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IS 시선] “국대는 명예” 희생 강요 전력강화위, K리그 위한 배려·대책 또 없었다
“소통해야죠.”이번에도 뭉뚱그린 답변뿐이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은 시즌 중인 K리그 구단 감독에게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맡길 생각이 있지만, 여전히 대책은 없었다. 물론 아직 K리그 사령탑을 빼 오는 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월에도 K리그 감독을 축구대표팀으로 데려올 시 “클럽에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도 ‘어떻게’에 관한 것은 전혀 없었다. 5월 중순 내에는 한국축구의 차기 사령탑을 뽑겠다면서 어떻게 사령탑을 데려올지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한 것은 인선 채비가 덜 됐다는 인상만 남겼다.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2일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의 후임 후보로 11인(한국인 4명·외국인 7명)을 추렸다. 정해성 위원장은 한국 지도자 4인 중 현직 K리그 감독이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 약 한 달 전의 일을 잊은 모양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월 국내 감독에게 정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려고 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K리그 현직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새 시즌 개막 직전에 특정 팀의 사령탑을 빼 오려는 움직임은 분명 K리그에 희생을 강요하는 형세였다. 축구 팬들이 발 벗고 나서 K리그 감독 선임을 막은 배경이다. 그렇게 뭇매를 맞고도 끄떡없었다. K리그 감독 선임에 관한 세인의 불만이 폭발하자 급히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SOS를 요청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는 듯했지만, 또 한 번 K리그 감독을 후보에 넣으면서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제2항에 협회는 선임된 감독이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K리그 감독이 클럽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면 대표팀 감독직 기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처사로 보인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은 국민과 축구 팬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그에 반하는 선택을 하려면 팬들이 납득 할 만한 이유와 방도 정도는 준비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정해성 위원장의 알맹이 없는 답변 탓에 조직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이번에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국내 감독 선임에 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내가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역할 할 때를 되돌아보면, 사실 국가대표팀은 한국축구를 위한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명예스러운 자리이기도 하다”며 무턱대고 K리그에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창 K리그 2024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현직 사령탑을 빼 온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 해당 구단과 팬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와 피해는 매우 커 보인다. 감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구단도 새 수장을 물색해야 하고,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전반적인 선수단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한 시즌을 위한 그간의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K리그 구단과 팬이 감내해야 할 피해를 잘 알면서도 이들을 위로할 수단으로는 ‘소통’ 정도만 준비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시즌 중 팀을 떠나게 되면 사실 (K리그 팀에) 아주 어려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감독이 선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선 협회가 소통해서 풀어야 한다. 이게 팬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며 허공에 뭉뚱그린 답만 내놨다. 분명 K리그를 위한 배려와 한 달 전 역풍을 맞은 학습 효과는 일절 없었다. 한국축구 팬들의 외침은 여전히 무시당하는 형세다.스포츠2팀 기자
2024.04.0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