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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기 충전 9월 극장가…‘늘봄가든’→‘바리데기 ’ 늦여름 韓호러 개봉 레이스 [줌인]

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 극장가에 음산한 기운이 드리운다. 불볕더위 정면 승부 대신 선선해진 날씨에 맞춘 공포 영화들이 추석 전까지 잇따라 개봉한다.할리우드 인기 시리즈 신작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쫄깃한 외계 공포로 지난달 14일 개봉 후 누적 관객 165만 명을 돌파하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가운데, 올여름 첫 한국 공포영화 개봉은 ‘늘봄가든’이 스타트를 끊었다.‘늘봄가든’은 곤지암 정신병원, 경북 영덕횟집에 이은 대한민국 3대 흉가로 불리는 늘봄가든 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배우 조윤희의 8년만 스크린 복귀작이다. 지난달 21일 개봉 후 개봉 5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 지난해 4월 개봉한 ‘옥수역 귀신’의 첫 주 스코어인 7만 8000명을 훨씬 웃돌며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개봉 주 주말인 지난달 24일에는 전날(3만 1223명)보다 두 배 이상(6만 5417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더블 스코어를 달성하기도 했다. CGV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늘봄가든’은 10대가 29.4%, 20대가 22.2%로 1020관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실 관람지수인 에그 지수는 64%를 기록,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으나 지난 1일 기준 누적 관객수 33만 136명을 돌파하며 호러 장르를 향한 관객 수요를 방증하고 있다. 기세를 이어받을 한국 공포영화는 오는 4일 함께 개봉하는 ‘바리데기’와 ‘기기묘묘2’다. ‘바리데기’는 아내와 딸을 잃은 무당이 25년에 걸친 복수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처럼 K오컬트를 내세워 동남아 전역 선판매도 이뤄졌다. 연출을 맡은 이세원 감독은 20여 년 전 무속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면서 만난 다양한 무당들과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번 영화에도 철저한 사실 고증을 추구했다고 밝혔다.‘기기묘묘2’는 5편의 한국형 괴담을 엮은 옴니버스 공포 스릴러 작품이다. 택시부터 요양원, 물류 창고 등 실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다룬 단편들을 엮어 마니아층에게 종합 선물세트처럼 다가갈 예정이다. ‘블랙박스’, ‘탄생’, ‘과외 선생님’, ‘이방인’, ‘기억의 집’ 다섯 작품은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 수상도 하며 작품성과 장르성을 검증받았다. 세 영화는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다. 조윤희, 김주령, 허동원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 ‘늘봄가든’이 제작비 약 35억, 손익분기점 60만 명대로 알려졌다. 이에 한여름 개봉하는 대작들과 경쟁보다는 늦여름 초가을을 개봉시기로 선택한 모양새다. ‘늘봄가든’ 배급사 측은 일간스포츠에 “여름 유일 한국 공포영화로 포지셔닝 가능한 시기이자, 타겟 층인 10대의 방학과 개학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일자로 잡았다. 그에 맞춰 동명의 웹툰을 먼저 론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상황과도 비슷하다. 고 이선균 주연 미스터리 영화 ‘잠’은 텐트폴 영화가 자리한 여름을 피해 지난해 9월 개봉, 147만 누적 관객을 모았다. 이를 전후로 ‘신체모음.zip’, ‘치악산’도 연이어 개봉, 각각 6만 2000명, 2만 1000명을 동원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시장이 팬데믹 전에 비해 전체 파이가 작아지다 보니 큰 작품을 피해 배급 시기를 예민하게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다만 동시기 개봉하는 외화 공포물들이 흥행 복병이다. 웰메이드 호러로 정평 난 할리우드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이매지너리’가 지난달 28일 개봉했고, 오는 11일 ‘스픽 노 이블’이 관객을 만난다. 호러 장르는 아니지만 특유의 괴기스러운 세계관을 선보일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도 4일 개봉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장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호러도 계절을 타지 않고 개봉하게 됐다. 또한 극장 비수기에 접어들며 추석 특수 전까지 작은 규모 작품 및 외화들이 개봉하는데, 이번 연휴가 9월인 관계로 틈새 개봉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9.04 06:05
스타

‘한국방송대상’ 최우수연기상 ‘악귀’ 김태리…대상은 다큐 ‘고래와 나’ [종합]

