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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재테크

속도 느린 우리은행, '아시아 넘버원 금융사' 가능한가

국내 시장의 포화로 시중은행들의 글로벌 확장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아시아 넘버원 금융사 도전’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비해 해외 진출이 상대적으로 느렸던 우리은행의 현실과 역량을 고려하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평가다.우리은행이 최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기업금융’ 설명회에 이어 ‘글로벌 중장기’ 비전도 발표했다. 윤석모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부행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외 당기순이익 비중을 올해 15%에서 2030년 25%로 높여 '아시아 최고의 금융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 NH농협금융에도 뒤진 5위라는 달갑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우리금융은 일단 의욕적으로 비전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여주기식’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을 거점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세컨드 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성공적인 현지 진출을 위해 1단계 소규모법인 인수 등을 통한 신규시장 진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단계별 진출 및 성장에 이어 현지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계산이다. 우리은행은 전 세계 24개국 466개 영업망을 갖고 있다.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3억4000만 달러(약 4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의 순익 비중이 43%에 달했다. 동남아 법인의 집중적인 육성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각 2억 달러, 캄보디아 1억 달러 등 총 5억 달러(약 67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신설해 동남아 3대 법인에 대한 리테일·기업금융 확대, 네트워크 최적화, 디지털 강화, 포트폴리오 확대 등의 성장전략을 수립·실행할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힘을 주고 있는 우리은행은 ‘현지 톱10 은행’ 도약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의 해외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을 세워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기에 목표 달성이 버거워 보인다. 하나은행은 1990년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며 현지 법인 세웠다. 그리고 디지털 은행 ‘라인뱅크’와 손잡고 비대면 금융상품 개발하는 등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더욱 공격적이다. 현지 부코핀 은행을 인수한 KB국민은행은 상반기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지점 184개를 운영 중에 있다. 비우량 은행을 인수했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부실로 인해 1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KB부코핀의 일시적인 흑자 전환 등을 포함해 국내 은행 중 해외법인의 순이익 증가폭이 가장 컸다. A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이 허가를 받고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며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정상화를 시킨다면 KB국민은행과 같은 M&A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도 외국계 리딩뱅크 도약을 내걸었지만 이 시장은 신한은행이 꽉 잡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46.1% 증가한 1260억1400만원을 벌어들였다. 1992년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 사무소를 열었던 신한은행은 올해까지 최소 55개 지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외국계은행 1위 입지를 굳히고 있다. 반면 2017년 베트남 법인을 구축한 우리은행은 14개 지점에서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211억원을 기록했다. 캄보디아 시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비해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 시장에서도 KB국민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캄보디아에서 외부고객의 영업손익이 2818억원으로 오히려 인도네시아에서보다 많았다. B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비전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어 임종룡 회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라며 “은행들이 글로벌 수익 비중을 높이고 싶어하지만 긴 호흡의 작업이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당기순이익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20%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4%이다. 윤석모 글로벌그룹장은 “동남아 현지법인과 지점들이 지금의 추세로 성장한다면 목표치인 25% 중 17~18%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래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0.31 07:00
금융·보험·재테크

