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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동진 영화만사]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이 그려낸 극장가의 새로운 풍경

전업 주부로 살아 온 H씨(60)는 영화 마니아다. 엄청난 수준이거나 강박적일 정도는 아니다. 그는 비교적 예술영화를 자주 찾아 보는 편이며 그 중에서도 예술가를 다룬 다큐나 극영화를 좋아 한다. H씨가 최근 선택한 영화 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다. 뭉크 미술관의 제작협력으로 만들어진 노르웨이 다큐고 영어 버전이다. 도슨트에 해당하는 다큐 속 화자 잉그리드 볼소 베르달은 대사를 영어로 한다. 이 다큐는 수입배급사 일미디어가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이어 가는 연속 다큐멘터리 ‘세기의 천재 미술가 / 세계의 미술관’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개봉된 작품이다. 극장 개봉 다큐로서는 이색적인 기획이다. 이 다큐 시리즈는 총 9편의 작품으로 준비됐으며 지금까지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 ‘라파엘로 예술의 군주’ ‘피렌체와 우피치 미술관’ ‘제프 쿤스, 그 은밀한 초상’ 그리고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 ‘티치아노,색채의 제국’ 등 여섯 편을 선보였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매달 한편 씩 더, 곧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 ‘보르미니와 베르니니, 완벽을 위한 경쟁’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의 교황청 대성당들’을 개봉할 예정이다. 9편의 다큐멘터리, 그것도 미술 작품과 화가를 다루는 다큐를 매달 한번씩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것은 작금의 극장환경에서 실로 무모한 일일 수 있다. 실제로 이들 작품의 관객 수는 최대 5000명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미술 애호가들, 영화 마니아들,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으며 뉴 노멀 시대의 극장가가 개척해야 할 새로운 예술영화 시대의 한 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건 어색하고 낯선, 잘못된 시그널이 아니다. 앞으로의 극장은 아주 큰 돈을 들인 블록버스터 아니면 극단적으로 초저예산을 들인 에술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주요한 상영작이 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중간의 작품은 모두 OTT가 흡수할 것이다.H씨는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에서 실로 많은 것을 얻고 또 배웠다. 그는 뭉크하면 ‘절규’ 정도의 그림을 그린 화가 쯤으로 알았지만 이 다큐를 통해서 ‘절규’가 그려진 곳, 그 공간의 배경까지 알게 됐다. 에드바르트 뭉크는 어릴 때 어머니, 누나, 동생 등 거의 전부를 폐결핵으로 잃은 후 죽음의 공포를 평생의 주제로 삼아 왔으며 여동생은 정신병까지 앓았는데 그 병원이 노르웨이 항구가 보이는 에게베르크 언덕에 있었다. 그림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가 서있는 곳이 바로 거기, 에게베르크 언덕 길이라는 것을 이번 다큐로 알게 됐다.‘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은 실로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하다. 뭉크에게는 평생 뮤즈가 되는 여인이 세 명이 있었는데 밀리 탈로, 다그니 율라 그리고 툴라 라르텔이었다. 뭉크의 젊은 시절 곧 1890년대의 세기말은 헨릭 입센(‘인형의 집’)이나 한스 예거(‘보헤미안의 자서전’)와 같은 급진적 작가들, 무정부주의자들이 노르웨이 문화계를 휩쓸던 때였다. 여성주의가 무르익기 시작했고 자유연애가 횡행했으며 새로운 의학 약품의 개발과 함께 약물 파티까지, 마치 1960년대 미국의 히피들을 연상케 하는, 1890년대식 노르웨이 보헤미안들의 시대가 열렸던 때였다. 뭉크는 그 한 가운데에 서있었던 작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간의 신체를 해부했다면 뭉크는 인간의 정신을 헤집고 영혼의 고통이 지닌 보편성을 찾아 내려 했던 인물이다. 뭉크는, 포착할 수 없는 진리는 고통 그 자체라고 봤으며 그 같은 주제의식을 ‘내면의 목소리’나 ‘마돈나’ ‘그 다음 날’ ‘뱀파이어’ ‘절규’ 같은 작품에 담아 냈다. 그럼에도 그에겐 끊임없는 여성 편력이 이어졌으며 다그니 율라는 다른 남자에게 머리에 총을 맞아 살해됐고 툴라 라르텔은 뭉크에게 총을 쏴 그의 왼 손 중지가 잘려 나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 모든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 낸 작품이 바로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이다. 뭉크 작품을 거의 일람할 수 있도록 작품 촬영에 공을 들였고 그가 남긴 다른 많은 기록들, 일기와 습작 노트, 영사기로 촬영한 필름, 각종 스틸 사진 등을 공들여 담아 냈다. 다큐는 역시 푸티지의 힘, 자료 화면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뭉크 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코멘트나 미술사가들의 논평, 그 인터뷰도 지루하지 않게 잘게 썰어서 여러 번으로 나누어 구성돼 있다. 