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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리고 위로하는 설 극장가..대작 아니어도 알찬 영화들 포진 ④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알찬 영화들이 설 연휴 극장가를 채운다. 모처럼 극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할 만한 가슴 따뜻한 영화와 반전에 반전을 더한 장르물 등이 준비 중이다. ‘소풍’ ‘도그데이즈’, ‘데드맨’ 세 편의 영화가 7일 나란히 개봉하며 설 연휴 관객들을 맞는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한 ‘소풍’은 두 친구가 60년 만에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며 가족들이 같이 추억을 이야기할 만한 영화다. 가수 임영웅이 처음으로 영화 OST에 참여해 그의 노래 ‘모래 알갱이’가 흘러나오니 팬들이라면 놓치면 아쉬울 법 하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반려견을 중심으로 얽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을 비롯해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등이 출연한다. 반려동물과 추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흐뭇한 미소와 감동의 눈물이 러닝타임 내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원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참신한 소재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 불가 스토리가 더해져 기대를 모은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공동 각본을 쓴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조진웅, 김희애가 출연한다.이번 설 연휴는 예년처럼 명절 특수를 노리며 규모가 큰 대작 영화가 개봉하지는 않는다. 이는 지난해 추석 개봉했던 ‘거미집’,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대작들이 흥행에 고배를 마셨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연휴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탓도 있다. 대신 가족 극장 나들이에 적합한 영화들이 포진돼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설 연휴에는 블록버스터가 개봉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대작이 주로 개봉했다면 올해는 중·저예산 영화가 개봉한다. 그러나 모두 다른 소재와 매력을 가진 영화이기 때문에 각각 주목을 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그런 까닭에 각 영화들이 스크린수와 상영횟차도 고루 분배받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흥행도 한 작품의 독주보단 분산될 것 같다는 분석이 많다. 한 극장 관계자는 “시즌적인 이점보다 작품이 가진 장점이 대중에게 더 보여지는 것 같다”며 “콘텐츠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진 만큼 대중도 꼼꼼하게 콘텐츠를 고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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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 “‘무빙→유괴의 날’ 화제작 출연? 운이 좋았다... 아버지 보며 꿈 키워” [IS인터뷰]

“저에게 ‘유괴의 날’은 도전과도 같은 작품이에요.”배우 김신록이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극 중에서 명준(윤계상)의 전처이자, 속을 알 수 없는 서혜은을 연기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신록과 인터뷰를 가졌다. “저는 캐릭터보다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를 봐요. ‘유괴의 날’은 스토리 자체가 참신하고 전개도 빠르고 캐릭터가 다채롭다는 면에서 매력적이었죠.”1.8% 시청률로 출발한 ‘유괴의 날’은 3회부터 3%대에 진입하더니, 최근 방송에서는 4.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김신록은 “‘유괴의 날’은 불꽃놀이 같은 작품”이라며 “8화부터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드러난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마지막 회는 함께 모여서 보기로 했는데, 그럴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괴의 날’에서 김신록은 정확한 딕션과 소름 돋는 표졍 연기로 호평받았다. 그는 “혜윤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연기하면서 늘 주안점으로 두는 부분은 ‘생명력’이다. 보시는 분들이 저의 연기로 하여금 세포가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연기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유독 2023년은 김신록에게 특별한 해다. ‘부잣집 막내아들’ 시리즈를 잘 마무리하고, 이후 ‘형사록’ 시즌2와 디즈니+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무빙’까지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을 시기다. 그러나 김신록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갈 때 ‘희열감’을 느낀다며 “연기는 하나의 공부다. 배우는 이름 그대로 배워야 하는 직업”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차기작으로 ‘스위트홈2’와 ‘지옥2’까지 확정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화제작에는 김신록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공교롭게 ‘재밌다’, ‘좋다’라는 평을 많이 받는 작품에 얼굴을 비치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웃음)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이 저를 눈여겨봐주시고 써주셨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운이 좋은 일입니다.”지금은 대중에게 실력파 ‘배우’로 알려진 김신록이지만, 전공은 전혀 다르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김신록은 “가끔은 지리학을 공부한 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지리학과인데 엄청난 길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한창 김신록의 대학 시절을 듣던 중 “왜 배우가 되고 싶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아버지께서 연극 배우셨다.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아버지가 연극에 오르시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배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은연 중에 있던 것같다”고 답했다.김신록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고, 아버지처럼 자주 연극무대에 올랐다. 그는 “당시 제가 연극을 한다고 해서 부모님이 광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셨다. 그런데 저와 연극 단원들에게 줄 식혜를 사다가 연극에 못 들어오셨다. 그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렇게 연극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하던 김신록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김신록은 “하나를 파면 그것만 해야한다”며 2023년 출간한 ‘배우와 배우가’라는 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배우와 배우가’는 김신록이 집적 집필한 저서로, 배우 스물다섯 명을 만나 ‘연기’에 대해 묻고 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책이다. 