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험·재테크
'대출비리 후폭풍',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발목 잡나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후폭풍에 우리금융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엄정한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최종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의 변수 우리금융은 2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 가액은 1조5494억원에 달한다. 동양생명은 국내 22개 생보사 가운데 수입 보험료 기준 6위의 회사다. 지난해 총자산 33조원,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다. ABL생명은 업계 9위로 총자산 17조원, 당기순이익 8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는데 증권사 인수에 이어 이번에는 대형 보험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ABL생명의 최대 주주인 다자보험과 지난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우리금융은 2개월 동안의 실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이후 다자보험 측과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했다. 하지만 실사를 진행하던 중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적정 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인수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주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부당대출과 관련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지탄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그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우리은행 대출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대출비리 사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우리금융도 인수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다. 임종룡 회장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사업계획의 수립, 금융당국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아직 남아있는 심사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수사기관 압박에 임종룡·조병규 ‘책임론’ 부상 우리금융은 전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임종룡 회장이 선임되면서 ‘관치금융’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자신들이 사실상 선택한 수장에 대해 ‘철퇴’까지 내릴 수 있을지 관심사다. 특히 이번 우리은행의 대출비리 사건은 금감원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 과정에서 나온 터라 엄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은 금융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강력하고 추진하고 있는 시점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사건과 관련해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며 “이번 대규모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 대응 절차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복현 금감원장도 엄정한 조치를 예고해 현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25일 KBS에 출연해 "명확하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도 현 경영진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대출 서류 진위확인을 누락하거나 담보·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을 받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도 용도에 맞지 않게 대출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지난 12일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던 임종룡 회장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다시 한번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어제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며 "전적으로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8.2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