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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해외파 베테랑도 '히 드랍 더 볼'...플레이오프 실책 전쟁

지난 2009년 6월 13일 열린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서브웨이 시리즈 1차전. 메츠 마무리 투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소속팀이 8-7로 앞선 9회 말 등판, 2사 1·2루에서 양키스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내야 뜬공을 유도한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콜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2루수였던 루이스 카스티요가 주춤하더니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경기는 양키스의 9-8 역전승으로 끝났다. 당시 양키스 전담 방송사였던 ‘YES 네트워크’ 캐스터 마이클 케이는 격앙된 목소리로 ‘히 드랍 더 볼(He dropped the ball)'을 수차례 외쳤다. 이 장면이 야구팬 사이 화제를 일으켰고, '드랍 더 볼'은 야수가 평범한 뜬공 포구에 실패한 상황에서 쓰는 캐스터들의 단골 멘트가 됐다. 지난달 3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왔다. NC가 2-0으로 앞선 3회 초, 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NC 선두 타자 박민우로부터 내야 뜬공을 유도했는데, KT 3루수 황재균이 공을 잡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이후 박건우와 권희동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4회도 흔들리며 조기강판 당했다. KT는 1차전에서 5-9로 패했다. 실책이 부른 패전이었다. 카스티요는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수비상)만 3번 수상한 내야수다. 2009년은 그의 빅리그 14번째 시즌이었다. 황재균도 마찬가지다. 프로 데뷔 17년 차 베테랑에 골든글러브 수상 이력이 있는 리그 대표 3루수다. 2017년에는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도 뛰었다. 실력과 경험을 모두 갖춘 선수도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하는 게 포스트시즌(PS)이다. 누구도 이런 ‘실책 악령’에 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PS에서도 황당한 실책이 나와서 시리즈 흐름이나 결과를 바꾼 사례가 있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가 맞붙은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대표적이다. 4-4 동점이었던 연장 11회 말, SK 투수 박정배(은퇴)가 넥센 타자 윤석민(은퇴)에게 내야 뜬공을 유도했지만, 정상 위치에서 조금 물러나 수비하던 유격수 김성현이 쇄도해 포구를 시도하다가 놓치고 말았다. 3루 주자 브래드 스나이더가 홈을 밟으며 키움이 준PO에 진출했다. 김성현은 당시에도 '수비 스페셜리스트'였다. 현역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흑역사가 있다. 키움 소속으로 뛴 두산 베어스와의 2019년 한국시리즈(KS) 1차전, 6-6 동점이었던 9회 말 수비에서 두산 선두 타자 박건우의 뜬공을 뒷걸음을 치며 잡으려고 하다가 놓쳤다. 키움은 투수 오주원(은퇴)이 이후 번트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놓인 뒤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6-7로 졌다. 이후 KS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연패를 당했다. 두산과 NC의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도 포구 실책이 승부 변곡점을 만들었다. 5-5 동점이던 5회 말, NC 선두 타자 제이슨 마틴이 평범한 뜬공을 쳤지만, 두산 2루수 강승호와 우익수 김태근이 포구를 미루다가 둘 다 공을 잡는데 실패했다. 두산은 위기에 놓인 투수 이영하가 이후 실점하며 다시 리드를 빼앗겼고, 9-14로 패하며 PS에서 탈락했다. KT 야수진은 PO 1차전에서 수비 기본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4회 초 2사 1·2루에서 NC 권희동에게 허용한 우중간 3루타도 중견수 배정대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KT는 지난 10일 정규시즌 최종전 뒤 19일 만에 실전 경기를 치렀다. 물론 수비에 빈틈이 생긴 배경을 경기 감각 저하만으로 돌릴 순 없다. 원래 단기전에선 실책이 더 많이 나온다. 지난해도 정규시즌 경기당 실책은 1.347개였지만, PS에선 1.688개로 증가했다.날씨는 춥고 경기 중압감은 점점 커진다. 시리즈에서 앞서고 있는 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당한 실책까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열린 PO 2차전에서도 리그에서 1루 수비 능력이 가장 좋은 박병호(KT)가 포구 실책을 해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NC도 8회 말 수비에서 외야수 포구 실책으로 진루를 허용했다. 올가을도 '실책 주의보'가 발령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0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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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이 지배하는 가을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24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실책 4개를 범하며 자멸했다. 2회 말 1사 1·2루에서 2루수 김혜성이 악송구하며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고, 3회는 빗맞은 타구를 처리하던 유격수 김휘집이 포구 실책, 인플레이 상황에서 공을 잡은 중견수 이정후가 홈에 악송구하며 2점을 내줬다. 야시엘 푸이그가 6회 초 2점 홈런을 치며 2점 차(스코어 4-2)로 추격했지만, 이어진 수비 무사 1루에서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 포일을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LG는 희생번트와 땅볼로 추가 득점했다. 단기전은 한순간에 흐름이 바뀐다. 특히 수비 실책은 그 타격이 크다. 정규시즌엔 벤치 멤버였지만, 포스트시즌(PS)엔 주전으로 기용되는 베테랑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사령탑들은 압박감을 잘 다스리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올가을도 실책이 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 KT 위즈와 키움의 준PO도 그했다. 1승 1패로 맞선 3차전 승부를 가른 건 3회 초 나온 KT 중견수 배정대의 판단 미스였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1사 1루에서 김혜성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는데, 이 타구에 다가선 배정대가 공을 글러브 사이로 빠뜨리고 말았다.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을 잡으려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미 어긋난 수비 리듬 탓에 가속도가 붙은 공을 놓치고 만 것. 0-3으로 지고 있던 KT는 추가 실점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은 배정대의 실책이었기에 타격이 더 컸다. KT는 결국 2-9로 패했다. 실책이 꼭 패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 경기(준PO 3차전)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선발 출전한 키움 유격수 신준우는 1·3회만 실책 3개를 범했다. PS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그러나 키움 타선이 폭발한 덕분에 그의 수비는 부각되지 않았다. 준PO 5차전도 그랬다. 키움은 투수 양현이 장성우에게 1타점 좌전 2루타를 맞고 1점 차(스코어 4-3) 추격을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조용호의 타구를 처리하던 김혜성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역전 위기까지 놓였다. 그러나 키움은 마무리 투수 김재웅을 투입, 김민혁을 범타 처리하며 리드를 지켰고, 9회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했다. KT는 정규시즌(2022) 키움과의 첫 맞대결에서 김혜성의 포구 실책으로 2점을 공짜로 얻으며 승기를 잡은 바 있다. 준PO 5차전에서도 김혜성의 실책이 나왔을 때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그아웃에 맴돌았다고. KT는 이어진 상황에서 역전에 실패했지만, 한순간이나마 긍정적인 기운이 생겼다. 그게 실책이 주는 영향력이다. LG는 PO 1차전에서 실책 없이 깔끔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호수비도 수차례 보여줬다. 1점을 내주며 3점 차(스코어 6-3)까지 추격을 허용한 8회 초 2사 2루 상황에선 오지환이 푸이그의 안타성 타구를 특유의 미끄러지며 옆 동작으로 포구한 뒤 바운드 송구로 연결해 잡아내는 명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규시즌보다 기세 굴곡이 더 큰 가을야구. 남은 PS와 한국시리즈도 실책이 경기를 지배할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2022.10.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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