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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우승으로 하나된 이라크

시아파도 수니파도 없었다. 아랍족도 크루드족도 없었다. 오로지 이라크만이 빛났다. 축구는 미국과 전쟁 후 내전을 방불케하는 혼란으로 사분오열된 이라크를 모처럼 하나로 만들었다. 이라크의 우승을 축하하는 승리의 격정은 수도 바그다드부터 시아파 아랍족이 많이 사는 중남부의 나자프·바스라를 거쳐 북부 크르드 자치지역까지 퍼져나갔다. 이라크 난민들이 살고 있는 요르단·시리아·유럽의 스톡홀롬 등지에서도 승리의 감격이 물결쳤다. 　이라크 정부는 29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을 전후해 14시간 동안 바그다드 시내 차량운행과 총기 발사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우승의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먼저 군인과 경찰들이 1-0으로 경기가 끝나는 종료 휘슬에 맞춰 권총과 AK 소총으로 축포를 쏘았다. 　시아파 지도자 알시스타니가 자제를 호소했지만 흥분한 시민들은 국기를 앞세우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축포를 쏘고, 거리로 몰려나가 춤을 추며 환호했다. TV 진행자는 아예 국기를 두른 채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고, 미국 CNN도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이라크의 우승을 전세계에 알렸다. 미군도 발빠르게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축하성명과 함께 선수들에게 1만달러, 결승골을 터트린 유니스에게는 2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리기로 했다. 귀국 후에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4골을 터트리며 이번 대회 MVP에 오른 유니스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라며 "이라크로 돌아가면 누군가가 나를 해칠 지도 모른다. 내가 축하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더라도 팬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축구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혼란상은 여전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유니스는 현재 카타르 프로클럽 알 가라파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편 이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80여㎞ 떨어진 발라드의 한 민가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6명이 사망했지만 환호하는 축구팬들을 겨냥한 테러 공격은 이라크 군과 미군의 적극적인 대비로 발생하지 않았다. 또 이라크 보안군은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에 바그다드 동쪽에서 축구팬을 겨냥해 차량폭탄 공격을 준비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2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이해준 기자 2007.07.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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