그는 책을 출간하면서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고 ‘연기는 뭘까’라는 걸 스스로 질문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배우로 데뷔한 지 20년이 되는 김신록은 “사실 20주년이라고 해서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윤여정 선생님 정도는 돼야 ‘아 나 오래 연기했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같다”며 “내년에는 생활연기라든지 일상 층의 연기를 요구받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0.1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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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시네뷰] ‘코다’, 장애와 재능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며, 이후 한 주간이 장애인 주간이어서 장애인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정상인은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다. 선천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사고든 질병이든 누구나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하철 역사에는 시각장애 체험 그림이 있다. 색맹 및 전맹 등 여러 유형의 시각장애인에게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제시하는 그림이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조연상 및 각색상 등을 수상한 영화 ‘코다’는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 가족 이야기다. 농인에게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장면화하여 몇 초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면이 있다. 관객들도 농인의 입장에서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목인 ‘코다’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의 자녀)라는 말이다. ‘코다 다이어리’로 재출간된 실제 코다인 베로니크 풀랭의 자서전 ‘수화, 소리, 사랑해!’를 원작으로 한 2014년 개봉작 ‘미라클 벨리에’를 리메이크했다. ‘미라클 벨리에’에서 농인 연기는 청인(청각 장애인의 상대어)들이 수어를 배워서 한 연기였지만, ‘코다’에서는 주인공 루비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 오빠 역의 다니엘 듀런트, 어머니 역의 말리 매트린이 모두 실제 농인이다. 특히 깊은 내면 연기로 관객이 농인의 입장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만든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전년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서 시상자를 맡은 배우 윤여정이 그의 이름을 수어로 호명했고, 트로이 코처도 수어로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장애인 배우가 장애인 연기를 함으로써 장애인 배우 연기 지평이 점차 넓어지는 것은 소수자의 삶에 주목하는 21세기적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어업에 종사하는 코다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가족은 모두 농인이어서 루비는 어릴 적부터 청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가족의 일을 돕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17살인 그는 짝사랑하는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가게 되는데, 자신을 ‘미스터 브이’라고 부르라는 합창단 선생님 베르나르도 빌라로보스(에후헤니오 데르베스)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특별지도를 하게 된다. 그는 멕시코 출신에 버클리 음악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루비에게 장학금도 있으니 용기를 내보라고 권한다. 루비의 재능은 탁월하지만 가족 내 유일한 청인인 그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가족들 때문에 연습시간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루비는 베르나르도 선생님 덕분에 마일스와 듀엣도 하게 되지만, 대학은 꿈도 꾸기 어렵다. 루비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루비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부모와는 달리 오빠 레오(대니얼 듀랜트)는 그가 가족을 벗어나서 꿈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연 날 루비의 콘서트에 초대된 가족들은 그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그의 재능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그가 노래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전격적으로 지원한다. ‘코다’는 예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처럼 상징적이거나 감독의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밝고 강인한 모습의 루비를 연기하는 에밀리아 존스의 가창력과 연기가 돋보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가족 영화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는 장애의 양상을 살펴보면 지체 장애인은 손재주가 있고, 시각 장애인은 예지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도 이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자신이 운명적으로 지게 되는 짐과 축복인 재능도 함께 있다. 장애인이라면 그것을 장애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타인이 가질 수 없는 재능이 있다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볼 때도, 특별한 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장애와 재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황영미(영화평론가, 시네라처연구소 소장) 2023.04.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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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9' 이진혁,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TMI..." 과거 스타주소록에 경악