줄줄이 바뀌는 시중은행장…'새 리더십'에 촉각

시중은행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연임이 당연시됐던 과거와 다르게 은행을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있어서다. 내년 고물가·고금리에 성장 흐름이 약화할 것이라는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권을 이끌 '새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장 바뀐 신한·하나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를 추천했다. 자경위는 자회사 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이날 신한은행장에는 한용구 신한은행 영업그룹장(부행장)이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직접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 부장,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사 협업체계를 경험하고 자본시장 등 다양한 업권에서 사업추진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았다. 이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 속에 신한금융이 그를 향후 2년의 살림을 맡길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의 영업채널을 총괄해 온 영업그룹장으로서 채널 전략, 여수신 상품, 건전성 관리 등 최근의 은행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굳히기'를 해낼 가능성도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내정자는 영업현장의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국 모든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고 은행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변화를 끌어내는 리더십도 보여준 바 있다"고 했다. 이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은행장을 교체하기로 하고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현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2+1' 임기를 채우던 관례를 깨게 됐다. 금융권은 이승열 차기 행장의 인사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자리에 오른 뒤 첫 CEO 인사를 단행했고, 하나은행이 사명에서 'KEB(외환은행)'을 빼면서 나오던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반발 심리를 잠재우는 내부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다. 특히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외화자산과 부채가 큰 하나금융이 내년 더욱 어려워질 경제 전망에 외환은행 출신이자 하나생명 임기도 채 끝나지 않은 이승열 사장을 데려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열 차기 행장은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 부사장(CFO) 출신의 재무통이다. 이에 내년 금융시장에서의 각종 리스크와 큰 변동성 속에서 이승열 차기 행장에게는 내실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교체 가능성 나오는 농협·우리은행 두 은행장 외에도 변화의 물결은 있다. 이미 새 회장이 내정된 NH농협금융지주와 교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그와 손발을 맞출 차기 농협은행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오는 23일에는 농협금융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CEO를 내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에 관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조직 안정성 면에서 올해 말 임기 만료인 권준학 농협은행장 연임 분위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임 사례가 거의 없는 농협은행 관례상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은행장의 거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말로, 손 회장이 연임할 경우 교체되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손 회장이 용퇴하면, 이 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주 회장이 변화가 있다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 CEO에 손발을 맞출 적임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불황 속 수장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2.22 07:00
금융·보험·재테크

[2022 시중은행은] 횡령·금융사고에 신뢰 '흔들', 앱 하나로 모으고 '역대급 실적'

올해 은행권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금리 상승기 수혜에 역대 최대 실적을 써내려간 한 해였다. 동시에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금융'을 위한 플랫폼 다지기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토스 등 차세대 금융 파고 속 나름의 준비를 해나갔다. 다만 은행권은 올해 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로 뼈아픈 한 해를 동시에 보내야 했다. 우리은행에서 70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실이 드러났고, 은행권에서는 가상자산(가상화폐)과 연관된 72억2000만 달러(약 10조1686억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사태도 드러나며 금융의 근간인 '신뢰'가 추락했다. 연이은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도마 위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은행에서는 금융권 가운데 가장 많은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횡령사건을 일으킨 인원 총 20명 가운데 14명이 은행 직원이었다. 은행권의 횡령사고는 타 업권에 비해 금액도 월등히 크다. 올해 금융권 횡령액은 790억9100만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722억원가량이 은행권 횡령이었다. 올해 횡령 사고의 빅이슈는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었다. 해당 직원은 기업 인수합병(M&A)에 사용되는 금액을 관리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인수합병과 관련됐던 두 기업 간에 거래된 계약금 578억원 가운데 173억원가량을 출금하는 첫 횡령을 시작으로, 총 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했다. 이 사건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횡령 사건은 제가 백번 사과를 드려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부통제 부분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금융감독원은 거액의 금융사고에 우리은행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으며, 금감원 측은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사고자와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권에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이상 해외송금 사건이 발생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 규모만 1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12개 은행을 검사한 결과, 현재까지 이상 외화 송금 혐의 업체는 82개사로 확인했고,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가장 최근 금감원은 신한은행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AML 업무 운영 체계와 국외 점포 등에 대한 AML 관리체계의 개선을 권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신한은행이 은행별 송금 규모에서 23억6000만 달러로 가장 컸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은 중대한 금융 사고 발생 시 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총괄 책임을 묻는 논의를 진행했다. 내부통제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담보하기 위해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및 임원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정 금액의 불완전판매, 횡령 사고, 피해가 큰 IT 전산 사고를 중대한 금융사고의 예로 들 수 있다"며 "이 방안이 확정되면 대규모 금융사고의 경우 대표이사가 관리를 적절히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 사고 발생 시점의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다했는지가 다뤄질 것으로 보이며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금융 사고 제재에 소급 적용은 쉽지 않고 사외이사는 기존보다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물론 금융지주의 수장이 사회적, 경제적 파장이 큰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횡령 사고 같은 건은 대부분 은행 내부에서 신고한다"며 "자체 감사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있고, 경각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돈 쓸어담은 은행 사건·사고 속에서도 은행권은 금리 인상기 수혜 덕분에 이자이익이 늘었다. KB·신한·우리·하나·NH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연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826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16조원에 가까운 액수다. 올해 연간 실적이 '역대 최대' 기록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가 뛰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만 높아져도 이자이익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을 약 2900억원 차이로 앞질렀다. 3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13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등 금리 상승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의 '이자장사'가 내년 상반기까지 호황일 것이라는 얘기다. 금리의 흐름에 힘입어 시중은행이 물을 만나긴 했지만, 현재의 호황에 안주하고 있지만은 않다. 특히 금융시장 내 벽이 무너지며 토스나 네이버, 카카오 등이 금융권으로 손을 뻗으면서 전통 금융권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해였다. 모든 은행이 '디지털 뱅킹'을 외쳤다. 플랫폼을 재정비하고 빅테크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이에 올해 KB금융은 은행 앱인 'KB스타뱅킹'에 증권, 카드, 보험 등 6개 계열사를 탑재했다. 앱 하나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공모주 청약', 손해보험에서 제공하는 '미니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 앱 '쏠'은 '뉴 쏠'로 재탄생시켰다. 속도는 최대 4배 빨라지고 사용도 더 편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1년간 고객의 소중한 의견을 직접 반영한 결과다. 나아가 금융그룹 차원에서 내년 유니버설뱅킹 앱 '신한유니버설간편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 앱인 '뉴 쏠', 카드 앱인 '신한플레이'와 별도로 은행, 보험, 증권 등 필요한 서비스만 탑재해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도 '우리WON뱅킹'을 통해 은행, 보험, 카드 계열사 간 연계를 강화해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넓혔고 하나은행은 앱 '하나원큐'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직관적인 상품 설명과 가입절차를 활용해 MZ세대부터 디지털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환경을 구현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회사의 금융서비스를 연계하는 단일 앱 방식의 플랫폼 형태는 점차 업종 간 겸영과 비금융 연계성으로 인해 디지털 유니버설 금융의 모습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2.21 07:00
금융·보험·재테크

