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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9th BIFF] 황정민 “배우일 때 살아있음 느껴…앞으로도 ‘광대’처럼” (‘액터스하우스’) [종합]

배우 황정민이 연기 30년 발자취를 돌아보며 “배우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라는 소회를 밝혔다.황정민은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베테랑2’부터 ‘서울의 봄’, 그의 20년 전 작품 ‘너는 내운명’ 등 필모그래피를 되짚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이날 황정민은 “너무 창피해 죽을 것 같다”며 “어떤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했습니다라고 관객과 소통하거나, 연극 무대에서 인물을 통해 만나는게 많아서 그런지 배우 황정민으로 만나는게 쑥스럽다”고 액터스 하우스를 여는 소감을 밝혔다. 쉴 새 없이 ‘열일’하며 작품활동을 멈춘 적 없는 행보에 대해 그는 “작품할 때 비로서 제가 살아있다고 느낀다”며 “어릴 적에 비행기에 직업이 뭐냐고 쓸 때 영어로 ‘액터’라고 쓰기가 창피한거다. 사람들이 저를 몰랐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배우인데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 지지 않으면 어디 나가 배우라고 할 수가 없다. 카메라와 무대에서 연기할 때 스스로 ‘아 내가 황정민이구나, 배우구나’라고 느낀다”며 “작품 안 할 때는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그래서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계속 열심히 작품을 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쉬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황정민은 “요즘은 그런 생각이 조금 든다. 그래도 새로운 작품에서 새 사람들과 작품 하는 게 늘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슬럼프가 올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복 비결을 ‘연극’으로 꼽았다. 그는 “연극은 나태해질 수가 없다. 대본을 다외워야 하고, 한 두달 동안 책임감을 갖고 공연 끝까지 똑같은 컨디션으로 소화해야 한다. 공연을 망치면 그날 관객에게는 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극 ‘맥베스’로 최근에도 무대에 오른 그는 “워낙 셰익스피어는 좋아하는 문호지만, 학교에서 배우거나 귀동냥으로는 알아도 실제로 책을 읽기는 어렵지 않나. 관객분들에게 고전극이 얼마나 우아하고 재밌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저 어릴 적 선배들이 해온 좋은 고전극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황정민은 수많은 상업 영화에서 굵직한 성적을 거둔 명실상부 흥행배우이다. ‘베테랑’의 9년만 속편 ‘베테랑2’의 서도철 역은 그의 인생 배역으로도 꼽힌다. 그는 “배우가 시리즈물을 갖는다는 것은 배우 필모로서 큰 영광이다. 이야기가 매력적이니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베테랑’은 제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베테랑’을 배우로서 힘이 부치던 시기에 만났다고 밝힌 황정민은 “우리끼리 낄낄대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마음대로 즐기며 해보자 생각했다. 그 작품이 '베테랑'이었다. 그래서 제 인생에서 배우로서 힘들 때 단비같은, 아니 농약? 식물을 살리는 영양제 같은 거다. 영양제보다도 크다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의 봄’(2023)에서 황정민은 전두광 역으로 관객의 분노지수를 제대로 높였다. 황정민은 “전두광(전두환)이 했던 말도 안 되는 행위들과 일련의 사건과 사고들을 저도 보고 자란 세대이다.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어도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역사로 저도 모르게 내 세포에 차곡차곡 쌓여있었기에 아주 쉽게 해답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이 영화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내 한마디로 영화에 상처가 날까, 괜히 정치적으로 엮일까’봐”라면서 “이 영화는 정치적이지 않다. 역사책에는 몇백, 몇천년 전 이야기는 많은데, 근현대사는 별로 없다. 그게 저는 너무 이상했다. 그것도 역사인데, 왜 없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랐는데 이 영화를 관객분들을 잘 이해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했다.그의 작품 중 개봉 20주년을 맞는 영화들 중 ‘너는 내 운명’에 대해 언급하며 멜로를 다시 해보고 싶지 않은지 묻는 질문에 “저는 멜로를 좋아한다. 사랑 이야기는 소통하기에도 근사한 주제이다. 관객들이 한 번쯤 경험했거나 알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멜로는 그렇지 않기에 연기하기가 어렵다. 무작정 ‘사랑해’라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저 눈은 진짜 사랑하는 눈이라고 다들 느끼지 않나. 그래서 저는 좋아하지만, 제작이 되어야 말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전부 만족하고 애착이 간다. 필모 하나하나 인물들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려운 작업들을 해왔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 영화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라고 꼽았다. 태풍 수해 복구 현장 뉴스를 보면서 ‘저분들이 슈퍼맨이다.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술자리서 이야기를 나누다 받게 된 대본이라는 남다른 추억도 공유했다.황정민은 “10분만 더하자”고 관객과의 대화를 연장하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시간 내어 찾아주어서 감사하다. 광대로서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 늘 준비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로 소통하려고 하니 기다려 주시면 근사한 작품으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부산시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액터스 하우스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로 올해는 배우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관객과 만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04 21:17
스포츠일반