올해 ‘한국방송대상’ 대상은 SBS 창사기획 4부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가 차지했다. ‘악귀’는 3관왕을 차지했으며, 이 작품의 주연 배우 김태리는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2일 서울 여의도 KBS TV공개홀에서 ‘제51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 진행은 MBC 아나운서 김준상, SBS 아나운서 주시은, KBS 아나운서 김진웅이 맡았다. 대상의 영예는 ‘고래의 나’에 돌아갔는데, 이큰별 PD는 “국내에서 고래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가 없어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왜 다들 안 했는지 알게 될 만큼 힘든 과정이 많았다”며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스태프와 제작비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올 가을 극장 개봉 소식을 전하며 “큰 스크린으로 많은 분들이 고래를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악귀’는 작품상, 작가상, 최우수연기자상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악귀’를 통해 최우수 연기자상을 수상한 김태리는 “’악귀가’ 방영된 지 1년이 지났더라”며 “제목도 그렇고 ‘악귀’는 무서운 오컬트 스릴러극임에도 놀랍게도 시청자들이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말들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항상 어떤 식으로도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데, 제가 연기한 상연은 꿋꿋하게 일어나는 사람이었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내며 “어떨 때는 너무 무거워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삶이라도, 이를 이고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언젠가는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 힘내시라”고 응원을 건넸다. 올해 작품상은 ▲뉴스보도 SBS ‘일손전쟁, 우리는 매력적입니까?’ ▲드라마TV MBC ‘연인’, SBS ‘악귀’ ▲연예오락TV KBS ‘골든걸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뉴미디어예능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 등 30편이 선정됐다.개인상은 ▲공로상 KBS 김형운 ▲지역방송진흥상 KBC 신종문 ▲아나운서상 MBC 김대호 ▲작가상 김은희(SBS 추천) ▲진행자 신계숙(EBS 추천) ▲최우수연기자 김태리(SBS 추천) ▲최우수예능인 곽준빈(EBS 추천) ▲최우수가수 스트레이 키즈(MBC 추천) 등 18명이 수상했다. 한편 1973년 제정된 ‘한국방송대상’은 미디어 경쟁 시대에도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한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인을 선정, 매년 9월 시상하고 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9.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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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빅토리’→ 박훈정 감독 ‘슬픈열대’…마인드마크, 1차 영화 라인업

신세계 산하 미디어콘텐츠사 마인드마크가 2024년 및 2025년 1차 영화 라인업을 16일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영화는 총 8편으로,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관객들을 만날 4편의 투자배급 작품과 하반기부터 크랭크인하는 4편의 제작 작품이다. 첫 번째 개봉작은 오는 8월 14일 개봉하는 ‘빅토리’다. 1999년 대한민국 남쪽 끝 거제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다. 토론토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은 하반기 개봉한다.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이 가세했다. 미국 독립영화 배급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시빌 워’를 배급하고, 2025년 상반기에는 조우진, 정경호 주연 코믹 액션영화 ‘보스’를 선보인다. 영화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 시리즈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10번째 연출작 ‘슬픈 열대’도 제작한다. 열대우림의 절대자인 사부가 키워낸 킬러조직 ‘슬픈 열대’ 소속 아이들이 서로를 의심, 피의 복수를 다짐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또한 오컬트·공포물 ‘도깨비: 신체강탈자’, SF 로맨틱 코미디 ‘지구에는 왜 왔니?’, 미스터리 스릴러 ‘파비’도 제작에 돌입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7.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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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파묘’, ‘곡성’과 ‘유령’ 사이

