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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 대구, MF 한종무 영입…“고향 대구, 모든 걸 쏟아붓겠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가 미드필더 한종무(22)를 영입했다.대구는 3일 오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한종무를 영입해 중원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구단은 한종무에 대해 “많은 활동량과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바탕으로 중원에서 공격과 수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2년 제주에서 프로 데뷔해 매 시즌 꾸준히 출전 횟수를 늘리며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고, 프로 3년 차인 2024년에는 K리그1 31경기에 출전해 중원에서 역할을 소화하며 팀에 큰 공헌을 했다”라고 소개했다.이어 “한종무는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뿐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히 공격에 가담하는 등 다재다능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그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부지런한 플레이 스타일은 대구가 추구하는 역동적이고 빠른 축구에 부합한다. 대구는 만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 성숙한 판단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 한종무를 미래의 중원 핵심으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한종무는 구단을 통해 “대구는 제 고향이자 축구를 처음 시작한 곳으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팬들과 함께할 생각에 설렌다. 젊은 에너지를 앞세워 중앙에서 누구보다 더 많이 뛰고, 부딪히고, 팀을 위해 싸워나가며, 우리가 파이널A와 ACL 진출까지 다가가는 더 강한 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붓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이어 “묵묵히 응원해 주신다면 그에 걸맞은 경기력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라고 약속했다.끝으로 구단은 “한종무의 영입이 다가오는 2025시즌 대구의 중원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종무는 지난 2일 소집돼 대구 선수단과 상견례를 마쳤으며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중 기자 2025.01.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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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발표] 대구, 베테랑 수비수 정우재 영입…친정팀 복귀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가 베테랑 수비수 정우재(33)를 품었다. 정우재는 다시 한번 친정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대구는 2일 오전 “전북 현대에서 활약한 베테랑 수비수 정우재를 영입했다”라고 밝혔다.정우재는 K리그 통산 265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수비수. 구단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크로스를 겸비한 정우재는 대구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축구에 최적화된 선수”라며 “양쪽 측면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까지 갖춘 정우재는 이번 시즌 대구 수비진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정우재는 2014년 성남FC에서 K리그에 데뷔해 충주험멜을 거쳐 2016년 대구에 합류했다.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대구의 K리그1 승격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3시즌 동안 왼쪽 풀백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2018년엔 팀의 창단 첫 코리아컵(전 FA컵) 우승까지 함께했다. 이후 2019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정우재는 4시즌 동안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특히 2020년 제주의 K리그1 승격을 주도했다. 2023년 전북으로 이적해 37경기에 출전하며 팀에 공헌한 정우재는 이번 영입을 통해 다시 대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정우재는 “다시 대구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대구스타디움 시절부터 함께한 힘든 시간들을 기억하며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팬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늘 간직하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고 팀원들을 잘 이끌어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라는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어 “동계훈련을 철저히 준비해 팬 여러분께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원정팀이 아닌 대구의 선수로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팬 여러분의 응원 소리를 듣게 될 순간을 기대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대구FC는 정우재와의 재회로 수비진을 한층 더 강화해 2025시즌 새로운 도전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우재는 이날 소집되는 선수단에 합류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김우중 기자 2025.01.