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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0억은 당연?' FA 최대어 꿈꾸는 천재타자 강백호, 그의 ‘마스크' 가치는?

2021년 강백호(26·KT 위즈)가 KBO리그에서 맹활약하자 현장에서는 "훗날 그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라는 말이 오갔다. 당시 한 관계자는 "강백호가 해외 리그에 진출하지 않는다면 (4년 총액) 100억원 규모의 계약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강백호는 2025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벌써부터 'FA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그가 프로 8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도 '100억원 계약'은 유효한 시나리오일까. 2018년 입단 첫해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21년에는 타율 3위(0.347) 안타 2위(179개) 타점 2위(102점)에 오르며 KT의 우승을 이끌었을 때 기량이 정점을 찍었다.강백호는 2022년부터 주춤했다. 부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고, 국제대회에서의 안일한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까지 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강백호는 2024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550타수 159안타) 26홈런 96타점으로 활약했다. 2021년 16개 홈런을 때려낸 후 3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만큼 장타력이 살아났다. FA 자격을 얻기 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대박의 가능성을 되살렸다. 다만 강백호가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선 선결 조건이 있다. '애매한' 수비 포지션을 해결하는 것이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로도 활약한 그는 프로 입단 후 외야수와 1루수를 오갔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았다. 역대 KBO리그에서 총액 100억원 이상의 계약에 성공한 선수 중 지명타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과 메이저리그(MLB)를 거쳐 돌아온 이대호(2017년 4년 총액 150억원)가 특별한 케이스였다.다행히 강백호는 2024년 돌파구를 찾았다. 포수 포지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강철 KT 감독의 권유로 포수 마스크를 쓴 그는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수비로 KT의 안방을 잘 지켜냈다. 전문 포수가 아니어서 포구는 매끄럽지 않지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으로 프레이밍 기술의 중요성이 떨어진 덕을 봤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투수 출신이라서 어깨가 좋다. 공 배합도 신선하다는 투수들의 평가도 있다"라며 '포수 강백호'를 칭찬했다. 강백호 '방망이 가치'에 '마스크 가치'까지 더해진다면 몸값은 크게 뛸 수 있다. 현재 KBO리그에선 포수가 매우 귀하다. 강민호(40·삼성 라이온즈)와 양의지(37·두산 베어스)가 13년째 포수 골든글러브를 양분하고 있다. 이들에 이어 '1급 포수'로 평가받는 박동원(LG 트윈스)과 장성우(KT)도 35세다. 김형준(26·NC 다이노스) 등 젊은 포수들이 성장 중이지만, 공격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찾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강백호는 확실히 매력적인 카드다.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양의지는 두 차례 FA 자격을 얻어 125억원과 152억원을 각각 벌었다. 강민호가 세 차례 FA 기회에서 75억원, 80억원, 36억원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수겸장 포수'의 시장가치가 얼마나 후한지 알 수 있다. 공격형 포수로 분류되는 박동원도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했다. 젊은 강백호는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윤승재 기자 2025.01.10 09:04
프로야구

롯데 기둥 전준우 "여전히 잘 하고, 우승까지...최형우 선배가 롤 모델" [IS 인터뷰]

"올해는 정말 기대가 크네요."전준우(39)는 7년째 같은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가 전년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생긴 자책감을 다잡고, 새로운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는 것. 매년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하는 게 민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2025년은 정말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고. 전준우는 "지난해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팀이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은 더 커졌다. 원하는 모든 것들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준우는 2008년 입단, 18년째 '자이언츠맨'으로 뛰는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다. 