'리딩금융' 탈환 신한금융 조용병…'5조 클럽' 이루고 연임할까

신한금융지주가 3년 만에 1위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가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성적표다. 사실상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 전 마지막 성적표로, 조 회장이 기분 좋게 리딩금융 타이틀을 달고 최초 '5조 클럽' 입성까지 이뤄내며 화려한 3연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3분기 1조594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조2636억원의 순익을 올린 KB금융을 지난 2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도 신한금융은 4조3154억원의 순익을 내며 KB금융(4조279억원)을 앞질렀다. 이로써 연간 기준 '리딩금융' 타이틀 탈환에도 가까워진 셈이다. KB금융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온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신한금융이 3년 만에 이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한금융의 3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이었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순익 9094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0.9% 상승한 실적을 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사옥매각 이익이 실적 견인에 주효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 3분기 3813억원의 순익을 내며 전 분기 대비 무려 350.9% 실적이 증가했다. 올 3분기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 4438억원(세전)이 반영된 영향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이자이익 증가세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을 제외하고 봐도 1조27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KB금융을 눌렀다. 업계는 사실상 이번 3분기까지 실적이 조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실상 마지막 성적표가 된다고 본다. 선례를 따져봤을 때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022년 연간 실적 발표 이전에 진행된다. 3년 전처럼 신한금융 회추위는 11월 중 회장 후보 추천 프로세스를 가동해 12월 중순 최종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은 2020년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조용병 회장의 재연임 여부에 이번 리딩뱅크 탈환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간 성적표는 연임 여부가 결정된 후에 발표되긴 하지만, 신한금융이 올해 '5조 클럽'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오는 관측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취임한 이후 2조원 후반대를 기록했던 순이익은 이듬해 3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4조원대까지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1조원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한금융의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은 3분기 기준 43%로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높다. 게다가 앞서는 조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던 채용 비리 관련 사법리스크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 2부는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로 2018년 9월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들은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신한금융 내부규범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포함 징역 및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5년간 경영진이 될 수 없다. 조 회장의 무죄 확정으로 재연임을 점치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교체는 대체할 만한 가능성 높은 인물이 거론돼야 하는데, 아직 그럴 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안정한 금융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그룹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교체 카드가 독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1.03 07:00
금융·보험·재테크