[경정] 백전노장 김민천, '제2의 전성기' 열었다

경정 '백전노장' 김민천(48·2기·A1)이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해 20번 이상 1착(1위)을 해낸 경정 선수는 총 31명이었다. 올해는 24일 기준으로 12명뿐이다.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의미. '투톱' 김민준(13기·A1)과 심상철(7기·A1)은 각각 41승과 40승을 거두며 저력을 보여줬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 강자들이 많았다. 김민천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33승으로 다승 부문 4위에 올라 있고, 승률(40%), 연대율(68%), 삼연대율(78.7%) 모두 준수하다. 2002년 2기로 경정에 입문한 김민천은 2011년 36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열었다. 데뷔 처음으로 다승왕을 차지했고, 이사장배 왕중왕전과 헤럴드배 등 대상 경주도 제패했다. 김민천은 이후 2018년까지 대상 경주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1회를 기록하는 등 준수한 성적으로 정상급 자리를 지켰다.김민천은 2019년 열린 대상 경주에서는 연달아 예선 탈락하며 고전하며 고비를 맞이했다. 하지만 2022년 쿠리하라배 특별 경정에서 3위, 2023년 스포츠월드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재도약했다. 올해 6월 이사장배 대상 경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민천은 지난해까지 통산 413승을 거뒀다. 커리어 22시즌 중 20시즌 동안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다승 커리어 하이인 36승(2009년)을 넘어설 전망이다. 김민천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안정적인 출발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3년째 선수 생활을 하며 사전 출발 위반(플라잉)을 7번밖에 범하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출발 기록은 0.33초였고, 2011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출발 기록은 0.24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빨라지고 있다. 두 번째 장점은 경주를 보는 시야가 넓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출발을 빠르게 한 선수가 있다면, 무리한 휘감기 전법보다는 차분하게 전개 위주로 경주를 풀어가는 편이다. 1위에 집착하지 않고, 순위권 안착을 노리며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준다. 세 번째 장점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로 성적 기복이 큰 선수가 많은데, 김민천은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부상과 부진으로 생긴 슬럼프를 잘 극복하며 20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경정에서 '꾸준함의 대명사'는 바로 김민천이다.이서범 경정코리아 분석위원은 "김민천은 올해 한번 탄력이 붙으면 5연승을 가볍게 거둘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안쪽 코스를 배정받은 경주뿐 아니라, 바깥쪽을 배정받은 경주에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 위원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민천이 올해 남은 큰 대회인 10월 쿠리하라배 특별 경정과 12월 그랑프리 경주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안희수 기자 2024.09.25 13:53
예능

