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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S리뷰] ‘60대 킬러’ 이혜영, 지독히 세련된 나이듦 ‘파과’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히 흐르고,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간다. 혈혈단신으로 수십 명을 쓰러뜨려 40여 년 세월 악명을 날린 킬러 조각에게도 마찬가지다. 같은 값이면 싱싱하고 흠집 없는 과일을 사 먹는다지만 흐른 세월만큼 훨씬 달게 여문 내실, 그 진가를 영화 ‘파과’는 세련되게 제시한다.‘파과’는 킬러 계 신구대결 액션물의 외피를 쓴 나이듦에 대한 단상이다. 이야기는 1975년 어느 눈 내리던 날, 갈 곳 없는 한 소녀(신시아)가 햄버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부부에게 거둬지며 출발한다. 식모살이하던 소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손톱을 세워서나마 반격할 독기를 품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살인 청부업계에 입문한다.어느덧 60대 노인이 된 소녀, 조각(이혜영)은 ‘대모님’으로 업계 정점에 올랐지만, 자신의 신체와 정신이 전과 같지 않음에 고민한다. “밥벌레 소리 듣기 전에 떠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존심도, 스승에게 배운 신념도 여전하지만 자신의 삶에 끼어든 신입 킬러 투우(김성철)와 수의사 강 선생(연우진)이 조각의 ‘존재 가치’를 흔든다.60대, 그것도 여성인 ‘레전드’ 킬러는 미디어에서 보기 드문 설정이자 이 작품의 화두 그 자체다. 조각은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에서부터 사랑받은 캐릭터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연출과 각색을 맡은 민규동 감독도 고백했다. 그러나 배우 이혜영은 활자에 구현된 존재감 그 이상의 카리스마로 그를 조각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62세인 이혜영은 특유의 고상한 이미지를 거친 킬러에 이식하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군더더기 없는 단호한 표정과 움직임에 노화로 인해 잦아진 상념을 때때로 녹여내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그에게 도전한 젊은 킬러 투우 역 김성철은 훨씬 격양된 톤으로 젊은 혈기부터 과거에 얽힌 복잡한 감정까지 부딪치며 확실한 대비를 만들었다. 두 배우의 액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이혜영은 시그니처 무기인 비녀부터 단검, 총기 심지어 와이어까지 데뷔 이래 최초로 난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며 전설적인 60대 킬러의 내공을 설득력 있게 빚었다. 김성철을 비롯해 그에게 덤벼드는 한창 때 남성들에게 힘으로 밀리더라도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로 위기를 타개할 때마다 작품이 말하는 연륜과 내공을 실감케 한다. 소설이 원작인 만큼 전반적으로 문학적 색채가 짙게 느껴진다.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주고받는 함축적인 의미를 살린 대사 톤은 다소 어색하게 들리더라도 한번 더 곱씹게 한다. 액션 시퀀스 조차 치고받고 부서지는 스펙터클 이상의 드라마가 녹아있다. 이혜영이 처절히 전투하는 조각의 현재가 신시아가 연기한 어린 조각, 손톱의 과거 축과 수시로 교차하는 건 영상화만의 차별점이다. 다만 시간 순서대로 긴 호흡으로 흐른 소설에 익숙한 독자-팬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연기 앙상블도 준수하다. 특히 칼끝에 사정을 두지 말라는 킬러 철칙에 반하는 관계성이 오묘한 케미스트리를 빚어내는데 연우진과 김무열의 존재감이 그렇다. 김무열이 스승 류 역할로 특별출연해 어린 조각의 흠모를, 그런 그를 연상시키는 수의사 강 선생은 연우진이 연기해 사랑과는 다른, 나이 든 킬러의 미묘한 감수성을 받아냈다. 큰 스크린에서 볼 의의는 충분하다. 주름도, 염색도 없이 세월이 빗겨가지 않은 노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중년의 얼굴에 스치는 미세한 감정들이 주는 경탄이 있다. 30일 개봉.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30 06:05
영화

‘하이퍼나이프’ 박은빈 “데뷔 30주년, 공백기無=자부심” [IS인터뷰]