‘김구라의 라떼9’(라떼구)의 MC 김구라와 업텐션 이진혁이 안성기부터 윤여정까지 그 시절 배우들의 집 주소를 모아 놓은 희귀 자료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18일(오늘) 오후 8시 채널S와 더라이프에서 방송하는 ‘김구라의 라떼9’(채널S·LG유플러스 공동 제작) 5회에서는 MC 김구라와 스페셜 게스트로 나선 이진혁이 ‘라떼 핫한 직업, 내가 제일 잘나가’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펼쳐진다. 이날 김구라는 라떼 핫한 직업‘에 대해 9위부터 차례로 공개한다. 이중 6위에 ’영화배우‘가 오르자, “그 시절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여배우들이 있는데 문희, 남정임, 윤정희가 1대 트로이카”라며 다양한 ’썰‘을 방출한다. 이어 “‘라떼9’가 희귀한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국내 스타 주소’라는 제목이 적힌 자료집을 전격 공개한다. 이 자료에는 국민배우 안성기가 아역 배우 시절 살았었던 주소뿐 아니라 배우 윤여정, 신성일, 그리고 배우 박준규의 아버지인 배우 박노식 등의 주소가 자세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이진혁은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TMI 아니냐?”며 놀라워하고, 김구라는 “옛날에는 졸업앨범 뒤에 동문들 주소록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4위로는 해외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항공 승무원’이 올라온다. 이에 대해 김구라는 “초창기 승무원 관련 자료를 찾던 중, 항공 역사의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힌 뒤, 과거 기내에서 열렸던 ‘공중 결혼식’ 자료를 공개한다. 이를 본 MZ 세대인 이진혁은 “지금 봐도 되게 힙하다”며 동공대확장을 일으킨다. 그런가 하면 김구라는 ‘가발기능공’을 2위로 소개하면서, “그 시절 시골에서 상경한 가발기능공들이 월급을 모은 돈과 함께 이것을 고향 집에 보냈다”고 돌발 퀴즈를 낸다. 이후 김구라는 상자에서 빵 하나를 꺼내는데, 이진혁은 이 빵을 보자마자 “편의점에서 봤다”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김구라는 “이 빵 20년 만에 먹어 본다”고 추억에 젖은 뒤, 과거 가발기능공들이 이 빵을 고향집에 보냈던 특별한 사연을 들려줘 이진혁을 뭉클하게 한다. 제작진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 시절을 휩쓸었던 다양한 직업들에 대한 생생한 자료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준비돼 있다. MZ세대 이진혁을 시종일관 놀라게 한 ‘라떼 핫한 직업’ 편이 신선한 충격과 함께 흥미로운 정보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텐션 이진혁이 게스트로 나서는 ‘김구라의 라떼9’는 18일(오늘) 오후 8시 채널S와 더라이프에서 방송된다. 이지수 디지털뉴스팀 기자, 사진 제공=채널S, LG유플러스 2022.05.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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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감 보다는 책임감”…‘파친코’ 윤여정·진하가 그려낼 이민자의 삶 [일문일답]

월드 클래스 배우들이 ‘파친코’를 위해 손을 잡았다. 나이도 성별도 언어도 다르지만, 배우 윤여정과 진하가 그려내는 자이니치 가족의 80년 대서사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울림을 안길 예정이다. 윤여정과 진하는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 Pachinko에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맞서 싸워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노년의 선자 역을, 선자의 손자이자 차별로 인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솔로몬 백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오늘(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민족성, 작품의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전후 역사적 사실을 다룬다. 작품에 참여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윤여정 “부담감은 없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파친코’에 나오는) 역사는 잘 모른다. 그런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늘 한이 있었지만, 나만 해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졌으니 서로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하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고 정확한 방법으로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것이 내 목표이기도 했다. 또 애플에서 한 작업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게 드문 기회였다. 이번 작품이 잘 돼서 이런 이야기의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부담감은 있다.” -‘파친코’를 촬영하며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 많이 알게 됐을 것 같다. 촬영을 마친 상황에서 자이니치에게 국적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윤여정 “나도 많이 배웠다.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부끄럽지 않게 생각한다. 선자의 여정을 담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역사의) 한 부분을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하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이니치 커뮤니티와 역사에 대해 설명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위키피디아 50페이지를 띄워놨을 정도로 많은 공부를 했다. 정말 많이 배운 것은 솔로몬 백이라는 캐릭터로 다른 캐릭터와 호흡했다는 것이다. 촬영장 안팎에서 감독들, 캐스트들, 총 책임자와 이야기 나누며 많은 배움을 느꼈다.” -솔로몬 백을 연기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솔로몬 백에 공감이 됐나. 진하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언어적인 부분이다. 간사이와 도쿄 방언을 해야 하고 한국어도 구사해야 해서 기술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러한 언어가 솔로몬 백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7살~8살 때 쯤 (해외로) 이사를 가서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동화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부분을 솔로몬을 연기하면서 많이 상기했다.” -선자가 부산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드라마 ‘파친코’에서 새롭게 창조된 신이다. 이 신을 찍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윤여정 “그 장면을 넣은 게 참 좋았다. 선자가 타지에서 고생해 성공하고 난 후 아들과 함께 아버지의 무덤을 바라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그날 비를 뿌리는 바람에 열심히 준비한 표정 연기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건 아쉽다.” -‘파친코’의 어떤 요소가 글로벌 시청자에게 공감을 줄 것 같은가. 진하 “‘인간애’라는 부분이 전 세계 시청자들과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 그와 비슷하게 이 작품에 있는 모든 선자, 솔로몬 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일단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내가) 아시아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민자라는 부분에 공감이 됐다.” -‘파친코’에 나오는 경계에 선 사람들의 피해는 내셔널리즘에 따른 것이라고 보인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서 보듯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는데, ‘파친코’가 그런 대립각에 새로운 희망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윤여정 “드라마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6.25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전쟁이 안 일어나길 바란다. 살수록 세상을 잘 모르겠다.” 진하 “똑같이 생각한다. 작품이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도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고 비단 우크라이나에서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요즘 많은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데, ‘파친코’가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3.