‘사격’ 김예지, 일론머스크 반하게 한 비결?…“눈썹에 자아 있다” (‘라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사격’ 김예지와 ‘양궁’ 김우진이 드디어 동창회(?)를 연다. 내친김에 ‘설레는 키 차이’ 챌린지까지 도전하는 김예지와 김우진의 ‘투 샷’이 포착돼 이목을 집중시킨다.오는 4일 오후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는 오상욱, 구본길, 김예지, 김우진, 임시현, 임애지가 출연하는 ‘전투의 민족’ 특집으로 꾸며진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는 동창회에 나가는 기분으로 ‘라스’에 출연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앞서 양궁 금메달리스트 김우진이 김예지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두 사람의 인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대표팀에 합류한 후 체력 훈련장에서 운동하는 김우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다는 김예지. 그는 “(저를) 마치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해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김예지와 김우진은 티격태격하며 동창회 토크를 펼치는가 하면 나란히 서서 챌린지까지 찍으며 웃음을 빵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지금은 친해졌죠?”라는 김구라의 질문에 과연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라스’ 함께 출연한 ‘양궁’ 임시현과 ‘복싱’ 임애지도 가장 만나고 싶었던 선수로 김예지를 꼽은 것은 물론 파리에서도 김예지가 ‘올림픽 선수들의 스타’가 됐던 일화도 공개돼 감탄을 자아냈다. 또 일론 머스크의 ‘샤라웃(shout out)’으로 ‘사격 월드 스타’가 됐는데, 직접 대댓글을 남겼다고 해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김예지는 인터뷰 중 눈썹을 ‘씰룩’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던 영상에 대해 언급하며 “제 눈썹에 자아가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주 종목인 25m 권총 본선에서 0.01초 차이로 결선에 탈락했던 당시 상황을 담담히 전했다.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 뿐이다”라고 인터뷰 한 뒤, 그는 긍정적인 내용은 물론 비난하는 반응의 메시지도 받았다고. 이에 김예지는 “일일이 답장했다”라며 자신의 신념이 담긴 마음을 밝혔다. 또 인터뷰 때는 울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대회가 끝난 후 속상한 마음에 울었다고 해 놀라게 만들었다.‘2024 파리올림픽’ 패셔니스타로 등극한 그는 모자부터 안경, 수건까지 화제가 된 ‘예지 아이템’에 얽힌 사연도 공개한다. 아이템 모두 실용성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김국진은 “그냥 한 건데 화제야..”라며 김예지의 타고난 스타성에 혀를 내둘렀다.그런가 하면 김예지는 출산 전후 달라진 사격 인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출산 전에는 사격을 돈 버는 직업으로 생각했다는 그는 “아기를 낳고 나서는 멋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사격을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딸에게 “엄마가 위대한 선수인 걸 꼭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고 왔다”라는 김예지. 올림픽 은메달을 딴 후 딸이 보인 반응도 직접 전했다는 전언이다. 김예지는 실업팀에 소속된 이후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던 사연도 전했다. 학생 때는 재능만으로 기록이 좋았지만, 실업팀이 된 후 돈을 받으니 부담감이 커지면서 기록이 나빠져 결국 실업팀을 나왔다고. 이후 약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합에 나갔던 에피소드도 밝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드디어 성사된 김예지와 김우진의 동창회(?) 현장과 김예지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K-저격수’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스토리 등은 오는 4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되는 ‘라디오스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9.03 18:15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완벽은 좋은 것의 적이다