“여전히 (‘하이퍼나이프’를 향한) 사랑이 고프지만, 잘 봐줬다는 분들이 많아서 기쁜 마음입니다.”배우 박은빈이 근황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박은빈은 ‘하이퍼나이프’ 종영에 맞춰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언제나 작품, 캐릭터 이야기를 나누는 걸 여정의 마무리라 생각한다. 오늘로 시청자 품에 완전히 넘겨드릴 수 있을 것 같아 후련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지난달 19일 첫 공개된 드라마는 지난 9일 8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하이퍼나이프’는 그 동안 본적 없는 사제관계가 핵심 키워드인 작품입니다. 제가 모든 콘텐츠를 본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 콘텐츠에서 이런 사제, 특히 이런 남녀 사제관계는 없었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오묘한 느낌을 받았고 그 매력을 추동 삼아 끝까지 놓지 않고 가려고 했습니다.”극중 박은빈이 연기한 세옥은 촉망받던 천재 의사에서 불법 수술장의 ‘섀도우 닥터’가 된 인물이다. 수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자기중심적이며 충동적인 캐릭터로, 자신을 해하려는 인물을 살인하기도 한다. 박은빈은 세옥에 대해 “공개 전 으레 하는 ‘사랑해 달라, 응원해 달라’는 말이 어려웠던 캐릭터”라고 밝혔다.“어찌 됐든 세옥은 악행을 저질러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연민을 품고 싶지 않았죠. 그렇다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로 구분짓는 것도 유의미한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둘을 혼용할 수 있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참고해서, 나와 있는 진단 체계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다층적 캐릭터로 만들어 갔죠.”감정 조절에 서툰 캐릭터인 만큼 세옥은 유난히 폭발하는 장면이 많았다. 박은빈은 “나도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실제로 내 목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웃으며 “그래도 안 해본 연기라서 속이 시원한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세옥의 외형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피어싱, 문신 등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는 박은빈은 날것의 거친 느낌을 위해 파마 외 별도의 헤어 스타일링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은빈은 “신기하게도 캐릭터를 만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를 테면 영감인데 이번에도 그랬다”고 말했다.“의상 색상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썼어요. 보면 세옥은 빨강, 덕희는 파랑 계열을 입어요. 근데 과거의 세옥은 녹색 옷을 입죠. 현재와 대비를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는 좋은 새싹이 될 수 있었던 단초처럼 녹색을 제안한 거죠. 반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세옥은 덕희를 의미하는 파란 옷을 입고요.”‘하이퍼나이프’를 마무리하며 가진 인터뷰였지만, 이 자리에서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언급은 빠질 수 없었다. ‘우영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박은빈 커리어의 훈장이자 족쇄다.“‘우영우’가 벌써 3년이 지났어요. 팬들이 아니고서야 제 모든 작품을 팔로우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제가 3년의 공백이 있는 배우일 수도 있죠. 다만 늘상 다른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해왔죠.”실제 박은빈은 ‘우영우’ 전에도 ‘우영우’ 이후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끊임없이 도전을 꾀하고 있다. 박은빈은 “그렇다고 도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며 “다만 후회가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걸 쏟다 보니 다음번에는 반대 캐릭터가 끌리는 거 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제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는데 하나 자부할 수 있는 건 공백기가 없다는 거예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렇게 매년 작품을 하면서 역할과 함께 성장 중이죠. 이제는 원시안적으로 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눈앞에 놓인 것보다 더 멀리 청사진을 그려보려고 하죠. 제가 또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지켜봐 주세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24 05:35
연예일반

