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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ACL 가서 '오심' 저지른 '스페셜 레프리'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이번 기사는 '특별한 심판'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한국 축구 심판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심판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국제심판과 국제심판이 아닌 심판. 2020년 기준으로 국제심판은 총 27명. 이중 남자 심판은 15명(주심 7명, 부심 8명)이다. 국제심판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스페셜한' 심판들이 있다. 이들이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스페셜 레프리의 잇따른 오심 지난달 축구협회는 7명의 국제심판(주심 3명, 부심 4명)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서부지역 경기에 파견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축구협회는 또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15개국에서 주·부심 각 24명씩 총 48명의 심판이 참가한다. 한국 심판이 7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 심판들의 기본적인 능력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순조롭게 운영된 K리그를 통해 심판들이 실전 감각을 유지한 걸 AFC가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한 달 가까이 열리는 대회에 참가를 수락해준 심판들이 고맙다. 매 경기 정확한 판정을 통해 한국 심판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심판들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ACL에서 한국 심판의 위상을 드높인 것처럼 이해할 수 있다. 실상은 달랐다. 축구협회는 아시아 15개국이라고 강조했지만, 그중에는 아시아의 대표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호주는 없다. 심지어 중국도 심판을 파견하지 않았다. 한국 주심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F, G, H 세 사람이 주심으로 참여했다. F는 총 3경기를 뛰었다. 3명 중 최다 경기다. G는 1경기에 그쳤다. H는 단 한 경기도 배정받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가장 많은 경기를 뛴 F가 결정적 오심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는 경기 중 한 선수에게 고의적 가격이라며 퇴장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오심이었다. 그 선수는 사후 감면을 받았다. ACL에 간 한국 국제심판의 현실. 축구협회는 이 문제를 조용하게 넘어갔다. 축구협회는 "일본·호주·중국이 참가하지 않은 건 파악하고 있다. F가 오심을 저지른 내용도 알고 있다. 한국 심판들이 조금 더 경기에 뛰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F, G, H는 축구협회 '스페셜 레프리'다. 스페셜 레프리란 지난해 축구협회가 만든 제도다. '심판 능력 향상과 동기부여, 월드컵 참가 심판 배출, 은퇴 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심판강사 및 심판평가관 배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은 국제심판이다. 총 5명이 이 자격을 받았다. 남자 심판은 3명이다. 축구협회는 이들에게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가 주최하는 세미나 등 국제행사에 먼저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또 남자 심판 3명에게는 1인당 연 3000만원을 지원한다. 축구협회가 세계적인 심판으로 키우고자 하는,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ACL에서도 그랬듯, 스페셜 레프리 3명은 숱한 판정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G는 2018년 한 국제대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에는 2019시즌 K리그를 통틀어 가장 논란이 된 VAR(비디오 판독) 오심을 저질렀다.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스페셜 레프리 첫해인 2019시즌 K리그1(1부리그) 성적표도 기대 이하다. 한국 최고의 심판이라는 자격과 명성을 갖췄음에도 G과 H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2020시즌 K리그에서 등장한 오심 논란에서도 이들 3명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스페셜 레프리다. 스페셜 레프리는 1년 단위로 활동 성과를 평가해 연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이들 3명은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숱한 논란과 중징계가 있었지만, 1기 스페셜 레프리가 그대로 2기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협회는 "한 경기 오심, 한 번의 징계로 전체를 평가할 순 없다. K리그1 순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나란히 1~3등을 기록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보고 있고, 1년 연장하자는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심판에도 '파벌'이 있는가 축구협회 심판 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제29조 (국제 심판 자격부여 및 활동) 1. 응시 자격 가. 최상위 리그에서 활동한 심판으로서 당해연도 FIFA의 국제 심판 선발 기준에 적합한 자'. 가장 기본적인 규정을 축구협회는 지키지 않고 있다. 분명 규정에는 '최상위 리그' 심판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최상위 리그는 K리그1이다. 2013년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시작됐고, K리그1과 K리그2(2부리그)는 확실히 구분됐다. 심판위원회는 달랐다. 최상위 리그라고 나와 있음에도 K리그2 소속 심판에게 국제심판의 자격을 부여했다.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축구협회는 "경력이 많은 심판을 새롭게 국제심판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심판, 신입 심판들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고 선발하는 것"이라며 "승강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주심 중 2부리그에서 국제심판이 된 경우는 세 번이다. 특정 심판에 특혜를 준 적이 없다. 