최근 읽은 야구 기사 중에서 마음 쓰는 방법에 대해 참고할 좋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화 이글스 유망주 투수 문동주 선수와 양상문 투수코치님이 나눈 대화입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떻게 풀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야구 선수가 아니어도 멘털 관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프로 3년 차인 문동주 선수는 시속 160㎞까지 나오는 강속구가 주무기로, 한국 야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 오른손 정통파 파이어볼러입니다. 올 시즌 초반 다소 부침이 있었는데 후반기부터 구속도 되찾고 제구까지 잡히며 위용을 회복하는 중입니다. 문 선수의 포심 패스트볼이 시원스럽게 포스 미트에 꽂히는 것을 보고 듣는 건 야구팬으로서 즐겁습니다. 최고 유망주가 어떻게 부진을 극복했는지 궁금했는데 때마침 몇몇 기자분들이 문 선수가 어떻게 생각의 틀을 바꿨는지 소개해 줘 알게 됐습니다. 배움을 얻은 건 저만이 아니겠죠. 다른 구단의 투수들이나, 투수 코치들도 그 기사를 봤을 겁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지도한다지만 좋은 사례 연구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양상문 코치님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동주가) 더 완벽하게 하려고 하더라. 타자가 약한 코스, 약한 변화구를 모두 머릿속에 넣고 공을 던졌다. 이게 독이 됐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야구는 머릿속에 수학 공식을 세우고 푸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관한 대화를 많이 했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편하게 가자고 했다. 선수도 수긍하기 시작했다"라는 내용입니다. 양상문 코치님은 다른 언론에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문동주가) 상대가 자기 볼을 노리니까 '나는 이 공으로 가야지'라고 한 수 앞서 나가는 경기를 했다. 그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노리는 공 던져라, 150㎞/h 넘는 네 볼을 (타자가) 못 친다. (안타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게 더 효과적이다고 말해줬는데 그러면서 좋아진 것 같다."베테랑 투수 전문가답게 양상문 코치님은 선수의 마음을 읽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정말 잘하려는 문동주 선수의 노력부터 헤아렸습니다. 더 잘하라고 다그친 게 아니고, 제구를 잡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려 밀어붙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조급하고 복잡한 마음에서 일단 멈추게 해줬습니다. '완벽주의 함정'에 빠진 젊은 유망주를 꺼내 준 것입니다.완벽한 것이 가능할까요.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빗맞은 안타가 나오잖아요. 강하고 움직임이 좋은 공일수록 의도와 달리 가끔은 알 수 없는 운이 작용하는 걸 야구팬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지 않습니까. 억울하기도 하지만 또한 겸손함을 배우게 되는 거죠.공 하나를 완벽하게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몰입하면 '경기'라는 상대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합니다. 선발 투수라면 한 명이 아닌 여러 타자를 상대하고, 많은 이닝을 막아내며 경기를 이끄는 것이 목적입니다. 양상문 코치님 조언에는 이런 뜻도 담겼다고 보겠습니다.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테니스 스타였던 안드레 애거시의 자서전 ‘오픈(Open)’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1992년 윔블던 우승 이후 슬럼프를 겪던 애거시는 새로운 코치를 찾았고, 은퇴 직전의 노장 브래드 길버트를 만납니다. 길버트는 애거시에게 "당신은 모든 샷을 완벽하게, 더 세게 치려고만 한다. 자신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네트 넘어 상대를 파악하세요"라고 일러줍니다. 어린 시절 애거시는 복싱 선수였던 아버지로부터 한방으로 상대를 제압하라는 것이 재능이라고 배웠습니다. "매번 완벽한 샷을 시도하려다 스스로 위기에 빠졌다. 상대가 실패하게 하라"라는 길버트의 코칭은 애거시를 가뒀던 틀에서 해방시킵니다. 몇 달 뒤 그는 US오픈(1994년) 남자단식 정상에 오릅니다. 자멸하곤 하던 그가 바뀌자 뉴욕타임스는 ‘애거시의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헤드라인을 뽑습니다.당신의 목표는 완벽한 공, 최고의 샷인가요. 문동주 선수만 아니라 우리에겐 어떤 메시지로 들리나요. 제목에 인용한 ‘완벽은 좋은 것의 적(敵)이다’는 프랑스의 근대 철학자 볼테르의 말입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9.02 07:30
프로야구

폭염보다 뜨거운 롯데, 올해도 '8·치·올' 실현 [IS 포커스]

주춤했던 롯데 자이언츠가 뜨거운 화력을 회복하며 다시 5강 경쟁을 달구고 있다. 롯데는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19안타를 몰아치며 12-2 완승을 거뒀다. 3회까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롯데는 8월 치른 8경기에서 7승(1패)을 거두며 시즌 전적(14일 기준) 48승 3무 55패를 기록했다. 14일 NC 다이노스전이 폭우로 순연된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3.5경기로 좁혔다. 지난 6월 10개 구단 중 월간 승률 1위(0.609)에 올랐던 롯데는 7월에는 6승 14패, 승률 0.300에 그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6월 공격을 이끌었던 황성빈·고승민·윤동희의 타격감이 함께 떨어졌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슬럼프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상된' 악재를 맞이했다. 8월 반등을 이끈 것도 젊은 선수들이었다. 한동안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됐던 황성빈은 특유의 콘택트 능력과 근성 있는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승민도 타율 0.371·장타율 0.629를 기록하며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전준우와 손호영도 부상 후유증을 극복했다. 각각 오른쪽 종아리 힘줄 손상,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장기간 이탈했던 두 선수는 7월 한 달 동안 나란히 2할 대 초·중반 타율에 그쳤지만, 8월 들어 타격감을 회복하고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줬다. 손호영은 출전한 8경기 모두 안타를 치며 5할 타율을 남겼고, 전준우도 4경기에서 2타점 이상 올리며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롯데 선발진은 여전히 변수가 많다. '국내 에이스' 박세웅이 기복을 보이고 있고, '붙박이 5선발'도 없다. 개인사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나균안은 9월 이후 복귀할 전망이다.현재 롯데가 믿을 수 있는 건 기세가 오른 타선의 공격력뿐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타격에 확신이 생기며 자신감이 높아졌다"라고 반겼다. 롯데는 최근 4년(2020~2023) 8월 승률 0.542(45승 3무 38패)를 기록했다. 4년 전체 승률(0.476)보다 훨씬 높았다.'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은 허문회 전 롯데 감독이 스퍼트로 목표 달성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화제를 모은 표현이다. 롯데가 올해도 여름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8.15 12:51
스포츠일반