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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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올리비아 콜맨,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놓고 경합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이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며 국내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후보에 오른 배우가 되었다. 윤여정과 같은 부문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올리비아 콜맨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201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어, '더 파더'로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리비아 콜맨은 이번 작품에서 혼란에 빠진 아버지 곁을 돌보는 앤 역을 맡아 가족과 자신의 삶 가운데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딜레마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올리비아 콜맨은 '더 파더'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BAFTA)를 비롯해서 31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고, 버라이어티와 골드더비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의 예측에서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1~2위를 다투며 유력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 유력 후보로 떠오른 '더 파더'는 오는 4월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3.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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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지지 감사"…'오스카 후보' 팀 '미나리' 뭉클한 소감[전문]

팀 '미나리'가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지명 소감을 전했다.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부문 후보 노미네이트에 성공한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은 한국에 진심어린 소감을 보내 눈길을 끈다. 이안, 봉준호 감독에 이어 아시아계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 도전하는 정이삭 감독은 "집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셨던 저의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특별히 감사드리며 저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우리 영화를 응원해주고, 세계 무대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작품이 영예를 누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준 한국의 관객 여러분, 언론, 판씨네마에게 감사드린다"며 "저의 할머니께서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 제게 축복이 된 것 같다"고 밝혀 뭉클함을 더했다. 오스카 역사상 최초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선정된 스티븐 연은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영광을 준 아카데미에게 감사드린다. 정이삭 감독님, 윤여정 선생님, 에밀 모세리 음악 감독님, 크리스티나 오 제작자님과 함께 오를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지난 몇 년과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인생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고 저는 그저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나리'의 성공 열쇠", "올해의 위대한 연기" 등 세계 유수 매체의 호평과 함께 '미나리'의 한국어 OST로 크게 사랑받은 ‘Rain Song(비의 노래)’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선정됐던 한예리는 "'미나리'가 많은 분께 사랑 받았다는 증거인 것 같아 감사하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모두가 이루어낸 성과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며 "매일 촬영이 끝나면 함께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던 식사 시간이 제일 그립다. 꼭 다시 만나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 가득한 애정을 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기상 후보에 선정된 배우 윤여정은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상상도 못한 일이다.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영국 아카데미의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한 앨런 김은 "엄마 아빠가 미나리 노미네잇 되었다고 해서 많이 기뻤는데 6개나 되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까 미나리 패밀리 전부 다 만나서 줌미팅 했는데 너무 보고 싶고 좋았어요. 정말 신나요!"라며 '미나리'가 오스카 후보에 올라 기쁘고 설레는 감정을 순수하게 전해 또 한번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미나리'는 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이는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개 부문에 동시에 후보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으로 등극했다. 다음은 정이삭 감독 소감 전문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힘겹게 지나오는 동안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오스카의 순간들이 왜 끝없는 감사인사로 가득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나리〉를 위해 뒤에서 힘써준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끈기있게 노력한 모든 이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아칸소 농장 집을 사랑으로 가득채워 주셨던 저의 어머니, 아버지, 누나에게 특별히 감사드리며 저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를 응원해주고, 세계 무대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작품이 영예를 누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준 한국의 관객 여러분, 언론, 판씨네마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의 할머니께서 물가에 심었던 '미나리'가 잘 자라 제게 축복이 된 것 같습니다. I couldn’t imagine this happening as we struggled on the journey to make this film, and now I understand why Oscar moments are filled with endless thank you’s. I feel incredibly grateful to the entire family of cast and crew behind Minari who persevered to make this film. I am especially thankful to my mom, dad, and sister, who filled our Arkansas farm house with love, and my wife and daughter who mean more to me than anything. I want to thank all of the Korean audiences, press, and Pan Cinema for their support of our film, especially for the history we have made in honoring Youn Yuh Jung’s work on an international stage. I’m blessed that the minari my grandmother planted by the water continues to grow. 