뭉크 미술관 외에도 노르웨이 베르겐(우리로 치면 부산)의 코데 미술관 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좋은 영화 글은 해당 영화를 찾아보게 하고 결국은 그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다. 좋은 다큐는 해당 내용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시 추적하게 만들고 그들이 존재했던 공간을 찾아가게 한다.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노르웨이로 가고 싶게 한다. ‘뭉크. 사랑, 영혼 그리고 뱀파이어 여인’의 개봉은 작금의 극장가가 그려 낸 이상하지만, 신선한 영화의 풍경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10.10 06:05
드라마

[정덕현 요즘 뭐 봐?]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이정은과 정은지의 2인1역 변신 판타지

변신 모티브만큼 오래된 스테디셀러 스토리가 있을까. 일찍이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라틴어로 쓴 서사시 ‘변신이야기’가 있었고, 어느 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벌레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한 카프카의 ‘변신’이 있었으며, 우리네 민담과 설화에도 인간으로 변신하는 여우의 이야기 ‘구미호’가 있었다. 이러한 변신 모티브는 시대의 갈증과 욕망에 따라 그 변신의 목적이 달라지는데 최근 우리네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존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 같은 ‘소통’이 주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계급과 삶을 영혼체인지라는 판타지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다룬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이 단적인 사례다. 또 이러한 변신은 이를 통한 문제해결 과정을 담기도 하는데 최근 소개됐던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조폭의 영혼이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들어감으로써 그 변신 모티브를 통해 청소년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변신 모티브를 통한 문제해결을 그리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신비한 고양이를 마주한 후, 낮이면 50대로 변하고 밤이 되면 20대로 돌아오게 된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다뤘다. 20대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이 연거푸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사기까지 당한 후 50대 임순(이정은)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일종의 인물의 ‘추락기’처럼 그려진다. 더 이상 바닥으로 떨어질 수 없는 절망의 끝자락에 놓이게 되는 것. 누군가와 이렇다 할 연애 한번 해보지도 못한 채 50대의 몸으로 변하게 된 이미진은 그래서 이 변신을 ‘저주’로 여기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은 이미진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한다. 50대 임순이 되어 서한시 ‘시니어 인턴’ 채용에 합격한 것. 드디어 취준생 처지를 벗어나 공무원이 된 그는 우여곡절 끝에 검찰청에 발령받아 그 곳으로 오게 된 검사 계지웅(최진혁)과 연쇄실종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50대의 몸이지만 20대의 능력치(이를 테면 MZ세대의 언어에 능통하다거나 컴퓨터가 능숙하고 게임 만렙이라거나)는 임순이 사회생활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낮과 밤이 달라지는 이미진에게 계지웅이나 그 곳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게 된 고원(백서후) 같은 아이돌과의 로맨스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 또한 드라마는 설렘 가득한 판타지로 채워 넣는다. 밤에는 20대 이미진이 돼 계지웅과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관계를 진전시키고, 낮에는 50대의 몸을 가진 임순이지만 그가 변신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고원과의 설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즉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 이 변신은 저주가 아니라 기회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로맨틱 코미디가 메인 장르로 먼저 발랄하고 유쾌한 코미디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상황마다 인물들이 펼쳐내는 코미디적 요소들은 마치 시트콤에 가까울 정도로 웃음의 밀도가 높다. 