그사이 롯데 전성기(2008~2012년)를 이끌었던 이대호(은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황재균(KT 위즈), 손아섭(NC 다이노스)은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부산을 지키고 있다. 어느덧 30대 후반 노장이 됐지만 전준우의 기량은 여전하다. 2024 정규시즌에서도 타율 0.293·17홈런·82타점을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0.485를 기록한 장타율은 20대 중반이었던 2010시즌(0.503)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에게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어 기량이 저하되는 현상)는 다른 사람 얘기다. 전준우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후배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 최고참인 데다 주장까지 맡고 있다는 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주장이라면 무엇이든 잘해야 한다.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그런 생각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KBO리그 야수 중 전준우보다 선배는 1983년생 최형우(KIA 타이거즈) 한 명뿐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0.280·22홈런을 기록하며 소속팀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최고령(40세 11개월 27일)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 수상 기록도 경신했다. 최형우는 전준우의 롤 모델이다. 전준우는 "최형우 선배가 가는 길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전히 성적도 좋고, 소속팀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승까지 했다. 나도 선배를 본받고 싶다"라고 밝혔다. 동기 강민호도 전준우에겐 자극을 준다. 강민호는 지난해 소속팀 삼성이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잡고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다. 강민호는 KS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롯데 소속 시절 동료이자 역시 KS 경험이 없는 전준우·정훈을 향해 "나도 21년 걸렸다. 너희도 할 수 있다"라고 독려한 바 있다. 전준우는 "솔직히 (강)민호가 부러웠다. 또 결국 KS에 나서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나도, 우리(롯데)도 KS에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2024시즌 66승 4무 74패를 기록하며 7위에 그치며 7시즌(2018~2024) 연속 PS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윤동희·고승민·손호영·나승엽·황성빈 등 내·외야 젊은 야수들이 급성장하며 2025시즌 기대감을 높였다.전준우는 성장한 후배들을 믿는다. 자신도 선배 최형우와 동기 강민호가 2024년 보여준 성공을 곱씹으며 강한 목표 의식을 가질 생각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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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구자욱 닮은 김영웅의 도전, "안주 대신 도전, 대견하다" [IS 인터뷰]

"안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견합니다."하위권 예상을 뒤엎은 9년 만의 한국시리즈(KS) 복귀. 하지만 '주장' 구자욱(32)은 방심을 경계했다. 시즌 후 만난 구자욱은 "올해(2024년)의 호성적을 우리의 실력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구자욱은 팀 후배 김영웅(22)의 '변신'을 응원했다. 올해 김영웅은 '또 한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시즌 전, 고등학교 시절의 좋았던 기억을 살려 배트를 길게 쥔 김영웅은 지난 시즌 2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만개했다. 당초 코치진이 타격의 정확성을 위해 배트를 짧게 쥐라고 권유했지만, 김영웅은 "준비한 게 있다"며 고집 아닌 고집을 피우며 성공했다. 이후 김영웅은 시즌 뒤 인터뷰에서 "비시즌 동안 체지방과 근육량을 함께 키워 벌크업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벌크업을 통해 파워를 더 향상시키겠다는 의도였다. 8년 전 구자욱도 비슷한 도전에 나선 바 있다. 2017년 당시 1군 데뷔 3년 차였던 구자욱은 타율 0.310과 함께 데뷔 처음으로 20홈런(21개)를 쏘아 올리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듬해에도 3할 타율(0.333)을 유지하면서 20개의 홈런을 때려낸 구자욱은 장타를 더 늘리기 위해 2019년을 앞두고 벌크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2019시즌 구자욱은 타율 0.267에 15홈런으로 데뷔 후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다. 최근 이대호의 유튜브에 출연한 구자욱은 "벌크업으로 몸이 둔해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라고 당시를 돌아보기도 했다. 김영웅의 3년 차는 구자욱의 3년 차와 비슷한 점이 많다. 데뷔 처음으로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반면, 삼진도 팀에서 가장 많이 기록했다. 구자욱은 2017년 삼진 138개로 리그 1위를 기록했고, 김영웅도 지난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삼진(133개)을 당했다. 