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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나워요, 농촌을 키워요②] 고대구로병원, 여주에 ‘사랑의 진료소’ 마련
"한국에 와서 아파도 병원에 한 번도 못 갔어요. 진료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선생님들이 와서 살펴봐주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너무 고마워요."지난달 중순 경기도 여주군을 찾은 고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영우 교수는 다문화가정의 한 주부의 얘기를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구로병원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전문 의료진을 포함한 24명의 농촌사랑 의료지원단은 첫날 여주 점동농협에 '사랑의 진료소'를 꾸렸다. 엑스레이는 물론 골밀도·심전도·혈액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검사실은 물론 약국과 주사실까지 하나의 작은 병원을 만들었다. 장맛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평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 지역 어르신, 다문화가정 주부 등 수십여 명의 사람들로 작은 병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의료지원은 여주에서 시작해 이천·남양주·파주 등 경기도 내 4개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흘 동안 총 800여 명이 진료를 받았고, 250여 명의 어르신들에게는 특별히 '장수 사진'을 촬영해 증정했다. 장맛비 속에서 의료 봉사 장마 동안 임시 진료소에서 진행한 봉사는 쉽지 않았다. 물폭탄이 쏟아졌을 때 의료지원단은 우의만 입은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진료 장비를 나르는 등 애를 먹었다. 특히 사나흘째 되던 날 파주·남양주를 돌 때 폭우가 내리쳤다. "오전 7시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비가 많이 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광경을 보고 힘 내서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의학과 김은혜 교수의 말이다. 그러나 진료를 하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들었다. "혈압이 얼마나 높은 지, 당뇨가 있는 지 없는 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폐에 이상이 있는데 단순 감기로 생각한 분도 있고. 일단 약부터 처방했지만 이런 분들은 지속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사실 이런 경우는 농촌 진료를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고대 구로병원 김원철 의료사회사업팀장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인근 병원에 진료를 의뢰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파주 지역에서 진료를 할 때는 김우경 고대 구로병원장도 함께 했다. 김 원장은 주전공인 수부외과의 특성을 살려 손과 팔 저림 현상을 호소하는 농촌 어르신들을 직접 진료했다. "팔이 저려 밤 잠을 못 잘 정도였다"는 한 주부는 "원장님이 직접 찾아와 진료를 해 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감격해했다. 한 어르신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원장님까지 와서 좋은 일을 하는 걸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 원장은 "오히려 우리 직원들이 농촌 사랑과 재능 나눔 활동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며 "우리도 진료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 이어 의료지원단에 참여한 정형외과 천성광 교수는 "의료 봉사가 진행될수록 시스템과 조직이 갈수록 나아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지원단에 함께 한 24명의 열정에 스스로 놀라웠다"고 말했다. 구로병원은 지난달까지 두 차례 농촌사랑 의료 지원에 나섰고, 앞으로 네 차례 의료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장수 사진, 미용도 함께 진료 봉사 못지 않게 농촌 어르신이 선호하는 것은 장수 사진 촬영이다. 사진 촬영팀은 의료 봉사가 진행되자마자 스튜디오부터 차렸다. 구로병원 사진동호회에서 빌려온 촬영 장비로 단숨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메이크업을 진행했다. 또 한복과 정장까지 챙겨와 어르신들이 원하는 컨셉트대로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김경미 의료사업사회사는 "농촌 할머니들은 시집온 후 자신을 꾸며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좋아하시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물 사진 촬영을 처음 해보는 오미숙 수간호사는 "내가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많았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촬영한 사진은 서울에서 인쇄 작업을 거친 뒤 액자에 넣어 각 가정으로 보내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2013.08.0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