여기에 달달한 멜로가 더해지는데, 최근에는 극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트렌드처럼 채워지곤 하는 범죄스릴러의 요소가 계지웅 검사의 사건 추적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웃음과 설렘 그리고 적당한 긴장과 대결까지 갖춘 다채로운 맛을 지닌 작품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판타지 설정이나 복합장르 간의 균형감만큼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보이는 건, 변신 모티브를 통해 건드리고 있는 세대 정서다. 20대의 취업 현실이 말해주는 치열한 경쟁사회가 만들어내는 청춘들의 좌절이 한 축을 차지한다면, 50대의 재취업 현실에 담긴 중장년들의 쓸쓸함이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그래서 이미진과 임순을 오가는 판타지 속에서 이들이 펼쳐내는 활약들은 청년부터 중장년까지의 정서를 아우르는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담게 된다.최고 시청률이 8%(닐슨코리아)를 넘기며 화제성 또한 급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세대공감의 서사를 통해 그 수용세대의 폭 또한 높여놓은 작품의 내적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구현해낸 정은지와 이정은의 2인1역 연기의 공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20대의 마인드를 가진 50대를 너무나 귀엽게 소화해낸 이정은의 빛나는 연기는 이 작품 성공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여겨진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2024.07.15 05:48
연예일반

‘재벌X형사’ 시청률 9%대…안보현X박지현, 살인범 검거 성공

‘재벌X형사’가 시청률 9%대를 유지했다. 지난 2일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 10회는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9.7%를 기록했다. 전날 방송된 9회는 9.3%였다.10회에서는 재벌형사 진이수(안보현)와 강하서 강력 1팀 이강현(박지현), 박준영(강상준), 최경진(김신비)이 ‘경성퇴마록 영화 세트장’에서 주인공 여배우 한유라(이나은)을 스토킹 살해한 범인 우상태(최성혁)의 범죄행각을 완벽하게 밝혀내는 모습이 그려졌다.이날 방송은 이수와 강현이 한유라 살인의 강력한 용의자인 여배우 백상희(강성연)와 조우하는 모습으로 긴장감 넘치게 시작했다. 이수와 강현은 백상희에게 사건에 대해 추궁했는데, 백상희는 사건 당일 한유라의 뺨을 때린 사실과 그 이유, 한유라와의 관계, 과거 자신을 둘러싼 소문의 진상까지 모든 것을 쿨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또 백상희는 한유라의 손톱에서 검출된 자신의 DNA 역시, 한유라가 자신의 몸에 두드러기 연고를 발라줬기 때문일 거라고 소명했고, DNA 분석 결과에서 연고 성분이 추가로 확인되며 백상희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오해를 푼 백상희가 이수와 강현에게 한유라 스토커의 존재를 귀띔하면서 수사는 반전을 맞이했다.한편 한유라의 사망 사실이 기사화되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안타까운 2차 가해가 이어졌고, 강력 1팀은 수사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이때 경진은 한유라가 사망 직전 클라우드를 통해 영상을 본 기록을 찾아냈고, 강현은 한유라가 하남수(최태준 분)를 타깃으로 무언가 폭로를 준비하고 있었던 점을 빌어 영상이 하남수 관련 증거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더욱이 이수와 강현은 한유라의 매니저 우상태로부터 스토커의 정체가 하남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또 한유라가 폭로하려 했던 하남수의 집요한 메시지 내역도 손에 넣었다.여전히 살인의 물증이 부족한 만큼, 강력 1팀은 한유라가 본 영상 확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버의 영상은 삭제된 상태였기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동영상 파일명 뿐. 날짜와 시간이 표기된 파일명을 보고 추리를 이어가던 이수는 한유라 방에서 홈캠을 목격했던 사실을 떠올린 뒤, 한유라가 스토커를 잡기 위해 직접 홈캠을 설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유라 집 근처 CCTV를 검토한 강력 1팀은 스토커가 하남수가 아닌 매니저 우상태라는 충격적 사실을 알아챘다.강력 1팀은 우상태의 스토킹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한유라 홈캠 SD카드를 찾는데 집중했다. 이수와 강현은 우상태의 집을 찾아갔지만 집을 수색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이때 이수가 기지를 발휘했다. 해당 오피스텔 건물이 매물로 나와있는 것을 확인한 이수가 부동산을 찾아가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사겠다며, 중개인에게 우상태 집을 콕 집어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일 생각에 들뜬 중개인은 이수의 요구대로 마스터키로 우상태 집 문을 열어줬고, 집 안에는 충격적인 스토킹 증거들이 쏟아졌다. SD카드를 찾아낸 강력 1팀은 한유라의 홈캠에 고스란히 찍힌 우상태의 변태적인 스토킹 행각에 경악했다.모든 정황상 우상태가 한유라에게 스토킹 행각을 들켜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살인 입증은 어려웠다. 이에 이수는 강력한 물증을 손에 넣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꾸몄고, 제작사 오너의 지위를 이용해 ‘경성퇴마록’의 배우와 스태프를 한데 모아 촬영 재개를 선언했다.