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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치어리더의 역사① 삼성의 '신-구' 대표 노숙희-이수진이 말하는 응원, 치어리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멋진 광경은 음악에 맞춰 팬들이 하나 되어 응원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 100년이 넘는 일본 야구에서도 볼 수 없는 K-베이스볼만의 매력이다. 그 중심엔 치어리더가 있다. '야구장의 꽃'을 넘어 이제는 전문직업으로 자리 잡은 치어리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삼성 치어리더 '블루팅커즈'를 만났다. 1990년대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1세대 치어리더 노숙희(40) 팀장과 2세대 대표 치어리더 이수진(29)가 창간 52주년을 맞은 일간스포츠를 위해 함께 단상에 섰다. -두 분이 함께 무대에 서신 적이 있나요. 노숙희(이하 노): 처음이에요. 제가 2012년에 그만두고, 수진이가 삼성 라이온즈에 들어왔거든요. 이수진(이하 이): 저는 2013년에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쭉 삼성에서 했으니까 10년째네요. 노: 지금도 같은 회사(놀레벤트)에 있으니까 매일 보는 사이죠. 지금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노: 저는 미용 전공이라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동성로에서 스카우트됐죠. 사실 어떤 일인지도 몰랐는데 "치어리더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대학을 다니면서 해볼까'라고 고민하다 계속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배영수 코치(두산)와 입단동기(2000년)라구요? 노: 네, 맞아요. 그 얘기를 아직까지 듣죠.(웃음) 이: 저는 모델 전공(대경대 모델과)이라 무대에 서는 게 익숙했어요. 그런데 런웨이에 서는 게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지인에게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다"고 했는데 야구를 좋아해서 치어리더를 추천하더라고요. 때마침 면접 공고가 났고, 합격했죠.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일했습니다. 노 : 13년을 하고, 치어리더는 그만뒀지만 20년이 넘었네요. 2017년부터는 치어리더 팀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저보다 길게 일한 사람은 이제 4명 정도? 삼성은 이제 가족 같아요. 이 : 저는 10년째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이제는 (삼성 라이온즈가)애틋한 존재죠. -치어리더의 수명이 길어졌죠. 노 : 저만 해도 해마다 고민했어요. 나이가 들면 회사에서 "그만 하라"고는 안 해도 "내가 그만두겠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결혼하고도 계속할 수 있고, 자기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좋아졌죠. 이 : 저는 언니가 그만두고 나서 시작했는데, 별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고 팀장의 위치가 되니까 부담도 생겨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죠. 자기 관리 없이는 오래 할 수가 없어요. 노 : 나중엔 수진이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웃음). -직업병도 많다고 하던데요. 이 : 저는 지금까지 딱 두 번 쉬었어요. 진짜 아파도, 티를 안 내죠. 한 번은 출근했는데 너무 몸이 안 좋았는데 단상에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언니가 '제발 쉬라'고 하더라고요. 노 : 수진이는 정말 무대에 오르면 다른 사람이 돼요. '못 하겠다'면서도 비 맞으면서 공연을 하더라고요. 이 : 사실 무릎이나 발목이 안 좋은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전 춤출 땐 안 아파요. 무릎 연골 닳을 때까지 하고 싶은데, 사실은 몇 년 동안 숙희 언니에게 "저 올해까지만 할게요"라고 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아직까진 크게 몸이 상하지 않아서 하고 있어요. -예전과 팬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노 : 요즘엔 응원단과 함께 관중들이 일어서서 응원하잖아요. 이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요. 동작을 따라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죠. 응원단상을 향해 라면, 떡볶이, 술병을 던지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이 :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취객들이 '너희가 응원 못 해서 졌다'고도 했어요. 야구장이 무섭기도 하고. 지금은 그런 분들보다 "고생했다"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더 많죠. 노 : 팬분들이 편지를 써서 주시기도 해요. 결혼식까지 찾아준 팬도 있어요. -치어리더가 각광받는 직업이 됐죠. 