시즌 중반 공을 앞에 두고 쳤다가 시즌 중반 자신이 지정한 히팅 포인트가 무너져 부진한 것도 함께 겪었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이듬해 벌크업에 도전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구자욱의 사례가 있었던 만큼, 김영웅의 변신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새 시즌 키플레이어로 김영웅을 꼽은 이종열 삼성 단장은 "한 번 장타에서 성공을 맛본 터라, 장타를 더 의식하고 욕심이 더 생길 수 있다. 조금은 (들뜬 마음을) 눌러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구자욱은 김영웅의 '변신'에 대한 조언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응원했다. 구자욱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벌크업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나누지는 않았지만,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안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기에 응원하고 싶다"라며 흐뭇해했다. 그는 "(영웅이에게) '지난해 잘한 건 지나간 거다. 비시즌에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영웅이가 요즘 야구장 나와서 개인 훈련 열심히 하고 있더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며 대견스러워했다. 김영웅은 벌크업에 대해 "배트를 길게 잡은 것과 마찬가지로 벌크업도 하나의 도전이다. 벌크업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실패해도 일단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엔 내 야구를 안 해보고 후회가 남아 아쉬웠는데, 올해는 내 야구를 했다. 내년에도 내가 원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5.01.02 06:04
프로야구

크리에이터로 나선 OB...비시즌도 쏟아지는 야구 콘텐츠 [IS 포커스]

KBO리그 '슈퍼스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그 어느 해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류현진은 최근 야구계 선배이자 한국 야구 레전드인 김태균·이대호·윤석민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차례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류현진은 프로 입성 초기 한솥밥을 먹으며 가장 친하게 지낸 김태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20대 시절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이대호와 토크에서는 KBO리그 복귀 첫해 소회를 털어놓았고, 리그 대표 스타로 올라선 2024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의 재능을 극찬했다. 2026년 3월 열릴 예정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윤석민의 채널에서는 자신과 함께 한국 야구 '좌완 트로이카' 한 축을 이루고 김광현(SSG 랜더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투수로서 걸어온 길과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지난 13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2024년 프로야구 공식 행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예년이라면 각 구단 스토브리그 소식만이 야구 현장을 향한 팬들의 관심을 채워줄 수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며 선수·구단·산업 관련 영상이 많아졌다. 팬들은 경기가 없는 계절에도 충분히 야구를 즐기고 있다. 올겨울엔 '올드보이'가 콘텐츠 생산 중심에 있다. 2000년대 프로야구를 이끈 선수들이 은퇴 뒤 차례로 영상 채널을 개설했고, 프로야구 인기와 맞불려 구독자가 증가해 파워 유튜버로 자리매김했다. 선·후배 관계를 바탕으로 웬만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기 어려운 '섭외력'을 보여줬고, 속 사정을 잘 아는 꾼들 사이 '날것' 같은 대화로 야구팬을 사로잡았다. 선수 시절엔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에서 질문을 받는 사람)로만 나섰던 이들이 진행자로 대화를 이끄는 모습도 색다를 즐거움을 주고 있다. 김도영·양현종·김태군 등 2024시즌 통합 우승 팀 KIA 타이거즈 선수들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화를 전했다. 이범호 감독도 한화에서 함께 뛴 후배 김태균의 채널에 출연해 초임 감독으로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채널마다 특색도 다르다. 정근우가 운영하는 채널은 현역·은퇴 선수·지도자들이 두루 출연하는 '인터뷰 전문' 채널이다. 유희관은 특유의 재기 있는 성향을 살려 '체험형' 콘텐츠를 많이 만든다. 전문성 있는 중계 해설로 인정받고 있는 이대형은 인터뷰뿐 아니라 경기 상황 분석도 자주 한다. '야구인' 크리에이터들이 전문성과 섭외력으로 승부한다면, 각 구단 공식 채널 제작진은 다양한 볼거리를 추구한다. 마무리캠프 현장, 시상식 참석자들 뒷이야기, 비활동기간 개인 활동 등 소소한 이벤트를 전한다. 핵심은 스타뿐 아니라 소속 선수들을 두루 조명하는 것. 수도권 A 구단 한 제작 PD는 "휴식도 훈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단 관계자가 많다. 선수들의 휴식을 뺏거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올 시즌 KBO리그가 역대 최초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배경으로 '쇼츠 영상 활성화'를 꼽았다. OTT 서비스(티빙)와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하며 기존 사업자가 제한했던 영상 활용이 일반 야구팬에게도 허용됐다.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야구 콘텐츠가 노출된 덕분에 새로운 팬이 유입됐다는 얘기다. 온·오프라인 모두 즐기는 야구팬이 늘어났고,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로 나선 야구인이 늘었다. 이들에 밀리지 않으려는 '전문 방송인'들도 콘텐츠 생산 경쟁에 가세했다. 프로야구에는 팬들이 즐길 거리가 풍부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2.20 05:50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최고령 골든글러브 최형우와 1983년생 투수 벌렌더