3분기 '리딩뱅크' 또 신한이 쥘까

4대 금융지주가 3분기 성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이번에도 신한금융지주가 '리딩뱅크' 자리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는 일제히 오는 25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업계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근거로 이번 분기에도 4대 금융지주가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조5591억원이다. 지난 2분기 신한금융은 순이익 1조3399억원으로 KB금융(1조3080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는데, 이를 3분기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조2637억원으로 2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KB금융이 1조45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신한금융 1조4004억원을 527억원 차이로 앞선 바 있다. 이에 지난 상반기 누적으로 보면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앞서 있었다. 하지만 3분기 신한금융이 격차를 벌리면서 올해 '리딩뱅크' 지위가 누구에게 갈지 알 수 없게 됐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3분기에도 전반적으로 견조한 대출 수요가 이어진 데다가 기준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면서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원으로 전월(696조4509억원)에 비해1조4000억원가량 줄었지만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7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3분기 실적에는 증권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600억원이 반영될 예정이다. 게다가 신한은행이 지난 4월 48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를 재유치에 성공한 영향도 이번 '리딩뱅크' 굳히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3분기 순이자마진 개선 폭이 5~6bp로 예상돼 시중은행 중 가장 양호하고 시금고·구금고 유치 효과에 따라 저원가성 예금 방어력도 높아지면서 타 시중은행 대비 양호한 NIM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순익도 일회성 사옥 매각익이 발생한 때문이기는 하지만, 약 1조6000억원에 근접하는 순익을 시현하면서 올해 연간 순익은 5조2000억원을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10.24 07:00
금융·보험·재테크

