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부담 주기 싫다는 양의지, 맞춤형 '우승 DNA' 전파
양의지(33·NC)는 최고를 향하는 길을 잘 알고 있다. NC 선수단이 현재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잘 알고 있다. NC는 강팀이다. 2013시즌에 1군에 진입했고, 2년 차던 2014시즌부터 4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도 5강에 포함됐다. 외인 선수나 신인을 보는 안목도 인정받았다. 2020시즌은 그동안 쌓은 여러 강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승 적기로 평가받고 있다. 양의지의 존재가 든든하다. 최근 다섯 시즌(2015~2019년) 동안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가장 많은 포수다. 강팀이 챔피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주축 선수로 경험했고, 그 자리를 지키는 노하우도 익혔다. NC는 안방 전력 강화뿐 아니라 우승 DNA가 선수단에 전파되길 바라며 두산맨이던 그를 영입했다. 양의지는 이적 2년 차에 주장이 됐다. 공식 리더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야를 넓혔다. 1년 차 때는 투수조와의 소통에 집중했다면, 주장이 된 뒤에는 야수진의 컨디션과 훈련 집중력까지 주목했다. 시즌 개막 뒤에도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자신도 "후배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 쓴소리도 한다. 그러나 순위,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도록 이끌고 있다. 양의지는 "내 생각이긴 하지만, 솔직히 우리 팀은 현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등을 해도 5위던 2019시즌보다 두 계단 올라선 것이다. 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다. 양의지는 1등을 수성해야 한다며 압박을 받거나, 1등을 지키고 있다며 안주하는 일원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는 "1등을 하려면 계속 치고 나가야 한다. 확정 지을 때까지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아직 선수단이 그런 경험을 안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그저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에 욕심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개별 구성원의 '경험' 정도를 두루 파악했고, 현재 시점에서 선수단이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자세를 설정해 제시한 것이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 높아진 기대치에 휩쓸리지 않고, 매 순간 집중하면 최종 목표가 따라올 수도 있다고 본다. 그는 "1등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동생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도 덧붙였다. 양의지는 두산 소속이던 2015시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정규리그 순위는 3위였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강팀들을 차례로 이기고 목표를 달성했다. 2016시즌 페넌트레이스는 2위에 9게임 차 앞선 1위를 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현 소속팀 NC에 4연승을 거두며 압도적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2016시즌 우승 뒤에 '우리를 이길 팀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고비를 넘기고 트로피를 쟁취한 두산 선수단은 급속도로 진화했고, 이듬해 더 강한 팀이 됐다. 이 과정을 겪은 양의지는 NC 선수단도 같은 행보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2월,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LG 김현수도 이적생이지만 LG에 주장이 됐고, 팀도 이후에 성적이 좋아졌다. 나도 팀을 바꿔놓았다는 얘기를 들고 싶다"고 했다. 곰의 탈을 쓴 여우. 두산 소속이던 시절에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면모를 두고 얻은 표현이다. 현재 그는 NC의 주장이다. 가시적인 성과, 내실 강화 모두 기여하고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팀을 이끄는 세심한 대장 공룡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6.25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