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690건
프로야구

"목표는 야수 신인왕" 내야 빈 두산, 박준순 활력소 될까 [IS 피플]

"일단 목표는 야수 신인왕이에요. 목표는 높게 잡고 갑니다."고교 야구를 마무리하고 프로로 진입하는 박준순(18·덕수고)의 말엔 패기가 녹아 있었다.박준순은 올해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야구 최대어로 꼽혔다. 4월 신세계 이마트배, 5월 황금사자기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주가를 올렸다. 고교 타자답지 않은 정교함이 스카우트 눈에 들었고, 결국 드래프트에서 야수 중 가장 빠른 1라운드 전체 6순위에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박준순 본인만 잘한다면, 기회는 있다. 두산은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하고 3루수 허경민이 KT 위즈로 이적했다. 주전 내야수 4명 중 2명이 빠지면서 지난 23일 끝난 마무리 훈련에서 내야 경쟁이 뜨겁게 일었다. 두산이 기대하는 내부 자원은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여동건 그리고 군 복무 중인 안재석이다. 여기에 야수 최대어로 입단하는 박준순도 '조커'가 될 수 있다. 두산은 1년 차 선수를 퓨처스(2군)리그에서 육성하는 경우가 많은 팀이지만, 박준순이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빠른 콜업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25일 퓨처스 스타대상에서 스타상을 수상한 박준순은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야 경쟁에 거론되는 데 대해 "조금 기분 좋다. 설레는 것도 있다"며 "주위에서 제 이름을 언급해주신다는 건 기대를 많이 해주신다는 것이니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전했다.박준순은 "수비 부담감은 없는 편이다. 어떤 타구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자신 있는 내 장점이다. 혹시 스프링캠프에 갈 수 있다면 그곳에서 또 경쟁하고, 선배들에게 배우면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덕수고 시절 2루수였던 그는 "어디든 상관 없다. 그래도 2루수를 가장 많이 봐서 아직은 2루수가 편하다"고 했다. 현재 두산 주전 2루수는 강승호다. 강승호는 타격 성적이 빼어난 만큼 박준순이 1군을 노리려면 여러 포지션 소화는 필수다.롤 모델로는 최근 은퇴한 김재호를 꼽았다. 그는 "은퇴하신 김재호 선배님의 여유로운 수비, 송구 능력을 많이 닮고 싶다"며 "선배님과 함께 뛰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박준순이 경쟁하게 될 내야 후보 중엔 서울고 출신 여동건도 있다. 박준순보다 한 살 많은 여동건 역시 2라운드에 두산이 지명한 당해 주요 야수 자원이다. 박준순은 여동건에 대해 "동건이 형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 건 아니지만, 연락은 자주 한 편이다. 서울고 시절엔 모든 걸 완벽히 갖춘 선배님이었다"고 기억하면서 "함께 경쟁하면 그게 또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박준순이 야수 최대어로 꼽혔던 건 역시 타격 때문이다. 박준순은 올해 34경기 타율 0.442 5홈런 33타점 49득점 22도루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콘택트 능력에선 동기 중 따라올 이가 없다는 평가다. 박준순은 "어떤 공에도 밀리지 않는 콘택트 능력이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프로에서 성공하려면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윤혁 두산 베어스 스카우트팀장은 박준순 지명 후 본지와 만나 "(파워에 대한 우려가 있다지만) 경기를 너무 많이 뛰어서 체력 문제가 있다고 본다. 4월에만 홈런 4개를 몰아친 선수"라며 높게 평가한 바 있다.박준순도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체력이 필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비시즌 때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런닝도 많이 뛰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팬들께서도 내년 시즌을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1.26 11:13
스포츠일반

'당구 여제' 김가영 "3쿠션 선수의 길, 이제 시작일 뿐…조금씩 더 성장하고 있다" [IS 인터뷰]

