다면 지지와 대항 사이에서 여론의 정화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367만명이 관람하고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레이니…’는 코로나로 인한 극장 침체 속에서도 8만8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찬일 평론가는 “미투가 문제라고 해서 하비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를 다 들어낼 거냐. 김기덕 영화를 없앨 거냐. 그런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면서 결국 관객이 영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우 칼럼니스트는 “고전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이제 와서 인종주의 논란 속에 HBO맥스에서 퇴출된 것처럼, 시대의 눈높이와 요구는 계속 변한다”면서 “영화 ‘뮬란’ 역시 당장은 미·중 갈등과 반중 정서 영향을 받는다 해도 언젠가 재평가될 수도 있다. 이대로 묻힌다면 그게 작품의 한계 아니겠나” 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 중국계 여성감독 클로이 자오 '노마드랜드' 베니스 황금사자상 "위구르 공안 감사" 영화 뮬란 보이콧 확산시킨 엔딩크레딧 인천상륙작전 길잡이 팔미도 등대, 첫 등대 사적 됐다 인수봉 바위에 웬 주름이…뒤집으니 2m 고려 석불 나왔다 “국보 반가사유상 건강, 17억짜리 CT로 챙깁니다” 2020.09.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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