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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IS리포트] '17년 1위' 삼성 vs '10년 명가' LG, 자존심 건 TV 대전 개막
글로벌 TV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신제품을 쏟아내며 주도권 경쟁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판매 1위', LG전자는 'OLED(올레드, 유기발광다이오드) 명가'라는 수식어를 전면에 내걸었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TV 사업은 지난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수요가 기대되는 대화면·고화질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했다. OLED와 마이크로 LED 등 미래 리더십 선점을 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올해도 주력은 '네오 QLED'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 8일 서울 서초 R&D캠퍼스에서 신제품 발표회로 포문을 열자 곧바로 다음날 삼성전자가 서초 사옥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어 맞불을 놨다.이번에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국내에 재출시한 OLED TV다. 경쟁 관계인 LG전자가 주름 잡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런데 막상 마케팅에는 소극적이다. 현재 주력인 LCD 기반의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지난 2017년 내놓은 이후 OLED TV의 단점인 번인(잔상) 현상을 꾸준히 지적해온 탓이다. 어쨌거나 LG전자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났다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OLED TV의 출고가는 77형 799만원·65형 529만원·55형 309만원이다. LG OLED TV의 WOLED(화이트OLED) 패널이 아닌 QD(양자점)-OLED 패널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구조상 삼성의 OLED TV가 더 나은 밝기와 색 재현율을 자랑하고 번인 우려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이미 절대적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QLED TV 라인업을 당장 재편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QD-OLED 패널의 생산 확대 과제 등으로 향후 전략 수립에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금액 기준 점유율 29.7%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QLED TV는 작년에만 965만대가 팔렸다. 출시 후 6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3500만대를 넘어섰다.2023년에도 삼성전자의 TV 사업 선봉에는 '네오 QLED'가 있다. 8K·초대형을 중심으로 총 7개 시리즈를 선보였다.네오 QLED 8K 출고가는 최상위 제품 기준 85형 1570만원, 75형 1280만원이다. 네오 QLED는 85형 949만원, 75형 809만원이다. 초대형 트렌드를 반영한 98형 QLED 제품은 1270만원에 내놨다.
네오 QLED 8K는 64개 뉴럴 네트워크로 업그레이드한 '네오 퀀텀 프로세서 8K'로 화질 개선 기능인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을 강화했다.새로운 화질 기술인 '명암비 강화 프로'는 TV를 시청할 때 시선이 집중되는 화면 가운데의 인물과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배경을 분리해 명암비로 3차원의 깊이감을 더한다.황태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오 QLED 8K는 2023년 한층 강화한 성능으로 새로운 시청 경험을 선사하고, 삼성 TV의 기술력이 완성한 OLED도 처음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OLED 명가' 저력 과시하는 LG전자올해 OLED TV 출시 10주년을 맞은 LG전자는 크기뿐 아니라 다양한 사용성에 맞춘 라인업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최상위 모델인 G·C시리즈와 합리적 사양의 B·A시리즈, 전원을 제외한 연결선을 없앤 M시리즈, 롤러블(화면이 말리는)과 8K 등 혁신을 담은 R·Z시리즈 등 7개 시리즈 29개 모델이 출격한다.
먼저 G시리즈에 해당하는 '올레드 에보'를 출시한다. 연내 세계 최대 크기인 97형 신제품도 공개할 예정이다.65형 올레드 에보(65G3)의 경우 같은 화면 크기의 일반 OLED TV 대비 최대 70% 밝다. 기존 동급 제품 대비 빛 반사와 화면 비침 현상도 줄었다.LG 올레드 에보는 업계 유일 OLED TV 전용 AI 화질·음질 엔진인 '알파9 프로세서' 6세대를 탑재했다. 제작자의 의도까지 분석하는 업스케일링은 더 진화했고, '다이내믹 톤 맵핑 프로'는 각 장면을 구역별로 세분화해 HDR(고명암비) 효과와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한다.2023년형 LG OLED TV의 국내 출하가는 모델별로 77형 570만~900만원, 65형 319만~539만원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 OLED TV가 더 저렴하다. 시리즈별 특성이 달라 단순히 화면 크기만으로는 비교하기 힘들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초기 시장 확장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림수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전체 TV 시장에서 점유율 16.7%로 2위를 기록했다. 1위 삼성전자와 1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작년 LG OLED TV의 출하량은 382만4000대로 10년 연속 1위 자리를 가져갔다. 2013년 이후 누적 출하량은 1500만대를 넘어섰다. LG전자의 OLED TV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는 TV 사업 적자에서 조만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은 신제품 발표회에서 "유가가 올라 물류비 부담이 상당했다. 환율도 정말 안 좋았다"며 "사업 환경이 나아지면서 분기 흑자 전환은 빠른 시간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OLED TV의 약점인 번인 현상은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있다.정재철 LG전자 HE연구소장은 “알파9 프로세서 6세대를 거듭하면서 고객의 TV 사용 패턴에서 놓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번인을 해소하는 10가지 이상의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LCD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신했다.한 예로 8년 전 한 고객이 지상파 뉴스를 장시간 시청한 결과로 화면 상단에 로고 자국이 남은 사례가 있었다. 이에 회사는 TV 프로그램 로고의 잔상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LG전자를 필두로 OLED TV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2013년 4000대 수준이었던 OLED TV 출하량은 10년 만에 1852배 성장했다. 현재 21개 브랜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TV '마이크로 LED' 경쟁력 확보 총력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세대 TV를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유기물인 OLED와 달리 무기물이라 성질의 변화가 없고 수명이 긴 LED 기반 T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당시 출고가 1억7000만원의 110형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아직 가격 장벽이 높지만 50~140형까지 라인업을 늘려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역시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하고 있다"며 "10년의 선택이 고객의 운명을 좌우한다. LG전자의 경쟁 상대는 오늘 우리가 만든 TV"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TV 시장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TV는 지난해 출하량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억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OLED TV도 출하량이 1.3%가량 감소했다.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LCD TV 제조사들의 패널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데보라 양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2023년부터 글로벌 TV 브랜드 및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마침내 패널 주문량을 늘릴 것"이라며 "경제 전망은 어둡지만 중국 제조사들은 50인치 이상 TV 사업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3.1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