미야오, 5월 컴백 확정... ‘핸즈 업’ 선공개로 가열

그룹 미야오가 컴백을 확정 지었다.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은 14일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미야오의 컴백을 알리는 티저 영상을 깜짝 공개했다.이로써 미야오는 지난 11월 두 번째 싱글 ‘톡식’ 활동 이후 5개월 만이다. ‘괴물 신인’의 새로운 퍼포먼스를 기대케 한다.공개된 영상에는 드리워진 구름 뒤에서 번쩍이는 섬광, 그리고 밤하늘에 나타난 고양이의 두 눈이 담겼다. 미야오의 팀 아이덴티티인 고양이의 오묘한 아우라, 폭풍 전야를 암시하는 듯한 영상 분위기가 K팝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대형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영상 말미 컴백 일정이 깜짝 공개돼 눈길을 끈다. 미야오는 5월 12일 오후 6시 첫 EP ‘마이 아이즈 오픈 바이드’를 발매한다. 이에 앞서 4월 28일 오후 6시 싱글 ‘핸즈 업’을 선공개하며 컴백 열기를 드높인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4.14 08:46
드라마

박은빈 “치열한 여름 보낸 ‘하이퍼나이프’”…설경구 다음은 차은우 만난다

배우 박은빈이 강렬했던 ‘하이퍼나이프’ 종영소감을 전했다.지난 3월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로 화제를 모았던 디즈니+의 최초 오리지널 메디컬 스릴러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정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드라마로 박은빈은 존경하던 스승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섀도우 닥터 ‘정세옥’ 역을 맡아 압도적 열연을 펼쳤다.‘하이퍼나이프’는 박은빈의 새로운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로 캐스팅 단계부터 이목을 집중 시켰던 작품이다. 박은빈은 ‘뇌’와 ‘수술’에 대한 광기와 열망부터 덕희와의 오묘하고도 뒤틀린 사제 관계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거침없는 충동 본능으로 가득 차 ‘정세옥’을 눈빛과 말투, 행동, 디테일한 심리 분석 등을 덧대어 완성했다.배우 본연의 모습을 깨끗이 지우고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박은빈은 “세옥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부디 세옥이의 감정선을 따라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공개 전 밝혔던 그의 바람처럼 회차가 거듭될수록 박은빈의 성실한 노력이 꽃을 피워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불러일으키며 시선을 모았다.이처럼 ‘하이퍼나이프’의 첫 화부터 주연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박은빈이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박은빈은 소속사를 통해 “지난 5개월간 ‘하이퍼나이프’와 함께 또 세옥이와 함께 정말 치열하게 뜨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작품에 임하면서 ‘이런 미묘한 지점들, 이런 희한한 감정들이 있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끼면서 촬영했다. 그런 새로운 감각들을 보시는 분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왜 저런 사람들이 있지? 도대체 저건 무슨 감정이야?’라든지 ‘또 그러면서도 이해는 가’와 같은 ‘하이퍼나이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유대 관계들을 같이 느껴봐 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큰 바람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한 신 한 신 소중하게 찍었기 때문에 비록 8부작 길지 않은 회차지만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디즈니+에서는 계속 스트리밍 중이니 가끔씩 ‘하이퍼나이프’를 다시 돌려봐 주시면서 오래오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하이퍼나이프’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한편 ‘하이퍼나이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은빈은 현재 차기작 ‘더 원더풀스’ 촬영에 한창이다. ‘더 원더풀스’에는 박은빈을 비롯해 차은우와 김해숙, 최근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학씨 아저씨’로 주목받는 최대훈이 출연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0 14:44
드라마

박은빈, 美포브스도 ‘깜짝’…의미 있는 도전, ‘하이퍼나이프’[IS포커스]

