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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일단 '백두산' 보세요?" CGV, 노골적 '시동' 배척 눈살
정정당당한 승부는 이미 물건너간 모양새다. "'시동'은 벌써 막 내리나요?" "크리스마스 예매 풀렸던데 '시동'은 아직 시간표가 없네요" "CGV 교묘하게 '백두산' 시간만 먼저 배치한거 실화?" "'백두산'은 깔렸는데 '시동'은 안 보이는데 많음. 반대로 '시동'은 있는데 '백두산'이 없는 관은 절대 없다는게 함정" 21일 오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눈에 띈 일부 예비 관객들의 반응이다. 관객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 예매를 미리 진행하려 움직인 관객들은 오픈된 스크린 타임라인에서 헛웃음을 내비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영화관은 '백두산'에 의한, '백두산'을 위한 사전 배치를 이미 완성시켜놓고 있었기 때문. 물론 모든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백두산'만 애정한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일부'다. 그 일부는 유독 CJ CGV 상영관에서 포착됐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 다른 대형 극장들이 국내 영화는 물론 외화까지 깔끔하게 배치시켜놓은 것과 비교하면 노골적인 '꼼수'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24일과 25일 순차적 예매 오픈으로 100%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타임라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백두산' 예매 창구를 우선적으로 열어 둔 공통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예매 창구가 열리면 당연히 예매율이 높아지고, '예매율을 토대로 스크린을 연다'는 천편일률적인 극장들의 핑계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스크린을 100% 몰아주는 것만 스크린 독과점은 아니다. 21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약 한시간 가량 서울 지역 CGV 상영 시간표를 확인한 결과, CGV 구로·강남·불광·여의도 등은 24일과 25일 '시동' 시간표는 확인할 수 없었고, CGV 동대문·등촌·목동·성신여대입구·신촌아트레온·용산아이파크몰·압구정·왕십리·천호 등 상영관은 25일 시간표를 열어놓지 않았다. CGV 영등포는 '시동'을 두 타임 배치해 놓긴 했지만 예매를 막아둬 에매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백두산'과 '시동'을 모두 걸어놓지 않은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 24일과 25일 날짜 자체를 오픈하지 않은 CGV 상봉이 그나마 깔끔한 정도였다. 경기도권이라고 다를 바 없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시동' 예매를 막아둔 극장만 무려 20곳. 특히 '시동'은 외면하면서 '포드 V 페라리'와 24일 개봉하는 '캣츠' 예매를 '백두산'과 함께 열어둬 '한 작품만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나름의 노력은 기울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노림수를 보였다. 그렇다고 '시동'에 대한 배척이 가려지고 감춰지지는 않았다. 22일 오전 대부분의 CGV 상영관에서는 막혔던 '시동'의 예매가 뚫렸지만 메인 타임은 거진 비껴간 조조에 할당하거나 그나마도 많은 관을 내어주지 않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백두산'과 영화관이 없어 슬픈 '시동'의 현실이다. '시동'과 '백두산'의 개봉일은 단 하루 차. '시동'이 18일, '백두산'이 19일 나란히 관객들과 만났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던 '시동'은 '백두산'이 등판하자마자 2위로 밀려나며 덩치 차를 실감해야 했다. 이는 개봉 전부터 '시동' 측에서도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 '백두산' 1위가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뒤따르며 손익분기점을 목표로 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정당한 승부, 선의의 경쟁'이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깔려 있었다. 관조차 배당받지 못하는 우려가 현실화 될 줄은 몰랐다. 22일 기준 '백두산'은 누적관객수 200만 명, '시동'은 1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백두산'은 익히 잘 알려졌다시피 기본 손익분기점만 730만 명이다. 초반 물량공세는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까지 쭉쭉 달려야 한다. '영화관을 갖고 있는 강점을 이렇게라도 이용해야지'라고 한다면 누구도 할 말은 없지만, 어떠한 외부 도움없이, 오로지 영화의 힘으로 얻은 성적이라고 자화자찬하기에는 조금 낯부끄러운 상황이 됐다. 누군가는 억울하고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시사회 직후 '시동'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면서 관객 수가 떨어질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는 조건에 피해가 없을 때 '시동' 측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극장이 상영 레이스를 막아 설 문제는 아니다. 매번 지적을 받아도 변화가 없으니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는 것이다"며 "그렇다고 '백두산'이 역대급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시각은 필요하다. 260억을 투자하라고 부추긴 것은 관객이 아니다. 흥행을 반강제적 관객의 짐으로 떠맡기는건 축하받지 못한다. '백두산' 팀도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다 같이 웃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12.22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