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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창간55] 프로야구 원년 스타 이만수 전 감독 "선수들의 필독 신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길"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 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다. KBO리그 1호 안타, 1호 홈런의 주인공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운동선수라면 거의 다 신문을 구독해서 보고 그랬다. 그때 스크랩한 게 아직 다 있다"며 "당시엔 일반 신문보다 스포츠 신문이 더 인기 있었다"라고 회상했다.이만수 전 감독은 1996년 은퇴할 때까지 숱한 기록을 써 내려갔다. 개인 통산 첫 100홈런, 200홈런. 그뿐만 아니라 1984년에는 타격 부문 역대 첫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타점왕 4회(1983~85, 87) 홈런왕 3회(1983~85) 타격왕 1회(1984) 골든글러브 5회(1983~87),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1회(1983) 등 그의 화려한 발자취를 모두 취재한 스포츠 전문지는 일간스포츠뿐이다. 이만수 전 감독은 후배들에게 "야구 선수라고 해서 야구만 잘하면 안 된다"며 "야구는 물론이고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와 (선수를 현장에서 취재하는) 언론과의 관계 등 삼박자가 잘 돌아가야 프로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 그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이만수 감독은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2014년 11월 이후 '야구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선수 시절 별명인 '헐크'를 내세워 비영리재단 헐크파운데이션을 세웠고 전국을 누비면서 야구 유망주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범위를 넓혀 아시아 야구 불모지에 씨앗까지 뿌리는 중이다. 라오스에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를 창단했다. 덕분에 라오스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를 8-7로 꺾고 공식 국제대회 첫 승을 따냈다. 라오스 구기종목 역사상 본선 무대에서 1승을 거둔 것은 야구가 유일하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라오스·베트남·태국·캄보디아 4개국이 참가한 'DGB컵 인도차이나 드림리그'를 개최하기도 했다. 제1회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 야구대회를 여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2017년부터는 자비로 '이만수 포수상'을 만들어 매년 유소년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NC 다이노스 김형준(세광고·2017) KT 위즈 강현우(유신고·2019)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장안고·2020) 등이 이만수 포수상 출신. 이만수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이제 돌려주는 것"이라며 "재능기부를 하러 가면 포수를 하는 선수들이 너무 없더라.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선수와 감독, 그리고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으로 여러 활동하는 이만수 감독은 누구보다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이해한다. 일간스포츠의 창간 55주년을 각별하게 축하하는 이유다.이만수 감독은 "(국내 첫 스포츠 전문지로) 1969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진다는 게 대단하다. 인터넷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매체(신문)가 어렵지 않나. 그런데도 계속 이어왔다는 걸 야구인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인터넷 매체가 계속 나오더라도 일간스포츠가 끊어지지 않고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9.26 10:50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최고의 FA-전력 보강 1위 독점..."130승 하는 거 아냐?"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LA 다저스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2024시즌을 맞이한다.미국 디애슬레틱은 22일(한국시간)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메이저리그(MLB) 전·현직 구단 임원, 감독, 코치, 스카우트 등 총 31명을 상대로 지난 오프시즌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스토브리그의 승자는 역시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100승을 거두고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같은 지구 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3연패를 당하고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충격 때문이었을까. 시즌이 끝난 후 다저스는 이적 시장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 달러)와 야마모토 요시노부(12년 3억 2500만 달러)를 모두 차지했다.이후에도 팀의 작은 약점들을 채우기 위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1년 2350만 달러) 제임스 팩스턴(보장액 700만 달러) 라이언 브레이저(2년 900만 달러)까지 영입했다. 마지막으로 재활 중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까지 복귀했다. 겨울 동안 쓴 돈이 약 13억 달러(1조 7336억원)에 달한다. 디애슬레틱 설문조사에 참여한 31명의 패널들은 내셔널리그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보강한 팀으로 다저스에 31표를 던졌다. 인당 세 팀씩 뽑는 투표에서 몰표를 받았다. 패널들의 반응은 그 이상이었다. 디애슬레틱은 "몇 명의 투표자들은 1위보다 높은 순위를 주는 방법을 물었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 임원은 'LA 다저스, 오클라호마 시티 야구단(다저스 트리플A 팀) 털사 드릴러스(다저스 더블A 팀)를 뽑겠다'고도 했다. 또 다른 투표자는 '다저스와 다저스와 다저스를 뽑겠다'고 했다"고 뒷 이야기를 소개했다.전력 보강만큼 올 시즌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들이 전해졌다. 한 투표자는 "다저스가 몇 승을 거두게 될까? 130승?"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그들은 지난 시즌 100승을 했는데도 가장 많은 보강을 이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쉽다. 10억 달러를 쓰면 된다"고 답했다. 자신을 내셔널리그 스몰 마켓 팀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는 "그래서 다저스를 보고 (화를) 참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히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잘 해내고 있다는 것에 감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최고의 FA도 다저스의 몫이었다. 역시 패널 한 사람마다 3표를 행사한 가운데 오타니가 25표로 1위를, 야마모토가 17표로 2위에 올랐다. 한 투표자는 "오타니와 같은 FA는 광기 어린 홈런 레이스를 펼치고 뛰어난 커리어를 보낸 배리 본즈뿐이었다"고 했다. 또 "우리는 언제나 '역대 최고의 FA라고 말했지만, 그 다음 또 새로운 FA 최대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올 겨울은 투타겸업이라는 특성 덕에 새로운 유형의 광란이 일었다. 역설적이게도 오타니가 올해 투구를 하 수 없기에 일방적인 계약이 나왔다"고 전했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결국 투수로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했고 그 내용이 불투명한 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투표자는 "다저스는 오타니가 계약 기간 동안 얼마나 던질지 매우 불확실한데 7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타니를 통해 일본 시장을 노릴 수 있고 지불 유예의 덕을 볼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어불성설(absurd)이라고 비판했다.투자가 우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결국 핵심이다. 다저스는 지난 2020년 우승했지만, 162경기 체제 우승은 1988년이 마지막이다. 2013년 이후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고 2019년 이후 매년 100승 이상을 거두나(단축시즌 제외)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2.22 09:33
프로야구