교체냐, 연임이냐…'임기 만료' 신한 진옥동·하나 박성호 은행장

금융권의 시선이 '수장 임기'에 쏠리고 있다. 올해는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2개 은행의 수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이다. 그간의 실적을 인정받아 분위기를 이어갈지, 새로운 얼굴이 이끌어가게 될지 은행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진옥동, 디지털·글로벌·실적 3박자 갖춰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2년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올해 마친다. 연임이 결정될 당시인 2020년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신사업 강화에서 성과를 내고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일반적으로 '1년 연임'을 보장하던 전례와는 달리 2년 임기가 주어지며 파격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모바일 강화에 사활을 걸며 오프라인 기반의 금융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데 크게 일조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흐름'과도 잘 맞물렸다. 진 행장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절반 이상이 데이터와 플랫폼에서 창출될 것"이라며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도 경영 키워드를 '디지털 혁신'으로 꼽고 다양한 성과를 냈다. 이를 위해 모바일 뱅킹 '신한SOL' 앱의 전면 개편을 위해 약 195억원 규모의 입찰공고를 냈다. 일명 '뉴 앱 프로젝트'다.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메뉴 통합 및 비효율적 메뉴는 간소화한다. 또 비대면 상품 가입 프로세스도 전면 재구축하고 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을 기획해 앱에 적용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은행 모바일 앱 신한SOL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833만명으로, 3월 말(810만명)보다 20만명이 넘게 증가했다. 예산 200억원을 책정해 기업 대상 비대면 채널 개편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법인 고객 특성에 맞춰 10월 중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배달앱 서비스도 진 행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배달앱 '땡겨요'를 오픈하며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사업에 진출, 생활밀착형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추천·판매하는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진 행장이 연초 “고객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옴니채널 플랫폼이 신한이 지향하는 모습으로, 서로 다른 영역의 제휴를 통한 데이터 연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화' 바람은 디지로그(디지털+아나로그) 브랜치,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인형 점포 ‘디지털 라운지’, 신림동 노인 특화점포, GS25 편의점 특화점포 등의 디지털 영업점 등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진옥동 행장은 '디지털 혁신'뿐만 아니라 서울시 금고를 싹쓸이하고 글로벌 확장에서도 성과를 내며 경영 능력을 증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KB국민은행, 우리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서울시 1·2금고를 차지했다. 2023년부터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할 금고 은행이 된 것이다. 이는 신한은행이 대내외적 신용도, 재무구조 안정성을 비롯해 ESG 경영과 비대면 디지털 금융 등에서 경쟁 은행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해외사업에서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베트남 등 글로벌 영업망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이 올해 상반기 10개 해외 법인에서만 벌어들인 돈은 19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8% 늘었다. 진 행장은 지난 2분기 신한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앉혔다. 82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국민은행(7491억원)을 제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국민은행에 밀렸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8% 확대된 1조6830억원이었고, 국민은행은 1조7264억원을 달성했다. 리딩뱅크로 '굳히기'는 실패했으나, 신한은행이 실적과 디지털 등 3개 면에서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 행장의 1년 연임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진옥동 행장은 과거 회장 후보군에 오를 만큼 신한금융지주 내 입지가 탄탄하지만,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나오면서 '부회장'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거취에 대해 "과거의 경우 12월 중순경 진행된 자회사경영위원회(자경위) 이후 임원추천워원회(임추위)가 열려 은행장 선임 및 임기를 정했다"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초 체력 키우고 해외사업 순항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해 하나은행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은행권 순위에서도 신한은행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1위인 국민은행과의 격차도 200억원 수준이었다. 작년 하나은행은 순이익 2조5704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은행들은 4분기 진행되는 명예퇴직 등 일회성 비용의 영향을 받는다. 당시 하나은행은 작년 4분기 명예퇴직을 진행하지 않고 올해 상반기 1650억원 규모의 특별퇴직비용을 지출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이 20%대 성장을 이어갈 때 9.6% 오른 1조373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4위로 떨어졌다. 특별퇴직 실시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으나 금리가 오르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늘어나며 순이익은 그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박 행장이 하나은행의 기초 체력을 탄탄히 다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지표에서 지난해 8.95%로 전년 대비 1.61%포인트 성장하고, ROA(총자산순이익률)도 0.6%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상승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끌어 올렸다. ROE는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지표로,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숫자다. 1000만원을 들여 100만원을 벌었다면, ROE는 10%가 된다. 이 수치가 높으면 자기자본에 비해 이익을 많이 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좋다는 얘기가 된다. 박 행장이 평소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효율적 경영에 공을 들여온 데에 따른 결과물이다. 해외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온 박성호 행장은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글로벌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2766억원을 벌어들인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이 52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2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다른 은행들을 앞섰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사에서 "하나금융을 진정한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며 해외사업에 승부수를 띄운 것에 대한 응답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인도·독일·싱가포르·멕시코·대만 등 대한민국 10대 교역 거점에 모두 네트워크를 둔 유일한 은행이 됐다. 또 전 세계 25개 지역에 걸쳐 해외지점 및 출장소, 현지법인과 소속 지점 등 194곳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은행 중 최다다. 업계는 하나금융지주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해외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박성호 행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행장은 2년 새 부쩍 존재감을 키우며 '연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9.21 07:00
금융·보험·재테크