“제 나이에 ‘시작’이라는 말,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당구 여제’ 김가영(41·하나카드)은 자신의 3쿠션 커리어를 ‘시작’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프로당구 남·여 최초의 4회 연속 우승에 최다 우승(11회), 그리고 최다 연승(24연승) 신기록까지. 2019년 프로당구 출범 이후 그야말로 새 역사를 거듭 써 내려가고 있는데도, 3쿠션 선수로는 스스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개인 연습실에서 만난 김가영은 “3쿠션 선수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3쿠션을 제대로 친 지 이제 3~4년 정도밖에 안 됐다. 그래서 사실 아직 목표도 없다. 포켓볼은 너무 잘 아는 종목이니까 계획이 그려졌다면, 3쿠션은 아직 청사진을 못 그리겠다. 그저 선수로서 올인할 뿐”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김가영은 “이 나이에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좀 그렇지만, 3쿠션 선수로 조금씩, 또 한 스텝씩 잘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가영 천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프로당구 3쿠션 무대에서 눈부신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최정점에 오른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가 써 내려가고 있는 프로당구 3쿠션 대기록들은 그래서 더 대단하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4구 2000점' 목표로 시작된 김가영의 당구 인생실제 30년 가까운 김가영의 당구 인생에 3쿠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다. 처음 접한 건 4구였다. 김가영은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 아버지께 매일 1~2시간씩 레슨을 받았다. 400~500점을 치면서 2000점을 목표로 삼았다. 특기 정도로 만들어놓으려 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목표가 바뀌었다”고 했다.당시 한국계 미국인 포켓볼 선수 자넷 리(미국)의 방한이 화제가 되고, TV 광고도 찍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김가영의 시선이 쏠렸다. 공부보다 당구에 더 흥미를 느끼며 당구 선수의 길을 고심하던 그는 4구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포켓볼 선수로 전향을 결심했다. 그리고는 포켓볼 선수로 정식 등록해 본격적으로 당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김가영은 “사실 당구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비교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 처음 선수로 등록했을 때 바로 윗 선배도 20대 중반이었다”며 “자넷 리를 보면서 미국에서 프로 하면 되게 좋은가 보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4구 2000점에서 포켓볼 세계 챔피언으로 목표가 바뀌었다”고 했다.본격적으로 당구 선수의 길을 걸으면서 혹독한 훈련도 받았다.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일반 남자 운동부처럼 매일 훈련했다. 오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낮에는 수업을 받았다. 오후에 당구 훈련을 하다 훈련이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여중생인 김가영에게는 특히나 힘든 시간들이었다.김가영은 “제 인생에서 제일 고통스러웠던 5년이었다. 훈련을 혼자 다 버텨내야 하니까 기댈 곳도 없었다”며 “남자 선수들도 그렇게 안 하는데, 매일 아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뛰거나 사이클을 타야 했다. 꾀를 부리거나 성실하지 않으면 혼도 났다. 당시엔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매일이 괴로웠다”고 돌아봤다.그러면서 김가영은 “다들 1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절대 아니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결과적으로 당시 경험들은 뒤에 있었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발판이자 밑거름이 됐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그때보다는 고통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켓볼 세계 챔피언에게 찾아온 첫 번째 시련혹독한 훈련 속 김가영은 각종 대회를 휩쓸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만 국적이던 아시아당구연맹 회장의 권유로 고교 졸업과 동시에 대만 무대로 향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대만행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김가영은 “(처음 제안을 받고) 무조건 가겠다고 했다. 고된 훈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류신메이(대만)라는 선수의 존재였다”며 “유일하게 테크닉에 반했던 선수이자 우상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쯤 만났을 때, 단 한 번의 실수로 역전패를 당했던 적이 있다. 한국에 있으면 1년에 한 번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다. 그래서 대만에 가서 다시 붙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언어도 통하지 않는 혹독한 환경 속 김가영은 오롯이 포켓볼로 승부했다. 남다른 승부욕 속 류신메이에게는 설욕도 성공했다. 대만 진출 이후 6개월 만에 처음 류신메이를 이겼고, 1년 정도 지난 뒤엔 승률이 비슷해졌다. 2년 가까이 된 시점엔 오히려 류신메이보다 승률이 더 높은 선수가 됐다. 세계 챔피언의 영예도 안았다. 2004년과 2006년 잇따라 우승해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세계 최초로 포켓볼 그랜드슬램의 역사도 썼다.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도 나섰다. 2006 도하(카타르) 아시안게임에 나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가영은 “아시안게임 전에 한 나라에서 귀화 제의도 받았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는데 한 마디로 잘랐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딸 기회 역시 신청조차 안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그러나 대만에서 김가영은 결국 외국인 선수였다. 김가영의 실력이 급증한 건 곧 대만 당구계의 시기와 질투로 이어졌다. 특히 도하 아시안게임 직후엔 황당한 이유로 대만당구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단의 요청으로 잠시 통역을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김가영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아시안게임 때 통역이 따로 없었다. 한국과 대만의 경기 도중 한국 남자 선수들이 판정과 관련해 나에게 통역을 요청해 한국 선수들의 입장을 대신 통역해 준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심판 판정은 대만 선수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며 “그런데 그 판정 이후 승부가 뒤집혔다. 경기가 끝난 뒤 대만 당구계의 모든 화살이 돌연 나한테 돌아왔다. 결국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이어 김가영은 “대만에서 함께 활동했던 선수들이 누구도 나를 돕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지 기자들도 내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보도했고, 인격모독성 내용까지 담겼다. 대만당구협회장에게 항의했지만, 결국 화살을 나한테 돌려야 자기들이 산다고 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이런 일을 겪고 있는데 대한당구연맹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양쪽에 다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자격정지는 6개월 만에 풀리긴 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깊었다. 포켓볼 선수에게 내려진 사실상 사형선고대만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한 뒤 김가영은 미국과 한국 등을 오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포켓볼 세계 최정상의 자리도 굳게 지켰다. 그러다 지난 2019년, 또 한 번의 시련이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대한당구연맹의 ‘영구 제명’ 징계였다. 당시 새로 출범한 프로당구협회(PBA)의 초청을 받아 3쿠션 대회에 참가했다는 게 중징계의 이유였다.김가영은 “당시 와일드카드를 통해 단 한 번 PBA 3쿠션 대회에 참가했다. 그렇다고 PBA에 정식 가입한 것도 아니어서 서류상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한당구연맹에서는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낸 것도, 당구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그런 중징계를 내려진 것”이라고 했다.당시 새로 출범한 PBA와 대한당구연맹 간 ‘대립’의 본보기 징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김가영도 “‘PBA로 가면 김가영조차 제명’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이 PBA로 가지 못하도록 내린 징계였다고 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몇 번 우승을 했든, 국위선양을 얼마나 했든 본보기로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특히 당시 PBA 3쿠션 대회에 참가한 것 역시도 그저 포켓볼과 나아가 한국 당구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었던 터라, 김가영이 느낄 배신감과 허탈감은 더 컸다.김가영은 “포켓볼을 더 부흥시키고 발전시키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쫓겨난 셈이다. 그때 대회에 참가한 것도 3쿠션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직 ‘당구 선수들을 위해서는 프로가 생겨야 한다’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며 “프로가 생겨야 당구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거고, 그래야 선수들이 갈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한당구연맹은 아마추어 단체라 (선수들의 생활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이어 김가영은 “그동안 프로당구를 만들겠다는 단체들이 몇 번 있었지만 미심쩍었다. 