[류선규의 다른 생각] 야구단 금품 수수 의혹과 리걸 마인드

최근 프로야구계는 어수선하다. KIA 타이거즈 전 단장과 감독이 한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 블랙홀처럼 다른 뉴스를 빨아들이고 있다. 2004년 프로야구 병역 비리, 2012년과 2016년 승부조작 못지않은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이번 사건은 과거 병역 비리나 승부조작과 비교하면 성격이 약간 다르다. 병역 비리나 승부조작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는데 이번 금품수수 의혹은 야구단 내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필자 입장에선 의문스러운 게 한 둘이 아니다. 선수단과 연관성 없는 업체가 단장과 감독에게 거액의 격려금을 제공할 이유가 무엇일까 싶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야구단 마케팅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그들의 반응도 하나같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였다. 야구단 광고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지 않다. 그래서 광고주가 '갑'이고 야구단은 '을'일 수밖에 없다. 정가로 구매하면 충분한 광고를, 청탁까지 하면서, 게다가 금품까지 제공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이유다.2000년대 초반까지는 단장이 야구단 내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나고 업무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조직 내 마케팅과 경영지원을 전담하는 본부장(실장)이 단장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 이후에는 단장이 마케팅과 경영지원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구조가 됐다. 만약 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면 단장·감독 모두 대가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런 연관성이 떨어지는 커피 업체가 금품을 제공한 이유는 뭘까. 단장은 물론이고 감독도 광고 영업에서 업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없다. 만약 두 사람이 광고를 영업한다면 마케팅 부서에선 90도 인사를 해야 할 정도로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가 안 좋아서 광고 시장이 위축된 지 오래라 야구장 옥외 광고를 채우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광고 영업의 대가를 구단이 제공한다면 모르겠다. 마케팅 담당 인력만으로 영업이 여의찮다 보니 일부 구단에선 전사적으로 비 마케팅 부서에서 영업 성과를 거두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부에서 보면 프로야구단에 이권이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권으로 인식하려면 관련 청탁도 자주 일어나야 하는데 구단 관계자들이 받는 청탁은 사인공이나 개막전과 포스트시즌 입장 티켓(물론 이마저도 쉽진 않다) 정도다.이번 사건을 통해 선수단을 포함한 야구 관계자들에게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적 사고)'를 교육할 필요성이 보인다. 잊을만하면 사건·사고가 터지지만 음주 운전, 승부조작, 불법도박, (성)폭력 등 품위손상 행위의 유해성에 대해선 대부분 인지한다.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리걸 마인드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번 금품수수 사건도 이권 청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이른바 '스폰서'의 후원금 내지 격려금 정도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구단 내 법무 담당자가 있거나 법무법인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한다.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리걸 마인드 교육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류선규는 26년간 프로야구 3개 구단(LG 트윈스·SK 와이번스·SSG 랜더스) 프런트로 근무했다. 홍보·마케팅·운영·육성·전략기획 등 야구단 거의 모든 부서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정립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색다른 시각과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2024.02.06 06:01
프로야구