부심 역시 국제심판이 될 당시 K리그2 출신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원창호 위원장은 "K리그1에 편성된 심판들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국제심판은 어린 친구를 육성해야 한다. 20대에 국제심판을 양성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힘들다. 한국이 1부와 2부로 나눠진 게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K리그2에도 국제심판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심판과 국내심판의 '파벌 싸움'에 대한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국제파와 국내파 파벌이 있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심판만 배려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국제심판이 소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없다.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제든, 국내든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면 그만한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관련기사 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사임 2주 후 다시 지원…심판운영팀장 채용 과정의 전말 K리그2 평점 '11위' 심판이 K리그1 '승격' 2020.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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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리그2 평점 '11위' 심판이 K리그1 '승격'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1회의 A는 규정 위반, 2회의 C는 채용 관련 의혹이었다. 3회의 D는 심판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승강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의 프로축구는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로 나뉜다. 2020시즌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한 부심 C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논란 속에는 심판 승강 제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K리그2 11위가 2위로 K리그1 승격 2019시즌 K리그2 소속 심판 D는 평점에서 전체 11위를 기록했다. K리그2 부심은 총 13명. D는 뒤에서 3등이었다. 그런데 D는 2020시즌 K리그1으로 승격됐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18년까지 프로축구 심판의 승강은 축구연맹의 방식으로 결정됐다. 오직 소속 리그의 평점으로만 순위를 매겨 승격과 강등을 정했다. 2019년부터 축구협회의 방식이 적용됐다. '상위리그 출전 가산점 제도'다. 2019년 12월 축구협회가 작성한 심판 승강 기준을 보면 '리그별로 주, 부심 각 최소 2명씩으로 하되, 심판위원회에서 인원을 확정한다'며 평가 점수 산정 방식은 '소속 리그 연간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평점 평균 점수+상위 리그 경기 출전 가산점'이라고 나와 있다. K리그1 심판의 공백이 생길 때 K리그2 심판이 대신 뛸 수 있다. 상위리그, 그러니까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논리다. 가산점을 적용하자 K리그2 평점에서 11위였던 D의 고과는 2위까지 뛰어올랐다. 가산점 기준도 있다. '상위 리그 경기 가산점은 2019년의 경우 5~10경기는 0.02점, 11~15경기는 0.04점, 16경기 이상은 0.06점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D는 2019년 K리그2 소속으로 K리그1 13경기를 뛰었다. 11위가 2위로 점프한 것에 대해 축구협회는 "D는 2019년 K리그2 평점만 보면 13위 중 11위가 맞다. 그러나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K리그2 심판 평가 방식은 K리그1과 K리그2를 분리해 순위를 매기지 않고, K리그1과 K리그2를 합친 점수로 계산한다. 그 순위에서 2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 승강을 정하는 것은 축구연맹이 채점한 평점을 기준으로 축구협회가 정하는 것이다. 평점은 축구연맹이, 가산점은 축구협회가 준 것이라 해석하면 된다. 2019년의 경우 12월 축구협회가 승강 기준을 정한 뒤 평가점수를 축구연맹으로부터 전달받아 심판위원회에서 승강 명단을 확정했다. K리그 심판의 상위 리그 가산점 제도는 2019년 K리그 심판을 정할 때 처음 도입했으며 2020년 두 번째로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D의 K리그2 평점과 K리그1 가산점, 그리고 합산 점수를 보여달라 축구협회에 요청했지만 "점수 공개는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축구협회는 승강 방식을 알리지 않았다 심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축구협회가 새롭게 적용한 가산점 제도를 심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승강은 프로 심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인사다. 최상위 리그에서 뛰면 명예가 따라오고, 수당도 두 배다. 그러나 심판들은 승강 방식에 대해 정확히 몰랐다. 입시 요강 없이 입시를 치르는 셈이었다. 대부분 심판은 'K리그1에서 평점이 가장 낮은 두 사람이 K리그2로 강등', 'K리그2에서 평점이 가장 높은 두 사람이 K리그1으로 승격'으로 알고 있었다. 과거 축구연맹이 했던 방식이다. 취재 결과, 축구협회는 K리그 심판들에게 승강 방식을 공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가산점 제도에 대해 심판들에게 보낸 공지(문서 혹은 문자)가 있으면 달라고 요청하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대해서는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축구협회는 "승강 기준에 맞춰 심판들이 유리한 배정을 부탁하는 등의 부정을 없애고자 시즌 끝날 무렵 승강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있지도 않은 부정을 막느라, 마땅히 알려야 할 평가 기준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K리그1에서 뛰는 심판에게 가산점을 주는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심판 관계자는 "사실 K리그1과 K리그2의 판정 난이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K리그2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K리그2 판정이 더 어렵다고 말하는 심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K리그1에서 뛰면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이게 가산점이 돼서는 안 된다. 