‘파묘’가 천만까지 갈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파묘’의 최종 관객 수에 관심이 쏠리는 건, 3월 개학 시즌이 돌아와 극장가가 절대적인 비수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3월은 3월이다’라는 표현까지 쓴다. 전통적으로 1년 중 가장 심한 비수기이다. 하지만 ‘파묘’가 천만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관심도 어쩌면 ‘수준 낮은’ 얘기일 수도 있겠다. 천만이 넘으면 또 어떻고 못 넘으면 또 어떻다는 얘기인가. 그건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너무 모든 영화를 두고 천만, 천만 하면서 흥행 수치만 얘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보다 영화가 갖는 내적인 힘, 곧 작품성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파묘’는 상업적으로 고차 방정식의, 매우 영리한 선택을 했고 또 그 점 때문에 파죽지세의 흥행세를 보였지만 영화가 중반 이후에 나타내는 흉한 것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후반부의 설정, 악귀 캐릭터의 등장, 다소 작위적인 이야기 구조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장재현 감독이 고집해서 자기 방식대로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애초부터 ‘파묘’를 작가주의에 입각해서 만들려고 했다기 보다는 장르간 결합이라는 이종(異種)의 상업영화 더 나아가 철저한 대중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중에겐 상징과 기호를 앞세우거나 캐릭터를 의도적인 모호함으로 감추기 보다는 하나하나 모든 걸 설명하고 알려주며,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들 대다수가 환호하되, 영화에 대한 평점은 조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길을 택한 셈이다.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대체로 이론에 불과한 얘기이다. 그러기가 도통 쉽지가 않다. 상업영화는 쉬운 길을 택하는 법이고 또 그래야만 하는 법이다.‘파묘’의 천만 달성 여부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영화에 대중이 왜 이렇게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느냐다. 더 나아가 앞으로 역사를 다룰 영화의 기획이 ‘파묘’ 이후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이냐의 부분이다. 향후의 역사 영화는 보다 더 강도높은 장르영화(공포나 오컬트, 액션, 판타지 등)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이때, 역사적 팩트와 윤색의 정도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예컨대 ‘파묘’에서 나오는 철혈단 같은 존재 여부다. 이 철혈단이 실제로 존재했고 어떤 활동을 했느냐를 두고 영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심에 갖다 놓으면 안될 것이다. 그보다는 얼마나 그럴 듯하게 극화 했느냐를 두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되 대중에게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느냐의 부분이야 말로 흥행과 평가 모두에 있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파묘’는 다소 지나치게 그럴 듯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악귀의 실체를 드러내게 했고 어떤 관객들 사이에서는 그게 꽤 큰 불만 사항으로 나오고 있다. ‘파묘’는 어쩌면 이전 영화이자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였던 ‘곡성’과 근대역사극 ‘유령’이란 작품의 중간쯤에 서 있는 셈이다. ‘유령’처럼 대놓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곡성’처럼 악마라는 존재가 사실은 매우 심리적이라는 것, 그 심리가 사회역사의 아우라에서 나온다는 점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다. ‘곡성’은 세월호 사태 이후, 한국사회에 죽음의 분위기가 넘쳐 날 때 공개돼 빅 히트를 터뜨렸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터져 나왔을 정도다.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무슨 사건이 터졌나요?” ‘파묘’는 이런 분위기까지는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공포스릴러로서 매우 파격적인 흥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배급사나 제작진 모두, 배우 네 명 모두, 이렇게까지 흥행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기이한 시대 탓, 사회 탓이자 한편으로 덕일 수도 있겠다. 영화를 두고 대중들이 반응하는 모양새를 잘 관찰하면 지금의 사회가 무엇을 수정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알 수가 있다. 세상을 알면 영화가 잘 보인다고들 하지만 거꾸로 영화 한편은 세상의 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변증법이다. 세상과 영화는 호환된다. 그건 늘 그렇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3.0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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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선산’ 민홍남 감독, 산이어야 했던 이유