촬영을 다시 시작한 날, 이수는 사람들 앞에 나서 억울하게 죽은 한유라의 넋을 기리자며 천도제를 준비했다. 그리고 무당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천도제가 시작되자, 죽은 한유라와 똑같이 분장한 강현이 등장해 우상태 앞에서 한유라인 척 연기했고, 하남수와 백상희 역시 우상태의 눈에만 한유라의 혼령이 보이는 척 바람을 잡았다.결국 현장에 있는 모두의 메소드 연기로 인해 강현을 한유라의 영혼으로 철썩 같이 믿은 우상태는 “나한테 왜 그랬냐”라는 강현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줄줄 쏟으며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이에 우상태는 한유라의 모습을 한 강현에 의해 수갑을 차게 됐고, 이 모습에 감격한 제작자 이수는 “컷, 씬 오케이!”를 호쾌하게 외치며 모두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 시청자들에게도 짜릿한 사이다를 선사했다.진범이 잡히면서 한유라는 온갖 루머로 실추됐었던 명예를 되찾고, 비로소 진정한 애도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었다. 하남수의 스토킹도, 김영환(최동구)의 마약도 여전히 벌을 받아 마땅한 범죄이기 때문.한유라의 장례식장을 찾은 하남수는 강현에게 자신의 스토킹 메시지를 덮어 달라고 회유하며 끝까지 몰염치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백상희가 기자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하남수의 따귀를 때려, 죽은 한유라를 대신해 응징하며 통쾌함과 먹먹함을 안겼다.이수는 살인 혐의를 벗은 친구 영환을 유치장에서 빼 줬지만 곧장 마약 수사팀으로 인계했다. 영환은 이수에게 ‘널 친구로 생각한 적 없다. 돈 때문에 붙어있었던 것’이라고 퍼부으며 저열한 본색을 드러냈고, 이에 이수도 ‘나 역시 외로워서 널 옆에 뒀을 뿐이다. 너도 이게 진짜 친구를 사귀어라. 아무 조건 없이 옆에 있어주는 그런 친구가 있더라’며 마지막 충고를 남긴 채 절연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강현을 만난 이수는 그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어린 시절 엄마(이시아 분)와 살던 집으로 돌아오며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여운을 선사했다.그런가 하면 극 말미 새로운 사건이 발생해 흥미를 치솟게 했다. 강현은 한밤 중 과거 자신이 추적하던 단체인 오륜회의 전 총무(성환)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급히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강현과 은밀히 접선하기로 했던 남성이 약속 장소엔 나타나지 않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며 극이 종료돼 충격을 선사했다. 더욱이 쿠키영상에는 강현의 아버지 형준(권해효 분)이 경찰에서 파면 당하기 직전, 오륜회를 조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새로운 사건에 관심을 집중시켰다.한편 ‘재벌X형사’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3.03 09:55
연예일반

‘악마 팀장’ 김지은 노리는 피투성이 살인마 ‘토끼가면’ 정체는?(브랜드인성수동)

LG유플러스의 ‘STUDIO X+U’가 제작하는 새로운 MZ 로맨스릴러 드라마 ‘브랜딩인성수동’이 5일 첫 공개된 가운데 ‘토끼’라는 의문의 키워드를 제시했다.이날 방송에는 주인공 강나언(김지은)을 죽이려는 살인마 ‘Mr. 토끼’는 물론 여러 인물들과 함께 등장하는 ‘토끼’가 등장해 긴장감을 자아냈다.이와 함께 공개된 스틸에서 ‘워커홀릭 팀장’ 나언은 한 호텔의 침대에서 작고 하얀 토끼를 쓰다듬으며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 기세로 모두에게 평등하게 까칠하며 날이 서 있는 ‘악마 팀장’이지만 토끼 앞에서는 따뜻한 나언의 모습에서 반전 매력이 느껴진다.호텔 침대 위 나언에 이어 토끼와 함께 있는 또 다른 이들도 포착돼 눈길을 끈다. 극중 나언이 공을 들이고 있는 클라이언트이자 글로벌 뷰티 브랜드 ‘XU’의 대표(신현수) 또한 작은 토끼를 품에 안고 있다. 대세 글로벌 브랜드 대표다운 카리스마와 함께 알 수 없는 미소가 그의 속내를 궁금하게 한다.강나언의 천적(?)인 ‘욜로족 인턴’ 은호는 어둠 속 붉은 조명만이 빛을 내는 정체불명의 장소에서 토끼를 안은 채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듯하다. 정의로운 마케팅을 하겠다며 사사건건 강나언과 부딪히는 소은호가 토끼와 함께 본 것은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앞서 티저 영상에서는 피 묻은 하얀 토끼 가면을 쓴 괴한이 나언을 난간에 밀쳐 떨어뜨리며 나언의 목숨을 위협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미친 듯이 유능하지만, ‘성수 에이전시’ 내에서 여러 이유로 적이 많은 나언은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Mr. 토끼와 쫓고 쫓기는 추적 스릴러를 펼친다. 과연 나언과 은호는 물론 클라이언트의 곁에도 계속 나타나는 ‘하얀 토끼’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지 관심이 모인다.궁금증을 자아낸 로맨스릴러 드라마 ‘브랜딩인성수동’ 1회는 U+모바일tv에서 볼 수 있다. ‘브랜딩인성수동’은 매주 월, 화, 수, 목 0시에 한 편씩 공개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05 19:24
연예일반

[오!뜨뜨] ‘악인취재기’부터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이번주는 장르물로 달려!