하지만 PBA는 준비 과정이 믿을 만했다. 첫 대회인 만큼 대회 인지도가 있는 내가 참가해 힘을 실어주자는 생각이었다”며 “PBA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켓볼 역시 프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프로가 생겨야 당구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나중에 포켓볼 종목에도 나쁜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그런데도 돌아온 건 ‘영구 제명’이었다. 이 징계로 김가영은 포켓볼 선수로서 국내 대회 참가는 물론 국제 대회 참가의 길까지 모두 막혔다. 평생을 포켓볼만 해온 김가영에겐 사실상 사형선고였다. 김가영의 등록 말소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만큼 이슈가 됐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김가영으로선 자신의 선수 생활의 위기만큼이나 후배 선수 등 포켓볼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다.그는 “후배 등 포켓볼에 종사하고 계시는 선수분들이나 관계자분들에게는 마음 한편에 미안한 감정이 있다. 내가 배신한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언젠가는 돌아갈 거다. 포켓볼 선수로 돌아간다거나 대한당구연맹에 가겠다는 게 아니라, 포켓볼을 위해 내가 뭔가 할 일이 있을 때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포켓볼 쪽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은퇴 기로에서 결심한 3쿠션 선수의 길대한당구연맹의 영구 제명 징계는 김가영의 인생 계획도 바꿔놨다. 사실 김가영은 포켓볼 선수 이후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던 참이었다. 그는 “원래 마흔 살 정도까지만 선수 생활에 집중하고, 40대 초반부터는 지도자를 할 생각이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 지도교수님께서도 ‘경기력도, 이론도 잘 돼 있는 사람이 체육계에서 인정받는다, 너는 가능하지 않느냐’고 해주셨다. 지도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도 포켓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지도자를 준비하려다 제명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김가영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계획보다 더 이른 포켓볼 지도자의 길, 그리고 3쿠션 선수로의 전향이었다. 포켓볼과 3쿠션은 엄연히 다른 종목인 데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 종목으로 전향한다는 것 그야말로 큰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고민이 필요했던 이유였다.김가영은 “결정하는 데까지 정말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뭘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상상도 안 해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될까’ 싶기도 했다. 초보자 때의 기억과 느낌도 없었다. 포켓볼과 3쿠션은 큐 길이나 굵기, 공 크기, 당구대 높이 등 모든 게 다르다. 포켓볼을 칠 땐 최소한 내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게 나를 지탱해 줬다면, 3쿠션은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한 번 해보자’라는 결심이 섰다. 생판 모르는 걸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지도자와 병행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을 그만두고, 3쿠션 선수의 길을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3쿠션 전향 첫 시즌 6차 대회부터 첫 우승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다만 두 번째 시즌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첫 시즌 우승 역시 ‘반짝 우승’으로 비쳤다. 김가영은 “첫 시즌에 왜 우승했는지도 모르고, 사실은 할 실력도 아니었다. (초창기다 보니)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이 높지 않았고 운도 좋았다”면서 “두 번째 시즌에 혼란기가 왔다. 처음엔 그냥 열심히나 치자고 했다면, 3쿠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 어렵게 느껴지고 혼란이 오면서 여러 가지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반에 운이 좋게 포켓볼 스타일로 성적을 냈다면, 두 번째 시즌이 진짜 내 실력이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그래도 ‘선수로서의 경험’이 많은 게 큰 도움이 됐다. 김가영은 세 번째 시즌부터는 매 시즌 2회씩 정상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3쿠션에 적응을 마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엔 무려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당구 새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24연승을 달성하며 프레데리크 쿠드롱의 기록을 넘어 프로당구 남·여 투어 최다연승 신기록까지 썼다. 평생을 포켓볼을 치다 3쿠션에 전향한 지 5년도 채 안 돼 이뤄낸 눈부신 성과들이었다.김가영은 “선수 경험이 많았던 게 컸던 거 같다. 3쿠션에 대한 경험은 적어도, 승부사나 경기인으로서의 경험은 남녀 통틀어도 손가락 안에 들 거다. 곧 있으면 선수 생활만 30년 차가 되는데, 그 경험을 완전히 무시는 못 하는 거 같다. 공의 원리에 대한 이해도나 공을 다루는 건 아무래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이어 “4회 연속 우승 등 이번 시즌 성적이 좋은 이유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3쿠션에 올인한다고 했을 때나 지금이나 훈련량이나 루틴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수정하거나 뒤집어엎은 것도 없다. 조금씩 루틴을 수정하고 조절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처음 3쿠션을 시작할 때와 똑같다”며 “그저 한 스텝씩 잘 성장해 나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웃어 보였다. “오랫동안 잘하면 된다”…김가영이 따라 걷는 레전드의 길지도자까지 준비하며 청사진을 그려가던 포켓볼과 달리, 김가영은 아직 3쿠션 선수로서 목표나 향후 미래를 그리지는 못했다. 김가영은 “포켓볼은 너무 잘 아는 종목이니까 전체적인 계획이 그려지는데, 3쿠션은 아직 안 그려진다. 사실 몇 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켓볼과 달리 3쿠션은 선수 생명이 길다.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계속 올인할 뿐”이라고 했다.그래서 더더욱 체력 등 자기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오프시즌 때는 당구 훈련보다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가영은 “오프시즌 때는 한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해 체력 훈련에 신경을 쓴다. 당구 연습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할 정도다. 그때 몸을 만들어놓고, 시즌이 시작되면 몸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운동을 한다. 오프시즌 때는 필라테스와 웨이트를 많이 한다”고 했다.여기에 틈틈이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 생활도 잊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다이빙’에 빠졌다. 김가영은 “동호회는 처음 가입해 봤다. 경기 때 다이버 분들이 응원 피켓을 들고 경기장에 와주신다. 사회 생활하면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좋은 분들을 만났다. 서로 윈윈(Win-Win)하고 있다. 당구장 평생 안 가보신 분들이 이제는 당구룰을 꿰고 계신다. 반대로 당구 선수들은 저 때문에 프리다이빙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이어 “프리다이빙에 당구에 도움이 되는지 결론은 못 냈다. 다만 확실히 느끼는 건 있다. 열이 받거나 하던 게 잘 될 때, 긴장될 때 숨이 가빠지지 않나. 당구칠 때 역시도 호흡이 가빠지거나 흥분하면 안 된다. 호흡을 가라앉히는 게 좋은데, 프리다이빙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 기분 탓일 수도 있다”며 “취미 생활을 할 땐 갈 때부터 기분이 좋다. 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구를 치거나 훈련할 땐 ‘늘 잘해야 돼, 실수하면 안 돼’ 이런 마음이라면, 취미를 할 때는 ‘재미있게 놀자, 못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간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칠 일도 없다. 나쁠 게 없는 거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면 자기 관리는 끝”이라고 웃어 보였다.이처럼 김가영이 당구 실력뿐만 아니라 체력 등 자기 관리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결국은 오랫동안 꾸준히 잘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에서다. 여기에는 김가영이 유독 마음속에 담고 있는 레전드의 조언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포켓볼 레전드 앨리슨 피셔(영국)가 김가영에게 직접 건넸던 조언이다.김가영은 “예전에 피셔에게 ‘나도 당신처럼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오랫동안 잘하면 된다, 잠깐 잘하면 그건 반짝 스타’라고 답해줬다. 그게 되게 기억에 많이 남았고, 지금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오랫동안 잘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 다행히도 선수 생활을 하는 28년 동안 우승을 못한 해는 1~2년 정도밖에 안 된다. 그건 운이 아니라 제 노력의 결과였다. ‘오랫동안 잘하면 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노력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구 여제' 김가영이 걸어가고 있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고양=김명석 기자 2024.11.22 16:22
프로야구