지난 13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건 최형우(KIA 타이거즈)였다. 개인 통산 7번째 황금장갑을 품에 안은 그는 만 40세 11개월 27일의 나이로 최고령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2022년 수상한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의 40세 5개월 18일이었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 부문이긴 하지만, 아마추어를 포함한 많은 후배에게 자기관리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본보기가 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이 시점,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 20년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았던 1983년생 투수 저스틴 벌렌더다. 벌렌더는 2022시즌을 마친 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2011년과 2019년에 이어 개인 세 번째 사이영상을 석권(역대 11번째)하며 뉴욕 메츠와 2년, 총액 8666만 달러(1245억원)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 탓에 2023시즌 초반 다소 고전했다. 결국 8월 친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돼 약 반년 만에 메츠를 떠났다. 벌렌더는 휴스턴에서 반등했다. 특히 2023시즌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팀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건재를 과시한 벌렌더는 다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올 시즌 다시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17경기 출전에 그쳤다. 세부 지표(5승 6패 평균자책점 5.48, 이닝당 출루허용 1.384)도 그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를 고려하면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벌렌더라는 이름의 무게가 또 다른 기대를 낳게 한다.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보여준 97마일(156.1㎞/h) 구속과 19년간 쌓아 올린 MLB 262승(현역 1위), 포스트시즌 통산 17승 경력 등은 어느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번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벌렌더는 새 소속팀을 찾아야 한다. 2000년대 들어 42세 이상의 투수가 MLB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건 12번에 그친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는 42세에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여러 환경이 녹록하지 않지만, 벨런더는 은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42세의 나이로 33경기에 선발 등판, 17승을 따내 랜디 존슨처럼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흥미롭다.MLB 역사상 24명이 입성한 통산 300승까지 38승 남았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목표는 84개밖에 남지 않은 통산 3500탈삼진이다. 현지에선 벌렌더의 영입을 원하는 팀이 결국 나타날 것이고, 특히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그의 가치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 여전히 150㎞/h를 웃도는 구속과 수준급 슬라이더,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한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38경기 등판) 등은 누구나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그의 마지막 여정이 후배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12.17 05:3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합심] 쓴 약(쓴소리)에 대한 효과적인 복약지도