잘하는 걸 이미 알아도 그 이상을 보여주니 놀랄 수밖에 없다. 배우 박은빈이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자신만의 경지에 또 한 걸음 내디뎠다. 천재 아역 출신은 천의 얼굴로 완연히 거듭났다.지난 9일 최종 에피소드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국내에서 떠들썩했던 작품은 아니다. 경쟁 OTT 넷플릭스가 ‘폭싹 속았수다’로 화제성을 휩쓰는 동안 조용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내겐 이 작품이 올해의 발견”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글로벌 OTT 순위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0일 ‘하이퍼나이프’는 한국, 대만, 홍콩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5위권에 등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적 성과보다 빛난 건 주인공 박은빈의 연기 변신이다. 작품은 과거 촉망받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인 정세옥이 자신을 섀도우 닥터로 전락시킨 스승 최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대립과 애증을 그린다. 박은빈은 정세옥 역을 맡아 데뷔 29년만에 첫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집도했다. 극중 정세옥은 사람을 살려야 할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첫 에피소드부터 살인을 저질러 경악을 안긴다. 그를 연기하는 박은빈의 선한 눈매에는 광기가 기본적으로 서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본 적 없는 악인의 탄생을 실감케 했다.기본 괴팍하고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충동성을 두른 채 파격적인 전개를 이끄는 정세옥을 박은빈은 명확한 진단 없이도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로 여겨지도록 보여줬다. 자신의 목적을 방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해치면서도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은 박은빈표 섬뜩한 미소를 새로 보여줬다.이보다 더한 진가는 그저 사이코패스적 악인이 박은빈의 표현 지향점이 아니었음이 서서히 드러나면서부터 발휘됐다. 정세옥의 안타까운 배경 서사를 비롯해 서 실장(윤찬영)과 “그게 인간이니?”라고 남일 말하듯 투닥거릴 땐 지극히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 그의 연기는 극단성에 이유를 부여했다.무엇보다 최덕희를 상대할 땐 인격이 자라지 못한 아이가 생떼를 쓰는 듯했다. 이는 결코 ‘악의 평범성’이 아닌,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씨네마인드’를 통해 분석했듯 자기중심성과 유아적 만능감에 가까웠다. 특히 사건이 아닌 세옥과 덕희의 오묘한 관계성으로 중심축을 옮긴 중후반부부턴 온전히 박은빈이 선배 설경구를 상대로 감정선을 집중력 있게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작품의 콘셉트인 ‘데칼코마니’ 같은 두 사람이 격하게 진심을 부딪친 8회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연기 차력쇼’에 가까웠다.박은빈은 피를 뒤집어쓴 가장 강렬한 얼굴을 시청자의 뇌리에 박은 것부터 시작해 실없이 웃는 체념부터 멱살 잡는 거친 행동과는 상반되는 부드러운 회유, 애처로운 울부짖음까지 진폭 큰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메가폰을 잡은 김정현 감독 또한 해당 장면을 촬영하며 박은빈의 연기에 이끌려 울컥하는 한편 새 모습에 감탄했다고 한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를 두고 “사이코패스라면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할 텐데 정세옥은 스승을 대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등 통상적인 인격장애 캐릭터와도 다르고, 정확한 의학적 진단보단 장르적 해석이 가미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며 “애증의 사제지간이지만 한국적 멜로의 새로운 버전처럼도 느껴지도록 하면서 캐릭터와 연기 모두 새로웠다”고 평했다. 이색적인 도전에 ‘하이퍼나이프’는 디즈니플러스 2025년 공개 콘텐츠 중에서 글로벌 및 아태지역 최다 시청 작품에 등극했고, 외신도 주목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박은빈은 살인 의사의 위험한 사고방식을 파헤친다’는 주제로 “박은빈의 연기는 정세옥에 깊이를 더해준다. 시청자들은 세옥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박은빈이 이를 어떻게 납득시키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정 평론가는 글로벌 주목에 대해 “박은빈이 앞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쌓기도 했고, 이번 연기로도 놀라움을 줬을 것”이라며 “글로벌 순위보단 이색적인 장르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낸 성과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4.10 13:41
연예일반

권은비, 3개월만 본업... 신곡 ‘헬로 스트레인저’ 발매

가수 권은비가 봄 여신으로 화려한 가요계 귀환을 알린다.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일 오후 6시 공식 SNS를 통해 권은비의 새 디지털 싱글 ‘헬로 스트레인저’ 커밍순 이미지를 공개하고 컴백 소식을 알렸다.공개된 이미지는 뜨겁게 타오르는 촛불 뒤로 권은비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모습으로,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무드가 글로벌 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여기에 붉은색의 강렬한 폰트로 ‘Like a thief in the nigh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신비감을 한 스푼 더했다. 권은비의 촉촉한 입술과 오묘한 감성이 어우러진 커밍순 이미지가 그가 새롭게 선보일 음악과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지난 1월 디지털 싱글 ‘눈이 와’를 발매하고 새해를 활짝 연 권은비는 몽환적인 비트 속 따뜻하고 포근한 감성으로 겨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다.다방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MZ세대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권은비가 3개월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헬로 스트레인저’를 통해서는 어떤 색다른 음악과 매력을 발산하며 팬심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4.03 08:55
스타

[X why Z] 함성으로 잠금 해제 한, NCT 위시 콘서트!