노 : 예전보다 경쟁률이 높아졌어요. 학생들은 밤에 와서 연습하기도 하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야구장에서 만나거나, 전화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죠. 다만 단상에서 예쁜 모습이 전부는 아니에요. 이 : 하루 하고 그만둔 친구들도 많아요. 야구장 오기 전까지 하루 3~4시간. 경기 없는 날은 출근해서 5~6시간 연습하죠. 선수보다 활동시간은 많을 걸요. 노 : 예전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죠. '딴따라'나 '짧은 옷 입고 응원하는 언니'라고 생각하고, 왜 야구장에 있느냐고도 했어요. 지금은 연예인 같은 위치죠. 키 크고 춤 잘 추는 친구들이 와요. 이 : 감사하게 광고도 찍고, 방송에 나갈 기회도 생겼어요. (박)기량 언니처럼 선배들의 노력 덕택에 후배들에게도 좋은 길이 열린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치어리더 삼대장(박기량·김연정·이수진)'으로도 불리는데요. 이 : 옛날 얘기입니다(웃음). 사실 기분이 좋긴 한데, 부담스럽죠. 동생들이 '언니 삼대장이잖아요'라고 놀릴 때가 많아요. 노 : 저는 정말 좋았어요. 그전엔 삼성 치어리더는 'SSAT(삼성그룹 채용시험) 보고 뽑느냐'는 농담도 있었잖아요. 아무래도 지방 팀이라 관심을 덜 받기도 했구요. 삼성에도 이런 치어리더가 나와서 뿌듯했죠. -야구 뿐 아니라 농구, 배구, 축구장에서도 일하죠. 노 : 경기장마다 장단점이 있어요. 농구는 실내라는 점이 좋긴 한데, 경기에 집중해야 해요. 야구장이 사실 제일 힘들죠. 더울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팬들이 바로 앞에 있어 좋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노 : 경기장뿐 아니라 행사가 큰 수입원이에요. 여름 시즌엔 체육대회나 축제도 많이 가죠. 그런데 2년 동안 못 했어요. 한동안은 야구장에서도 일을 못 해서 회사 수익이 줄어들었어요. 단상에 서는 인원도 줄었죠. 이 : 원정도 못 가니까 (일당제이기 때문에) 수입이 줄었어요. 육성 응원도 아직 안 되고요. 마스크 속 표정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쉬워요. 그래도 장점도 있어요. 지난해엔 랜선응원을 하면서 팬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 실시간 댓글로 확인했죠. 인터넷 방송이나 부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찾은 친구들도 있죠. -치어리더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이 : 환상을 가질 수도 있는데, '프로의식'이 필요해요. 재능도 있고, 잘하는데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노력이 부족한 친구들이 있어요. 자기관리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구=김효경 기자 2021.09.24 06:30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EPL 관중 탐구생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EPL)가 지난 2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EPL은 팀 당 두 경기를 남기고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백신 보급에 힘입어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많은 관중이 EPL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EPL 경기장은 어떤 이들로 채워지는지 궁금해하는 국내 팬들이 많다. EPL 경기장 방문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이를 소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관중은 ‘감독형’이다. 대개 남성인 이들은 ‘F word(알파벳 F로 시작하는 욕설을 의미)’를 섞어가며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주문한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더 빨리 뛰고, 빈 공간의 선수에게 패스하고, 상대방의 볼을 가로채고, 공중볼이나 세컨드 볼을 따내라”고 쉴 새 없이 요구한다. 물론 선수들에게 이들의 지시가 들리지는 않는다. 설사 들려도 선수들이 이를 따를 리 만무하지만, 그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유형은 20대 젊은이 그룹이다. 머리에 왁스 등 헤어 제품을 발라 한껏 멋을 낸 이들은 캐주얼 옷차림을 주로 하고, 영국인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악센트로 빨리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젊은이들(lads: 영국식 영어 단어 lad는 청년, 사내, 동료의 의미로 널리 쓰인다)은 가볍게 취한 상태에서 경기에 적당히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관중석 분위기가 축 처질 때 이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들 중 한 명이 구호나 응원가를 선창하면 다른 멤버들도 이를 따라 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주변 관중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파도타기 응원 등도 보통 이들이 주도한다. 