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인터스텔라' 놀란 감독 "물리 몰라도 영화 보는데 전혀 문제 없어"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44) 감독의 '고집'이 만들어낸 '산물'이다.특수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특기인 그는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이멕스(IMAX) 카메라를 사용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도 여러 번 보여줬다. 전작 '다크 나이트'(10)에선 악당 조커가 병원을 폭파시키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실제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렸다.이번에는 기술이 한층 진화됐다. '인터스텔라'는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나리오를 쓴 동생 조나단 놀란은 4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여기에 영화 초중반에 나오는 대형 옥수수밭을 실현하기 위해 캐나다 캘거리 남부 오코톡스에 30만평이 넘는 밭을 경작했고, 재앙이 들어 닥친 지구는 골판지를 갈아서 만든 무독성의 C-90이라는 물질로 모래바람을 재현해냈다.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는 13~15kg에 달하는 우주복을 입었고, 우주를 탐험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아이슬란드 브루나산두르 호수까지 찾아갔다. '인터스텔라'는 광활한 우주가 주된 배경이지만 여러 생동감 넘치는 장치가 이질감 없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덕분에 국내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9일 현재·190만4877명)에 두고 있다. 놀란 감독은 10일(한국시간) 오후 중국 상해 페닌슐라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우주와 인간의 대비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어떻게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됐나"동생 조나단 놀란이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킵 손과 의견 교환도 했었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스크립트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작업은 천체물리학자인 킵 손의 손을 거쳤다. 현재까지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에 의거했다." -많은 물리학적인 내용,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나."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킵 손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는 유명한 영화 속 과학이론을 검증했다. 여기 나오는 이론들은 현재까지 다 사실로 확정된 것이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그 이론을 몰라도 영화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볼 때 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전작과 달리 이성이 아닌 감성을 주로 드러냈는데."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이었다.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이 극명히 대비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에 나오는 로봇 타스의 디자인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마주인가."그렇다. 무의식적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그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오마주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 로봇 디자인도 포함된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로봇인) 모노리스의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스트에 모던 디자인이다. 타스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가능한 가장 간단한 모습으로 고도의 지능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기능 자체에 충실한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왜 디지털이 아닌 35mm 필름을 사용해 촬영을 하는가."35mm도 쓰고 65mm도 쓴다. 컬러나 이미지, 해상도 같은 게 디지털보다 35mm와 65mm가 더 좋기 때문에 그렇다. 더 좋은 게 나오지 않는 이상 계속 쓸 것이다.(웃음)" -유독 작품에서 아내가 죽은 남자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내 영화에는 공통된 서사가 있다. 아무리 장르가 다양하더라도 아주 드라마틱한 극한 상황에 빠진 주인공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웃음)" -한국에서 영화가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데."무척 고맙고 신난다. 영화가 좋으니까…. 한국관객들의 충성도와 그런 건 과학적 소견이 높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웃음)" 상해(중국)=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2014.11.10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