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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위자드 머털’, 꼭 마술과 액션에 올인해야 했을까?
'올인'은 '모' 아니면 '도'란 결과를 부르기 쉽다. 퍼포먼스 '위자드 머털'(3월 7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이 그렇다. 이 작품은 머털도사와 요괴들이 등장하는 이두호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위자드 머털'은 공연 장르로 치면 '넌버벌 포퍼먼스'도, '뮤지컬'도 아니다. 배우들의 대사도 적지 않고, 뮤지컬 넘버는 아예 없다. 따라서 굳이 장르를 정의하자면 애매하게 '퍼포먼스'가 적합해 보인다. 공연 25분 정도까지는 누가 봐도 신난다. 누덕도사와 머털이의 동료들이 사는 도장에서 마술과 액션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물론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신나기 마련이다. 머털이가 머리를 세워 뭔가 할 것 같은 암시를 줄 땐 잔뜩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뜬금없이 머털이가 도장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쓰고는 사악한 기운에 사로잡힐 때부터 뭔가 이상해진다. 그의 친구 고수도 도장에 있는 팔찌를 찼다가 사악해진다. 문제는 누덕도사가 왜 사악한 가면이나 팔찌를 그냥 두고 있는가, 그 가면이나 팔찌는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공연 25분 후부터 끝날 때까지 '무조건' 액션이다. 사악한 힘에 사로잡힌 머털이나 고수가 동료·요괴들과 계속 싸우기만 한다. 그래서 스토리가 실종된다. 스토리가 없는 작품이라면 어른들은 하품을 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은 재미있게 생각할 수도 있다. 스토리에 짜임새를 주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는 음악과 액션, 눈길을 끄는 마술만 잔뜩 나오니, 불행하게도 배우들이 몸으로 때우는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2014.03.23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