간혹 다른 관중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이들을 향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축구장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20대 젊은이 그룹에서 졸업한 30대 남자들은 클럽 셔츠를 주로 입는다. 이들은 예전처럼 젊지 않고, 헤어 제품을 바르기에는 머리숱도 부족하다. 20대 시절의 동료도 더는 그들 곁에는 없다. 이들은 중년의 남성들과 어울리기에는 활기가 넘치고, 20대들과 가까이 지내기는 눈치가 보인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지만 몸은 따라가지 않는 축구장의 '낀 세대'다. 경기장에서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이들이 바로 30대 남성들로, 어쩌면 축구장에서 가장 슬픈 고객층이다. 40~50대의 중년 남성들은 보통 친구(mate)와 짝을 이뤄 경기장을 방문한다. 직장, 집안일 등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자유를 느끼고 싶은 이들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축구장을 찾는다. 이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고 육두문자를 주고받으며, 시시껄렁한 농담에 서로 웃는다. 이렇게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20대를 그리워한다. 남성 관중의 마지막 그룹은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다. 은퇴자들은 보통 아들 혹은 손자와 같이 경기장을 찾는다. 이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데 행복한 은퇴자와 불평 많은 자다. 행복한 은퇴자에게 예전의 잉글랜드 축구나 축구장에 대해 물어보면 이들은 미소를 머금고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장황한 설명을 시작한다. 꼬마일 때 아버지와 경기장에 온 경험, 지금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싼 옛날 축구장 입장권 가격, 테라스에서 입석으로 경기를 본 경험 등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자신의 클럽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들은 자신의 사후에 재를 축구장에 뿌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불평 많은 은퇴자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들은 매사가 못마땅한 사람들로 요즘 선수들은 돈을 너무 많이 버는 데 비해, 너무 연약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울러 자본과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축구를 망쳤다고 투덜댄다. 축구장에서 종종 보이는 어머니들도 흥미로운 대상이다. 이들은 보통 경기에는 관심이 없다. 소풍 삼아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가다 이들 중에서 진짜 축구 마니아들이 있다. 이들은 갑자기 ‘F word’를 섞어가며 “왜 수비가 저 모양이냐”고 비난을 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빠질 수 없는 그룹이 관광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축구리그답게 EPL의 경기장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팬들로 넘쳐난다. 이들 중 일부는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다. 단지 영국에 관광차 온 김에 ‘빅벤’, ‘버킹검 궁전’을 방문하듯이 축구장에 온 것일 뿐이다. 일부 관광객은 EPL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주로 ‘자국의 선수가 그 팀에서 뛰기 때문에’, ‘좋아하는 선수가 그 팀에 있어서’ 혹은 ‘특정 팀의 셔츠가 멋져서’이다. 잉글랜드 팬들은 외국 관광객을 향해 냉소적인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국의 리그 팀을 응원하지 않고, 잉글랜드 클럽을 응원하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팀의 역사나 응원가 등에도 무지하고, 응원하는 팀을 자주 바꾸는 외국 팬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더군다나 외국 팬들은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사진 찍기에만 정신이 팔린 경우도 많다. 심지어 홈 팬 사이에서 어웨이 팀을 응원하거나, 어웨이 팀 팬들 사이에서 홈팀을 응원하는 외국인 관중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치열한 더비 경기(예를 들어 아스날과 토트넘)가 열렸는데 어떤 외국인들은 홈 팀과 어웨이 팀 스카프 2개를 다 걸치기도 한다. EPL뿐이 아니라 유럽 축구리그를 관람할 계획을 가진 독자들은 최소한의 공부와 예의를 가지고 경기장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환영을 받을 수도, 푸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정우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1.05.26 06:00