'배임수재 혐의' KIA 장정석 전 단장·김종국 전 감독, 구속영장 왜 기각됐나

배임수재 혐의 등을 받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의 구속영장이 30일 기각됐다. 재판부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취지를 설명했다.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두 사람의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와 후원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들의 관여 행위 등을 살펴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앞서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지난 24일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단,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단 단장과 감독이 개인 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도착한 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뒷돈을 받은 게 사실인가" "혐의를 인정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피의자 심문 뒤 구치소에서 구속영장 발급 여부를 기다린 두 사람은 향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장정석 전 단장은 지난해 3월 포수 박동원(LG 트윈스)의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문제로 징계 위원회에 회부, 해임 조처됐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관련 사건을 수사 의뢰해 수개월 동안 검찰 조사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대대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감독과 함께 후원 업체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가 추가됐다. 김종국 전 감독은 피의자 심문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계약 해지됐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30 22:39
프로야구

[IS 시선] 사과도 없이 떠난 그들, '침묵'은 금이 아니다

묵묵부답(默默不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 전 KIA 감독은 말이 없었다.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들어갈 때는 물론이고 나올 때도 입을 열지 않았다. "뒷돈을 받은 게 사실인가" "혐의를 인정하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현장에서 부대낀 야구인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냉기'가 가득했다.프로야구계는 며칠 사이 큰 충격에 빠졌다. 야구단 단장과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건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의 개인 비위가 동시에 터진 KIA는 사건을 수습하느라 진땀 빼고 있다. 29일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진갑용 수석 코치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0일 비행기에 오른 선수단의 분위기도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사건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확산하면 자칫 KBO리그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인 만큼 30일 두 사람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선수 계약에서 뒷돈을 수취하거나 광고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만약 검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취재진을 외면했다. 범죄 여부를 떠나 야구계를 혼란에 빠트린 점에 대한 사과의 말도 없었다. KIA가 명가 재건을 목표로 고심 끝에 선택한 단장과 감독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구치소행 호송차에 오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허탈함까지 느껴졌다.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끌시끌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보려는 지지자와 반대자가 뒤섞여 저마다 큰 목소리를 냈다. 충돌을 우려한 사복 경찰이 법원 곳곳에 배치돼 현장을 통제하기도 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현장에 도착하고 떠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유독 조용했다.굳게 닫은 그들의 입. 이날만큼 침묵은 금(金)이 아니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30 18:26
프로야구

[IS 피플] 최강야구부터 국가대표까지, 최초·최고를 꿈꾸는 박주아의 도전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야구 야수(野手)가 되고 싶습니다.”여자야구 선수 박주아(19)가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지난 4월 방송된 JTBC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서였다. 쟁쟁한 남자 선수들이 입단 테스트에 도전하는 가운데, 박주아가 유일한 여성 지원자로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66m 롱 토스로 팬들을 놀라게 한 박주아는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각오를 밝히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박주아는 한국 여자야구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보배다. 그는 중학교 때 리틀야구에서 남학생들과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땐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 처했다. 리틀야구 규정상 여자 선수는 중학교 3학년까지만 뛸 수 있고, 고등학교 이후의 엘리트 여자야구는 전무했기 때문. 박주아는 소프트볼 선수 제안도 받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박주아는 2020년 창원에서 여자 사회인 야구단이 창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창원으로 내려가 '창원창미야구단(창미야)'에 입단했다. 창미야는 창원시 거주자만 받는 게 원칙이었지만, 박주아가 창원시 야구소프트볼 협회에 읍소해 유니폼을 입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꿈을 키워온 박주아는 올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박주아에게 2023년은 잊지 못할 한해였다. 최강야구 도전을 시작으로 소속팀 창미야의 국내대회 3관왕(선덕여왕배·익산시장기·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기)을 이끌었다. 5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과 8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24 야구 월드컵 예선’에서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 및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지난 18일 ‘2023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시상식에선 여자야구 우수선수상도 받았다.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한해”라고 돌아본 박주아는 “4년 전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땐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올해 국가대항전에 나서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컵(3위)에서는 가능성을 봤는데, 월드컵에서 만난 미국·캐나다 팀 선수들은 달랐다. 공이 빠르고 힘도 확실히 다르더라. 우리 실력을 다 보여드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실력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강 코치진’의 지도를 받은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올해 여자야구 대표팀은 양상문 감독을 필두로 한 정근우·이동현·허일상·정용운·유원상 코치 등 프로 선수 출신 지도자들의 코칭을 받으았다. 박주아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2루수로 꼽히는 정근우 코치의 ‘애제자’였다. 그는 “좋은 코치님들과 함께 한 덕분에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분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박주아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야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여자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는 박주아의 롤모델인 김라경(23)이 있다. 그러나 야수는 아직 없다. 김라경이 그랬던 것처럼, 박주아도 여자야구 세계 최강인 일본 실업리그에 진출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그는 “여자야구에서 투수의 선례(김라경)는 있지만, 야수는 아직 없지 않나. 꿈을 이뤄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윤승재 기자 2023.12.21 08:04
프로야구