다음은 스티븐 연 소감 전문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영광을 준 아카데미에게 감사드립니다.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님, 윤여정 선생님, 에밀 모세리(Emile Mosseri) 음악 감독님, 크리스티나 오(Christina Oh) 제작자님과 함께 오를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지난 몇 년과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인생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고 저는 그저 그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Thank you to the Academy for this honor to be nominated alongside such incredible artists. I am also grateful to see the talent of Lee Isaac Chung, Youn Yuh Jung, Emile Mosseri, and Christina Oh be recognized as well. If I’ve learned anything from this past year and from the experience of this film, it is that this life is shared. I am blessed to have shared in this with our brilliant cast and crew and I am only here because of them. 다음은 한예리 소감 전문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미나리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니까요. 특히 윤여정 선생님의 한국 최초 여우조연상 후보와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는 정말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다 같이 식사를 하던 집과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매일 촬영이 끝나면 그날 찍은 씬들을 정리하며 내일을 위해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였던 식사 시간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립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애쓴 만큼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무언가에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꼭 다시 만나서 축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 시간을 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앨런 김 소감 전문 엄마아빠가 미나리 노미네잇 되었다고 해서 많이 기뻤는데 6개나 되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까 미나리 패밀리 전부 다 만나서 줌미팅 했는데 너무 보고 싶고 좋았어요. 정말 신나요! 다음은 윤여정 소감 전문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어젯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 시기에 놀러 다녀온 것은 아니고 나름 외화벌이를 하러 촬영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아는데 이렇게 밖에 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는데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상황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3.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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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S] 스티븐연, 봉준호·이창동→아카데미行…복 받은 최고 전성기

배우 스티븐 연, 혹은 연상엽이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스티븐 연은 제93회 아카데미상이 지향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상징한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미국인이 단 한번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오스카에서 최초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새 역사를 썼다.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스티븐 연은 1년 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캘러머주 대학 재학 중 처음 연기를 접하고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다. 미국에서 아시안 배우는 돈에 집착하거나, 어딘가 이상한 구석을 가진, 부정적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던 때였다. 스티븐 연을 향한 시선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인종차별이 만연한 할리우드에서 그는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그랬던 스티븐 연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0년부터 시작된 미국 AMC '워킹데드' 시리즈에 출연하면서다. 용기 있고 영리한 글렌 리 역할을 맡아 많은 이들을 '글렌 앓이'하도록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워킹데드'의 인기와 함께 글렌 리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차하기 전까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워킹데드'에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 배우로 활약했다. 글렌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했던 그가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 영화계에 알리게 된 것은 '한국' 덕분이다. 거장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캐스팅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옥자'는 넷플릭스와 극장 간 이념 다툼의 중심에 선 작품으로, 칸에서 가장 주목받은 문제작이었다. 이제는 일련의 소동으로 남은 이 사건은 '옥자' 속 스티븐 연의 존재를 알리는 데에도 큰 몫을 했다. '옥자'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스티븐 연은 다시 한번 거장의 부름을 받게 된다. 8년 만에 연출자의 자리로 복귀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 미스터리한 벤 캐릭터로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맘껏 보여줄 수 있었다. '옥자'에 이어 또 한번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고의 영화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버닝'을 통해 상 복도 터졌다. 