야구

부산시장 후보에게 묻다 "시민 구단 부산 자이언츠" vs "리모델링, 신축 고민 필요"

"복합 문화가 있는 돔 야구장의 건설은 공약 중 한 가지다." (김영춘 후보·더불어민주당) "사직야구장을 리모델링 할 것인가, 인근 다른 경기장을 활용해 신축할 것인가 고민해볼 문제다." (박형준 후보·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게 야구장 인프라 개선과 관련해 입장을 요청한 KBO가 두 후보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이다. KBO는 지난 3월 31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신축구장 추진 검토를 위한 타당성 조사 조속한 시행 ▶사직구장 시설 개선 및 개보수 관련 부산시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급감에 따른 구장 사용료 추가 감면 등에 관한 입장을 요청했다. KBO는 "김영춘 후보와 박형준 후보 캠프는 KBO의 요청 사항에 대해 부산시 야구 인프라 개선에 대해 공감하며 신축구장 건설 계획 등 세부적인 답변서를 보내왔다"라고 밝혔다. 부산을 연고로 둔 롯데의 홈 사직구장은 1985년 개장, 노후화됐다. 대전 이글스파크(1964년) 잠실구장(1982년)에 이어 프로 구단이 사용하는 홈 구장 중 세 번째로 오래됐다. 특히 원정 구단은 라커룸 규모가 협소하고, 샤워 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산시와 롯데는 이번 비시즌 원정팀 시설에 대한 일부 리모델링을 했다. 그런데도 아직 시설은 많이 열악한 편이다. 김영춘 후보는 "복합 문화가 있는 돔 구장의 건설은 김영춘 후보의 공약 중 하나"라며 "호텔과 공연장, 실내 체육시설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시설로 구성해 365일 활력이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동원기념야구박물관을 건립하고, 시민 구단 '부산 자이언츠'를 추진하겠다. 사직구장 시설 개보수 및 구장 사용료 감면 등의 내용은 당선 이후 적극적으로 협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후보는 "부산은 야구의 도시"라며 "좋은 야구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부산 시장이 되면 야구장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입장을 나타냈다. 박 후보는 "특히 입지와 기능, 경제성 확보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현재 사직야구장을 리모델링 할 것인가, 인근 다른 경기장을 활용하여 신축할 것인가는 고민해볼 문제"라며 "기능면에서는 단순히 야구장으로만 활용하는 시설이 아니고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복합 시설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옛날에 사직야구장은 시민들이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는 휴식처였는데, 그런 즐거운 쉼터, 놀이터를 다시 만들어 드리고 싶다. 새로 만드는 야구장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멀티플랙스로서 개발한다면, 자체적인 수입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부산시장이 되면 사직 야구장이 도심속 랜드마크로서, 부산의 야구중흥의 촉매제로서, 시민들의 휴식·오락공간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형석 기자 2021.04.05 17:43
축구

"우리가 손흥민 원더골 중계했다면 뭐라 했을까"

“신 박사, 여전하네. 우리 본 지 10년 넘었지? 쌍둥이는 잘 살고?”(송재익 캐스터)“송 선배도 그대로네. 2006년이 마지막이었죠, 애들은 장가 갔죠.”(신문선 해설위원) 15년 만에 재회한 송재익(79) 캐스터와 신문선(63) 위원이 반갑게 주먹인사를 나눴다. 둘은 ‘후지산 콤비’로 불린다. 1997년 9월 28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이 열렸다. 이른바 ‘도쿄대첩’이다. 후반 41분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지자, 송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MBC의 경기 중계방송 시청률은 56.9%, 경이적이었다. 둘은 1998 ,2002, 2006년 월드컵에서 입담을 뽐냈다. 송 캐스터는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2 중계방송으 끝으로, 50년간 잡았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최근에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한 예능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과거 신 위원과 중계방송하던 영상도 유튜브에 소환됐다. 두 사람은 11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못 본 지 15년 됐나.신문선(이하 신):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스위스전 해설 도중 ‘오프사이드 판정’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이 나빠 밤 기차로 이동하던 중 인사도 못 하고 중도 귀국했다. 