조상으로부터 땅을 물려 받았는데 그것이 선산이라면. 아파트도, 빌딩도, 땅도 있는데 그 가운데 산이라면 그때부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선산이라는 것은 단순한 소유지가 아닌 ‘조상의 땅’이기 때문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선산에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때문에 돈이 급해도 조상의 무덤이 있는 선산은 팔지 않는다는 인식이 특히 우리나라엔 있다.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바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다. ‘선산’ 공개를 맞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홍남 감독은 “다름아닌 ‘선산’을 물려받는다는 게 우리 작품에서 중요했다”고 이야기했다.‘선산’의 주인공은 비정규직 교수 윤서하(김현주)다. 어느 날 서하는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된다. 남들에게 ‘교수’라 불리며 겉으로는 문제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 같지만, 실은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상황 속에 흔들리는 서하. 그는 선산을 자신의 인생을 조금은 바꿔줄 수 있을 기회라고 여기지만, 이상하게 불길한 일들이 계속된다.민홍남 감독은 ‘선산’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주인공이 잊고 있었던 가족에게 물려 받는 게 ‘선산’이어야 했다고 밝혔다. 민 감독은 “‘선산’은 조상의 무덤이다. 아파트 같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며 “만약 빌딩이나 아파트 같은 것이었다면 단순히 ‘돈’의 측면으로만 접근할 수 있겠지만, 선산은 다르지 않나. 때문에 이 선산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집착하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산을 물려받는 자, 곧 가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홍감 감독은 드라마를 다 본 시청자들에게 ‘당신들의 가족은 어때’,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은 뭐야’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를 위한 극한의 세팅값으로 ‘근친’이 사용됐고, 이 때문에 평가가 갈리기도 했다.민 감독은 “가족이라는게 누구에게는 굉장히 행복하게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타노 다케시의 말처럼 ‘쓰레기통에 쳐넣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지 않느냐”며 “아이러니하고 모호한 가족의 특성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다만 보시는 분들이 너무 파격적인 소재가 주는 분위기에 튕겨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극 전반에 걸쳐 톤을 낮추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선산’의 분위기가 더욱 괴이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아주 친숙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 작품의 분위기는 음산하기 그지없다. 보는 이들은 그 차이에서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민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인 ‘선산’에 차별점을 주기 위해 오컬트적 이미지를 삽입했다. 은은하게 깔린 오컬트적 분위기 속에서 미스터리한 일들의 퍼즐이 하나, 둘 맞춰져나간다.‘선산’은 민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춰 온 그는 ‘선산’에서 연상호 감독과 공동 작업을 했다. 두 사람 모두 각본에 참여했다.민 감독은 “연상호 감독님이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연상호 감독님은 내가 항상 존경하는 분이다. ‘선산’과 관련해서도 작업 내내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민 감독에게 ‘왜 가족이어야 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감독에게든 특별할 수밖에 없는 데뷔작의 주제를 ‘가족’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민 감독은 “모두가 가지고 있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 부분에서 매력을 많이 느꼈다”면서 “‘선산’이 모두를 관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6부작으로 구성된 ‘선산’은 넷플릭스에서 전편 만나볼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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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파묘’와 ‘패스트 라이브즈’, 그리고 ‘미키17’

