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2차대전 이후 처음'… 코로나19에 멈춰선 세리에A, 유럽 축구 '코로나 전쟁' 시작되나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 앞에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축구도 주춤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가 무관중 경기에 이어 결국 다음달 3일까지 정규리그를 중단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0일 부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령을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도 피해가 가장 큰 나라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9일 오후 6시 기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172명, 사망자가 463명에 달한다.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이동제한령을 발표, 6000만 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 불가피한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게 됐다. 이동제한령과 함께 그동안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세리에A도 중단됐다. 콘테 총리는 "경기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자국 내에서 펼쳐지는 모든 스포츠 경기 중단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1898년 출범한 뒤 전쟁이 아니고서야 매 시즌 정규리그를 치러왔던 세리에A도 멈춰섰다. 세리에A는 1차 세계대전으로 1915년부터 1919년까지, 2차 세계대전으로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리그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이탈리아의 국가적 위기로 이어지자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염병 때문에 리그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로써 세리에A는 4월 3일까지 리그를 임시 중단하고 뜻하지 않은 휴식기에 들어가게 됐다. 이탈리아 클럽이나 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지만, 무관중으로 치르게 될 확률이 높다.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축구에서 리그가 중단되는 일은 대부분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만 벌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신인 풋볼 리그는 세리에A와 마찬가지로 세계 제1·2차대전 때 중단된 뒤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일정을 치러왔다. 프랑스도 2차 세계대전 여파로 인해 프로축구가 전면 중단된 뒤 다시 개편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내전 기간이었던 1936년부터 1939년에만 리그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 물론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분데스리가나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가 세리에A처럼 리그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각국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세리에A의 리그 중단 결정은 다른 유럽 축구리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세리에A와 함께 유럽 4대 리그로 꼽히는 독일의 분데스리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아직 특별한 조치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라 프랑스와 독일 등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무관중 경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클럽대항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당장 오는 11일과 12일, 각각 프랑스 파리와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생제르맹(프랑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과 올림피아코스(그리스)-울버햄프턴 원더러스(잉글랜드)의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세비야(스페인)-AS로마(이탈리아)전 역시 무관중 경기가 될 것이라고 스페인 정부가 밝히기도 했다. 영국 정부와 프랑스 체육부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리그1 등 자국 프로리그에 대해 무관중 경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3.11 06:01