SM의 다국적 그룹 NCT의 마지막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NCT 위시가 지난 3월 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데뷔한 지 1년 조금 넘은 팀이 단독 콘서트를 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로 데뷔해서 단독 콘서트를 한번도 못해보고 해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집 Z가 NCT 위시 콘서트에 다녀왔다고 해서 공연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X재국 : NCT 위시 콘서트 전체적으로 어땠어?Z연우 : NCT 위시의 첫 서울 콘서트 ‘로그 인 서울’은 레트로한 오락실 게임기 같은 무대 디자인과 연출로, 진짜 NCT 위시로 가득한 게임 속에 로그인한 느낌이었어요. VCR에서도 그런 게임 콘셉트가 잘 담겨 있었는데, “함성으로 잠금해제” 또는 “하나! 둘! 셋! 하면 ‘사랑해’라고 외치기” 등 팬들이 VCR을 보면서 게임 속 임무를 수행하듯이 더 재밌게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넣은 게 좋았어요. 그리고 돌출 무대 바닥에 있던 버튼을 멤버들이 누르면 팬들의 응원봉이 켜지고, 또 꺼지기도 하고, 무지개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팬들도 NCT 위시도 놀라고 재밌어했던 무대 연출이었어요. NCT 위시는 ‘감다살’(감 다 살아있네) 그룹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에도 의상이나 인스타그램 프로모션, 콘셉트 포토에 요즘 트렌드 요소들을 확실하게 담고, 자신들의 색을 입혀 보여주는데요. 이번 콘서트에서도 한두 개의 흔한 연출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콘셉트”라 하지 않고 작은 디테일에도 엄청 신경 쓰고 창의적인 연출들이 많이 보였어요. 그리고 아직 신인이라 많은 무대를 보여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팬들과 소통도 잘 하고 팬들이 좋아했던 커버곡도 다시 보여주고, 곧 나올 앨범의 수록곡 무대도 보여줘서 아쉬운 마음 없이 재밌게 본 콘서트였어요. X재국 : 제일 기억에 남는 무대는?Z연우 : 오프닝 곡 다음에 한 ‘스테디’라는 무대였어요. ‘스테디’는 밝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어딘가 모르게 좀 아련하고 애틋한 한국어 가사가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곡인데요. 그 느낌을 후반 화음 부분에 주변 조명들이 다 꺼지고 NCT 위시 멤버들만 비추면서 뒤에 그림자가 보이게끔 하는 연출이 분위기를 더 살렸어요. 그 아련한 곡을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로 풀어줬을 때도 팬들이 엄청 좋아했는데, 그 스토리를 이번 콘서트에서도 계속 이어서 보여주니 ‘스테디’라는 곡에 더 과몰입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는 14일에 발매될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멜팅 인사이드 마이 포켓’의 선공개 무대도 인상 깊었어요. NCT 위시의 정체성인 청량하고 소년다운 에너지를 나타내는 타이틀곡들 뒤에, 팬들이 궁금해하고 새롭다고 느낄 NCT 위시의 좀 더 파워풀하고 반전 매력의 수록곡들이 항상 존재하는데, 그런 역할의 곡이었던 것 같아요. 이 노래의 퍼포먼스가 NCT 위시 다른 곡들의 퍼포먼스보다 좀 더 힘이 느껴지고 보고있으면 압도 당하는 느낌이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X재국 : NCT 위시는 앞으로 어떤 팀으로 성장할 거 같아?Z연우 : 이번 콘서트는 사실 4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멤버 리쿠의 복귀 콘서트였어요. 리쿠가 오랜만에 서게 된 무대라 긴장도 됐고 조금 무서운 마음이었는데 팬들의 다정하고 따듯한 눈빛을 보니 ‘내가 여기 다시 서도 되는 구나’라고 느꼈다고 해요. 어쩌면 나에게 힘이 나는 무대를 보여준 그 아이돌을 바라보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빛이 반짝여지고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는데, 그 소소한 표정을 보면서 무대 위 아이돌도 더 힘이 더 나고 자신감이 생겨 난다는 게 정말 좋은 상호작용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팬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지도 모르는 이런 사소한 것을 콕 집어 감사하다고 표현해주는 건 NCT 위시와 팬들 사이를 더 끈끈하게 만들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연출과 디자인을 보면서 NCT 위시는 다른 남돌과는 조금 다른 길은 간다는 걸 느꼈어요. 요즘은 노래, 춤 말고도 색다른 콘셉트,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신선하고 트렌디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따라가고 있는 여돌들과 달리, 남돌들은 아직까지도 항상 전에 있었던 콘셉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NCT 위시는 여태까지 있었던 남돌들에게선 볼 수 없던 감성에, 트렌디함까지 담고 있어 확실히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영향으로 앞으로는 본 적 없는 콘셉트의 남돌들이 나오게 될 것 같아요. 좀 더 연차가 쌓이면, NCT 위시는 남돌판에 유니크한 콘셉트의 문을 연 남돌로 각인돼 있지 않을까요?평소 NCT 위시의 자체 콘텐츠를 보면 ”참 무해한 청년들“ 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대부분 일본인 멤버들인데 우리 말도 참 잘 하고, 멤버들끼리 장난칠 때도 참 귀엽게, 무해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들 무대 위에서도 슴슴한 느낌이면 어떡하나’ 걱정한 적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하고 심지어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걸 많이 봤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NCT 위시의 색을 확실히 보여준 만큼, 더 큰 무대에서도 그들의 꿈을 크게 펼칠 날이 곧 올 거라고 믿는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 2025.04.01 05:40
영화