불펜 붕괴-스카우트·육성 실패, 삼성은 '엡스타인 스타일' 이종열을 원했다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삼성 라이온즈가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삼성은 지난 16일 야구단 역사상 첫 외부인 단장으로 이종열 단장을 선임해 새 시즌에 나선다. 이종열 신임 단장은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삼성을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종열 단장의 비전은 삼성의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암흑기를 겪었다. 8년 중 7년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수 발굴과 육성 면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컸다. 그나마 야수진은 뒤늦게 세대교체에 돌입했지만, 마운드에선 새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펜진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마흔살의 오승환과 우규민을 향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좌완 이승현이나 김윤수(상무)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긴 암흑기를 보내면서도 여전히 ‘포스트 오승환’을 찾고 있다는 건 그동안 스카우트 및 유망주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프런트 책임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테오 엡스타인 스타일로 팀을 운영하고 싶다”라고 말한 이종열 단장의 비전은 현재 삼성에 가장 필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테오 엡스타인은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과 시카고 컵스 사장을 역임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구단 운영,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통해 팀의 전력 강화를 이끈 단장이다. 과감한 트레이드와 중소 영입, 내부 육성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얇은 선수층과 내부 육성에 실패한 삼성에 필요한 비전이다. 다가오는 겨울, 삼성은 이종열 단장의 주도 아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스카우트 및 육성 시스템 개선은 물론,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두겠다”고 선언한 만큼 선수단 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력 강화를 위한 자유계약선수(FA) 및 트레이드 시장에서 행보도 주목된다. 테오 엡스타인은 2004년 보스턴에서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2016년엔 컵스에서 108년 된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테오 엡스타인을 롤모델로 삼은 이종열 단장 역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삼성에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2023.10.17 05:44
프로야구

가을야구 암흑기·창단 첫 꼴찌 위기, '사상 첫' 외부인 단장 선임서 엿보인 삼성의 의지 [IS포커스]

삼성 라이온즈가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삼성 야구단 역사상 첫 외부인 단장이다. 최근 하위권에 머물며 고전한 삼성은 이 단장 선임과 함께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삼성은 2023년 정규시즌을 승률 0.427(61승1무82패)로 마쳤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최하위는 면했지만 하위권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 투수 육성 실패 등이 연쇄 작용을 하면서 고전했다. 8월엔 최하위까지 떨어져 1982년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프런트 책임론이 대두된 가운데, 결국 삼성은 시즌 종료와 함께 칼을 빼들었다. 삼성은 지난 8년간 팀을 운영한 홍준학 단장과 결별, 새 단장을 선임했다. 삼성이 그룹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 그것도 야구인을 단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막판 모그룹이 나서 구단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유정근 대표이사가 직접 단장 후보군 면접을 진행했다. 그만큼 구단의 쇄신 의지는 강했다. 구단은 논의 끝에 야구 데이터 전문가이자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택했다. 구단은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1991년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종열 단장은 2009년까지 19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한 뒤 2010년부터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3년엔 미국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2015년부터는 SBS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 업무도 함께 담당하면서 지도자 및 프런트 역량을 키워왔다.이종열 단장은 “KBO 최고의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의 단장을 맡게 돼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해설위원과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단장직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홍준학 전 단장 체제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202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세대교체와 트레이드는 대부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주전 선수들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선수 육성에도 실패하면서 전력이 약화했다. “(구단의) 여러 부분을 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이종열 단장은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삼성을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이종열 단장은 “테오 엡스타인 스타일로 운영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과 시카고 컵스 사장을 역임했던 테오 엡스타인은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구단 운영,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통한 구단 전력 강화로 팀의 전력 강화를 이끈 인물이다. 2004년 보스턴에선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2016년엔 컵스에서 108년 된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이종열 단장은 “앞으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승재 기자 2023.10.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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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 진심 합심] 툭하면 욱하는 조코비치가 왜 멘털 갑일까

