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연임이 당연시됐던 과거와 다르게 은행을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있어서다. 내년 고물가·고금리에 성장 흐름이 약화할 것이라는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권을 이끌 '새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장 바뀐 신한·하나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를 추천했다. 자경위는 자회사 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다.
이날 신한은행장에는 한용구 신한은행 영업그룹장(부행장)이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직접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 부장,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사 협업체계를 경험하고 자본시장 등 다양한 업권에서 사업추진 및 경영관리 경험을 쌓았다.
이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 속에 신한금융이 그를 향후 2년의 살림을 맡길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의 영업채널을 총괄해 온 영업그룹장으로서 채널 전략, 여수신 상품, 건전성 관리 등 최근의 은행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굳히기'를 해낼 가능성도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한 내정자는 영업현장의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전국 모든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고 은행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변화를 끌어내는 리더십도 보여준 바 있다"고 했다.
이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열린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은행장을 교체하기로 하고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현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2+1' 임기를 채우던 관례를 깨게 됐다.
금융권은 이승열 차기 행장의 인사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자리에 오른 뒤 첫 CEO 인사를 단행했고, 하나은행이 사명에서 'KEB(외환은행)'을 빼면서 나오던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반발 심리를 잠재우는 내부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다.
특히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외화자산과 부채가 큰 하나금융이 내년 더욱 어려워질 경제 전망에 외환은행 출신이자 하나생명 임기도 채 끝나지 않은 이승열 사장을 데려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열 차기 행장은 하나금융 그룹재무총괄 부사장(CFO) 출신의 재무통이다. 이에 내년 금융시장에서의 각종 리스크와 큰 변동성 속에서 이승열 차기 행장에게는 내실경영 강화에 초점을 맞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교체 가능성 나오는 농협·우리은행
두 은행장 외에도 변화의 물결은 있다. 이미 새 회장이 내정된 NH농협금융지주와 교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다.
NH농협금융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그와 손발을 맞출 차기 농협은행장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오는 23일에는 농협금융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CEO를 내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에 관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조직 안정성 면에서 올해 말 임기 만료인 권준학 농협은행장 연임 분위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임 사례가 거의 없는 농협은행 관례상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은행장의 거취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말로, 손 회장이 연임할 경우 교체되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손 회장이 용퇴하면, 이 행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주 회장이 변화가 있다면 핵심 계열사인 은행 CEO에 손발을 맞출 적임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 불황 속 수장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