이번 주말 볼 만한 따끈따끈한 OTT 신작을 소개합니다. 너무 많은 OTT와 작품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간은 이제 끝. 정주행을 부르는 작품들만 일간스포츠가 모아모아 엄선했습니다. 나홀로,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즐겨주세요. <편집자 주> #웨이브: 악인취재기이번엔 사기다. 웨이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악인취재기’가 이번 시즌엔 ‘사기 악인’들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한다.흉악 범죄자를 집요하게 파헤치며 방영 내내 큰 이슈와 화제를 불러모았던 ‘악인취재기’ 팀은 이번엔 로맨스 스캠으로 체포된 '희대의 사기꾼' 전청조를 시작으로, 자신의 얼굴 스티커가 붙은 '불로유'로 만병을 낫게 한다는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허경영,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파면 신부, ‘변태’ 성인용품 회사의 실체 등이 줄줄이 추악한 면면을 드러낸다.앞서 ‘과외앱 토막살인 사건’ 정유정을 시작으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현우까지 살인과 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추적하며 그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심판을 이끌었던 '악인취재기'는 현재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기 악인'들의 추악한 면면을 낱낱이 추적해 또 한 번 폭로할 전망이다. 15일 전청조 편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한 편씩 추가로 공개된다.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서인국)가 죽음(박소담)이 내린 심판에 의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서인국은 사는 내내 좌절과 실패만 경험하다 스스로 생을 포기한 취업 준비생 최이재 역을 맡아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박소담은 초월적 존재인 죽음 역을 맡아 삶과 죽음을 오가는 특별한 관계성을 형성한다. 죽음은 자신이 찾아가기 전 먼저 죽음을 선택한 최이재의 행동에 모욕감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면서 ‘죄 지은 자’ 최이재를 향해 12번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형벌을 내린다.최이재의 영혼이 들어가게 될 12인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는 만큼 최이재가 겪을 12번의 삶 또한 각기 다른 장르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15일 티빙에서 공개되며 프라임 비디오로도 만날 수 있다. #왓챠: 사랑스러운 거짓말 ~상냥한 어둠~일본 장르물 드라마라면 흥미로울만 하다. 또 한 편의 웰메이드 일본 장르물이 이번 주말 시청자들의 시간을 순삭할 전망이다.‘사랑스러운 거짓말 ~상냥한 어둠~’은 중학교 졸업 후 14년이 지나고 개최된 동창회에서 벌어지는 거짓말과 어둠, 애증을 그린 8부작 드라마. 지난해 일본 TV아사히에서 방영됐다.하루, 하야시 켄토, 미조바타 준페이 등 일본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상냥한 어둠’이라는 역설적 제목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매력적이며 한 회, 한 회 전개될 때마다 하나씩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소름끼친다. 15일 공개.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5 06:05
연예일반

종영 ‘이연불’ 조보아♥로운, 전생 저주 풀고 사랑 지켰다…시청률 3.1%

‘이 연애는 불가항력’ 조보아, 로운이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았다.13일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JTBC 수목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3.1%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이홍조(조보아)와 장신유(로운)가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불가항력적 운명의 사랑을 지켰다. 소원을 들어주는 '주술서'가 담긴 '목함'을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으며 새로운 운명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의 엔딩은 설렘 그 이상의 진한 감동을 안겼다. 이날 이홍조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약에 취해 쓰러진 척 나중범(안상우)을 따라온 이홍조는 영혼결혼식을 하자는 그에게서 간신히 도망쳤지만, 얼마 못 가 붙잡히고 말았다. 장신유는 오삼식(유순웅)의 신고로 경찰과 함께 온주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나중범은 이미 은신처를 벗어나 몸을 숨긴 상태였고, 장신유는 마음이 조급해 졌다. 장신유의 추적은 멈추지 않았다. 나중범이 수상한 의식을 치르려던 찰나 장신유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그 자리에서 나중범은 붙잡혔고, 장신유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이홍조를 보면서 오열했다. 응급실로 이송된 이홍조는 무사히 눈을 떴고, 두 사람은 안도하며 손을 맞잡았다. 시청에 새로운 사건도 발생했다. 동창회 모임에서 찍힌 이홍조와 윤나연(유라)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윤나연의 본색이 낱낱이 드러난 것. 이어 윤나연은 나중범의 도피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까지 드러나 체포됐다. 바우건설을 지키기 위한 장신유의 반격도 시작됐다. 그가 시청에 사직서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권재경(하준 분)이 또다시 장신유를 찾았다. 윤학영(송영규 분) 시장과 하움대표 이현서(김권)의 불법과 비리를 내부고발 하는 증인으로 법정에 참석하기로 한 것. 장신유와 권재경의 공조는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이홍조와 장신유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홍조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장신유는 저주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리고 둘만의 달달한 솜사탕 같은 사랑을 만끽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홍조에게 의미가 남다른 바닷가에서 “아버님, 제가 이 사람 데려가도 될까요”라며 청혼하는 장신유의 모습은 뭉클했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현생에서 완성한 이홍조와 장신유. 