먼저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저의 몰이해와 성급함에 대한 반성입니다.2020년 제가 있던 야구팀에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있었습니다. 그는 응원가에 맞춰 춤추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 기를 살리는 '흥부자'였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마운드에 오른 날 제구가 안되면 감정이 올라 왔습니다. 목덜미가 벌겋게 됐고, 글러브를 입에 갖다 대고 고함을 쳤습니다. 열을 식히려 마운드 주변을 돌았고, 투수판 옆에 웃는 얼굴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곧 무너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부에선 "한국 야구를 존중하지 않아서 저렇게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도 답답했습니다. 애가 타서 면담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저는 "그렇게 하면 약해 보인다, 상대가 얕잡아 본다"고 말해 버렸습니다. 당황하던 그는 "나도 아무 일 없는 듯 던지고 싶지만 안되는 날이 있다. 짧게 라도 화를 풀고, 잠시 분위기를 바꾸라고 미국에서 상담가에게 배웠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떨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자신만의 감정 조절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담가, 멘털 코치의 도움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습니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도울 부분이 있을까 싶어 만나자고 해놓고 그만 평가를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약해 보인다'라고요. 섣불렀던 제가 부끄럽고, 선수에게 미안해 졌습니다. 당시 저는 서구 문화와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상심을 강조하는 우리와 달리, 감정을 바로 표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감정을 느끼고, 인정하고, 조절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걸 저도 배우게 됐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 억압하는 데 제가 더 익숙했고, 그렇게 훈련돼 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라이트 선수를 떠올린 건 최근 US오픈 테니스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36)를 보면서였습니다. 조코비치 선수는 이번 우승으로 프로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24회) 기록을 세웁니다. 페더러, 나달 같은 라이벌이 현역에서 떠나는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가장 오래가는 배터리'처럼 여전히 쌩쌩합니다. 그의 테니스를 보면 자주 화를 내고, 라켓도 부셔 버립니다. 툭하면 욱하는 그가 그런데 최고의 멘털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습니다. 우리는 '흥분하면 경기를 (발표를, 보고를, 대화를, 관계를…) 망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항상 고요한 호수 같을 순 없습니다. 저도 자주 욱하고, 긴장하는 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흥분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자기 모습이니까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그 다음으로 나아가 자기가 할 일을 해내게 해줍니다. 조코비치가 만년 이인자의 꼬리표를 지우는 데 명상이 큰 몫을 했습니다. 그의 인터뷰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가 자주 등장합니다. 명상 전문가인 김범진 나우코칭 대표는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하나의 화두나 개념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르다. 변화하는 양상, 들어오고 나가는 생각과 감정의 수많은 현상을 깊이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관찰을 통해 어떤 변화가 내 안에서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흘려 보내는 것이 마인드풀니스의 핵심입니다. 김 대표는 "나를 마음과 밀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탈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나=화=감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는 더 큰 존재입니다.이를 위해선 각자 자신의 리추얼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함을 치는 것도, 뭔가를 적어보는 것도 몸에서 압력을 배출하게 합니다. 조코비치는 경기 중 타임을 걸고 화장실을 가곤 하는데 거울을 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BBC에 소개된 그의 10가지 루틴 중에 있습니다. 특정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과 감정을 떨어뜨려 보게 해줍니다. 관찰과 훈련으로 마음에 불이 난 뒤에 아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피어나는 순간부터 알아차리게 됩니다. 물론 팀과 단체에서 하기 어려운 리추얼도 있습니다. 주위의 이해와 배려도 필요합니다. 저도 라이트 선수에게 그때 미안했다고 연락을 해야겠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9.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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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처음 맞붙는다···롯데-SSG 사직 유통 대전

