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정말 많이 좋아졌더라. 아주 능수능란하다. 의지가 던지라는 대로만 던지면 문제 없다." (투수 정재훈)
"영리하게 사인을 냈다. 공격적인 패턴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완급 조절을 잘 해줘서 정말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 (투수 마이클 보우덴)
칭찬 릴레이가 펼쳐진다. 두산 포수 양의지(29) 얘기다.
요즘 두산 더그아웃에는 양의지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이 많다. 특히 투수들이 양의지를 좋아한다. 투수와의 원활한 의사 소통은 포수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단순히 마음만 편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투수별 맞춤형 리드가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친정팀 두산에 1년 만에 복귀한 정재훈은 "확실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포수는 다르더라"고 농담하면서 "정말 잘 리드해준다. 이제 의지 사인만 보고 던지면 잘 풀린다"고 했다. 두산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6일 잠실 NC전에서 8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 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를 향해 "리드가 아주 좋았다"는 극찬을 보냈다.
양의지는 손사래부터 쳤다. "나 자신은 크게 좋아진 것을 모르겠다. 투수들이 믿어 주고 좋게 얘기해준 덕분"이라며 "투수들 공이 좋다. 안타를 맞거나 점수를 주면 내 탓 같아서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보우덴의 첫 경기 호투를 합작한 비결에 대해서도 "직구가 워낙 좋아 바깥쪽 직구 사인을 많이 냈다. 포크볼도 그렇고 공이 워낙 좋아서 내가 리드하기가 편했다"고 공을 돌렸다. 오히려 5일과 6일 경기에서 이틀 연속 3타수 무안타에 그친 게 마음에 걸린다며 "밥값을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 두산에서 주전 포수 양의지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양의지의 몸상태에 늘 코칭스태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사실 양의지는 여전히 오른쪽 엄지발가락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지난해 NC와의 플레이오프 도중 상대 타자의 파울타구에 맞아 미세골절됐던 바로 그 부위다. 곧바로 한국시리즈와 국제대회(프리미어12)가 이어진 탓에 치료도 제대로 못한 채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그 후유증이 아직 남았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를 거치는 동안 혹시라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했다.
그래서일까. 양의지의 올 시즌 목표는 오로지 '부상 방지'다. "발가락 통증은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한다.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게 지금의 유일한 목표"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지난 2년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포수 양의지다. 올해는 기량과 마인드 모두 확실히 한 단계씩 더 성장했다. 양의지를 향한 칭찬 세례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