어떤 저주가 내려도 끊어낼 수 없는 운명인 두 사람의 꽉 닫힌 해피엔딩은 진한 여운을 선사했다. 여기에 목함 속 '주술서'를 꺼내든 무진의 에필로그는 마지막까지 반전의 재미를 더했다. 전생에 얽힌 신홍(신유X홍조)커플의 운명적 서사는 마지막까지 애틋한 설렘을 자아냈다. 이홍조와 장신유의 '전생연분' 주술 로맨스는 조보아, 로운의 열연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조보아는 당차고 사랑스러운 진격의 공무원 '이홍조'를 맡아 재미를 배가했고, 변신에 성공한 로운은 '장신유'로 분해 코믹과 진지를 변화무쌍하게 넘나들며 호평 받았다. 특히, 현생부터 비극적 전생까지 극단을 오가는 감정선을 세밀하고도 애틋하게 풀어낸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더할 나위 없었다. 로맨스에 설렘과 아찔한 텐션을 불어넣은 권재경 역의 하준, 반전 매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윤나연 역의 유라의 활약도 특별했다. 김혜옥, 송영규, 정혜영, 이필모, 이봉련, 현봉식, 미람, 박경혜, 이태리 등 극의 웃음과 리얼리티를 책임지며 빈틈없는 열연을 보여준 연기파 배우들에게도 찬사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주술과 전생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의 묘미를 더했다. 장신유를 플러팅 장인으로 만들어 버린 애정성사술과 신병치유술부터, 감정의 대혼란을 일으킨 재앙소멸술까지 이홍조와 장신유의 관계 변화에 주요 매개체로 활용되면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10.13 08:10
영화

“시리즈 최고 평점”… ‘미션 임파서블7’ 로튼토마토 신선도 98%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로튼토마토 지수 98%를 기록했다.‘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하 ‘미션 임파서블7’)이 전 세계 엠바고가 해제된 7월 6일부로 폭발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 현재 글로벌 영화 평론 및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는 총 107개의 리뷰가 업로드되었으며 신선도 지수 98%를 기록했다.이는 지난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2015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2018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수치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시간이 더 지난 후 누적 리뷰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으나 100개가 넘는 리뷰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8%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것은 기록적이라 볼 수 있다.‘미션 임파서블7’은 세계적인 레전드 액션 프랜차이즈 ‘미션 임파서블’의 7번째 시리즈로 톰 크루즈의 영혼까지 갈아 넣었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미션 임파서블7’은 모든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무기가 잘못된 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추적하던 에던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이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적을 만나게 되면서 팀의 운명과 임무 사이 위태로운 대결을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오는 12일 개봉한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7.06 15:32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팬들은 왜 영국 왕실을 싫어할까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는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렸다. 70년 만에 열린 영국 왕의 대관식에 많은 세계인과 주요 미디어도 큰 관심을 보였다. 대관식을 바라보는 영국인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왕실 마차 행렬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버킹엄궁 앞 도로 옆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반해 영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는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화려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프리미어리그(EPL) 스케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시간이 겹치지 않기 위해 그날 오후 12시 30분 킥 오프 예정인 경기는 모두 연기됐다. 영국에는 토요일 오후 2시 45분부터 5시 15분까지 TV나 인터넷으로 축구를 라이브 중계하지 않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를 ‘축구 블랙아웃(football blackout)’이라고 칭한다. 1960년대 번리(Burnley) 회장 봅 로드가 TV 중계를 하면 축구 팬이 경기장에 오지 않는다는 논리로 탄생시킨 제도다. 공교롭게도 번리는 찰스 3세가 응원하는 클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만은 블랙아웃 제도가 특별히 유예되어, 팬들은 오후 3시에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스케줄 변경보다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경기 전 연주된 영국 국가였다.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자국 리그 경기가 열리기 전에 국가 연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장에서 국가는 컵 결승전 또는 국가대항전 때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EPL 사무국은 찰스 3세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5월 6일부터 8일(8일 월요일은 영국 공휴일)까지 사흘 동안 리그 경기에 앞서 국가를 연주할 것을 ‘강력히 제안(strongly suggest)’했다.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었지만, 모든 EPL 클럽은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 연주 외에도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관식을 축하했다. 