이제 극장가의 붐은 설 연휴 대목 기간 ‘따위’에서 오지 않는다. 이제 그런 건 없다. 사람들은 언제 어느 때고, 어디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다. 연휴 기간이라고 더 보지 않는다. 사람들의 휴일도 달라졌다. 중구난방이다. 재택 근무도 많다. 그래서 진정한 화제작이 아닌 이상 노는 날이라고 우르르 극장으로 몰려 가지 않는다. 그건 다 옛날 얘기다.앞으로 극장가의 호황은 어떤 화제작을 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월부터 5월까지 화제작에 대한 소문은 외국에서부터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2월 15일 개막하는 베를린 영화제, 3월10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5월25일 칸영화제 폐막식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돼 상영될 장재현 감독의 ‘파묘’의 화제성 여부, 아카데미에서는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여부, 5월 칸영화제 폐막식 때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의 수상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키 17’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다면 말이다.‘파묘’는 오컬트 무비다. 오컬트 영화란 심령영화를 말한다. 초자연 현상을 다루거나, 귀신에 빙의된 사람을 구마(驅魔)하는 이야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통적으로는 ‘엑소시스트’, ‘서스페리아’가 있으며 한국 영화로는 ‘검은 사제’가 있다. ‘파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이 바로 ‘검은 사제’로 데뷔했으며 전작으로 ‘사바하’를 만들었다. 그는 요즘 공포심리스릴러 전문 감독 소리를 듣는다. 1990년대 안병기 감독(‘폰’ ‘분신사바’ 시리즈 ‘아파트’)의 후예 쯤으로 읽힌다. ‘파묘’는 한자로 쓰면 ‘破墓’다. 묘를 이장하는 행위의 전 단계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장 과정에서 한국의 경우엔 대체로 풍수사(풍수지리 전문가 최민식)와 장의사(유해진), 그리고 무당(김고은)이 동원된다. 영화에서 이들 셋은 대체로 음흉하고 뭔가 꿍꿍이들이 있는데 무덤 속 귀신 탓인지, 아니면 각자의 업보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연스러운 섭리 탓인지 ‘일’들을 당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엄청난 기대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90년대 ‘핫’했다가 갑자기 캐나다로 ‘증발’한 송능한 감독(‘넘버3’)의 딸 셀린 송의 데뷔작이다. 그의 큰 아버지는 송길한 작가이다. 잘 쓰고 잘 만드는 집안의 딸인 만큼 데뷔작부터 전 세계의 화제를 휩쓸고 다닌다.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는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전생이다. 영화 내용은 전생까지는 아니고 12년 전에 치기 어린 풋사랑을 했던 두 남녀가 뉴욕에서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건 짐작할 수 있듯이 셀린 송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오기 전 한국에서 만났던 남자 친구를 한참이 지난 후 외국 땅에서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드라마틱 했을 것이다. 그 얘기를 담았다. 영화가 매우 담담하지만 그래서 매우 동양적이면서, 또 그래서 지금의 서구 사회에 역설적으로 가장 잘 스며드는 내용의 독립영화로 소문이 났다. 이미 전미평론가협회에서 신인감독상을 탔으며 이번 아카데미에는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라 있다. 아마도 각본상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이름 값은 엄청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봉준호의 신작 ‘미키 17’은 원래 3월 개봉이었다. 갑자기 5월 이후로 개봉을 ‘훅’ 미룬 것을 보니 칸국제영화제가 떠오른다. 칸영화제는 자신들이 발굴했거나, 자신들이 주목했고, 또 자신들이 황금종려상까지 줬던 감독들은 끝까지, 죽을 때까지 ‘챙기는’ 의리를 보인다. 그 차원에서 ‘미키 17’이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을 지는 모르겠으나 봉준호 감독이 최고상을 두 번 받거나 아니면 감독상이나 주연상을 받게 되거나 할 수도 있기에 국내 영화계는 나름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의 취재 경쟁도 상당할 것 같다. 봉준호니까. ‘미키 17’은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7번째 미키에 이어 8번째 미키가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7이 완전 소멸돼야 하는데 두 존재가 현실에서 겹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봉준호가 7을 17로 바꾼 만큼 그 기본 설정마저 많이 바뀔 것이다. 소설을 그대로 옮기는 감독은 없다. 특히 봉준호가 그렇다. 아마도 이 작품 셋이 상반기 한국 영화계의 풍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영화가 진정으로 글로벌해졌다. 올해가 더욱 그렇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2.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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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 “‘마이네임’→‘무빙’→‘선산’까지…해외에서도 알아보네요” [IS인터뷰]