[업앤다운] 'ESG 경영' 한 단계 오른 KB금융, 하나금융은 주춤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의 경영 과제 중 하나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상반기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대체로 우수한 등급을 받기는 했지만, 한 단계 오른 곳과 한 단계 내려간 곳이 있다. KB금융지주는 작년 하반기보다 ESG 등급이 올랐고, 하나금융지주는 내려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ESG도 '리딩뱅크' KB금융이 꿰찰까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ESG 연구 기관 서스틴베스트가 발표한 상장사 ESG 평가결과에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ESG 등급이 가장 우수한 곳은 신한금융지주였다. 전체등급 AA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최우수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SG 경영에 관한 사항을 공시할 때 주가 및 장기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결과를 통해 ESG 활동에 관한 정보가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금융은 작년 하반기 A등급에서 AA등급으로 한 계단 올라왔다. 전체 실적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 위로 리딩뱅크 자리를 3년째 꿰차고 있지만, ESG 분야에서는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뒤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두 금융지주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여기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국내·외 ESG 경영 강화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회장의 강한 의지 하에 KB금융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ESG 경영체계를 확립하고 전사적 추진 동력을 확보해 왔다. 특히 윤 회장은 국가적 과제이기도 한 ‘저탄소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솔선수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KB금융의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으로 'KB GREEN WAVE(그린 웨이브) 2030'을 내세우고, 2030년까지 KB금융그룹의 '탄소배출량'을 42% 감축(2020년 대비)하는 동시에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잡았다. 윤 회장은 이달 탄소 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문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금융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설립된 GFANZ의 자문위원회에는 라비메논 싱가포르 중앙은행 총재, 엄우종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사장 등 아·태지역 기후와 금융 분야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인물이 포함돼 있다. 지난 5월에는 윤 회장이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UN과 영국 정부로부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단 리더십 단체인 'COP26 비즈니스 리더스 그룹' 회원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이번 초청을 통해 KB금융의 ESG 글로벌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KB금융은 꿀벌 생태계 복원을 위한 'K-Be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자연 및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기업과 생물 다양성 플랫폼(BNBP)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ESG 행보를 보이고 있다. DLF 영향 미친 하나금융 ESG 사업 하나금융지주는 서스틴베스트의 ESG 평가 등급에서 유일하게 한 계단 내려간 성적표 'A'를 받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 만이다. 한국거래소 관계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2021년 평가 결과에서도 하나금융은 종합 A등급을 받았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A+였다. 하나금융은 수장에 과거 ESG 총괄 부회장이던 인물이 올라 ESG 성적표에서 하락한 점수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함 회장은 취임하면서 디지털 금융혁신과 같은 굵직한 3대 과제와 함께 ‘ESG 경영 선도금융그룹 도약’이란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특히 그는 하나금융이 2021년을 ESG 경영 원년으로 삼으며 발표한 ESG 중장기 미션인 ‘빅 스텝 포 투모로우(Big Step for Tomorrow)’ 이행에 속도를 냈다. 2030년까지 60조원 규모의 ESG 금융 지원과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0'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함 회장이 지난해 ESG 총괄 부회장을 맡은 당시 설계한 중장기 미션이기도 하다. 함 회장은 취임식도 생략하고 당시 큰 이슈였던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을 찾아 소방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소방대원을 위한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소방공무원과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를 지원하기 위한 소방청과의 업무협약도 맺었다. 이날 취임식에 쓰이기로 했던 비용은 하나금융 본점 사옥의 경비·미화·주차관리 등 근로자에게 격려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회장직에 오른 후 2개월여 만에 청년일자리창출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예술가 공모전, 학대피해 아동지원사업 8억원 기부, 꿀벌농장 조성 등 ESG 경영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나금융의 ESG 성적이 내려간 것에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함 회장이 불복해 낸 처분 취소소송에서 올해 1심 패소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ESG 성과나 공시 부분도 많이 신경 써서 등급을 올릴 수 있도록 유관 부서 및 조직이 열심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2022.06.29 07:00
경제

[금융vs금융] 은행장의 혁신 사업…이재근 ‘9To6’ vs 진옥동 ‘땡겨요’