‘은교’ 감독 반한 강해림, ‘로비’로 눈도장 “굿 샷!” [무비로그③]

신선한 얼굴인데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진다. 배우 강해림이 ‘로비’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존재감을 빛냈다.오는 4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업의 결정권자인 정치권 실세 최 실장(김의성)과 비리 장관(강말금)의 주 거래 영역인 골프장에 진입하기 위해 창욱에게 발탁된 주요 멤버가 강해림이 연기한 프로 골퍼 진 프로다.극중 진 프로는 드라이버 입스로 슬럼프를 겪던 중 창욱의 눈에 든다. 창욱의 라이벌 회사 사장인 광우(박병은)가 베테랑 골퍼들로 팀을 꾸린 반면, 초보 창욱이 이끄는 팀에서 유일한 프로다. 진 프로는 “저 그런 라운딩 안 한다고 말씀드린 걸로 아는데요”라면서 한차례 로비 골프 제안을 거절하지만, 인생을 좌우해 온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창욱과 손을 잡아 한날한시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두 업체의 대결에서 에이스로 나선다.‘로비’엔 주연 배우이자 감독인 하정우를 포함해 총 10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연기력도 입증된 배우들이다. 특히 여배우로는 스릴러 영화 ‘침범’으로 관객을 만나는 중인 곽선영이 창욱의 조력자 김 이사 역을,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감초 연기를 소화한 강말금이 비리투성이 조 장관 역을, 화제의 드라마 ‘원경’으로 대세로 도약한 차주영이 골프장 대표 사모 다미 역을 맡아 저마다의 특기를 살려 소화한 가운데 ‘막내’ 강해림은 막중한 분량을 소화했다. 상대를 띄워주는 ‘알까기’(몰래 준비한 공을 내려두는 것)가 핵심이라고 배우는 접대 골프의 세계에서 진 프로는 진중하게 골프에 임하는 인물이다. 선수 생명에서 치명적인 슬럼프를 겪으며 차분한 진 프로를 강해림은 현실적인 온도로 그려 개성 강한 캐릭터 사이에선 얼핏 평범해 보인다.하지만 베테랑 선배들의 말 맛 잔치를 압도하진 못해도 볼수록 매력이 있다. 의도치 않게 진짜 실력을 발휘하는 골프 초보 창욱의 활약에 “굿 샷!”이라며 말갛게 웃을 때가 그렇다. 진 프로에게 팬심을 드러내는 최 실장 역 김의성과 능구렁이 같은 박 기자 역 이동휘 등 자칫 유머러스만 할 수 있는 ‘아재’들의 분위기를 중화한다. 촬영 전 5개월 동안 하루 5시간을 들여 연습했다는 골프 자세도 수준급이다. 강해림의 오묘하게 시선을 끄는 능력은 일찍이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알아봤다. 지난 2016년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에서 최종 15인에 든 강해림은 지난 2017년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대행’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정지우 감독이 발견한 건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2022)의 오디션이었다. 당시 600:1 경쟁률을 뚫고 정 감독의 눈에 든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천재 개발자를 소화하면서 연기 폭을 넓혔다.하정우의 ‘픽’을 받은 것도 ‘썸바디’가 계기였다. 하정우는 앞서 열린 ‘로비’ 제작발표회에서 “강해림 배우를 ‘썸바디’에서 처음 봤다”며 “관객들이 진프로를 실제 프로골퍼라고 생각했으면 해서 신선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실력과 에너지 있는 배우가 필요했고, 운 좋게 강해림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하정우는 최근 유튜브 예능 ‘요정재형’에 출연해 배우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분위기와 외형적 이미지’로 꼽으면서 “연기력은 이후에 만들어 갈 수 있지만 이미지가 처음부터 맞지 않으면 캐스팅하기 어렵다”고 자신만의 기준을 밝혔다. 강해림 또한 감독 하정우가 구상한 그림에 부합하며 진 프로로 거듭난 셈이다.‘로비’가 그의 배우로서 행보에 ‘나이스 온’이 될지 주목된다. 강해림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로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본이 너무 좋았다. 또 (하정우)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 함께하는 선배들이 한 번이라도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라서 당연히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너무 떨리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흥행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3.27 06:00
영화

[IS리뷰] ‘로비’ 쉴 틈이 없다 [무비로그①]