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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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원정길 오른 김판곤 감독 “피 터지게 싸워서 결과 가져와야죠” [IS 인천]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서로 마지노선에 걸려 있는 사람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지 않겠느냐”며 “피 터지게 싸워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김판곤 감독은 2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1라운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에게 ‘마지노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상대는 딱 마지노선에 걸린 상황이고, 우리도 우승을 하려면 매 경기가 마지노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인천은 최하위로 떨어져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나흘 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리그 스테이지 1차전에서 0-1로 패배한 뒤 원정길에 오른 김판곤 감독은 “한 대 맞았으니까 빨리 회복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이어 “가와사키전을 끝나고 선수들에게 ‘게임이 너무 재미없다’고 했다. 감독도 흥이 안 나는데, 관중이 흥이 나겠느냐”며 “계속 추구하는 다이내믹하고 와일드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줘야 한다. 오늘도 원정이지만 팀 캐릭터를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 감독은 “공격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우리의 캐릭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인천은 후반에 무게를 둔 거 같은데, 그래서 우리는 선제골이 중요한 거 같다. 빨리 선제골을 낼 수 있도록 전반에 승부를 내야겠다. 시작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부상으로 이탈한 엄원상에 대해서는 “빨리 회복을 시키려고 하는데, 원인도 지금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더 걸릴 거 같다”면서도 “원인만 빨리 찾으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선 최영근 인천 감독은 “김천 상무전(0-2 패배) 후 이틀 정도 휴식 후 준비를 했다.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미팅도 했다”며 “경기장 안에서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될 거 같다. 선수들이 욕심을 버리고 책임감 있게, 또 헌신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이날 제르소, 신진호 등을 선발에서 제외한 최 감독은 “지난 전북 현대전에서는 사실 전반부터 전력투구를 하려는 승부수를 띄었다. 결과적으로 그게 되질 않았다. 후반에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큰 대미지를 줄 선수들이 없었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는 더 전략적으로, 우리가 교체를 하더라도 상대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전략적인 부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기회 창출이 우선이다. 축구선수라면, 특히 공격수들은 누구나 골을 넣어야 하고 득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해야 될 이유가 없다”며 “그래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얼마나 기회를 만들어내느냐, 얼마나 기회를 만들 줄 아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최 감독은 “수비를 많이 해서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는 없다. 공격을 많이 해야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팀이 오랫동안 파이브백을 사용하면서 카운터에 익숙해져 있는 팀이다. 아직까지는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은데, 계속 개선해야 할 문제다. 선수들도 인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날 인천은 무고사를 필두로 김민석과 김도혁, 김성민이 2선에 포진하고 정동윤과 이명주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4-2-3-1 전형을 가동한다. 민경현과 김건희, 요니치, 김준엽은 수비라인을, 이범수는 골문을 각각 지킨다.울산은 야고가 최전방에 포진하고 루빅손과 아라비제가 양 측면에 선다. 고승범과 정우영, 김민혁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고, 이명재와 김기희, 임종은, 최강민이 수비라인에 선다. 골키퍼는 조현우.인천=김명석 기자 2024.09.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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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호’ FC서울 변화가 시작됐다…나상호 일본행, 류재문 영입, 팔로세비치 잔류

김기동 감독 체제로 새 출발에 나선 프로축구 FC서울에 본격적인 변화의 서막이 올랐다. 류재문을 영입하며 중원을 보강했고, 팔로세비치와는 동행을 더 이어가기로 했다. 나상호는 서울을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서울 구단은 4일 류재문의 영입과 팔로세비치의 재계약 소식을 잇따라 발표했다. 류재문의 영입은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사실상 첫 영입이다. 지난해 영입이 발표된 윌리안은 지난해 임대를 거쳐 완전이적을 통해 동행을 더 이어가기로 한 계약이다. 다른 팀에서 뛰었던 선수를 새롭게 영입하는 건 류재문이 처음이다.류재문은 서해고와 영남대를 거쳐 지난 2015년 대구FC에 입단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20시즌까지 6시즌 동안 129경기에 출전해 12골·7도움을 쌓으며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2021년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 지난해까지 54경기에 출전해 3골·4도움을 올렸다. 중원에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중원 강화를 원했던 서울은 류재문을 영입하며 무게감을 더하게 됐다. 1m84㎝·74㎏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류재문은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지능적인 패스가 장점인 선수라는 게 구단 설명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서울 구단은 “류재문이 김기동 감독이 추구하는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역동적인 축구 이행에 필요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견고한 중원 구축을 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류재문은 구단을 통해 “FC서울은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팀이고, 좋은 감독님도 새로 오셨다. 