제44회 LA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제22회 토론토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제53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제24회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워킹데드'로 TV 부문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영화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은 '버닝'이 처음이었다. '버닝' 이후 스티븐 연의 첫 영화가 바로 '미나리'다. '미나리'의 제작에도 참여한 그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에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미나리' 제작에 도전한 것에 관해 스티븐 연은 "미국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 사람은 우리가 보는 한국인과 굉장히 다르다. 우리가 아는 진실된 한국인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서는 영화 제작의 모든 공정에 한국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영화 제작에 참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이콥 역할을 맡아 한국계 미국인이나 재미교포가 아닌 순수 한국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기에 그 어떤 역할보다 어려움을 겪었을 터다. 그럼에도 흰 런닝셔츠를 입은 스티븐 연은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한 열연을 펼쳤다. 한국인이 보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한국어 연기를 보여줬다. 최고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에 스티븐 연은 "한국어 연기가 굉장히 무서웠다. '버닝'의 한국인 캐릭터는 단조로운 톤의 한국어를 구사해서 어렵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해야 했다. 우리 부모님이 말할 때 유심히 봤고, 정이삭 감독과도 많이 대화했다. 한국 이민자 이미지보다 제이콥의 내면, '제이콥이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미 '미나리'로 덴버 영화제 남우주연상, 북미 아시아 태평양 영화인 어워즈 남우주연상, 노스텍사스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끝판왕' 아카데미상까지 노미네이트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계 미국인이 개리 올드만·안소니 홉킨스·채드윅 보스만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하다. "너 한국말 할 수 있잖아"라는 윤여정의 장난기 섞인 일갈에 한국어로 '미나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스티븐 연. 서울 출생의 이 미국인 배우는 '한국'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3.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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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아름답고 보편적이다"..'미나리' 향한 추천 릴레이

전 세계적인 화제작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국내 셀럽들의 추천 릴레이와 봉준호 감독과 극찬을 담은 리뷰 예고편을 11일 공개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배우 권율은 “함께 공감할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하고, 굉장한, 어메이징한 시간이었다. '미나리'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감상을 전했으며, 배우 최수영은 “이야기, 영상미, 캐릭터 또 가장 중요한 저희를 키워 주시고 보듬어 주신 우리 부모님들의 사랑까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만 드는 영화였다”고 호평했다. 배우 최희서는 “새로운 시작이었지만 가족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었던 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장면마다 꽉 차게 연기해주신 배우분들이 너무 훌륭하다. 코로나19로 시련을 겪고 있지만 이 영화가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고, 배우 박규영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우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영화였다”고 소감을 전했으며, 배우 장혜진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많이 힘들지만 '미나리'를 통해 다시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의 울림이 정말 큰 영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김종관 감독은 “삶을 깊게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있고 내 기억을 들춘 것처럼 마음에 닿는 영화”라며 감상을 남겼다. '문명특급' 재재는 “윤여정 선생님이 왕관의 무게를 지니게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은 영화. 모두 그때 계셨던 분들처럼 연기를 잘해서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생명이 생동하는 3월에 '미나리'와 함께 따뜻한 한 달 보내시길 바란다”고 했으며, 임현주 아나운서는 “잘하고 싶지만 그럴수록 자꾸 삐걱대고 서로 오해가 쌓이고 하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에는 결국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가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찬사했다. 샘 해밍턴은 “굉장히 감동적인 작품. 가정과 함께 관계에 대한 깊은 생각과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색한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며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리뷰 예고편은 아름다운 아칸소 배경과 가족들의 모습과 함께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및 경이로운 수상 이력이 나오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봉준호 감독의 “아름답고 보편적이다”라는 리뷰가 전 세계는 물론 국내 관객들까지 사로잡은 이유를 입증한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90관왕 180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국내에서 뜨거운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미나리'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3.1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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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IS] "우리는 가족" 전세계 뒤흔든 '미나리' 원더풀 새 역사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애정했기에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작품도 탄생할 수 있었다. 내달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가 26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화상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참석해 '미나리'에 참여한 소감과 함께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나리'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로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 이 영화는 내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많은 호평이 놀랍고 신기하고 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너무 궁금하다"는 첫 인사를 건넸다. 