“해외에 나갔는데 몇몇 분들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지나가던 차 안에서도 알아보시곤 영어로 ‘당신 배우지? 마이 네임?’이라고 물었어요.”넷플릭스 새 시리즈 ‘선산’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박희순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부터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지나 이번 ‘선산’까지. 박희순은 최근 몇 년 사이 쉴 틈 없이 작품을 해오고 있고, OTT를 통해 전 세계 곳곳의 대중과 만나고 있다.박희순은 OTT 작품의 장점으로 ‘시청률 부담이 적은 것’을 꼽았다. 그는 “채널 드라마의 경우 방송이 끝날 때마다 회차별 시청률이 나오지 않나. 잘나오면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게 그렇게 압박이 된다”면서 “반면 OTT는 어느 정도까지 가야된다는 숫자적 목표에 대한 압박도 적다”고 설명했다. 물론 해외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흥행하면 그 작품이 해외에 팔리는 식이었는데, OTT는 그런 단계가 생략된다. OTT에 풀리는 순간 바로 전 세계에 노출되기 때문에 곧바로 해외 시청자들과 만난게 된다. 박희순은 “글로벌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희열로 나가온다”고 밝혔다.다양한 문화권에 소구하고자 하는 욕심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터. 박희순의 이런 발언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공개된 ‘선산’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조감독으로 오랜 시간 연 감독과 호흡을 맞춘 민홍남 감독이 연출한 6부작 시리즈물이다.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여기에 한국적 색채를 더한 오컬트적 요소가 관전 포인트다. 박희순은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형사 최성주를 연기했다. 주로 탐문을 통해 사건의 비밀에 근접해가는 최성주는 이를테면 시청자의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성주가 사건의 중심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갈수록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조금씩 해소된다.그런 한편으론 최성주만의 서사도 있다. 가족사적 아픔과 동료에 대한 부채감을 가진 최성주는 그래서 더욱 일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박희순은 “최성주의 깊은 서사는 그대로 가져가되 형사로서 있을 때는 최대한 덤덤하게 보이고자 했다. 감정에 침착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수사를 하는 인물로 보였으면 했다. 그래야 시청자들을 잘 인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대신 개인적 서사로 인한 감정은 혼자 있을 때 주로 드러낸다. 홀로 고립돼 있을 땐 쓸쓸함과 고독감을 느끼지만 일을 할 때만은 프로다운 최성주. 박희순의 절묘한 연기로 최성주란 캐릭터는 더욱 입체감 있게 살아났다. 최성주가 탐문 과정에서 툭툭 던지는 유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한줌 숨통이 된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배역이 주로 깡패 아니면 형사라는 박희순. 그는 “‘선산’에서도 형사 역을 맡았기 때문에 기존에 내가 했던 배역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스스로 느끼기에 이번 ‘선산’ 속 형사 최성주의 차별점은 개인적 서사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다만 차기작을 묻는 질문엔 “형사, 깡패가 아니면 다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해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을 보였다. 그는 “몇 편 보고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아직 도장을 안 찍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그래도 곧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01 06:04
연예일반

‘선산’ 박희순 “김현주와 ‘트롤리’에 이어 호흡…제작진 ‘1+1 전략’ 의심”

배우 박희순이 드라마 ‘트롤리’에 이어 ‘선산’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것과 관련해 “다분히 김현주 씨와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제작진의 원 플러스 원 전략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했다”고 농을 건넸다. 박희순은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 제작발표회에서 “김현주 씨와 ‘트롤리’ 작품을 함께 하고 있을 때 차기작인 ‘선산’에서 출연 제안이 왔다”고 웃으며 이 같이 말했다. 박희순은 농을 건네 웃음을 자아낸 후 “사실 대본을 봤는데 재밌어서 흔쾌히 출연했다”며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면을 두고 오컬트가 가미됐다. 나중엔 절절하고 처절한 가족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구나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식에 비유하면 익숙하고 아는 맛인데 비밀 특제 소스를 한 스푼 넣어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맛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가 궁금했는데 이번에 탑승하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선산’은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등이 출연한다. 극중 박희순은 예리한 수사 감각을 가진 형사 최성준 역을 맡았다. 