재밌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서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에 서울행을 결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뛰면서 나 자신이 한 단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입단 소감을 전했다. 그는 5일 소집돼 김기동 신임 감독을 비롯해 팀 동료들과 첫인사를 나눈 뒤 본격적인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같은 날 서울은 외국인선수 팔로세비치와 재계약 소식도 발표했다. 서울과는 4년째 동행이다.그는 지난 2019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38경기에서 19골·10도움을 기록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서울에 전격 합류한 뒤 세 시즌 동안 107경기에 출전해 19골·7도움을 쌓았다. 지능적인 플레이와 왕성한 활동량이 강점으로 꼽혔다.특히 포항 시절 사제의 연을 맺었던 김기동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공격수 일류첸코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구단은 “김기동 감독의 지도 아래 포항 시절 최강의 호흡을 선보이며 가공할 만한 화력을 선보였던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는 김기동 감독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새 시즌을 앞두고 재도약이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팔로세비치는 구단을 통해 “서울과 계속 동행할 수 있음에 너무나도 행복하다. 진심으로 이 구단에 계속 남아있고 싶었고, 지난 3년간 팬분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너무 감사드린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통해 FC서울 팬분들이 행복할 수 있게 하겠다”며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반면 지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나상호는 서울을 떠나 일본 J리그 승격팀 FC 마치다 젤비아로 이적했다. 나상호는 지난 2017년 광주FC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뒤 FC도쿄(일본) 성남FC(임대)를 거쳐 지난 2021년부터 서울에서 뛰었다. 서울에선 세 시즌 동안 104경기에 출전해 29골·14도움을 기록했다. 서울 소속이던 지난 2022년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서울과 동행을 끝내고 새 도전을 택했다.나상호는 마치다 구단을 통해 “팀의 J리그 승격을 축하한다. 새로운 팀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마치아 젤비아의 일원으로서 팀의 J리그 성공에 힘을 보태고 싶다. 팬 여러분께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마치다 구단은 지난 시즌 J2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에 성공한 팀이다.한편 서울은 5일 소집돼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본격적인 새 시즌 담금질에 나선다. 1차 동계 전지훈련은 오는 9일부터 28일까지 태국 후아힌에서 진행된다.김명석 기자 2024.01.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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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발표] FC서울, 제15대 사령탑으로 김기동 감독 선임

‘기동매직’ 김기동(52) 감독이 프로축구 FC서울 지휘봉을 잡는다. FC서울은 14일 “구단은 제15대 사령탑으로 김기동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전했다.김기동 서울 신임감독은 1991년 포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부천 유공·부천 SK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평가받으며 선수 활동을 했다. 이후 2003년 다시 포항으로 적을 옮겨 은퇴할 때까지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 기록을 보유하는 등 K리그 대표적인 레전드로 활약했다.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2013년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김기동 감독은 이어 2016년 포항 스틸러스의 수석코치로 활약했고, 2019년부터는 감독으로 K리그 무대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9·2020시즌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김기동 감독은 지난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올 시즌에는 대한축구협회(FA)컵을 들어 올리며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명장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구단은 “김기동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전술을 기반으로 상대 공략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강점인 지도자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준 높은 전략을 펼치고, 빠른 판단력으로 팔색조 같은 대처 능력을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서울은 뛰어난 전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김기동 감독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밝혔다.끝으로 김기동 감독은 구단을 통해 “FC서울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잘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FC서울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우중 기자 2023.12.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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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리포트]‘한화의 린스컴’ 윤산흠은 어떻게 닥터 K가 됐을까