최근 깨달음을 준 세 개의 에피소드입니다. #1 부정문으로 안 써요페이스북에 부쩍 광고가 늘어 불편했지만, 어느 영어 광고가 잠시 제 눈길을 잡았습니다. 우리말을 아주 잘하는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씨가 등장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 홍보였습니다. 그는 ‘코트 벗지 마!’라는 말을 영어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문제를 냈습니다.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바꾸면 ‘don’t take your coat off’입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함정이었습니다. 타일러 씨는 “keep your coat on(계속 코트 입고 있어)”이라고 쓰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영어적인 사고 방식이라는 게 타일러 씨 설명입니다.#2 혹평을 받아들이기까지 정용검 스포츠 캐스터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강연을 듣고 놀랐습니다. 인기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진행자로서 뛰어난 입담의 그가 오랜 시간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견뎌 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스포츠 방송사 입사 뒤 어느 임원이 회식 때만 되면 “000 잘못 뽑았어”라고 했다고 하네요. 큰 상처를 받고 힘들어했다는 그의 고백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신입 사원 시절이던 그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어 공황장애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절치부심하던 그가 버텨내는 힘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 집중하며 오랜 터널을 빠져나온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팟캐스트로 듣다가 마지막 순간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습니다.#3 쓴소리의 사명감유명 스포츠 선수 출신들의 유튜브 예능이 인기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데다, 현직에서 벗어났기에 자유롭고 거침없는 생각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지역 야구팀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기도 합니다. 관심을 덜 받는 소외된 곳을 챙기겠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린 후배들은 베테랑 스타 출신으로부터 직접 기술적인 지도를 받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습니다. 코칭의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는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가 몇몇 장면에서 잠시 멈추곤 합니다. 이들 선배가 종종 쓴소리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지 마”, “안 돼” 같은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재능 기부에 열심인 이대호 선수의 경우 미디어 인터뷰에서 “누구나 좋은 말만 하려고 하고 쓴소리는 안 하려고 한다. 야구 선배로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악역을 자처하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했습니다. 세 가지 이야기에서 말과 생각의 반대편을 저는 떠올립니다. 첫 번째 스토리에선 코트를 벗으려는 상대, 두 번째에서는 회식 때 전전긍긍하던 신입 사원,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쓴소리를 듣는 선수의 자리에 저를 대입해 봅니다.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 보시죠. ‘하지 마’ 식의 부정문은 상대의 생각을 제한합니다. 물론 말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로 바꿔 볼까요. 제안하는 것이 훨씬 부드럽게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켜 줍니다. 지금 눈앞의 장면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다음을 준비하게 만드는 것이 발전적입니다. 상대를 돕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까요.특히 다른 두 이야기에선 무심코 내뱉는 우리의 말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쉽게 나오는 말속에는 공감의 자리가 없습니다. 불안해 눈치 보는 신입 사원, 대선배 앞에 선 초보 선수를 이해하기엔 그 임원과 대선배의 기다림이 짧습니다. 너무 빠르게 판단합니다. 쓴소리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한 약일수록 조심히 써야 합니다. 말하는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수준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에게 깨달음을 주고 싶다는 의도가 우선이라면 쓴소리는 여러 소통 방법 중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어린이에게 가루약을 먹일 때 달콤한 시럽에 타서 주곤 합니다. 쓴 약을 먹으라고 큰소리치는 부모는 없습니다. 행동과학자인 케이티 밀크먼 교수(와튼 스쿨)는 ‘슈퍼 해빗’에서 설탕 시럽 이야기를 꺼내 어려운 과제를 하는 사람을 돕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과정을 흥미롭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주라는 내용입니다. 스포츠 현장 지도자들의 쓴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서운 지적만으로는 그 약을 삼키기 어렵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12.09 07:30
예능

박세리 “결혼한 줄 알더라”…원빈·공유와 웨딩사진 찍은 사연 공개 (라스)

