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동적인 장면, 체코 감독 마운드서 '소방관 투수'에게 모자 벗어 경의
파벨 하딤 체코 야구대표팀 감독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 모자를 벗어 허리를 숙였다. 이날 선발 투수 마틴 슈나이더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체코 슈나이더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4차전 호주전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1피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1-1 동점이던 6회 2사 후 이날 첫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됐다. 체코는 이날 3-8로 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 슈나이더의 눈부신 호투 덕에 막판까지 8강행 희망을 이어갔다. 슈나이더는 1회 초 1사 후 알렉스 홀에게 선제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6회 2사까지 16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한 수 위 호주를 상대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68개(스트라이크 46개). 1라운드 한계 투구 수를 넘겨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킬 수 없었다. 하딤 감독은 직접 걸어 나와 마운드에 다다른 뒤 모자를 벗어 슈나이더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슈나디어와 감동의 포옹을 했다. '수고했다, 고맙다'는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동료들도 모두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슈나이더를 축하했다. 체코 팬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슈나이더는 체코 야구의 영웅이다. 지난해 9월 스페인과의 패자 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나서 6과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체코의 첫 WBC 본선행을 이끌었다. 슈나이더는 체코의 오타니로 통한다. 자국 리그(엑스트라리가)에서 통산 타점·홈런 통산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본업은 소방관이다. 자기 집 뒷마당에 공간을 만들어 공을 던지기도 한다. 체코는 슈나이더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7회 2점, 8회 3점, 9회 2점을 뺏겼고 뒤집지 못했다. 체코는 1승 3패로 1라운드 탈락했지만, 지난 9일 중국전서 8-5로 승리하며 역사적인 본선 첫 승을 신고했다.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체코는 12일 한국전, 13일 호주전에서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날 체코의 패배로 한국은 남은 중국전 결과와 관계 없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형석 기자
2023.03.13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