장발에 역동적인 오버핸드 투구폼. 메이저리그(MLB) 사이영상을 두 차례 받은 팀 린스컴을 연상하게 하는 한화 이글스 윤산흠(23)의 모습이다. 201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던 그는 독립리그를 거쳐 2021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입단 1년 만에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윤산흠은 올 시즌 25경기에서 24와 3분의 2이닝 동안 33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그가 기록 중인 9이닝당 탈삼진(K/9) 12.04개(9월 1일 기준)는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다. 윤산흠은 어떻게 '닥터 K'가 됐을까? 그가 던지는 구종은 직구와 커브 두 개에 불과하다. 대신 두 구종 모두 경쟁력이 높다. 현장에서 수준급의 수직 무브먼트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직구는 타자의 헛스윙을 쉽게 끌어낸다. 커브 역시 높은 회전수와 구속(스탯티즈 기준 시속 127.8㎞)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잡아내고 있다. 윤산흠은 '투 피치' 투수다. 직구(50.7%)와 커브(48.2%)를 거의 1대1 비율로 던진다. 올 시즌 20이닝 이상 불펜 투수 중 윤산흠보다 커브 구사율이 높은 불펜 투수는 없다. 직구-커브 1대1 투피치 조합을 가진 선수들이 MLB에는 여럿 있다. 제임스 카린책(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맷 반스(보스턴 레드삭스), 타일러 더피(미네소타 트윈스)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균 시속 95마일(153㎞) 이상의 패스트볼과 82마일(132㎞) 이상의 빠른 커브를 던진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흔하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KBO리그에서는 빠른 커브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투수들 대부분은 각이 큰 대신 스피드가 느린 커브를 던진다. 하지만 윤산흠은 희귀하게 구속이 빠르고, 낙폭도 큰 커브를 던진다. 실제로 올 시즌 윤산흠보다 커브 구속이 높은 선수는 9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 주 무기는 커브가 아닌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다. 윤산흠이 삼진을 뺏어내는 건 단순히 커브가 빨라서가 아니다. 두 개로 단순화된 구종은 상·하로 각기 다르게 투구됐다. 스트라이크존(S존)을 상·중·하로 삼등분했을 때, 윤산흠의 패스트볼은 주로 S존 상단(투구 비율 52.3%)에 집중돼 있다. 반면 커브는 S존 하단(투구 비율 50.7%)을 주로 향했다. 이유가 있다. 타자들의 구종 판단은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난 시점부터 이뤄진다. 직선에 가깝게 뻗는 패스트볼인지,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인지를 타자가 파악하고 대처하는 건 공의 초반 이동 방향에 달린 셈이다. 투구에 대한 현대적 분석을 추구했던 MLB 투수 트레버 바우어는 이를 조기 식별(Early Identification)이라고 개념화하기도 했다. 올해 클리블랜드의 셋업맨으로 20경기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 중인 제임스 카린책 역시 조기 식별 이론을 활용 중이다. 터널링 이론에 따르면 직구와 커브의 이동 경로가 최대한 비슷해야 효과적이다. 커브는 일반적으로 타자의 눈높이에서 무릎까지 떨어진다. 카린책은 커브를 타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던진다. S존 높은 곳으로 날아가는 직구(하이 패스트볼) 역시 타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두 구종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는 지점은 상반된다. 과거 투구의 상식으로 여겨지던 '낮은 직구'는 시작 시점부터 타자의 무릎을 향하기 때문에 타자의 조기 식별이 쉽다. 커브볼러 카린책은 낮은 직구 대신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의 조기 식별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었다. 카린책의 투구 원리는 윤산흠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합, 시작점에서는 비슷하게 움직이나 홈플레이트에 가까워질수록 다른 방향을 향한다. 사실상 윤산흠의 투구 패턴은 하나다. 하이 패스트볼과 낮게 떨어지는 커브가 전부다. 타자는 터널링(tunneling, 일정 구간까지 타자가 구종을 분간하기 어렵도록 던지는 기술. 마치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같은 궤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인해 조기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두 구종이 1대1로 날아오기 때문에 하나의 구종을 노리기도 쉽지 않다. 두 구종 모두 수준급의 구속과 무브먼트를 지녔기에 정타를 때리기 어렵다. 여기에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도 윤산흠의 진화를 도왔다. 윤산흠은 머리 위에서 공을 던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한다. 이 투구폼 덕분에 상하 무브먼트가 수준급인 패스트볼과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는 커브 조합 효과는 배가된다. 윤산흠은 이 터널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터널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종의 상하 움직임 차이뿐 아니라 좌우 무브먼트의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이용해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뜨려야 터널링 효과가 커진다. 패스트볼과 극단적인 오버핸드 투구폼은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윤산흠은 터널링에 적합한 폼과 구종을 가지고 있다. 육성 선수로 입단해 방출됐고, 독립 리그를 거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지금의 투구 폼을 만들었다. 그 스토리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한 끝에 그는 리그에서 흔하지 않은 스타일의 투수로 진화했다. 아직 제구력과 체력 등 보완할 부분은 있지만, 삼진을 뺏어내며 타자를 압도하는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입증해냈다. 그가 '특이한' 투수가 아닌 '특별한' 투수인 이유다. 이재성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2022.09.