보은 KBO 야구센터, 야구장 1면 추가 건립…2025년부터 정식 구장 3개 운영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충북 보은군에 설치한 야구센터를 확장해 3번째 구장을 건립한다. KBO는 14일 KBO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Next-Level Training Camp)가 진행되고 있는 보은 KBO 야구센터가 야구 전지훈련지로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야구장 1면을 추가 건립한다고 발표했다.KBO에 따르면 현재 보은 KBO 야구센터는 정식 규격 야구장 2면을 갖추고 있다. A, B 야구장 모두 정식 경기 기록 표출이 가능한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1, 3루 양쪽에 모두 불펜 투구가 가능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각 구장마다 6개의 라이트가 설치되어있어, 야간 훈련 및 경기가 모두 가능하다. 야구장뿐만 아니라 1,386㎡ 크기의 실내연습장도 갖추고 있어, 우천시에도 선수단이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 가능한 실내 370㎡ 크기의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구비하고 있다.보은군은 보유하고 있는 야구장 2면에, 현재 시설에 준하는 야구장 1면을 추가로 건립한다. 2025년 하반기부터는 보은 KBO 야구센터에서 총 3개의 야구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더욱 다양하고 큰 규모의 훈련이 가능할 전망이다.이병길 보은군 스포츠산업과장은 "2025년 하반기에 준공되는 야구장을 통해 보은 KBO 야구센터의 기반을 확충하고, 양질의 시설에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훈련과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KBO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원활하게 진행되게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은 KBO 야구센터에서는 지난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KBO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5, 6차 캠프를 진행하고 있으며, KBO는 야구센터와 협력해 야구 유망주들이 최선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1.14 15:10
프로야구