현재 캐나다 벤쿠버에서 차기작을 촬영 중인 윤여정은 "나 역시 한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며 "우리는 진짜 식구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다. 작은 힘으로. 그래서 지금의 이런 관심은 생각도 못했고 기대도 못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좀 걱정스럽고 떨린다. 실망할까봐"라는 진심을 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 한국과 미국을 넘어서는 공감, 사람과 인간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다. 나도 정말 떨린다"고 전했고, 한예리는 "내가 지금 한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직접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관객 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후보에 올라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 A24가 투자 및 배급을 담당한 할리우드 영화다. 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른 '미나리'는 현재까지 전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윤여정은 연기상 26관왕이라는 대업을 쌓으며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윤여정은 연기상 26관왕에 대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후 "일단 많이들 축하해 주셔서 그렇기는 한데, 사실 지금 상패는 한 개 받았다. 그래서 실감을 못하고 있다. 말로만 전해 듣지 진짜 실감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미국 사람도 아니고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다 보니까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해 보는 이들을 폭소케 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에 대한 공감 이유에 대해 "이 이야기가 개인적인 이야기여서, 이민자 이야기여서, 혹은 당시 시대적 상황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서 공감해 주시는 것 같지는 않다. 보편적인 인간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족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갈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 그 공감에 어떤 나라, 국적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깊이있는 연기를 선보여 주셨고, 모든 배우들이 열린 마음으로 다 같이 이 이야기 안에 들어와 각자 배역을 너무 너무 잘 소화해 주셨다. 얼굴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섬세하게 표현이 완벽했다"고 아낌없는 감사를 표했다. 배우들은 현장을 회상했다. 한예리는 "우리가 에어비앤비 한 집에서 지냈다. 모여서 같이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 시간동안 번역본 대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꿀 수 있었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한 주 한 주 찍을 분량 만큼의 대본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촬영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고 서로 간에 깊이있게 이야기 할 수 있었 것 같다"고 떠올렸다. 스티븐 연은 "우리 영화의 팀의 합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님의 캐스팅이 돋보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은 물론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에 헌신하면서 노력했다. 기본적으로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훌륭했기 때문에 배우들도 최선을 다 했다.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모든 배우들이 진심으로 합심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실제로도 가족처럼 행동하고 살아갔다. 나는 다른 숙소에 머물렀지만 (한)예리 씨와 윤(여정) 선생님이 머무는 에어비앤비에 자주 찾아가 이야기 하고 음식도 빼앗아 먹으면서 지냈다"고 귀띔했다. 윤여정은 카메라 밖에서 헌신해준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을 털어놨다. "난 좀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고 운을 뗀 윤여정은 "나에게 '미나리' 스크립트를 전해준 친구가 있다. 근데 미국에 가는 내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인디 영화인데다가 현장에서 못 먹고 있으면 어쩌나 싶어 본인 휴가까지 다 반납하고 희생하며 나를 쫓아오게 됐다. 그리고 내가 예뻐하는 영화 번역하는 친구가 있다. 걔는 할리우드 영화 어떻게 찍나 보러 왔다 감독님을 도와주게 됐다. '도와줘야 할 것 같다. 불쌍해 보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엄청 유능한 친구들이 '미나리'에 붙잡혀 살았다. 번역하는 친구는 열흘만 있다 돌아가는 일정이었는데, 비행기 캔슬에 500불이 든다길래 갖다 놓고 '캔슬해라'라고 했다. 이 모든건 사실 다 아이작의 힘이다. 우리는 얼굴이 앞으로 나가 영광을 누리기라도 하는데, 뒤에서 고생한 대견한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만든 영화다"고 다독였다. '팀 미나리'는 극 중 한국적인 정서와 미국의 삶을 담은 특별한 가족을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스티븐 연이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 역을, 한예리가 낯선 미국에서 가족을 이끌며 다독여 주는 엄마 모니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한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은 윤여정이 함께 했다. 할머니와 최상의 티키타카를 선보이는 장난꾸러기 막내 데이빗(앨런 김),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속 깊은 딸이자 어린 동생의 든든한 누나 앤(노엘 케이트 조)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이삭 감독은 "이민자, 한국인, 그리고 당시 미국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미국인들과 농민들의 삶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사전에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했고, 미술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에 디테일한 기억들을 담으려 했다"며 "내가 영화 촬영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움 주는 것, 개개인이 최고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같이 이뤄낸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민 2세대로 1세대 가장을 연기하게 된 스티븐 연은 "4살 때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자 가족이다. 영화 속 제이콥은 우리 아버지 세대로 볼 수 있다. 많지 않은 대사 속에서 제이콥을 이해하게 됐고, 1세대와 2세대 사이 미묘한 세대 차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온전히 받아 들이려 노력했다. 아버지 자체를 제이콥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연기하고 배역을 소화해 나가면서 '아,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를 볼 때도 하나의 사람으로 보게 됐다. 다만 틀에 박힌 그 때 그 아저씨를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한 제이콥에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전형적이지 않은, 윤여정만의 할머니 순자에 대해 "아이작이 그렇게 썼다. 