그 당시 ‘방송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 다 개성이 강했지만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송재익(이하 송): 지난달 은퇴 소식을 들은 신 위원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10여년 만에 전화를 걸어 긴 시간 통화했다.(송 캐스터는 신 위원이 보낸 메시지를 보여줬다. ‘존경합니다. 그 긴 시간 마이크와 더불어 산 방송인으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오디오 유지. 입을 맞추며 축구를 예찬했던 시간과 추억은 영원할 겁니다. 기회되면 입을 맞춰 ‘골이에요’를 외치며 중계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우리 중계를 최고로 인정하는 팬들도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축구와 복싱 중계의 대명사로 그 명성은 길이 남을 겁니다.’) -'후지산' 얘기는 지금도 회자된다.송: 역전골이 터지자, 일본 관중이 배추밭에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폭삭 주저앉았다. 일본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었다. 일왕을 건드릴 수 없으니 그 다음으로 후지산이 떠올랐다. -1997, 98년 당시 인기는 대단했다.송: 우리 둘의 하이라이트는 3개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예선, 그 중에서도 특히 도쿄대첩, 그리고 1998년 월드컵 본선 멕시코전이다. 우리 시청률 47%일 때, 다른 방송사는 17, 5%였다. -인기의 이유가 뭘까.신: 방송 3사가 동일한 국제신호를 받았다. 오프닝에서 시청자 마음을 빼앗아야 했다. 옛날 캐스터와 달리 송 선배는 스포츠를 세상사에 빗대 표현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조재진의 헤딩골을 ‘보신각 종 치듯’, 2002 월드컵 한국-미국의 꽉찬 관중석을 ‘6만3000송이 장미’로 표현했다. 둘이서 축구를 90분짜리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송 캐스터가 지난해 K리그2 중계한 거 봤나.신: 목소리가 여전히 쌩쌩했다. 안양FC와 부천FC가 졸전을 펼치자 ‘옆동네라고 동네축구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내가 옆에 있었다면 ‘동네축구 하면 관중이 오겠나. 운동장에 함성보다 공 차는 소리가 더 크다’고 맞받았을 거다.송: 토트넘 손흥민의 70m 드리블 원더골을 중계한다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중계석에서 해야 ‘도쿄대첩’ 감동이 나올 텐데. 내가 ‘손흥민 골이기 전에, 대한민국 골’이라고 하면, 신 위원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 월드클래스에요’라고 했을 거다. -신 위원의 ‘디딤발’, 송 캐스터의 ‘키 1m80㎝, 어느 고등학교’ 코멘트에 호불호가 갈린다.신: 만담 같다는 지적도 받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2006년 월드컵 한국-스위스전 당시 프라이 골을 오프사이드라고 말했다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돌이켜보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한국-독일전 김영권 골과 비슷하다.송: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1990년대에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스마트폰이 없었다. 키는 중요한 정보였다. 현장을 오래 떠났더니 많이 바뀌었더라. 우리 땐 크로스가 센터링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취재해서 다양한 정보를 전하려고 했다. -유튜브를 통해 과거 두사람 해설이 소환됐다.신: 옛날 삼양라면 추억하듯, 중장년층이 1998년 이임생의 붕대투혼,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찾아보는 것 같다. 경험하지 못한 젊은 친구들도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느끼는 것 같고.송: 지난해 축구장에 갔더니 아이들이 사진 찍자고 하더라. ‘2002년에 몇 살이었니’ 묻자 ‘태어나기 전이요. 아빠가 유명한 사람이라고 찍어오랬어요’라고 하더라.(웃음) -송 캐스터는 완전히 은퇴하셨나.송: 지방중계를 마치고 밤운전하다보니 횡사할까 무섭더라. 하지만 완전히 ‘세이 굿바이’는 아니다. 나중에라도 한국 축구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야.신: 송해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을 지키고 계신데, 송 선배는 ‘축구계 송해’다. 만약 팬들이 우리 콤비를 그리워한다면, 둘이서 ‘아~ 골이에요’를 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신 위원은 “형님은 왼쪽에 서세요. 캐스터는 왼쪽, 해설자는 오른쪽이니”라고 말했다. 모두 웃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1.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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