특히 토트넘은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대관식을 생중계하는 정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리버풀 팬들은 국가 연주 때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F 단어’까지 쓰며 왕실을 욕하는 이도 있었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사실 리버풀 팬들이 국가 연주 시에 야유를 보내는 것은 그들의 전통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리버풀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리버풀은 영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곳이다.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던 리버풀의 특성상 이들은 다른 문화를 자주 접했다. 따라서 이들은 영국의 다른 곳에 비해 문화적 다양성에 훨씬 더 수용적이다. 또한 사회의 엘리트나 지도자층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정치적으로는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지한다. 리버풀은 산업혁명 때부터 영국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도시였고, 한때는 런던보다도 부유했다. 하지만 ‘철의 여인(The Iron Lady)’이라고 불렸던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1979년 집권한 이후 이 도시는 빠르게 몰락한다. 1970년대 후반 이후 산업 구조의 변화로 리버풀의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이 쇠퇴하자 수많은 실업자가 쏟아졌다. 게다가 컨테이너에 화물을 적재하는 운송이 시작되면서, 도시의 부두(dock, 독)는 구식이 되었다. 이곳의 기존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1982년 리버풀의 실업률은 17%였다. 영국에서 가장 실업자가 많은 도시가 된 것이다. 지금도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를 방문하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리버풀 팬들을 가리켜 ‘영구 실업자’라고 조롱한다. 대처 수상은 영국 내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인물이다. 대처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녀가 영국의 제조업을 파괴해 산업 전체를 붕괴시켰고, 노동자 계급의 영혼까지 갉아먹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리버풀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피해를 많이 받았기에, 이 도시는 영국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1989년에 일어난 힐스브로 참사(축구장에서 리버풀 팬 94명이 압사하고 766명이 부상당한 사건)는 리버풀 시민을 보수당 정권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당시 대처 수상의 영국 정부는 진실을 은폐했고, 참사 원인을 리버풀 팬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영국의 기득권층에 의해 몰락한 도시다. 그리고 일부 보수 정권의 지도자들은 지금도 이 도시를 폄훼한다. 예를 들어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리버풀이 ‘자기 연민’에 빠진 도시이고 시민들은 ‘피해자 의식’에 젖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민들과 리버풀 지역 국회의원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존슨은 끝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영국 국가의 가사를 잠깐 살펴보자. “God save our gracious King! Long live our noble King! Send him victorious, happy and glorious, long to reign over us(하느님이 우리의 은혜로운 왕을 구원하소서, 우리의 고귀한 왕 만세. 그에게 승리하고, 행복하고, 영광스럽고, 우리 위에 군림하기를 갈망하게 하라)” 이렇듯 국가의 가사는 비민주적이고, 구시대적이며 국가가 지향할 바보다는 군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기득권층으로부터 소외당한 리버풀 시민들은 단순히 유전적인 이유로 특권을 가지고 태어난 왕에게 축구장에서마저 충성을 맹세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축구를 보기 위해 안필드에 간 것이지,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다. 축하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축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올 때 비로소 가치 있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5.20 09:00
IT

애플, '갤럭시 심장' 강남에 깃발… 뉴진스 "우리도 애플 마니아"

애플이 스마트폰 '영혼의 맞수' 삼성전자 텃밭에 깃발을 꽂았다. 최근 국내에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론칭한 데 이어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해 점유율 반전을 노린다. 대세 한류 걸그룹 뉴진스(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를 세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공략에도 총력을 기울인다.애플은 오는 31일 개장을 앞둔 국내 다섯 번째 공식 매장 '애플 강남'을 29일 사전 공개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도보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애플은 이곳을 신제품 체험 공간을 뛰어넘어 고객이 새로운 기능을 직접 배우고 창의력을 발위할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일본어·태국어·프랑스어·영어·스페인어·독일어 등 10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숙련된 직원 150여 명이 상주한다.패트릭 슈르프 애플 리테일 아시아 총괄은 "애플에게 한국 고객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공고한 관계를 이어가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이날 행사에 지난해 7월 데뷔 후 6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입성하며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뉴진스가 '애플 뮤직' 파트너로 참석했다.뉴진스는 남다른 애플 사랑을 과시했다.