군인의 아들...만기 전역 약속한 '병장 사수' 조영재, 이게 K-국뽕 [2024 파리]

운동 선수 병역 혜택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인기 구기 종목 스타들이 일부로 입대를 늦춰 국제대회 대표팀 승선하는 사례가 논란을 만들었다. 파리 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에 출전한 사격 대표팀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는 5일(한국시간) 열린 결선에서 2위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 병역 혜택 대상자가 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AG)을 앞두고 병역법이 개정되며, 군 복무 중인 군인도 조기 전역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조영재는 "부대에서 동기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만기 제대를 예고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 전 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의지를 전한 바 있다. 조영재가 전역하는 날짜는 9월 19일이다.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말년 병장'이라 내부 생활도 힘들 게 없다. 하지만 이 점을 고려해도 조영재의 주저 없는 선택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는 "나는 부대 사람들이 다 좋고,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라며 병역 혜택을 거부할 걸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조영재에게 파리의 낭만은 전우들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자대와 군 생활을 향한 애정이 진심 같다. 군 복무는 한국 남자 통과 의례다. 조영재는 자국 콘텐츠 찬양 경향을 뜻하는 '국뽕'을 자극했다. 비슷한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황저우 AG에서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한 이창우도 전역까지 3개월을 남겨 두고 있었지만, 남은 기간을 모두 채웠다. 조영재가 주목받은 다른 이유는 그의 아버지 조병기(49)씨가 무려 30년 동안 복무하고 지난해 준위로 제대한 '진짜' 군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영재는 메달 획득 뒤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조영재가 메달을 획득한 뒤 본지와 통화한 조영재씨에게 아들의 만기 제대 의지에 대해 "당연히 군 생활을 더하고 마무리 해야 한다. 내가 군인이었다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군 생활을 오래 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본받으려는 아들의 모습에 내심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군인은 총과 사격이 익숙한 직업. 조영재가 사격 선수 길을 걷고, 올림픽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준 것에 타고난 게 있지 않았을까.하지만 조병기씨는 "전혀 아니다. 아들 스스로 사격에 재미를 느끼고 직업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슬럼프도 있었는데, 잘 극복해 올림픽 무대까지 섰다. 나는 한 게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자신을 "그저 엄하게 대하는 게 맞는 줄 알았던 어리석은 아버지"라고 돌아본 조병기씨는 "나는 자식을 키울 줄 몰랐다. (조)영재 스스로 잘 성장해 이렇게 나라를 빛내는 데 기여했다.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감격했다. 무뚝뚝한 기운을 주는 '전직 준위' 군인 아버지는 아들이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부자(父子) 사이 좀처럼 꺼내지 않던 애정을 드러내 교감하는 것도 스포츠 팬 감성을 자극했다. 병역 혜택 관련 에피소드에 모처럼 미담이 더해졌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8.07 09:00
스포츠일반

만기 전역 약속한 '말년 병장' 사수 조영재, 군인 아버지는 "국민으로서 당연한 것" [2024 파리]