골프 여제 박세리가 ‘라디오스타’에 출격한다.오는 20일 방송될 MBC ‘라디오스타’는 박세리, 이천수, 이대호, 정찬성이 출연하는 ‘은퇴 후에 오는 것들’ 특집으로 꾸며진다.박세리는 녹화 시작부터 게스트 라인업을 보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 폭소를 유발한다. 함께 나온 축구의 이천수, 야구의 이대호, 종합격투기 정찬성을 보고 “나만 레전드..?”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다”라는 이유 있는 자신감을 보여준다.또 박세리는 과거 고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 섰다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연도 공개한다. 패션쇼의 트레이드마크인 웨딩 연출 때문에 당시 찍혔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결혼한 줄 안다는 것이다. 당시 패션쇼의 파트너는 톱스타 원빈이었고, 이후 공유까지 패션쇼 증거 사진(?)이 공개돼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공유에 대해서는 “나이 들수록 멋있는 배우”라며 특별한 팬심을 밝혔다고. 또한 유튜브 채널만 2개인 프로 유튜버 박세리는 골프 콘텐츠보다 히밥과의 먹방이 조회수가 더 높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 과거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했던 백악관 크래커는 이제 ‘박세리 크래커’로 불리고 방송에서 공개했던 ‘고수 무침 레시피’는 고수를 못 먹는 사람도 먹게 되는 맛이라고 말하며 ‘맛잘알’ 면모를 뽐낸다고.그런가 하면 박세리는 월드클래스 박남매로 불리는 야구 선수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 예고 없이 병문안을 온 적이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높인다. 또 은퇴식에도 찾아와 ‘투 머치 토커’ 답게 인터뷰도 해줬다고 말해 폭소를 유발했다.박세리의 여전한 솔직한 입담과 다양한 에피소드는 오는 20일 10시 30분 방송되는 ‘라디오스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1.19 16:32
프로야구

[IS 피플] PS 이끈 마지막 감독이 코치로 컴백...롯데 조원우 "다시 불러줘 감사해"

코치에서 감독, 다시 코치. '야구인' 조원우(53)가 부산으로 돌아왔다. 보직은 다르지만 가치를 인정받은 건 여전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5일 수석코치로 조원우 전 SSG 랜더스 수석코치를 영입했다고 알렸다. 원래 조 코치가 SSG와 계약이 1년 더 남아 있었지만, 구단 사이 정리가 원만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다. 그것도 두 번째 복귀다. 상황은 크게 달아졌다. 롯데의 감독이었던 지도자가 코치로 복귀하는 것이다. 조원우 코치는 2015월 10년 롯데 감독으로 부임해 2018년 10월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2017시즌)을 이끈 사령탑이었다. 그런 그가 수석코치로 사직구장에 컴백한 것. 과거엔 감독 이력이 있는 지도자가 코치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졌다. 초임 감독 부임 시기, 부임 기간이 빠르고 짧아졌다. 한창 현장을 누빌 나이이기 때문에 자존심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당장 조원우 코치도 자신이 롯데 감독 시절 투수코치로 영입했던 '1년 후배' 김원형 감독이 SSG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벤치 코치를 맡았다. 롯데는 감독을 맡았던 지도자가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경질된 뒤에도 다시 돌아온 사례가 많았다. 조원우 코치는 김태형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5년 차 선·후배 관계로, 선수 시절에는 겹치지 않았지만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함께 코치 생활을 했다. 2년 먼저 부임한 김태형 감독이 조원우 코치가 롯데를 이끌 때부터 조언과 응원을 나누는 사이였다고. 조원우 코치는 "야구계에 계속 있다 보니 이렇게 다시 롯데로 돌아오게 됐다. 감독 시절엔 성적을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 쿨하게 떠났다.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왔다"라고 했다. 롯데는 2018시즌부터 7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팬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감독이 다시 합류하자 좋은 기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기고 있다. 이 상황을 전하자 조 코치는 "그때는 감독으로서도 지도자로서도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이(40대 중반)여서 부족한 게 많았다. 이후 조금 더 경험을 쌓았다. 감독님을 잘 보필하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녹여볼 것"이라고 했다. 사령탑 시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을 수석코치 자리에서 갚겠다는 의미였다. 은퇴한 이대호뿐 아니라 현재 기둥 조원우, NC 다이노스로 떠난 손아섭까지 2017 정규시즌 3위를 이끈 주축 선수 모두 조원우 코치를 잘 따랐다. 시상식 등 공식 석상에서 조 코치를 향해 애정과 존경심을 전하는 이들도 많았다. 롯데가 천군만마를 얻었다. 김태형 감독 특유의 직관, 조원우 코치의 융화력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1.07 17:15
프로야구

