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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냄새 안 나요?" '불새 2020'이 망해서 타는 냄새
'불새'라는 타이틀이 아깝다. SBS 아침극 '불새 2020'이 호기로운 시작과 달리 원작 이름을 빌리기 민망한 수준이 됐다. '불새'는 사랑만으로 결혼했다가 이혼한 부잣집 여자와 가난한 남자가 경제적 상황 역전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2004년 MBC에서 방영됐다. 전체적인 플롯은 단순할 수 있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이 30% 육박했다. 故 이은주·이서진·에릭(문정혁) 등이 '불새'를 통해 한 단계 성장했고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등의 대사와 이승철이 부른 O.S.T '인연'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16년만에 리메이크된 '불새 2020' 대본은 원작 이유진 작가가 쓰고 있다. 그러나 16년의 세월이 흐른 점을 감안하지 못 한 걸까. 시대는 더욱 뒷걸음질이다. 제작진은 앞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인 사랑을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그리겠다고 자신했으나 16년 전 그때 그 감정이다. 틀은 그대로 두면서 세련미를 입혔어야하는데 배우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오 마이 갓'이다. '촌티'를 벗어나지 못 했고 당연히 거리감이 멀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아침극 특유의 밋밋함과 촌스러움이라고 하기엔 배우들의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럽다. 무리한 설정도 발목을 잡는다. 처음부터 만남이 잦지도 않은 두 주인공이 첫 회부터 입술을 포개고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물음표를 그리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기력이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여자주인공 홍수아(이지은)의 연기부터 조·단역까지 모두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아침극이나 일일극을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이유는 안정적인 연기력도 한 몫한다. 눈에 거슬리게 연기하는 사람이 없기에 무난하게 채널 고정 후 볼 수 있다. '불새 2020'는 아침극 편성이면서 멜로 라인을 갖추고 연기력은 웹드라마만도 못한 지경이다.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일일극이라 드라마가 끝나면 각 매니지먼트서 앞다퉈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내용은 배우 칭찬이다. 보기 민망할 정도의 자화자찬이 매일 배달되니 이것이야말로 데이터 낭비다. 시청률이 이 모든 총체적난국을 설명한다. 전작인 '엄마가 바람났다'가 종영까지 평균 시청률 7~8%대를 유지한 것에 비해 '불새 2020'은 4~5% 수준이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2020.11.23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