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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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K-Team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정상에 올랐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KT는 KS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팀 창단 8년 만이다. ‘가을 타짜’ 두산을 상대로 완벽한 시리즈를 만들었다.3연승을 거둔 KT는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1회 초부터 몰아쳤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이 좌중간 적시타를 쳤고, 강백호의 진루타와 유한준의 볼넷으로 만든 기회에서 장성우와 배정대가 안타를 쳐 3-0으로 달아났다. 선발 투수 배제성은 5회까지 리드를 지켜냈고, 불펜진이 두산의 추격을 막아냈다.KT는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선발 야구’를 KS에서도 보여줬다. 4경기 모두 선발 투수가 승리를 거뒀다. 타선도 꼭 필요한 순간마다 터졌다. 2021년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팀은 두말할 것 없이 KT였다.2013년 제10구단으로 창단한 KT는 2015년 1군에 진입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4년 동안 최하위 세 차례(2015~2017년), 9위 한 차례(2018년)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KT가 리그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KT는 2018년 11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했다. KT는 이때부터 달라졌다. 취임식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한 이 감독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새 얼굴을 기용해 마운드를 재편했다. 기존 1군 선수들에게도 명확한 역할을 부여, 실력을 최대한 끌어냈다.타선의 중심은 베테랑 유한준과 박경수가 잡았다. 젊은 선수 중에서는 강백호·배정대·심우준이 성장하며 짜임새가 생겼다. 외국인 선수들까지 제 몫을 다했다. KT는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 창단 최고 승률(0.500·리그 6위)을 기록했고, 이듬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까지 내달렸다.KT가 이른 시간에 강팀이 된 비결은 객관적인 전력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이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앙상블로 만든 팀 문화가 KT를 단단하게 만들었다.이 감독은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로 유한준을 지목, 그에게 주장을 맡겼다. 이 감독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유한준은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라고 했다. 특급 스타는 아니어도 유한준은 묵묵히 후배들과 함께 나아갔다. 이전 3년(2016~2018) 동안 KT 주장을 맡았던 박경수는 “이제 비공식 부주장이 되어 한준이 형을 돕겠다”고 나섰다.이 감독은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듣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어려울 때 선수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를 나눴다. 박경수의 메시지가 가장 많고, 종종 이 감독도 먼저 대화를 시작한다. 시즌이 끝나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는 이 감독은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소통한다.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존중하자, 선수들은 팀을 위해 충성한다. 각자 할 일을 스스로 찾는다. 황재균은 “(번트가 필요할 때) 감독님은 내 자존심을 생각해서 번트 사인 내는 걸 주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어떤 작전이든 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웃었다. 포수 장성우는 “내가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투수진을 이끌어 주는 것만으로 고맙다’며 격려하신다. 힘이 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이 감독이 추구하는 건 ‘민주적 위계’다. 한국식 서열 문화를 인정하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다른 역할을 나눠 맡긴다. 감독이 베테랑을 소중히 여기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배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감독이 세대교체를 외치며 베테랑들과 갈등하는 경우가 많은 KBO리그에서 KT의 조직문화가 특히 돋보였다. 가장 협력적이며 유기적이다.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 감독은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에겐 지금도 깍듯하다. 좋은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타이거즈에만 머물지 않고 두산 등 여러 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리더십을 쌓았다.KT 베테랑 선수들은 부드럽고도 단단한 이 감독의 스타일을 닮아갔다. 유한준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평소 과묵한 그의 한마디는 제법 묵직하다. 박경수는 적극적인 퍼포먼스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젊은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야구할 수 있도록 앞장선다.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면 후배들을 불러 다그칠 줄도 안다.이런 팀 문화에서 KT의 젊은 선수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야구관을 선배들로부터 배울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하나씩 만든 팀워크는 올가을 KT를 정상으로 올려놨다. 강백호는 “선배들이 몸소 보여주는 메시지를 마음에 항상 새긴다”라고 했다. KS 2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소형준은 “박경수 선배님이 뒤에 있어서 든든했다”고 했다.지도자와 선수, 선배와 후배, 각자의 개성과 팀의 목표가 조화를 이룬 KT는 서로 소통하며 세대를 아울렀다. 모든 구성원이 융복합하며 거대한 힘을 만들었다. 2021년 한국사회에서 KT는 가장 역동적인 팀의 면모를 보여줬다.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9 08:56
축구

FC서울, 박진섭 감독 선임