그룹의 자존심이 걸린 '유통 대전'이 이번 주말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가 정상에서 맞대결하는 건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항구 도시 부산과 인천을 연고지로 둔 양 팀은 19~21일 주말 3연전을 치른다. 18일 기준으로 SSG가 1위(승률 0.649), 롯데가 2위(승률 0.636)에 올라 있어 뜨거운 대결을 예고한다. 롯데와 SSG는 시즌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한 모기업이 유통 라이벌이어서 이번 맞대결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SSG가 2021년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랜더스를 창단하면서, 두 팀은 자연스럽게 비교대상이 됐다.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겸 랜더스 구단주는 지난해에만 인천 홈구장에서 42경기를 관전했다. 오너의 적극적인 행보와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SSG는 지난해 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 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야구장을 방문하는 등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겨울 190억원 유상증자로 야구단을 지원하고, 올 시즌에는 선수단에 선물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상대 전적과 시즌 성적에서 SSG는 롯데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박빙이다. 1992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롯데가 선두 싸움에 합류했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키움 히어로즈를 5-3으로 꺾고,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0-2로 패한 SSG를 끌어내리고 3949일 만에 1위(시즌 10경기 이상 기준)에 등극했다.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 이미지에서 탈피한 롯데는 투타에서 모두 안정된 전력을 선보이며 지난 16일 SSG를 다시 2위로 밀어내고 선두를 탈환했다. 다음날(17일)에는 롯데가 연장 접전 끝에 한화 이글스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SSG는 NC 다이노스에 승리해 하루 만에 1위가 또 바뀌었다. 두 팀은 올 시즌 제대로 맞붙은 적이 없다. 지난달 4일 인천에서 만나 SSG가 3-1로 이겼다. 이 경기는 9회까지 열리지 않았고, SSG의 7회 강우 콜드 승으로 종료됐다. 4월 5~6일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두 팀은 '역전의 명수'들이다. 올 시즌 SSG가 12번, 롯데는 10번 승부를 뒤집었다. 반면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SSG가 17승 무패, 롯데가 19승 무패를 기록했다. 롯데는 홈 승률 1위(0.688), SSG는 원정 승률 1위(0.650)를 달리는 점도 흥미롭다. 야구팬들이 이번 부산 3연전을 잔뜩 기대하는 이유다. 선발과 불펜진 평균자책점 모두 SSG가 앞선다. 국내에서 가장 작은 인천SSG랜더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SSG가 홈런(32개-16개)에서 앞선다. 롯데의 화력도 만만치 않다. 특히 득점권 타율(0.303-0.233), 대타 타율(0.304-0.194) 모두 압도적인 우위다. 팀 도루와 성공률은 롯데가 근소하게 앞선다. 팀 실책은 롯데가 15개로, SSG(39개)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양 팀 모두 로테이션에 변화를 줬다. 롯데는 박세웅-댄 스트레일리-찰리 반즈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한현희의 등판을 하루 앞당겨 박세웅을 SSG와 주말 3연전에 내보내도록 일정을 맞췄다. SSG는 선발 로테이션에 따르면 송영진-김광현-커크 맥카티 순으로 나설 차례. 그러나 전날(18일) NC 다이노스전 이날 선발 예고된 박종훈을 롯데와 주말 3연전 첫 경기에 투입하기로 했다. 마무리 투수 서진용(SSG)과 김원중(롯데), 방출생 김상수(SSG→롯데) 노경은(롯데→SSG)의 우완 필승조 맞대결도 이목을 끈다. 지난해 SSG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 올 시즌 한층 달라진 경기 운영으로 롯데의 선전을 이끄는 래리 서튼 감독 간의 국내-외국인 사령탑의 지략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롯데는 이번 3연전을 '부산 시리즈'로 개최한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이 행사는 2017년 '팬 사랑 페스티벌'로 첫선을 보인 이후 매회 만원 관중을 기록한 롯데의 대표적인 팬 이벤트다. 선수단은 부산을 상징하는 동백 유니폼을 착용한다. 21일에는 '세븐 일레븐 데이'를 연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 2023.05.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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