"무조건 잡아야 하는 선수" 두 번째 FA 최고령 홀드왕의 거취 [IS 피플]

'불혹의 홀드왕' 노경은(40·SSG 랜더스)은 내년 시즌 어느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까.노경은은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다. 2019년 11월 롯데 자이언츠와 FA 2년 계약한 노경은은 2021시즌을 마친 뒤 방출됐다. 이후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었는데 올해로 FA 자격 재취득 요건 '4년'을 채웠다.당초 2023시즌 뒤 FA 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1시즌 1군 등록일수가 78일에 머물렀다. 현행 KBO리그는 1군 등록일수 145일을 채워야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FA 자격 재취득이 1년 미뤄졌다.노경은은 SSG에서 반등했다. 2022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스윙맨으로 12승, 지난 시즌에는 전문 불펜으로 30홀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38홀드를 챙겨 2012시즌 박희수가 세운 구단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종전 34홀드)을 갈아치웠다. 그뿐만 아니라 2007년 류택현(당시 LG 트윈스)이 세운 리그 최고령 홀드왕 기록(종전 36세)마저 경신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은이는 많은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히스토리가 있는 선수"라며 "내가 경기 끝나면 가장 늦게 가는 편인데, 그럴 때 보면 (노경은이) 항상 유산소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자기 관리하는 부분은 후배들이 보고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으로선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극찬했다.노경은의 거취가 흥미로운 건 그의 'FA 등급' 때문이다. 노경은은 FA B 등급이 유력하다. 만 35세 이상 신규 FA의 경우 C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노경은은 두 번째 권리 행사. 여러 이유로 C가 아닌 B 등급으로 F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 FA 시장에서 B 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 100% 혹은 현금 보상만 하면 전년 연봉의 200%를 건네야 한다. 반면 C 등급은 전년 연봉의 150% 보상만 하면 돼 영입에 따른 출혈이 가장 적다. 한 공인대리인은 "FA B 등급과 C 등급의 차이는 엄청나다. 노경은의 FA 등급은 B 등급으로 알고 있다"라며 "계약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라고 말했다. 노경은의 2024시즌 연봉은 2억7000만원이다. 다른 구단이 그의 영입에 관심 있더라도 보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40대에 접어든 나이는 다년 계약의 두 번째 걸림돌. 노경은으로선 제2의 야구인생 기회를 준 SSG 잔류가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다. SSG 구단 관계자는 "노경은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선수"라며 "잡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선수단에 솔선수범하고 지난 3년 동안 좋은 퍼포먼스도 냈다. 우리 팀과 궁합이 잘 맞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0.23 05:30
골프일반

32세 베테랑 이민영 노부타그룹 마스터스 우승, 올해 JLPGA투어 첫 30대 우승자 등극

이민영이 일본 무대에서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민영은 20일 일본 효고현 미키시의 마스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노부타그룹 마스터스(총상금 2억엔)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이민영은 공동 2위 하타오카 나사, 이와이 아키에(이상 일본)를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민영은 2022년 8월 메이지컵 이후 2년 2개월 만에 JLPGA 투어 통산 7승째를 거뒀다.이민영은 일본 무대 진출 후 2017년 2승, 2018년 1승, 2019년 2승을 신고하며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이후 3년여 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다가 2022년 메이지컵에서 우승했고, 또 이후에 2년이 지나도록 추가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었다. 1992년생으로 올해 32세가 된 이민영은 올 시즌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나온 첫 30대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민영은 이날 최종 라운드 16번 홀(파4)에서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칩인 파를 잡아내며 세이브에 성공했다. 이 장면이 이날의 우승을 결정하는 승부처였다. 일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우승 후 이민영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민영은 "비거리가 줄고 있어서 골프를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한달 전부터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주 3~4회는 반드시 할 계획이다. 오늘은 오늘로 끝내고 내일부터 다시 연습 시작이다"고 덧붙였다. 이민영은 우승상금 3600만엔(3억2000만원)을 받으며 투어 통산 상금 5억엔을 돌파했다. 이은경 기자 2024.10.20 17:20
프로야구

'캡틴, 위기의 LG를 구하라' PS 100경기 출장 앞둔 깨어난 타격기계

LG 트윈스 주장 김현수(36)가 포스트시즌(PS) 통산 100경기 출장을 앞두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에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PS 통산 99번째 경기. 오는 17일 PO 3차전에 나서면 김현수는 역대 세 번째로 PS 통산 100경기 출장을 달성하게 된다. 김현수에 앞서 PS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는 홍성흔(109경기)과 박진만(104경기·현 삼성 감독)뿐이다.김현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준PO 36경기, PO 33경기, 한국시리즈(KS) 28경기에 나섰다. 긴 커리어에서 그가 PS에 나서지 못한 건 신인이었던 2006년, 소속팀이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2011·2014(이상 두산 베어스)·2018년 등 4번밖에 없다. 김현수는 "그동안 좋은 팀, 좋은 감독님,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PS에 많이 출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타율 10위(0.313)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PS에서는 타율 0.261에 그쳤다.올해 시작도 비슷했다. KT 위즈와의 준PO 1~2차전에서 김현수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지난 8일 3차전 6회 세 번째 타석에서야 올해 PS 첫 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가 살아나자 LG의 공격력도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3차전에서 그가 때린 안타는 6-3으로 달아나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4차전에서는 2회 초 KT 윌리엄 쿠에바스로부터 선제 솔로 홈런을 뽑았다. 4-5로 뒤진 8회 1사 2루에선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쳤다. 지난 11일 5차전에서는 1-0으로 앞선 1회 말 엄상백으로부터 1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준PO 1~2차전 부진으로 타순이 7번까지 내려갔으나, 13일 PO 1차전에선 4번 타자로 올라왔다. 기존 4번 타자였던 문보경이 부진하자, 염경엽 LG 감독이 김현수를 올린 것이다. 15일 2차전에서도 4번 타자로 나와 1회 내야 땅볼로 타점을 선제 타점을 올렸고, 2-10으로 뒤진 9회 초 2사 후 3점 홈런을 날렸다. 부침이 있는 가운데 김현수의 '안타 적립'은 가을 야구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15일 기준 PS 통산 95안타를 기록 중인 그는 홍성흔(101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 100안타 고지를 노리고 있다. 김현수는 "PS에서 개인 기록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LG는 적지에서 열린 PO 1~2차전에서 모두 져 벼랑 끝에 몰렸다. 3연승을 거둬야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할 수 있다. 역대 5전 3승제 PO에서 2패 뒤 3연승을 거둔 팀은 세 번 있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지난해 KT 위즈가 벼랑 끝에서 탈출해 KS 무대를 밟은 적이 있다. 김현수는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2018년 LG에 입단한 그는 LG 선수 중 처음으로 세 시즌(2019~2021) 연속 주장을 맡았다. 오지환이 지난 4월 중순 부담감 탓에 완장을 내려놓자 김현수가 다시 주장이 됐다. 단단한 팀 분위기를 조성하며 때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후배들의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직접 챙겨서 '김 관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선수들을 아우르는 힘도 갖고 있다. 마무리 투수 유영찬은 지난 3일 부친상을 겪은 뒤 발인 다음 날(6일) 준PO 2차전부터 합류했다. LG는 이 경기 승리 후 유영찬의 아픔을 헤아려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3차전에서 (6-5 추격을 허용하는) 홈런을 맞은 뒤 유영찬이 계속 '미안하다'라고 하더라. 마음이 아팠다. (힘든 상황에서도) 영찬이가 던져주는 것에 대해 (동료들이) 감사해야 한다"라며 "유영찬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할 것이다. 현재 우리 팀은 똘똘 뭉쳐있다. PS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대구=이형석 기자 2024.10.16 19:03
프로야구