톱2 시중은행을 이끄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역점 사업이 각각 순항 중이다. 두 은행이 모두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펼치고 있는 사업은 국민은행의 '9To6 뱅크'와 신한은행의 '땡겨요'다. 전혀 다른 맥락의 두 사업이지만 새로운 실험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것도 비슷하다. 이재근의 대면영업 실험 '9To6' 2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저녁 6시까지 영업하는 '9To6 뱅크'를 전국 72곳으로 확대했다. '9To6 뱅크'는 신임 이재근 행장의 역점 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면서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소비자 친화 DNA'를 품고 있다고 평가되는 사업이다. '9to6뱅크' 전략은 이재근 행장이 부행장이던 시절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속 '시대 역행적'이라는 시각이 나올 수 있는 프로젝트다. 게다가 은행들이 다퉈 영업 점포를 폐쇄하고, 비대면 영업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면 ‘9To6 뱅크’는 매우 이질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없는 시중은행만의 무기인 '대면채널' 활용 방안 마련은 시중은행 입장의 관심사이자 시대가 주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리딩뱅크로서의 책임감을 가진 이재근 은행장의 강력한 의지로 9To6뱅크가 시작됐다. '9To6 뱅크'는 오후 4시까지인 영업점 운영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형태의 특화지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확대에도 자산관리·대출상담 등 대면채널에 대한 니즈가 높은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장의 직원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구성돼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형태다. 이에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 직원들의 업무 만족가 높아진다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오전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워킹맘은 오후조를 선택하고 자기 계발을 원하는 직원 등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중시하는 직원은 오전조로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후조는 공모를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 신청으로 이뤄졌다. 오후조 공모에는 예상보다 많은 신청이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영업시간 확대로 방문이 수월해진다. 자영업자나 직장인 등에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기존보다 2시간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은행 영업시간 조정에 따라 30분 단축해 5시 30분까지 운영 중이다. 이재근 은행장은 “9To6 뱅크는 전문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대면채널을 고객지향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으로 영업점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범 운영 기간에 9To6 뱅크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0% 이상이 만족했다고 답했다. 시중은행의 대면영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옥동의 혁신 플랫폼 '땡겨요' 지난해 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배달앱'이라는 슬로건으로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서비스로, 업계 전반의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땡겨요'였다. 지난 11일 진옥동 은행장은 이 서비스로 한국표준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상생을 골자로 한 신한은행 혁신서비스 ‘땡겨요’가 배경이 됐다. 땡겨요는 올해 디지털 전환에 명운을 걸고 있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진두지휘한 그룹 1호 혁신 금융 플랫폼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인 서비스로 땡겨요를 금융권의 배달앱 진출이라고 말하지만, 진 행장은 ‘땡겨요’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땡겨요를 시작한 진 행장의 첫 번째 이유는 고객 일상으로 더 들어가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고, 이를 통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땡겨요는 수익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앱 이용자인 고객과 가맹점인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까지 모두 도움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첫 발은 뗐다. 라이더 대출 상품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을 선보였다. 배달라이더 데이터와 배달 수행정보를 수집·분석해 라이더 전용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개발한 것이다. 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 대출을 제공하는 ‘땡겨요 사업자 대출’도 내놓았다. 지난 7일에는 땡겨요 전용 상업자표시카드(PLCC)도 출시했다. '땡겨요 신용카드'는 땡겨요 앱 결제 시 10% 포인트가, 편의점 이용 시 5%가 포인트로 적립되고 '땡겨요 체크카드'는 땡겨요 앱 결제 시 10% 포인트가 적립, 스타벅스·편의점 이용 시 2%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땡겨요 전용 카드는 타 배달업 경쟁사와 차별화된 금융 본업을 강화해 고객 기반 카드뿐만 아니라 배달 라이더를 위한 전용 카드도 함께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땡겨요 라이더 카드'는 전 가맹점 0.2%포인트 적립과 주유, 편의점 이용 시 추가 0.2%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달 첫 주에는 땡겨요 주간 이용자 수가 처음으로 1만 명 선에 올라서기도 했다. 출시 초기는 지지부진했지만 특화카드, 스타트업과 협업 등으로 출시 두 달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 땡겨요는 3월 첫 주 이용자가 1만679명을 기록했다. 둘째 주에도 이용자 수 1만3315명으로 2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형 배달앱은 물론이고 공공 배달앱과 비교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은 시범사업 때부터 주간 이용자가 8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주간 이용자 25만명을 기록 중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지역이 적어 이용자 수가 많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 확대에 따라 유입률은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땡겨요는 아직 서울 일부 지역구(강남·서초·송파·관악·마포·광진구)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는 4월부터는 서울 모든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2.03.23 07:00
경제