민지는 "실제로 아이폰과 '에어팟 맥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일상에서 가까이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콜라보가 굉장히 의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하니 역시 "옛날에 선물로 '아이팟 셔플'을 받았는데 자주 쓰는 편이었다"고 했다. 애플 강남은 국내 젊은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오는 4월 1일부터 독점으로 뉴진스의 대표곡 'OMG'를 '공간 음향' 기술로 즐길 수 있는 세션을 운영한다.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매시 정각에 15분 동안 '아이폰14' 프로와 에어팟 맥스로 만나볼 수 있다.공간 음향은 동적 머리 추적 기술로 구현했다. 영화나 비디오를 시청할 때 마치 영화관에 온 것처럼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효과를 낸다.해린은 "평소 음악을 많이 듣는데, 공간 음향은 현장에 있는 듯한 신기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혜인도 "양옆에서 부르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공간 음향의 몰입감을 소개할 노래로 OMG를 선택한 것에 대해 하니는 "통통 튀는 사운드와 각 멤버의 개성 있는 보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답했다.애플이 명동과 잠실, 강남 등 마케팅 요충지를 확장하고,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오른 뉴진스를 등에 업으면서 젊은 소비자들을 시작으로 국내 점유율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분기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20%대를 유지하다 3분기 갤럭시 폴더블폰 출시 영향으로 10%대로 떨어졌다. 4분기에는 아이폰 신제품 효과로 30%대로 반등했다.디어드리 오브라이언 애플 리테일 담당 수석부사장은 "애플은 지속해서 고민하면서 혁신적인 최고의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애플 강남을 개장하면서 이제 더 많은 고객과 최고의 애플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3.30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빈대떡의 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외국인 출연 한국 홍보(?) 방송에 서울 광장시장은 반드시 등장합니다. 떡볶이, 순대, 김밥, 육회, 산 낙지, 칼국수, 비빔밥 등 한국 서민 음식이 다 모여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지요.광장시장 전체를 압도하는 음식은 단연 빈대떡입니다. 네모난 번철에 기름을 가득 부어 빈대떡을 튀기는 가게들이 광장시장의 ‘얼굴’입니다. 시장 안은 빈대떡이 튀겨지는 냄새로 가득하여 1970년대 잔칫집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광장시장에서만 보면 빈대떡은 한국인의 ‘영혼의 음식’입니다. 시장을 벗어나면 빈대떡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심 골목에 숨어 있던 빈대떡 대폿집들이 사라졌습니다. 빈대떡 골목으로 유명했던 종로 피맛골도 재개발이 되면서 빈대떡집들을 떠나보냈습니다. 도심의 대폿집 빈대떡이 사라져가는 것과 광장시장 빈대떡이 번창하는 것이 맞물려 있는 듯이 보이는데, 문화적 현상은 아니고 단지 가게세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도심의 번듯한 건물에서 빈대떡을 부쳐 팔아서는 돈이 안 됩니다. 1945년 개업한 피맛골 빈대떡집이 피맛골 재개발 이후 번듯한 건물에 입주했다가 가게세가 감당이 안 되어 연신내의 재래시장으로 이사를 했습니다.요릿집 앞에서 매를 맞는 신사에게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하고 힐난하는 노래가 나온 것이 1943년입니다. 그 이전에도 빈대떡이 고급한 음식으로 취급된 기록은 안 보입니다. 빈대떡은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술자리에 놓이는 안주 겸 끼니입니다.빈대떡의 재료는 녹두입니다. 녹두는 자갈밭에서 잡초와 경쟁하면서도 잘 자랍니다. 전북 정읍에서 한 늙은 농민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관아에서 세금을 매길 때에 논밭 면적을 기준으로 하잖아요. 녹두를 산비탈에다 심어놓으면 저게 밭인지 야산인지 구별이 안 갑니다. 그래서, 농민들이 녹두를 많이 심었습니다.”녹두는 수탈을 피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늙은 농민은 조선에서의 일을 마치 엊그제의 일인 양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녹두밭에 앉지 말아야 하는 파랑새가 탐관오리라는 해석이 있는데, 늙은 농민의 전언이 이 해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야산의 녹두밭이 탐관오리에게 들키면 안 되는 것이지요. 1980년대 말부터 12년간 피맛골에 있는 건물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어쭙잖은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빠져나와 빈대떡을 먹었습니다. 피맛골 빈대떡은 녹두를 곱게 갈아서 돼지기름에 얇게 지져내었습니다. 돼지고기가 두어 점 올려질 뿐 반죽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리굴조개젓을 곁들여 막걸리와 먹습니다.광장시장의 빈대떡은 녹두 반죽에 숙주와 파 등 채소가 들어가고 식용유를 넉넉하게 부어 튀깁니다. ‘겉바속촉’이라는 미식적 기준을 여기다가 댈 수도 있겠지만, 제 입에는 빈대떡이 아니라 채소튀김 같습니다. 광장시장 빈대떡을 먹어온 분은 광장시장 빈대떡이 맛있고, 저처럼 피맛골 빈대떡을 먹어온 분은 피맛골 빈대떡이 맛있을 겁니다. 맛의 8할은 추억입니다.종로 피맛골에서 큰길로 나오면 전봉준 장군 동상이 보입니다. 1호선 종각역 5번과 6번 출구 사이에 있습니다. 전봉준 장군이 녹두장군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키가 작아서’라고 하는데, 녹두를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작은 키를 빗대었다면 좁쌀장군이라고 했겠지요.녹두는 익으면 꼬투리를 “탁” 하고 열어서 튕겨나갑니다. 녹두 꼬투리를 손에 쥐면 녹두가 치고나가는 힘이 얼마나 강렬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녹두 농사를 지어본 농민은 녹두의 힘을 압니다. 동학혁명군은 작지만 온 힘을 다해 튕겨나가는 맹렬한 기세를 전봉준 장군에게서 보았고, 그래서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피맛골이 재개발되면서 밀려난 빈대떡집에 앉아 번철에 곱게 지져진 빈대떡을 먹으며, 광화문광장에 나아가지도 못하고 겨우 종로1가 네거리에, 그것도 서지 못하고 앉아 있는 녹두장군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리를 하다가 울컥하여 막걸리를 쏟고 말았습니다. 2023.03.0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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