신인왕 출신 선발 투수가 KT 약점 보완...소형준 "몸을 오래 풀어야 하지만..."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부상 선수가 많아 어려운 레이스를 펼친 올 시즌을 돌아봤다. 팀 강점이었던 불펜이 이전보다 약해진 점, 특별한 폼을 보여주며 1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을맨'이 줄어든 점에 아쉬움을 전했다. 남은 경기에선 그런 고민이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1년 4개월 동안 재활 치료와 복귀 준비를 했던 소형준(23)이 1군에 가세한 뒤 허리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이후 4경기 더 나섰다. 1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원승을 거뒀고, KT가 5강 수성에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른 24일 롯데전에서도 7회와 8회 2이닝을 피안타조차 기록하지 않고 무실점을 막아내며 두 번째 구원승을 거뒀다. 소형준은 2020년 신인왕이다. 그해 13승·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2020~2022시즌 동안 33승을 거두며 KBO리그 대표 영건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데뷔 시즌부터 너무 많은 공을 던졌고 결국 지난해 탈이 나며 수술대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 구속이 더 빨라진다. 소형준의 투심 패스트볼은 KBO리그 '레전드' 이대호(은퇴)가 손꼽는 마구. 구위가 더 좋아지면 '언터처블'이 될 수 있는 공이다. 소형준은 24일 롯데전 승리 투수가 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아직 롱토스나 스텝 앤드 스로 동작도 100%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실전에 뛰어들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강철 감독과 주전 포수 장성우 모두 소형준의 구위가 수술 전만큼 올라왔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은 온전히 운동을 소화하고, 근육 가동성까지 회복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불펜'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그는 "고교 시절에는 갑자기 몸을 풀어도 문제가 없지만, 프로 데뷔 뒤 많은 경기와 많은 이닝을 소화한 탓인지, 지금은 충분히 공(불펜피칭)을 던지고 나서야 한다. 그래도 이제 조금 적응하고 있다"라고 했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긴 공백기를 가졌다.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1년 4개월 동안 배운 게 많다. 소형준은 "언젠가 한 번은 수술을 받을 것 같았다. 그게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칠 수 있다. 좌절하지 않고 '잠깐 쉬어간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운동해야 할 지도 알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웠던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된 것만으로 기쁘다는 소형준. 현재 팀은 살얼음판 같은 순위 경쟁을 치르고 있다. 현재 순위(5위)를 지키면 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소형준은 연차에 비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PO), PO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출전했다. KT의 가을 축제에 큰 힘을 보탤 선수다. 이강철 감독도 "계투진에서 활용할 생각"이라는 구상을 전한 바 있다. 소형준도 "만약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된다면 한 타자, 한 타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돌아온 소형준이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9.25 13:44
프로야구

[한국야구 로컬룰 돋보기] <5> 우리나라에서도 오타니를 허하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야구 경쟁력 강화에 몰두 중이다. 끝없이 고민하고 룰을 개정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칙과 달리 KBO의 야구 규칙과 운영은 과거에 머무르곤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규칙과 운영 측면에서 한국 야구, MLB,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의 야구가 어떻게 다른지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현재 지구상 최고의 야구선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라 답할 것이다. 오타니는 2023년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 주역이다. MLB에서 만장일치 MVP를 두 번(2021·2023) 받은 선수는 유구한 역사에서 오타니가 유일하다. 2024년에는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타니는 베이브 루스(1895~1948)를 제치고 소위 '이도류', 투구와 타격에서 모두 걸출한 선수를 말하는 대명사가 됐다. 오타니는 데뷔 때부터 MLB에 광풍을 일으켰다. 그가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친 덕분에 당시 MLB 사무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야구 규칙을 손봤다. 하나는 2020년 추가된 투타겸업 선수를 별도로 분류하는 규칙이다. 다른 하나는 1973년 만들었던 지명타자 제도의 대폭 수정이다. 무려 49년 만의 일이다. 2020년 MLB는 정규 로스터에 등록할 수 있는 투수 숫자를 최대 13명으로 설정하면서 동시에 이들만 정식 경기에서 던질 수 있도록 규칙을 신설했다.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로 제한했다.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6점 이상으로 벌어졌을 때, 투타겸업으로 등록된 선수일 때다. 투타겸업 선수 조건도 정했다. 한 시즌 투수로 20이닝을 던지면서 20경기에서 3타석 이상씩 출전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자격은 조건을 달성한 당해와 다음해까지 유지된다. 