신한금융, 창립 이후 역대 최고 상반기 실적…2조4438억원 기록

신한금융그룹이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KB금융그룹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는 패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조251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4%(3787억원) 증가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2조443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4%(6383억원) 뛰었다. 이는 2001년 그룹 창립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이다. 하지만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 2조4743억원과 비교해 약 300억원 뒤지며, 리딩뱅크 자리는 뺏겼다. 2분기 그룹 실적에는 최대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성적표가 가장 크게 유효했다. 신한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714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9.0%(2003억원) 증가했다. 또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대비 20.2%(2302억원) 늘어난 1조3709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신한금융그룹 이자이익은 4조356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8.3%(3337억원) 늘었다. 비이자이익도 늘어 2조143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13.1%(2333억원)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비은행 자회사가 그룹에 편입된 영향이 주효했다. 수수료 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또 올해 상반기 충당금을 적게 쌓은 것이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그룹 충당금 적립 규모가 359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630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이 중 신한은행의 상반기 충당금은 1천18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3분의 1로 줄었다. 비용 가운데서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통상 4분기에 실시하던 희망퇴직을 올해는 2분기에 진행하면서, 각각 463억원과 157억원이 들어갔다. 이외에 신한카드가 순이익 1991억원(13.1% 증가)을,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이 1091억원(40.0% 증가), 신한생명보험이 194억원(62.7% 감소)을 기록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 2분기 순이익은 1547억원으로 작년 2분기(104억원)의 14배나 뛰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7.27 14:33
경제

4대 금융지주 맞먹는 카카오뱅크 몸값?…카카오게임즈 수순 밟을까

국내 대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뱅크가 내년 증시 상장을 계획하면서 몸집을 키우더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카오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카카오뱅크가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 거품 논란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공격적인 자본 확충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사모펀드 투자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TPG 캐피탈을 통해 각각 25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 한 바 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는 제3자 방식의 유상증자로 1조원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시장에서 전망했던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이룬 성과다. 당초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자본확충 시기를 내년까지로 내다봤다. 1조원의 ‘총알’을 장전한 카카오뱅크는 내년 하반기 이후 기업공개(IPO)를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주관증권사 선정을 위한 RFP(제안 요청서)를 발송한 만큼 이른 시일 내 주관 증권사를 선정해 내년 하반기 이후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상장 후 기업 가치가 얼마나 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는 24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식의 1주당 가격이 8만1500원을 기록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뱅크의 발행 주식 수(3억6500만주)를 고려해 계산해 보면 추정 시가총액은 29조7475억원에 이른다. 이는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뛰어넘는 시총이다. 같은 시점 기준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시총은 각각 19조2934억원과 17조5102억원이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추정 시총은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10조6586억원)과 우리금융(7조2949억원) 시총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장에 기업가치를 추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유상증자에서 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에 정해진 바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지분가치는 8조5800억원(증자 완료 전 기준)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장외시장 추정치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관건은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실제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느냐다. 신생 은행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하기는 했으나, 아직 전통 금융사를 멀찍이 좇아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까지의 당기순이익은 859억원이었고, 지난해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4대 은행들의 평균 순익은 1조6151억원에 달하고, 카카오뱅크보다 20배 가까운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인터넷 전문'이라는 효율성 면에서도 그다지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보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8% 이상이고, 하나은행도 7% 후반대다. 우리은행이 5.86%로 가장 낮지만, 카카오뱅크(5.29%)를 앞선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가 '거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성장 배경에 최대주주 카카오가 있다는 점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국민 플랫폼 카카오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비슷하게 지난 9월 카카오의 후광에 힘입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만 봐도 여전히 '거품' 논란을 이어가는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후 최고가 8만9100원을 기록한 이후 현재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4만9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가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사태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반짝 수혜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 은행 상장 사례가 없으니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로써는 비대면 특화된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비대면 환경은 모든 금융권이 넓혀나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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