"PS 나가야 하는데 데미지가 커서" LG 5선발 10승 포기까지 걸린 시간 10분

LG 트윈스 5선발 손주영(26)이 데뷔 첫 '선발 10승' 기회를 과감히 포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다. 손주영은 올 시즌 28경기에서 9승 10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입단 후 7년 동안 고작 2승에 그쳤던 손주영은 올 시즌 10승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4일 "정규시즌 최종전(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 투수는 미정이다. (손)주영이가 26일까지 선택하면 된다. 아마도 정상적으로 등판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규정이닝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놓은 그에게 데뷔 첫 10승 달성의 기회까지 함께 주기 위해서다. 감독의 배려에도 손주영은 과감히 '10승 욕심'을 내려놓았다. 손주영은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던지고 규정이닝을 채운 뒤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포스트시즌(PS) 대비 훈련 중에 만난 손주영은 "감독님께서 선택권을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10분 만에 바로 결정했다"라며 "규정이닝만 채우고 정규시즌을 끝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트레이닝 파트, 코치진과 상의했다. 결정 이유는 간단하다. 더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어서다. LG는 이미 6년 연속 PS 진출을 확정한 뒤였다. 손주영은 "제가 최종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10승 달성을 보장할 수 없다"라면서 "솔직히 선발 등판하고 포스트시즌까지 던지면 데미지(여파)가 너무 클 것 같았다"라고 했다. 지난해 1~2군을 오가며 66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는데, 올 시즌 풀 타임으로 활약하며 데뷔 후 최다인 144과 3분의 2이닝을 투구한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투수 조장 임찬규는 그런 손주영에게 "개인 기록보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좋다. 잘 선택했다"라고 어깨를 토닥였다. 손주영은 올 시즌 리그 국내 투수 중 원태인(삼성 라이온즈·3.66)에 이어 평균자책점이 두 번째로 좋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한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8위였다. 정규시즌 3위 향배가 걸린 21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최고의 투구를 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 경기 후 "손주영에게 큰 경기를 맡겨도 될 거 같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엔트리에 등록된 투수 중 유일하게 등판하지 못한 손주영은 지금까지 PS 등판이 0회다. 올 시즌은 다를 것이 유력하다. 손주영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훈련을 평소보다 한 세트씩 더 소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천=이형석 기자 2024.10.04 13:10
프로야구

'10분 만에 순삭' 예매 전쟁 직접 뛰어든 '기특한' 신인들이 있다, KT 4총사 "가을야구 분위기 미리 느껴보려고" [IS 인터뷰]