도입 당시 MLB에서 이 자격을 갖춘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했다. 2022년엔 오타니를 위한, '오타니 룰' 규칙 변경이 더해졌다. 2021년 4월 5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팀으로는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지명타자를 사용하지 않은 팀으로 기록됐다. 당시 선발 등판했던 오타니는 2번 타자로도 나섰다. 당시 그는 투수로 4와 3분의 2이닝을 던지고 등판을 마친 그는 타자로도 3번의 타석만 소화한 상태에서 출전을 마무리했다. 등판을 마쳤다는 이유로 4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빠진 거다.그렇게 '오타니 룰'이 도입됐다. 새 규칙이지만, 미국에선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미국 대학 리그(NCAA) 규칙에서는 지명타자를 쓰면서도 9명의 선수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해서다. 이는 'P/DH' 혹은 '지명타자 겸업 투수'로 불린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더라도 타석에서는 계속 뛸 수 있는 게 골자다. P/DH 규칙은 미국 고등학교 리그(NFHS) 규칙에서도 2020년부터 도입됐다. NFHS는 NCAA보다 한 술 더 뜬다. 투수가 아닌 다른 야수에 대해서도 지명타자를 선택할 수 있다. P/DH 규칙은 현재 MLB 룰과 비슷하다. 선발투수 오타니가 3번 타순에 P/DH로 라인업에 등재됐다고 가정하자. 오타니가 6이닝 투구 후 다른 투수 A와 교체되더라도 오타니는 3번 지명타자 자리를 유지하면서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다. 다만 투구를 마친 오타니가 다시 투수로 등판할 수는 없다. 투수에서 곧바로 다른 수비위치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야수로 출전할 수도 없다. 물론 오타니 같은 선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모래 속의 바늘과 같은 존재다. MLB에서도 수많은 선수가 최상위 단계에서 투타겸업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입 3년 차인 2024년에도 '오타니 룰'은 여전히 그만을 위한 규칙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오타니 룰'은 우리에게 무의미한 규칙일까? 우리나라는 MLB가 2020년 도입한 투타겸업 선수에 대한 규칙과 2022년 도입한 지명타자 겸업선수 조항을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전자는 MLB의 고유한 로스터 규칙과 연관된 것이기에 우리나라 야구 실정엔 맞지 않는다. 만약 KBO의 어떤 구단이 투타겸업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한다면, 야구규칙이 아니라 KBO 규약 부분을 손봐야 할 필요는 있겠다. 후자는 다르다. 공식야구규칙은 KBO와 KBSA가 주관하는 대회 모두를 위한 규칙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동일한 규칙책을 사용해 경기를 진행한다. KBO리그에서는 투타겸업 선수의 등장이 현실성이 없겠지만, 아마추어에선 유효할 수 있다. '한국의 오타니'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우리나라 아마추어에선 투수가 그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운동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어떤 분야든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이다. 이승엽, 추신수, 이대호부터 나성범, 강백호, 김건희, 전미르 등은 모두 고교 시절 투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경북고 시절 투타겸업으로 이름을 알린 전미르의 2023년 기록을 살펴보자. 경북고는 2023년 4월 1일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충암고전에서 전미르를 선발투수이자 6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전미르는 5와 3분의 2이닝 4실점한 뒤 1루로 수비 위치를 옮겨 남은 경기를 소화했다. 대신 1루수를 보던 7번 타자 정희찬이 구원 투수 이승헌과 교체됐다. 만약 P/DH 규칙이 있었다면 전미르는 수비 출장 없이 타격만 했을 거다. 구원등판 한 이승헌도 타격하지 않고 투구만 할 수 있었다.P/DH 규칙은 투타에서 뛰어난 선수를 경기 끝까지 활용할 수 있다. 또 선수 기용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경기를 9명으로 시작해 10명으로 마칠 수도 있고, 잦은 포지션 변경 없이 경기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국제대회에서 P/DH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점고 고려할 부분이다. WBSC 주관 대회에서는 P/DH방식이 허용된다. 당장 다가오는 프리미어12 외에도 다른 연령별 대회에서 P/DH를 마주할 수 있다.현실적으로 '한국의 오타니'를 볼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P/DH규칙은 '혹시'라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김성한 이후 프로에서 투타 모두에서 기록을 남길 선수가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 꿈나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길을 열어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이금강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광역 세인트루이스 심판협회 심판 2024.09.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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