성준은 마을에 연이어 발생한 불길한 사건이 선산의 상속과 연관돼 있음을 직감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선산’은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부산행’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넷플릭스 영화 ‘정이’까지 글로벌한 소재에 한국적인 감성을 혼합해 매 작품 놀라움을 안긴 연상호 감독이 기획과 각본에 참여한 작품이다. 또 영화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연상호 감독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던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최상의 호흡을 예고한다.‘선산’은 오는 19일 공개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1.12 13:49
영화

[줌인] 정유미 ‘잠’ 신혜선 ‘타겟’… 현실 밀착형 스릴러 잘 나간다

여름 극장가 텐트폴 네 편 중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이 살아남았다. 오는 9월 말 추석을 겨냥한 대작들이 막바지 준비 중인 사이, 현실 밀착형 영화가 그 공백을 채운다. 모두 스릴러 장르다. 현실적인 소재와 공감을 강점으로 내세워 추석 대작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몽유병 다룬 ‘잠’오는 9월 6일 ‘봉준호 키드’ 유재선 감독이 데뷔작 ‘잠’을 선보인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잠’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과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잠’은 공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몽유병을 소재로 한다. 몽유병이란 수면 도중 돌아다니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 일어난 뒤 자신이 했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선균이 연기한 현수는 한밤 중 갑자기 일어나 혼잣말을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날생선과 날고기를 우걱우걱 씹어먹는다. 평소엔 다정한 남편이지만 잠드는 순간 돌변하고, 일어나면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병의 증상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특히 몽유병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점점 오컬트 스릴러로 변한다는 점이 ‘잠’의 특징이다. 여기에 ‘잠’으로 4번째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이선균, 정유미의 연기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기존 작품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 중고거래로 ‘타겟’ 되다박희곤 감독의 ‘타겟’은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헤선)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는다.‘타겟’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공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된 중고거래라는 현실적 소재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신선함을 더했다.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하고, 나아가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하다.박희곤 감독은 ‘타겟’을 만들게 된 이유로 “2020년에 중고거래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며 “실제 피해사례와 경찰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엮으며 시나리오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타겟’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과 몰입감을 높이며 관객들에게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두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현실적 소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스릴러를 더했다는 점이다. ‘잠’은 오컬트 스릴러를, ‘타겟’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 현실감을 더했다. 익숙한 소재에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극의 몰입을 높인다.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라고 극찬했고, 황영미 평론가는 “인간이 공포를 느끼거나, 해결 방법이 없을 때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잠’, ‘타겟’ 이외에도 스릴러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먼저 데니안 주연의 ‘차박- 살인과 낭만의 밤’은 오는 9월 13일 개봉을 확정했다. 평온한 일상, 사랑하는 아내,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 남자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낯선 인기척과 함께 순식간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리는 스릴러 영화다.윤균상 주연의 ‘치악산’도 같은 날 개봉한다. 1980년, 열여덟 토막이 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된 치악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익스트림 마운틴 호러로 충격적인 스토리를 예고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다룬 ‘신체모음.zip’은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리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상을 수상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8.25 05:04