"가을야구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고 싶었습니다."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김동현(서울고)과 박건우(충암고) 김재원(장충고) 박준혁(휘문고) 등 KT의 2025시즌 1~4라운드 신인들이었다. WC 결정전 1차전은 10분 만에 예매가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가장 좋은 3루 블루석에 네 자리를 나란히 예약했다. '금손' 박건우가 큰 일을 해냈다. 지난해에도 KT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KS)를 직관했다는 그는 지난 1일 KT와 SSG 랜더스의 5위 결정전에 이어 이번 WC 결정전 1차전까지 예매에 성공해 팀원들과 함께 했다. 구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낸 쾌거였다. 박건우는 "포스트시즌(PS)의 분위기를 미리 느껴보고 싶었다"며 예매 전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김동현은 "마지막으로 관중석에서 느끼는 소중한 경험일 것 같아서 직관에 나서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힘든 예매에 성공한 만큼 값진 성과도 얻었다. 지난 2일 5위 결정전에서는 곧 자신들의 소속팀이 될 KT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신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김동현은 "SSG의 홈런으로 패색이 짙어졌다고 생각해서 내려놓고 있었는데 심우준 선배 출루하시고 오재일 선배가 대타로 나오서셔 안타 치시면서 '어? 역전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로하스의 홈런이 나왔다. 막 소리 지르고 앞에 관중분하고 하이파이브하면서 신났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WC 1차전까지 직관 승률 100%를 기록한 이들은 선배들의 극적인 승부에 자신들도 빨리 가을야구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동현은 "일단 (내년) 1군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지만, 기회가 되면 가을야구 마운드에서도 던지고 싶다. 어제(5위 결정전) 홈런의 여운도 가시지 않는데,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열기를 마운드 위에서 느끼면 뜻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건우도 "가을야구 꼭대기에서 9회 말 마지막 수비 이닝 때 등판해 잘 막아내고 포수와 세리머니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설렌다"라며 고대했다. 신인 선수들도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개인 훈련에 매진한 뒤, 오는 10월 중순부터 열리는 신인 캠프에 참가해 KT의 일원이 되기 위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라고. 김동현은 "계속 몸을 만들면서 프로에 갈 준비를 잘 할 생각이다"고 전했고, 박건우는 "고등학교 때 던진 이닝이 많아서 지금은 회복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현재 생황을 말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몇 개 있다. 바로 준PO와 플레이오프, KS 경기를 예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KT가 3일 열리는 WC 결정전 2차전에서 '0%의 확률'을 뚫고 다음 단계에 진출해야 한다. 2015년 WC 결정전 제도가 신설된 이후 정규시즌 5위 팀이 준PO에 진출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KT가 마법으로 다음 단계에 진출할수록 '예매 담당' 박건우의 손도 바빠질 예정이다. 박건우는 "꼭 예메에 성공하고 싶다"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3 10:14
메이저리그

자책한 이정후 "점수 매길 게 있나요...야구 늘어야 하는 시기에 계속 쉬고 있다" [IS 인터뷰]

"점수를 줄 게 있나요." 부상으로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 완주에 실패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024년을 돌아봤다. 이정후가 1일 인천 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많은 야구팬이 꿈의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룬 이정후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정후는 "많은 응원 감사하다.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역대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입성한 아시아 출신 야수 중 최고액에 계약(6년·1억1300만 달러·한화 1531억7150만원) 했다. 시범경기부터 특유의 콘택트 능력을 보여준 그는 데뷔 세 번째 출전이었던 3월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홈런을 치는 등 기대감을 높였다. KBO리그 시절보다 낮아진 발사각 탓에 기대만큼 많은 장타 생산은 하지 못해지만, 배트 중심에 맞춰 강한 타구를 만드는 모습은 여전했다. 이정후는 출전한 5월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출전한 37경기에서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310, 장타율은 0.331이었다. 결코 더디지 않은 속도로 빅리그 무대에 적응했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 경기 1회 초 수비에서 상대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친 우중간 홈런성 타구를 끝까지 쫓아 포구하는 과정에서 담장과 충돌한 뒤 왼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결과, '구조적인 손상'(structural damage)이 발견됐다. 이정후는 2021년에도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결국 구단과 이정후는 권위자 닐 알레트라체 박사와의 면담을 통해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6월 초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잘 마친 이정후는 순조롭게 재활 치료를 소화했다. 8월부터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9월 초에는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원정에 합류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80승 82패에 그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이정후도 소속팀 일정이 끝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다음은 이정후와 일문일답. - 현재 몸 상태는."재활 치료는 끝났다. 몸 상태도 80~90% 정도 회복했다. 구단(샌프란시스코)에서 준 프로그램을 비활동기간 소화하면 될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다. MLB 다른 팀들은 내일(2일)부터 중요한 경기(포스트시즌)을 치르는데, 나는 이렇게 돌아온 점이 아쉽다." - 2024시즌을 돌아본다면."점수를 매길 게 있을까. 다쳐서 경기에 못 뛰며 느낀 게 많다. '(기량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모두 말이다.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 수술 뒤 재활 치료를 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조금 달랐을 것 같다."수술 하기 전에는 힘들었지만, 트레이너와 다른 부상 선수들과 함께 재활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어깨가 다친 5월 13일 신시내티전을 돌아본다면."'(담장에 충돌하는 순간) 한 번 수술을 했던 부위(왼 어깨)인데 또 빠진다고'라고 의문이 들었다. 수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예상대로였다. 플레이 하나로 시즌을 마치게 돼 아쉬웠다."- 꿈의 무대를 밟았다. 부상 전까지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나."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조금 더 경기를 뛸 수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조금씩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다쳤다. 물론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규시즌 초반, 낮은 발사각이 문제점으로 여겨졌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타격 자세다. 몇 개월 만에 갑자기 적응하는 건 어렵다. (변화를 시도해도) 자연스럽게 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부분을 신경 쓰다 보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놓칠 수 있다." - 2024년 성과는."잘 모르겠다. 경기를 뛰었던 시즌 초반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활 치료 기간이 더 길었다. 처음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 그래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개막 시리즈가 아닐까. 꿈에 그렸던 리그에서 와서 처음으로 뛰었고, (KBO리그 시절 팀 선배인) 하성이 형과도 함께 뛰었다. 홈런도 쳤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빅리그 선수단과 동행했다."나도 놀랐다. 감독님과 동료들이 함께 다니자고 제안해 주셨다. 경기에는 못 나갔지만, 원정 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김하성도 어깨 수술을 받게 됐다."내가 어떤 얘기를 하긴 어렵다. 애리조나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긴 했다. 재활을 잘 했으면 좋겠다."- 동갑내기 김혜성은 올 시즌 KBO리그가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에 도전한다."야구를 하는 건 어디서나 같은 것 같다. 하지만 생활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다. 같은 말을 하는 게 통역사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먼저 동료들에게 다가가고, 장난도 걸어야 팀원들도 나를 동료로 생각해 준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적응은 마쳤나."그렇다고 생각한다. 재활 치료를 받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경기에 뛸 때보다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돼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KBO리그에서 뛸 때와는 조금 다른 멘털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내 야구 인생에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빅리거들도 결국 많은 경기에 나서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 같다."- 다음 시즌 목표는."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고 싶다. (KBO리그에서 뛴 2023시즌을 포함해) 2시즌 연속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야구가 한참 늘어야 할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잘 하든, 못 하든 일단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인천공항=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0.01 19:28
프로야구