가산점이 주관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에서는 수당이 두 배다. 그걸로 보상되는 거다. 승강은 공평하게 소속 리그 평점만 가지고 해야 한다. 깔끔하게 점수가 나오니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가산점 제도는 심판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의심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빠 찬스' 의혹까지 D가 K리그1으로 승격하자 심판계에서는 '아빠 찬스'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D의 아버지인 E가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오해할 만한 환경을 만든 건 축구협회다. 일부 심판들이 이 사건을 '혈연'의 시각으로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D는 원창호 심판위원장과 '지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E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빠 찬스'라니 당황스럽다. D는 아들이 아니라 심판으로서 공정하게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볼 것이다. 나는 떳떳하다. 평점에도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아들과 심판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아들 경기장에도 가지 않는다.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깨끗하다"고 호소했다. 원창호 위원장 역시 "승강 점수는 내가 주는 게 아니다. 개입한 것도 아니다. 점수에 의해, 순서에 입각해서 했다. 일부 사람들이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내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역사상 (심판 운영이) 이렇게 공정한 적은 없었다. D가 나와 같은 지역이니까 해줬다고? 일부 사람들이 왜곡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허망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관련기사 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사임 2주 후 다시 지원…심판운영팀장 채용 과정의 전말 2020.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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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임 2주 후 다시 지원…심판운영팀장 채용 과정의 전말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1회에서 다뤘던 A는 규정을 위반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경징계를 내려 그가 심판 활동을 이어갈 길을 열어줬다. 2회에 등장하는 C는 조금 다른 경우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민감한 채용 관련 의혹이다. 축구협회는 C에게 새로운 행정직의 길을 열어줬다. 이 과정이 석연치 않다. 특정 인물에 의해 좌우되는 심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품고 있다. ◈심판운영팀장은 누굴 위한 자리인가 국제심판 C는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월 250만원씩 축구협회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 C가 수술을 받은 뒤 심판 활동을 하지 못하고 수입이 없어지자 축구협회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가 심판에게 급여가 아닌 지원금을 지원한 최초의 사례다. 지원이 끝난 다음 달, 2019년 1월 축구협회는 조직개편을 통해 C를 심판운영실 심판운영팀장(팀장)으로 선임했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전진 배치한다는 게 인사의 목적이었다. 심판운영실에도 이런 의지가 전해졌고, 한국의 간판 심판으로 활동한 C를 팀장으로 선택했다. 특별채용(특채)된 계약직이었다. 심판이 축구협회 행정 일선에 참여한 첫 번째 사례였다. 팀장으로 1년 5개월 재직한 C는 2020년 5월 말 사임했다. 공석이 되자 축구협회는 2주 후인 6월 초 팀장 공개채용(공채) 공고를 냈다. 고용형태는 정규직. '심판활동 겸직 불가'라는 조건을 달았다. 자격요건은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 K리그 심판 3년 이상 경력자, 영어 가능자 등이었다. 자신이 그만둬 공석이 생긴 자리에 C가 지원서를 냈다. 축구협회에서 최초로 심판 출신 행정직 기회를 받은 사람이자 1년 5개월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 팀장 공채에 지원한 것이다. 심판활동 겸직 불가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C는 심판 신분을 유지한 채 지원했다. C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 최종면접까지 봤다. 결과는 탈락. C는 현재 K리그1(1부리그) 주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C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심판운영팀장 업무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C는 17개월 만에 스스로 떠났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 다시 지원했다. 이 과정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축구협회는 "C가 심판과 행정 업무를 겸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에게 행정직과 심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고, 심판을 하겠다고 결정해 사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C는 왜 다시 공채에 지원했을까. 그리고 왜 탈락했을까. 축구협회는 "기존 팀장은 계약직이었다. 공석이 되서 내부 논의 끝에 정규직으로 선발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2명이 지원했고, 그중 한 명이 C다. 정규직이니까 C가 도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상황이 달랐다. 영어를 포함한 C의 업무 능력이 축구협회의 다른 공채 정규직과 비교해 부족했다. 정규직으로 뽑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정규직과 계약직 기준이 다르다. 정규직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다른 지원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채용 과정에 대해 축구협회 설명은 충분한 걸까. C는 올해 초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계약 연장을 했다. 또 그는 국제심판이다.