연예일반

‘시그널’‧’킹덤’ →‘악귀’, 김은희 작가의 새롭고 독특한 세계관 탄생③

김은희 작가가 ‘악귀’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전작인 드라마 ‘시그널’, ‘킹덤’ 시리즈 등에 녹인 요소들을 ‘악귀’에 알차게 담아내는 동시에 서사와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면서 독특한 세계관을 또 한번 구축했다.◆’시그널’의 미스터리 스릴러 X ‘킹덤’의 한국형 오컬트 SBS 토일드라마 ‘악귀’는 일정 부분 김 작가의 전작들과 닮아 있다. 앞서 김 작가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시그널’이 시공간을 초월해 범인을 찾아 나서는 전개인 것처럼, ‘악귀’도 주인공인 산영(김태리)과 민속학 교수 해상(오정세)이 악귀의 존재를 쫓는 설정이다. 미스터리를 쫓아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로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익숙함을 안긴다. 덧붙여 ‘악귀’에선 사극과 좀비를 엮어낸 ‘킹덤’의 한국적 색채가 가득한 스릴도 버무러져 있다. 더 나아가 두 작품 모두 한국형 오컬트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모두 우리나라의 정서를 배경으로 악귀와 좀비가 정체불명한 대상에서 발생한다는 설정으로 공포감을 자아낸다. 김 작가는 ‘전설의 고향’ 영향으로 한국형 오컬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킹덤’과 ‘악귀’의 기획과 대본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악귀’는 악귀라는 소재 뿐 아니라 전개 과정에서 민속학을 본격적으로 담아내 ‘킹덤’보다 더 독특한 드라마로 탄생했다. 드라마 초반 산영이 악귀에 씌이는 매개체인 붉은 댕기부터 옥비녀, 흑고무줄, 옹기 조각, 초자병, 금줄 등 작품 곳곳엔 민속학적 소재가 넘쳐난다. 이들을 단서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어지는 만큼 각 소재들의 의미가 서사와 버무려지면서 그 자체로 주요한 이야깃거리가 됐다. ‘악귀’는 단순히 민속학이라는 소재 뿐 아니라 극중 해상이 연기하는 민속학자가 악귀를 쫓아가는 과정에도 현실감을 불어 넣었다. 드라마의 자문을 맡은 이진교 국립안동대학교 문화유산학과(민속학과) 교수는 “민속학자가 그 지역의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은 학자마다 다르겠지만, 주민을 대상으로 (드라마와)비슷한 연구 방법을 따른다”며 “김 작가가 해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민속학자들의 여러 특성을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악귀’, 더 강해진 메시지와 다층화된 캐릭터 ‘악귀’는 김 작가의 전작들과 비교해 캐릭터들의 선과 악이 흐릿하고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다. ‘시그널’에서 범죄사건 피해자, ‘킹덤’에서 민초 등에 주목했다면 ‘악귀’에서는 아동학대, 보이스피싱, 불법대부업 등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구조적 허점을 건드린다. 이를 통해 악귀를 이들 문제의 또 다른 피해자로 묘사하면서 선과 악의 이분적 구조를 허문다. 악귀가 애꿎은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오히려 나쁜 사람을 응징도 하는 복잡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김 작가가 방영 전부터 ‘악귀’는 ‘청년의 이야기’라고 명명한 것처럼, 산영을 대표로 내세워 사회구조적 피해에 취약체인 청년의 문제를 조명한다. 하지만 그 청년도 단순하지 않다. 소중한 걸 주면 소원을 이뤄주지만, 그렇다고 선뜻 악귀와 손을 잡을 수 없는 마음이 산영에게 복잡하게 엉켜 있기 때문이다. ‘악귀’는 한 캐릭터에도 얽히고설킨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캐릭터과의 관계도 더 복잡해져 장르적 쾌감은 줄어든 면이 없지 않다. ‘악귀’가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10%에서 오르내리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악귀’는 분명 김 작가의 더 넓어진 세계관을 증명하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전작들의 주요 요소들이 ‘악귀’에도 담겨있으나 자신이 잘하던 장르적 재미보다 기존의 작법을 뛰어넘는 서사를 보여줬다”며 “전작들보다 더 돈과 권력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이 얼마나 약자들을 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피해를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로서 뚜렷하게 성장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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