이만하면 ‘홀인원’이다. 하정우가 특유의 엇박자 유머를 기둥 삼아 배우들의 앙상블을 동력 삼아 ‘로비’라는 유쾌한 소동극을 완성했다. 감독 하정우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영화는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또 한 번 영업에 실패하면서 시작된다.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한 사업 수완에 회사는 점점 기울고, 창욱은 탈출구로 스마트주차장 국책사업 입찰에 도전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가 걸림돌이다. 광우는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진 창욱을 실용성으로 맞받아친다. 급기야 광우는 남다른 뒷거래 능력으로 창욱을 위협하고, 입찰 경쟁은 수의 계약으로 바뀔 위기에 처한다.결국 창욱은 로비를 선택한다. 광우가 이미 포섭한 조 장관(강말금) 말고, 그 옆에 최 실장(김의성)을 공략한다. 최 실장은 조 장관과 이혼 소송 중인 인물로, 실무를 쥐고 있는 실세다. 창욱은 우여곡절 끝에 최 실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진 프로(강해림)까지 섭외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펼쳐진 로비 판은 묘하게 흘러가고, 창욱의 로비 소식을 들은 광우의 압박도 심해진다.‘로비’는 팀 대 팀 구조의 영화다. 초반 30분을 배경과 캐릭터 설명에 할애한 하정우 감독은 무대를 골프장으로 옮긴 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킨다. 팀은 기술력이 무기인 ‘팀 창욱’과 돈이 무기인 ‘팀 광우’로 나뉘고, 팀원은 접대하는 자(하정우/박병은), 접대받는 자(김의성/강말금), 접대 조력자(이동휘/차주영), 접대의 꽃(강해림/최시원), 그리고 감초 캐디로 구성했다. 하 감독은 이들을 같은 시각 한 장소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교차 진행한다.흥미로운 점은 여백의 부재다. ‘로비’는 러닝타임 106분 내내 단 한 순간도 오디오가 비지 않는다. 음악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1%에 불과하다. 그 외 시간은 캐릭터들의 대사로 가득 차 있다. 속된 표현으로 ‘말로 조진다’.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사들은 오묘한 리듬감을 만들어 내며 영화에 가속도를 붙인다. 대결 구도에 따른 연이은 화면 전환도 속도감을 더한다. 캐릭터들의 독특한 설정도 눈에 띈다. 하 감독은 ‘로비’ 속 거의 모든 등장인물에 저만의 색깔과 서사를 부여했다.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특별출연 수준의 배우들도 예외 없다. 예컨대 극초반 세상을 떠난 창욱의 모친에게는 ‘NBA 농구팬’이란 엉뚱한 설정을 더했고, “슈킹하는 거야? 뽀리는 거야”라는 대사를 던지는 창욱의 여동생에게는 국어 선생이란 롤을 줬다. 도청이 부업인 캐릭터는 현 목사, 전 스님이다.공개 전 우려했던 ‘골프 접대’란 소재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이미지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며 웃음으로 승화킨다. 하 감독은 ‘장르적 익스큐즈’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끊임없이 강약을 조절한다. 특히 남성주의적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고 여성주의적 관점을 같이 끌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로 인식시킨다. 