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축구협회는 영어가 탈락의 한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판운영팀장은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평가한다며 축구협회가 만든 자리다. 축구협회가 한국 최고의 심판이라고 평가한 C가 탈락했다. 과연 그 대신에 다른 이가 합격할 수 있었을까. 팀장 자리는 현재까지 공석이다. 축구협회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채용 과정에서 다른 힘이 작용한 것일까. C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축구협회는 "C는 한국 탑 레프리다. 한국 축구에 크게 기여한 친구다. 건강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축구협회가 도우면 좋겠다고 결정했다. 이건 미담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에게 위로금이 지급되는 건 처음이다. 앞으로 이런 심판 위로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사자도 부적절한 지원 인정 C는 자신이 그만둔 자리에 왜 지원했을까. C는 팀장 선임 당시 "원창호 심판위원장의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창호 위원장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C를 심판운영팀장에 추천한 건 맞다. 심판의 국제경쟁력 강화 업무를 할 수 있는 이를 찾는 과정에서 C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사임과 공채 지원에 대해 원창호 위원장은 "심판과 행정직 겸직 문제가 나왔고, 본인이 심판을 해보겠다고 사임했다. 그런데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뽑다 보니 C가 도전해볼 만 하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C가 지원할 줄은 몰랐다. 반신반의하면서 지원한 거 같다. C가 나에게 '제가 잘못한 거 같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이 처음부터 C를 발탁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주장이 한편에서 제기됐다. 경력과 전문성을 갖췄고, 해당 업무를 1년 5개월 동안 수행한 이가 지원한다면 당연히 채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다. 내정된 이가 있다면 공채는 허울이 된다. 이 과정에서 희생양이 등장한다. 이런 '무리한 움직임'이 논란을 만들었다. 그러자 '작업'을 중단했다는 시각이 있다. 원창호 위원장도 이런 시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C가 사임한 다음에 다시 지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C가 잘못 생각했다. 채용 시기를 보면 '누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언가를 하려 했던 건 아니다. 행정적 절차에 대해서는 (내가) 정확히 모르지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뽑으면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 있고, 마땅한 대안도 없어 공채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 C도 나에게 '괜히 지원해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관련기사 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2020.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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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조직개편 단행…대표팀과 기술부문 강화, 선수 출신 대거 배치

대한축구협회가 14일 일부 부서에 대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은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와 유소년 육성을 위해 기술 부문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경기인 출신들을 일선 부서의 주요 책임자로 발탁했다. 주요 조직 편재 내용을 보면, 기존 국가대표지원실을 전력강화실로 명칭을 바꾸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지휘 아래 운영하도록 했다. 전력강화실은 국가대표지원팀, 축구과학팀, NFC관리팀으로 나뉜다. 피지컬, 경기분석, 메디컬 등 전문적 시각으로 대표팀을 지원하기 위해 축구과학팀을 신설한 것이 주목된다.박지성 본부장이 맡았던 유스전략본부는 기술교육실로 재편했다. 기술교육실은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발맞춰 움직일 계획이다. 산하에 기술교육지원팀, 교육팀, 연구팀을 새롭게 배치했다.기존 경기운영실을 대회운영실로 이름을 바꾸는 한편, 향후 3부와 4부리그 디비전 구축의 핵심이 될 K3리그 활성화를 위해 산하에 K3팀을 별도로 편성했다. 심판 부서는 경기운영실 산하에 팀으로 편재돼 있었으나 이번에 심판운영실로 독립했다.이밖에 사회봉사와 행사기획을 담당할 사회공헌팀을 홍보마케팅실 내에 두는 한편, 국제팀을 폐지하고 그 업무는 사무총장 직속의 대외교류지원팀으로 이관했다.이로써 협회 조직은 1기획단(미래전략기획단), 1본부(생활축구본부), 7실(대회운영실, 심판운영실, 전력강화실, 기술교육실, 홍보마케팅실, 경영혁신실, 소통실), 18팀으로 바뀐다. 인사 측면에서는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축구인들을 부서 조직에 전진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전력강화실장에는 프로선수 출신으로 협회 기술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김동기 씨를 임명했다. 기술교육실장은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최영준 씨가 맡아 뮐러 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서효원 씨를 기술교육실 산하의 연구팀장으로, 지도자 강사로 활동해온 최승범 씨를 교육팀장으로 선임했다.최근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심판으로 활약했던 김종혁 심판은 심판운영팀장을 맡아 행정 일선에서 일하게 된다. 아울러 대리, 과장급의 젊은 인재들을 각 부서의 팀장으로 적극 발탁한 것도 이채롭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과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또 선수, 심판 출신 인물들이 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기존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에서 능력 중심의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내부 조직문화를 혁신하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조직개편은 내년 1월 1일자로 시행된다.최용재 기자 2018.12.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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