작업하며 좋았던 것은 어떤 감독들은 꼭 배우를 가둬둔다. '이렇게 해 달라' 요구하는데, 나도 배우 생활 오래 했으니까 눈치가 있지 않냐. 아이작에게 내가 아이작 할머니 역할을 해야 하니까 '흉내내야 하느냐. 어떤 제스처를 해야 하냐 고 했더니 '절대 그럴 필요 없다'며 나에게 모든 것을 맡겨줬다. 그때 맘 속으로 혼자 'A+'를 줬다. 나는 자유를 얻었다"며 웃더니 "순자는 아이작과 내가 같이 만든 캐릭터다. 자꾸 사람들이 처음에 '코미디 같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순자도 살아 온 세월이 있으니 바퀴달린 집이 정상적인 집이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다. 그럼에도 힘든 딸을 응원해 주려고 '괜찮다'는 식의 위로를 해주는거지 코미디로 한 것은 아니다. 뭐~ 그렇게 보셨어도 괜찮다. 근데 내가 계획적으로 뭘 하는 사람은 못된다"고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 할머니의 존재를 떠올리며 "내가 한국 인천 송도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교수실에 앉아 밖을 보면 갯벌이 보였다. 조개 패는 모습도 봤는데 대부분 나이 있는 여성분들이더라. 그래서 할머니가 더 많이 생각났다. 할머니는 남편, 즉 내 할아버지 잃고 어머니를 홀로 키우셨다. 만약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나는 여기에 와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할머니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 할머니라는 단어에 울컥거리는 것이 있다"고 진심을 쏟아냈다. 부부 호흡을 맞춘 스티븐 연과 한예리는 서로를 '리스펙' 했다. 스티븐 연은 "특별히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 내가 본 한예리는 진솔하고 진실된 배우다. '이 부부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어떤 부부였을까,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에 대한 생각이 항상 같지는 않았지만, 다른 견해 속에서도 서로를 인정해주는 과정을 겪었고 그 모든 것이 '같이 이뤄내보자'는 하나의 목표로 이뤄졌다. 모든 장면이 좋았지만 이웃 식사 초대 후 약간의 다툼을 하는 신조차도 한방에 찍을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한예리 역시 "나도 스티븐과 신마다 '이렇게 이렇게 하자'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실제 제이콥과 모니카처럼 그 현장에 있었다. 무엇보다 스티븐 같은 경우는 솔직하게 본인이 '난 지금 이게 필요하고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 했다 '굉장히 건강하고 진심으로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영화 안에서 충돌할 때 조차도 나는 그 감정 그대로를 느끼고, 느낀 그대로를 리액션 하면 됐다. 뜨거운 마음과 열정, 외로운 감정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윤여정의 아이디어가 빛난 신들에 대해 "순자가 데이빗에게 밤을 먹기 좋게 씹어 주는데 내가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지 않냐. 그건 실제로 봤던 광경이다.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손자한테 그렇게 하시더라. 국제결혼을 한 친구였고 남편은 아이리쉬 사람이었다. 그는 '아니 치아가 너무 멀쩡한 애한테 왜 먹을 것을깨물어서 주냐. 한국 사람들을 원래 그러냐. 그래서 간염에 걸리는 것이다. 저건 너무 더럽지 않냐'며 질색했다. 순자를 보는데 불현듯 그 생각이 나더라. 아이작 감독이 일찍이 나에게 '혹시 보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 하자'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이야기 했고, 반영됐다. 바닥에서 자는 신도 한국 할머니들은 대체로 바닥에서 잔다. 귀한 손자, 아픈 애기가 침대에 누워있다면 할머니는 더 더욱 절대 침대에서 같이 자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것 역시 내 의견을 존중해 아이작 감독이 바로 세트를 바꿨다. '원더풀 미나리'는 그쯤되면 아무리 할머니여도 '원더풀' 정도의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한거 많네~'라고 너스레를 떨어 또 한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티븐 연은 이번 영화의 제작자로도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대부분 백인의 시선에서 쓴 시나리오거나, 주 관객인 백인들이 볼 법한 시나리오가 많다"고 말한 스티븐 연은 "그런 의미에서 '미나리'는 가족에 대한 스토리를 다루며 매우 한국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영화라 생각했다.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해 참여하고 싶었다"며 "한국과 미국을 보면 프로듀서의 역할이 살짝 다르다. 성격도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우리 작품 같은 경우 현장에 직접 뛴 분은 제작사 플랜B의 크리스티나 오라는 분이고, 나는 목소리를 더하거나 새로운 스토리인 만큼 의도하거나 생각했던 것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모든 제작 과정들이 즐거웠다"고 흡족해 했다. 이와 함께 윤여정은 "'미나리'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질문에 "굉장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할 만큼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 할 때는 아무 생각없이 했다. '일 빨리 끝내고 시원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마음도 컸다. 이후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 '와, 아이작 감독이 여기까지 해냈어. 너무 고맙다' 했는데, 사실 영화를 볼 때는 각자 잘못한 것이 뭐가 있나 찾느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끝나고 보니 사람들이 울고 있더라. '왜들 우니' 했더니 '선생님만 안 울어요!' 하더라. 나는 아이작이 무대로 올라가 기립박수를 받을 때 울었다. 난 이제 나이 많은 노배우다. 어떤 일을 젊은 사람들이 이뤄내고 그럴 때 장하고, 나보다 나은 것을 볼 때 애국심이 폭발하고 그런다. 나는 지금 '상을 몇 개 받았다' 하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다. 경악스러울 뿐이다"고 놀라워 했다. 마지막으로 "'미나리'와 함께 하며 가장 원더풀했던 시간"에 대해 정이삭 감독은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든 촬영을 마치고 스티븐 연과 예리 배우님과 부둥켜 안았던 기억이 난다. 스태프들은 박수를 쳐 주셨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 팀으로 해냈다는 마음에 그 순간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되내였다. 스티븐 연과 한예리는 '밥'을 공통으로 지목하며 "너무 많은데 음식, 같이 밥을 먹으며 교감했던 순간들이 좋았다", "촬영을 끝낸 후 같이 식사했던 순간이 가장 그립고 기억에 남는다. 지금 한국에서 혼자 홍보를 하고 있어서 더 외롭고 보고싶고 그립다. 빨리 다 같이 모여서 밥 먹었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윤여정은 "내 촬영이 몇 주 일찍 끝났다. 감독이 크루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 큰 절을 시켰다. 내가 너무 깜짝 놀랐다. 나는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나를 따라왔던 친구에게 '넌 사진 안찍고 뭐했니!'라고 했더니 '저도 큰절 했잖아요!' 하더라. 그래서 사진 한장이 없다. 기억에서 지워지면 끝이다. 근데 기억에 남았다. 너무 좋았고, 언제 또 큰 절은 배웠는지 아이작의 배려심이 멋졌다"고 치켜 세웠다. 전세계 순회 공연을 돌고 드디어 한국에 상륙하는 '미나리'. 내달 3일 국내 관객들과는 어떤 소통의 끈을 이어갈지 주목도를 높인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2.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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