하 감독의 고민이 보이는 지점이다.‘롤러코스터’ ‘허삼관’ 등 하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블랙 코미디 색채가 짙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 감독은 ‘로비’를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기는 영화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시대의 단면을 풍자하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배우들의 영민한 열연과 유기적인 호흡은 이 영화의 ‘킥’이다. 10명이 넘는 배우들은 서로 부딪히며 축적되는 관계성과 감정 변화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이벤트성 캐스팅으로 비치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조차 나름의 명확한 쓰임이 있다. 다만 신예 강해림은 아쉽다. 진프로의 이미지에는 부합하지만,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 포진된 작품이다 보니 홀로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골프에 친절한 영화는 아니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골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면 더 재밌는 건 사실이나 드라마로 밀어붙이는 힘이 더 크다. 쿠키 영상은 총 2개다. 오는 4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3.27 06:00
예능

김대호, 위풍당당 ‘나혼산’ 복귀…프리 선언 일상 공개

방송인 김대호가 평일 낮 외출하며 여유를 만끽한다. 퇴사 후 미뤄왔던 일들에 도전하며 로망 실현에 나선다.21일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프리랜서로 돌아온 김대호의 일상이 공개된다.방송 전 공개된 사진 속에는 김대호가 한낮에 거리를 걸으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호사다! 호사!”라며 그동안 놓쳤던 주변의 모습들을 감상한다고.출근을 위해 바삐 자전거를 탔던 김대호는 이번엔 청계천을 따라 달리며 연신 미소와 감탄을 터트린다. 그는 “왜 이렇게 그냥 좋지?”라며 평일 낮 직장인들 사이를 걸으며 오묘한 감정에 휩싸인다.이어 “미뤄왔던 일들을 꺼내 보자”라며 로망 실현에 나선다. 남미 여행을 좋아하는 김대호는 본격적으로 스페인어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으로 향한다. 그동안 여행을 통해 쌓은 스페인어 실력을 자랑하던 김대호는 자기소개를 하다가 순간 멈칫한다. 그동안 수없이 ‘아나운서’라고 소개해 왔던 김대호. 과연 이번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궁금증을 끌어올린다.그런가 하면 김대호는 “봄 제철 보양식은 나물”이라며 봄맞이 만찬을 준비한다. 양푼에 각종 봄나물을 듬뿍 넣고, 양념장과 참기름까지 뿌린 김대호는 마지막으로 달걀 프라이 10개를 투하하며 김대호 표 ‘나물비빔(?)’을 완성한다고. 주걱으로 야무지게 비빈 그만의 봄 메뉴의 맛은 어떨지 기대가 쏠린다. 방송은 21일 오후 11시 10분.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5.03.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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