FC서울이 박진섭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3년까지 3년이다.서울은 박진섭 감독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구단의 축구철학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서 새로운 서울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 특히 박 감독이 가진 지략가로서 뛰어난 전술적 역량과 부드러운 리더십을 앞세운 선수단 소통 능력을 감독 선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박 감독은 선수 시절 ‘꾀돌이’라는 별명으로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 등 A매치 35경기 5득점을 기록했으며, K리그에서 284경기(3득점 27도움)에 출장하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선수 은퇴 후 부산과 포항에서 코치로서 지도자 경험을 쌓은 박 감독은 2018년 광주FC의 지휘봉을 잡았으며, 이듬해 곧바로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달성하며 감독으로서 능력을 꽃 피웠다.박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 FC서울에서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며 기쁨을 느낀다. 팬들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한편 서울은 오는 1월 경남 거제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 본격적인 2021시즌 담금질에 돌입한다.최용재 기자 2020.12.08 13:04
축구

팀 연봉 8위 성적은 3위 김기동 ‘가성비 갑’ 축구

“팬들은 항상 포항다운 축구를 기대하고 주문합니다. 스타 군단으로 불렸던 예전의 화려함은 잃었어도, 여전히 지켜야 할 포항 축구만의 가치가 있죠. 저는 그걸 역동성으로 해석해요. 많은 골을 넣는 건 그 결과물이죠. 구단 여건상 우승은 쉽지 않지만, K리그에서 가장 수준 높은 축구를 한다는 자부심만큼은 지켜가고 싶습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49) 감독은 ‘포항답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20일 통화에서다. 포항은 이틀 전인 18일 K리그 ‘동해안 더비’에서 우승 후보 울산 현대를 4-0으로 대파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가장 포항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K리그 팬들은 포항을 ‘킹 메이커’라 부른다. 울산과 전북 현대의 양강 구도인 K리그1 우승 향방의 캐스팅 보트를 포항이 쥐었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난 시즌에도 최종전에서 울산을 4-1로 꺾어 ‘본의 아니게’ 전북을 역전 우승시켰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24라운드에서 2위 전북을 1-0으로 꺾어 주저앉히는가 싶더니, 이어진 라운드에서는 울산을 완파했다. 포항 때문에 우승 경쟁은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김 감독은 이번 울산 경기 당일, 지난해 최종전 때 입었던 옷을 다시 입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어쨌든 또 한 번 크게 이겼다. 김 감독은 “포항의 객관적인 전력은 울산, 전북과 차이가 난다. 때문에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 나는 시즌 중에 해외축구를 보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우리와 상대 팀 경기 영상을 한 번 더 돌려본다. 이길 방법을 한 가지라도 더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 김기동’의 투자 대비 효과는 단연 K리그 최고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은 선수단 인건비로 55억8700만원을 지출했다. 군인 팀 상주를 제외한 K리그1 11개 팀 중 8번째였다. 하지만 최종 순위는 그보다 한참 높은 4위. 전북(158억원), 울산(119억원), 서울(85억원) 등 선수단 연봉과 순위가 1~3위로 일치했던 부자 구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는 씀씀이를 늘리지 않고도 3위를 사실상 굳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따냈다. 울산과 함께 시즌 최다득점(51골)을 기록하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김 감독은 “최근 ‘K리그에서 우승하려는 팀은 포항 결재를 받으라’는 기사를 보고 흐뭇했다. 탄탄한 유스 시스템과 효율적인 선수단 운영이 뒷받침되면 운영비 차이에 따른 전력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벌써부터 ‘올해의 감독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올해로 구단과 계약이 만료되는데, 몇몇 구단이 새 사령탑 후보군에 그를 포함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상도, 다른 구단도 처음 듣는 얘기다. 포항을 포항답게 만들려 한 노력을 인정받은 걸로 생각한다. 내년에도 주변 여건에 흔들리지 않고 ‘김기동 축구’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0.10.21 08:30
경제

아마존 못된 점까지…시험대 오른 김범석 쿠팡 대표 리더십

e커머스 업계의 '공룡' 쿠팡이 코로나19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뜬 '언택트(비대면)' 문화의 수혜사로 주목받던 쿠팡은 부천과 고양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n차 감염의 중심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업계는 이런 쿠팡의 위기를 김범석 대표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외국계 기업답게 조직 자체는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지만, 김 대표를 향한 지나친 충성 탓에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수장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대표의 리더십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 못된 점도 닮아가나 최근 국내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쿠팡과 아마존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자세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3월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총 사망자는 7명이었다. 베이조스 대표는 물류센터발 전염병 확산과 직원 사망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더 나아가 방역 강화를 요구한 직원을 연이어 해고했다. 