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벤투스에 항의 공문 보낸 연맹, 꼬이고 꼬인 호날두 노쇼 사태 어떻게 흘러가나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도 '호날두 노쇼'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축구계를 넘어 경찰 고발에 집단 소송까지 이어지는 '호날두 노쇼' 사태에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도 나섰다.연맹은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친선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를 출전시키지 않아 '노쇼' 사태를 초래한 유벤투스(이탈리아)에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주간 브리핑에서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이번 친선경기에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유벤투스가 계약서의 여러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김진형 홍보팀장은 "팬들이 받은 배신감과 상처를 생각하면 유벤투스에 입장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항의 공문을 보낸 이유를 밝혔다. 연맹은 이번 친선경기에 대해 어디까지나 주최사 더페스타의 초청을 받은 '참가팀' 입장임을 강조해 왔으나, 호날두 노쇼 사태가 축구계를 넘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의무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김 홍보팀장은 "우리가 주최사는 아니지만 프로축구를 책임지는 단체다. 팬들의 상처를 고려해 우리가 해야 할 도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번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가 보여 준 파행은 '호날두 노쇼'에 그치지 않는다. 연맹은 유벤투스가 경기장 도착이 늦어 킥오프가 한 시간가량 지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도 모자라, 킥오프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경기 시간을 전·후반 각각 40분, 하프타임 10분으로 줄여 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하겠다'고 협박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이 때문에 연맹은 이번 항의 공문에서 '기본적인 킥오프 시간도 맞추지 못한 유벤투스의 무책임함과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보인 거만함'을 지적하고, 이번 친선경기를 승인한 이탈리아 세리에 A(1부리그) 사무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함께 공문을 발송했다. 유벤투스의 계약 위반과 이로 인해 벌어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김 홍보팀장은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라는 뜻이다. 요구 사항은 없으나, 유벤투스 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한편 연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주최사인 더페스타 측에도 위약금을 청구할 계획이다. 경기 개최 및 선수단 구성, 팬미팅 등 명시된 조항에 따라 항목별로 위약금을 산정 중이다. 이 중 호날두의 팬미팅과 경기 불참, 경기 킥오프 시간 지연, 1군 선수 엔트리 70% 이하 등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김 홍보팀장은 "계약 내용 위반에 대해 빠른 시간 내로 시행할 예정이며, 추가 조치는 검토해 봐야 한다. 위약금 명세를 정확하게 산정해 조만간 더페스타에 청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유벤투스와 세리에 A 그리고 AFC에 공문을 보낸 연맹의 행동은 성난 팬심을 달래고, 무시당한 K리그의 권위를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참가팀인 연맹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면 피해자겠으나, 호날두를 보기 위해 폭염과 폭우 속에 경기장을 찾았던 6만5000여 명의 팬들이 우선이다. 한국 팬들의 분노에도 아랑곳없이 SNS로 논란을 부추기는 호날두 그리고 유벤투스가 연맹의 공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한편 이번 사태에 분노한 팬들은 여러 로펌을 통해 더페스타에 대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경기 이후 나흘이 지난 현재 집단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30일에는 두 명의 관중이 경기 티켓값과 정신적 위자료 등을 포함해 1인당 107만1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소장을 제출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원고를 추가 모집 중이며, 최종적으로는 1000여 명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법적 소송 외에 형사 고발도 들어갔다. 같은 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서울경찰청으로부터 호날두와 유벤투스 내한 경기 총괄을 맡은 주최사 더페스타, 유벤투스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는 조만간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기'는 물 건너간 상황에서 꼬이고 꼬인 '호날두 노쇼'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9.07.3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