'말년 병장 사수'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병역 혜택을 받고도 만기 전역을 약속했다. '군인 아버지' 조병기(49)씨는 아들의 선택이 흐뭇하다. 조영재는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을 기록, 전체 2위에 올라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속사권총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 조영재가 은메달을 추가한 한국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조영재의 세계랭킹은 37위다. 대회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593점)에 2점 모자란 591점을 쏘는 등 중요한 무대에서 빼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그랬다. 현재 군 복무를 수행 중인 조영재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조기 전역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출전 전부터 만기 제대(9월 19일) 할 계획을 전했다. 은메달을 딴 뒤에도 "이제 (만기 전역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부대에서 동기들과 같이 시간 보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했다. 군인 아버지를 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조영재는 "아버지가 30년 군 생활을 채우고 지난해 준위로 전역하셨다"라며 "나는 부대 사람들이 다 좋고,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5일 일간스포츠와 통화한 조영재의 아버지 조병기씨는 아들의 만기 제대 의지를 전해 듣더니 "당연히 군 생활을 마무리 해야 한다. 내가 군인이었다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군 생활을 오래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본받으려는 아들의 모습에 내심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군인은 총을 다루는 게 익숙하다. 조병기씨에게 아들이 사격 선수의 길을 걷는 게 자신의 직업과 관련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아니다. 스스로 사격에 재미를 느끼고 직업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슬럼프도 있었는데, 잘 극복해 올림픽 무대까지 섰다. 나는 한 게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병기씨는 자신에 대해 "그저 엄하게 대하는 게 맞는 줄 알았던 어리석은 아버지"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자식을 키울 줄 몰랐다. (조)영재 스스로 잘 성장해 이렇게 나라를 빛내는 데 기여했다.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감격했다. 군인으로 30년 동안 복무했던 조병기씨는 인생 선배로서 아들이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갖고 생활하길 바란다. 올림픽 무대에서 얻은 좋은 기운이 독이 되질 않길 바란다. 조병기씨는 "모든 부모가 그럴 것이다. 아들이 항상 어딜가든 겸손하길 바란다. 성격이 조금 세심한 편인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생활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8.06 08:03
프로야구

염경엽 감독 "달아나지 못해 위기, 저랑 선수들이 극복해야죠"

"저랑 선수들이 극복해야죠."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전날 역전패를 돌아보며 아쉬워했다. LG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2-5로 졌다. 선발 투수 디트릭 엔스의 호투 속에 8회까지 2-0으로 앞섰지만,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9회 초 2사 후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연장 10회 초 3점을 뺏겨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염경엽 감독은 "결국 뽑아야 할 점수를 못 내서 위기가 왔다"면서 "유영찬은 (풀 타임) 2년 차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LG로선 전날 2-0으로 앞선 8회 말 1사 2, 3루에서 김현수가 낫아웃 삼진으로 물러나고 구본혁까지 외야 뜬공으로 아웃돼 더 달아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유영찬은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LG는 이번 3연전에서 선두 KIA를 맹렬히 쫓으려고 했으나 승차는 오히려 5.5경기까지 벌어졌다. 이번 시즌 최대 격차다. 염경엽 감독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저와 우리 선수들이 다 극복해야 한다"면서 "(지금) 어려울 때가 있으면 좋을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LG는 10일 경기에 홍창기(우익수)-문성주(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오지환(유격수)-구본혁(2루수)-송찬의(좌익수)-박해민(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가장 눈에 띄는 오지환의 1군 복귀와 함께 김현수의 선발 제외다. 오지환은 손목과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와 43일 만에 선발 출장한다. 반면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58(38타수 6안타)로 부진하는 등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김현수는 벤치에서 대기한다. 염 감독은 "못 치니까 뺐다"라고 말했다. 박해민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25로 부진한 상황. 염 감독은 "두 베테랑이 비시즌 (더 잘하고 싶어) 타격 폼을 수정했다가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4.07.11 17:10
프로야구

롯데 투수진 공식 카운슬러의 새삼스러운 자책..."나부터 잘 해야" [IS 피플]