쿠팡은 지난달 24일 부천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현재까지 총 11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태원발 누적 확진자(27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지난달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야단치시는 말씀도 겸허하게 듣겠다"는 법인 명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러나 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은 아직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겉은 번듯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로'인 쿠팡의 일자리 체계도 아마존과 퍽 닮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아마존의 직원 연봉 중간값이 2만8446달러(3043만원)라면서 건축 자재 업체 홈디포와 초콜릿 제조업체 허쉬보다 살짝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동종 IT업계에 비해 크게 낮다고 보도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24만430달러(2억9300만원)와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아마존 내 물류 전문가들이 받는 연봉은 IT 전문가의 절반도 안 되는 4만4000달러(5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말이 IT 기업이지 실제로는 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창고와 배달을 맡는 블루칼라 인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국내 IT업계에서 종사하다가 아마존으로 이직한 한 관계자는 "아마존은 세계 최고 기업이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마존에 입사하면 돈도 많이 벌고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물론 시애틀에 있는 IT 기술자들은 신입 2년 차 연봉까지 낮진 않다. 미국이기 때문에 연봉이 1억 이상이지만, 비슷한 규모의 타 회사와 비교할 때 높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업무량보다 아주 좋은 일자리는 아니다. (임금이) 짜다'라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쿠팡도 비슷하다. 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 3760명 가운데 이 회사에서만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는 98명으로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97.3%(계약직 26.8%, 일용직 70.5%)에 달했다. 쿠팡은 창사 초기 배달을 맡는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고, 지나치게 고된 업무 노동 환경으로 지적을 받자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늘리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간도 갈수록 늘어졌다. 쿠팡 내부에서 "일이 힘들어서 많이 나간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연 매출 7조원 이상을 거둬들이는 간판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걸맞지 않다. 또 창사 초기 쿠팡맨의 정규직화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던 초심에 벗어난 모습이다. 위기 상황에 작동하지 않는 김범석 리더십 쿠팡 조직문화는 상당히 수평적이다. 직원들끼리 직책이 아닌 닉네임을 사용한다. 서로 간 소통도 비교적 자유롭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김 대표와 엮이면 역동적이던 조직 문화가 뻣뻣해진다는 평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일을 하다 보면 김 대표가 거의 신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조금이라도 비판이 나오면 참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 대표자를 향한 충성도가 지나치면 돌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이런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쿠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켰다"면서 부천 물류센터에 얼마나 많은 방역 작업을 했는지 강조하기 바빴다. 그러나 방역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런 쿠팡의 작업도 쏙 들어갔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쿠팡은 '아프면 쉬기' 등 제대로 된 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물류센터에서 착용하는 집기와 옷가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전염병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24일 오전 부천 물류센터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에도 만 하루 가까이 센터를 폐쇄하지 않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대표의 판단도, 조직의 뒷받침도 무용지물이었다. 쿠팡의 안일한 대처는 동종업계 경쟁사인 '마켓컬리'와 비교된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상온 1센터 직원이 확진되자 자필 서명이 담긴 사과문을 내고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은 전량 폐기하고, 방역 점검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겠다"며 수습했다. 이어 "고객님이 우려하시는 부분과 관련해 모든 진행 상황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슬아 대표의 빠르고 즉각적인 대처는 바이러스 공포에 시달리는 소비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쿠팡 내부에서는 "김 대표가 (언론이나 여론의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생사가 달린 일이다. 김 대표는 평소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자주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목표가 일부 수정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목표는 베이조스 무작정 닮기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6.0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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