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인터뷰]강백호의 자책과 위안 "실패하며 얻은 배움, 야구 인생 힘이 될 것"
강백호(23·KT 위즈)는 지난해까지 굴곡 없는 야구 인생을 걸었다. 슈퍼루키로 주목받으며 2018년 프로 무대에 입성했고, 데뷔 첫 시즌부터 홈런 29개를 때려내며 신인왕을 받았다. 2년 차엔 타율 0.336을 기록하며 이 부문 5위에 올랐다. 2년(2020~2021)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지난해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선 대표팀 4번 타자까지 맡았다. 꽃길만 걷던 강백호는 올 시즌 비바람을 맞았다. 개막 전 오른쪽 엄지발가락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4~5월 내내 결장했다. 6월 초 그라운드에 섰지만, 한 달 뒤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다시 45일 동안 이탈했다. 두 번째 복귀 뒤 출전한 40경기에선 타율 0.232에 그치며 부진했다. 강백호는 "지난 8~9월은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큰 고비를 겪은 것 같다. 야구장에서 플레이와 자세, 행동 모두 왜 이렇게 이상해졌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고, 그 상황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전에도 타격감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고, 태도 문제로 야구팬 질타를 받으며 마음고생도 했다. 그러나 좌절감까지 느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당시 이강철 KT 감독은 따끔한 충고와 격려를 섞어가며 선수 관리에 힘썼다.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타순도 여러 번 조정했다. 팀 베테랑 박병호도 "(강)백호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후배의 기운을 북돋우려 했다. 강백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전보다 3시간 앞당겨 야구장에 출근해 몸 관리에 매진했다. 시즌 중에는 하지 않았던 근력 강화운동을 시작했고, 체중 감량도 시도했다.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 강백호는 "결국 그 시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팀이 5위가 아닌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변하기 위해 노력한 성과가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에 나타났다. 강백호는 1~4차전 모두 타점을 올리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4차전에선 자신의 PS 첫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치며 KT의 9-6 승리를 이끌었다. 강백호도 "위기를 겪었지만, 타격감과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되찾고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묻는 말에 "기록은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 가지라도 더 배우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 시즌 그는 실패하고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강백호는 "좋은 타자도 10번 중 7번은 실패하는 게 야구다. 그런 종목을 하면서도 그동안 비교적 순탄하게 걸어온 것 같다. 올 시즌 나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한 명의 선수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야구 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야구는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겨울 강백호는 근력 운동량을 늘린다. 체중 감량도 시도한다. 2022시즌 목표는 동료들과 같이 출발해 함께 마무리하는 것이다. 강백호는 "이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진 뒤 다시 맞이하는 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나도 기대된다.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웃었다. 안희수 기자
2022.11.22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