[창간55] 삼성의 미래 '굴비즈'의 염원, "완전체일 때 우승하고 싶어요"

"완전체일 때 우승해야죠."삼성 라이온즈의 미래이자 희망, '굴비즈'가 올 시즌 우승을 다짐했다. 최근 3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굴비즈'라 할 수 있다. 평소에도 굴비가 줄줄이 엮인 것처럼 붙어 다녀 생긴 별명. 원조 굴비즈는 김지찬(23)과 김현준(22) 이재현(21) 트리오였지만, 올해엔 김영웅(21)까지 가세해 라인업이 풍성해졌다. 시작은 김지찬이 경산 숙소에서 생활하던 시절이었다. 삼성 선수들은 내규에 따라 신인부터 3년 차까지 2군 경기장인 경산 볼파크에서 합숙한다. 3년 차 김지찬이 묵고 있던 경산 302호엔 항상 어린 선수들로 북적했다. 2년 차 김현준과 이제 막 경산에 입소한 이재현이 단골손님이었다고. 그해 말 한 방송 프로그램의 전화 인터뷰에서 세 선수가 줄줄이 출연하면서 '굴비즈'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굴비즈'의 맏형 김지찬은 "또래 야수들이 없다 보니 3명이 금방 친해졌다"라고 돌아봤다. 김지찬이 입단했을 때까지만 해도 삼성은 투수 위주로 신인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야수가 적었다. 이듬해 신인 중 야구는 대부분 대졸 선수였다. 또 김지찬이 1년 차부터 1군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 의지할 또래가 별로 없었다. 두 후배는 김지찬에게 큰 힘이 됐다. 그만큼 선배 김지찬이 동생들을 잘 이끈 덕분이기도 하다. 김현준은 "(김)지찬이 형이 평소에 잘 챙겨주신다. 여기저기 많이 데려다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셨다. 2022년 신인 후배들(이재현, 김영웅 등)이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또래 야수들이 생겨서 너무 좋았다. 게임 같은 취미도 비슷해서 금세 친해졌다"라고 돌아봤다. 경산 숙소는 외진 곳에 있다. 야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조건은 '굴비즈'를 더 숙성하게 만들었다. 매일 함께 산책하면서 끊임없이 얘기하고, 답답할 때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이나 실내 훈련장에서 함께 땀을 흘렸다.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서로 순위 경쟁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뒤늦게 김영웅도 합류하면서 완전체가 됐다. 김영웅은 "친해지면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처음엔 그러지 못했다. (이)재현이와는 동기라서 원래 친했지만, 다른 형들은 올해 내가 1군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다만 김영웅은 '굴비즈'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합류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다. 굴비가 왜소한 이미지인데 우린 그렇지 않다"라며 웃었다. "물론 팬들의 애칭이라면 당연히 좋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영웅은 "지찬이 형은 진지한 편이고, 현준이 형이랑 재현이는 조금 툴툴거리면서도 다정한 스타일이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재현도 "서로에게 많이 배우는 것도 있지만, 같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 자체가 재밌다. 그것 자체가 힘이 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형들이지만 동생에게 배우고 싶은 점도 있다. 김지찬은 "현준이의 예쁜 야구와 재현이의 파워 야구를 적절히 닮고 싶다. 현준이는 폼이 깔끔하면서 예쁘다. 재현이는 어깨(송구 능력)가 좋다"고 말했다. 김현준은 "지찬이 형은 야구면 야구, 인성이면 인성. 선망의 대상이다. 재현이에겐 슈퍼스타 기질이 있다. 그런 담대함을 배우고 싶다"라고 바랐다. 각양각색, 이들의 꿈은 오직 하나다. '완전체'일 때 우승하고 싶다. 삼성은 올 시즌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네 선수가 함께 가을야구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함께 포스트시즌을 즐기는 건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이 올 시즌을 마치고 입대하기 때문이다. 이재현과 김영웅은 미필이다. 우승을 함께 맛 보기에는 올해가 절호의 기회다.올겨울 상무 야구단 입대를 앞둔 김현준은 "군대 가기 전에 팬들께 뭐라도 보여드려야 한다. 일단 가을 야구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엔트리에 들어가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현은 "여기까지 왔는데 완전체일 때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영웅도 "올해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찬은 "'굴비즈'라는 애칭으로 많이들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우리가 구단의 미래라고도 말씀해 주시는데, 부끄러우면서 그럴수록 더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도 크다. 더 열심히 해서 삼성의 우승을 이끌 수 있는 선수들이 되겠다"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4.09.27 11:04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