롯데 자이언츠 투수진 공식 카운슬러는 입단 12년 차 셋업맨 구승민(34)이다. 4년 차 좌완 김진욱은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알려주시지만, 어떻게 멘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조언을 준다. 무엇보다 편안하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선배"라고 했다. 신인 전미르부터 이미 1군에서 자리를 잡은 투수들도 고민이 있으면 구승민을 찾는다. 그런 구승민은 올 시즌 후배들과 나누는 대화가 민망했다. 자신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구승민은 5월까지 등판한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69, 피안타율 0.37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108홀드, 4년 연속 20홀드 이상 달성하며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셋업맨으로 올라섰지만, 올 시즌은 명성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하지 못했다. 롯데는 5월까지 최하위에 그쳤다. 구승민은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재등록할 수 있는 기간을 채우면 바로 그를 콜업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선수가 쌓은 커리어, 애버리지를 무시하지 않았던 지도자다. 무엇보다 롯데 불펜진에 구승민을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안 좋은 기록에 비해 기회를 많이 얻은 구승민은 결국 반등했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무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6월 등판한 13경기에선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홀드 3개를 더했다. 롯데가 1-14, 13점 차 지고 있던 경기를 따라잡아 결국 15-15 무승부를 만들었던 지난달 25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연장 11·12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기도 했다. 구승민은 부진했던 3·4월을 돌아보며 "구속이 떨어졌거나,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치르는 시즌이다 보니 부담감이 커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정말 아니다. 나는 그저 원래 하던 대로 묵묵히 공을 던질 뿐"이라며 엷은 미소를 띄었다. 이어 구승민은 "그저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게 미안했다. 그래도 꾸준히 등판하면서 안 좋은 점을 피드백 받고, 밸런스를 잡아가며 조금이나마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구승민은 "평소 '계속 밑으로 들어가서 숨으면 더 안 좋아질 뿐이니 빨리 잊어야 한다'라는 말을 해줬다. 그런데 정작 내가 안 좋으니 그게 잘 안 되더라"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이제 (후배들 상담은) 안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한다"라고 농담 반, 진심 반 속내를 드러냈다. 구승민은 막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있었던 2015년 6월,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KBO리그 역대 최초 개인 400홈런을 내주며 대기록 희생양이 됐다. 통산 세 자릿수 홀드를 채우는 과정에서 겪은 실패가 많은 선수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누군가를 도와주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구승민은 "(다른 의미 없이) 그냥 내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 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타고난 강심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좌절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겪은 배움이 있었고,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그저 자신의 얘기를 해줬다. 담백하게 말이다. 구승민은 "여전히 나도 야구장 안팎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생겼을 때 최대한 빠르게 잊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했다. 올 시즌 슬럼프도 그렇게 탈출했다. 롯데는 6월 승률 1위(0.607)에 오르며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 이 시기 살아나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탠 구승민은 "주형광 투수 코치님이 '지금 시기를 잘 버티면 팀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라고 힘을 북돋우셨는데, 중요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나부터 한 타자, 한 타자 잘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02 11:08
프로야구

주전→국대→올스타전 선정...탄탄대로 윤동희 "내 목표는 매년 성장하는 선수" [IS 인터뷰]

"저는 더 큰 욕심이 있습니다." 윤동희(21)는 지난달 17일 발표된 2024 KBO리그 올스타전 베스트12(드림 올스타) 외야수 부문 3명 중 1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입단(2022 2차 3라운드 지명) 2년 만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주전으로 올라섰고, 젊은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선발돼 국제대회를 누볐던 3년 차에는 '올스타'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것.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윤동희는 "1군에서 실력 있고, 팬들 사랑도 많이 받는 선수가 나서는 무대(올스타전)를 경험하게 돼 너무 기쁘다. 모두 팬들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좋은 운이 따르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한 발 멀리서 봤을 때는 남들보다 빨리 중요한 단계를 거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린 결과라고도 믿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더 큰 욕심이 있다. 세운 계획대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동희가 말하는 '욕심'은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제 풀타임 2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아직 자신이 믿을 수 있는 평균치가 쌓이지 않은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윤동희는 "한 시즌 반짝 잘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를 위해 올 시즌은 144안타를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지난 시즌 111안타를 기록한 그는 "꼭 기록에 연연하는 건 아니지만, 매 경기 1안타를 목표로 해야 지난 시즌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도 한차례 고비를 잘 넘기며 배움을 얻었다. 첫 30경기에서 타율 0.236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이후 46경기에선 0.341를 기록하며 시즌 성적을 0.301(6월 29일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윤동희는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지만,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멘털이 흔들린 것이다.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한두 번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닥치다 보니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1번 타자를 맡아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얽매였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처음 겪은 것도 변수였다"라고 했다. 윤동희는 공을 많이 보려다가 소극적으로 승부했던 것을 문제점으로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시즌처럼 공격적으로 타격하며 조금씩 안타를 늘려갔고, 그렇게 위기를 이겨냈다. 윤동희는 "느낀 게 많아서 다시 슬럼프가 와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롯데는 5~6월 치른 44경기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팀 타율(0.297)을 기록했다. 윤동희와 더불어 손호영·황성빈·나승엽·고승민 등 새 얼굴들이 공격을 이끌었다. 경쟁 시너지도 윤동희를 자극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1군에서 선발로 나가는 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이제 막 기회를 얻은 동료 모두 그라운드 안팎에서 더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라며 "좋은 기운 속에 야구를 한다는 게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나도 밀리지 않고 힘을 보태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더 힘을 내게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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